일요일, 12월 31, 2006

[영화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불꺼진 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잠을 청하거나 (운이 좋아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비행기를 탔다면) 영화를 보는 정도가 전부이다. 이번에 프랑크프루트로 날아가면서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에서 영화를 검색해보았는데, 그다지 끌리는 제목이 없었다. 그래도 한 편은 봐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고른 영화가 바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



하지만... '악마는 ...'에 메릴 스트립 큰 언니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그냥 여성 취향용 영화이니 하고 아무런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기에 줄거리도 배우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낯익은 얼굴(!) 등장.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넋을 읽고 보기 시작했다.



아주 잘난체하고 가식적(남편에게는 꼼짝도 못한다)이고 나쁜 짓은 다 하면서도 미워할래야 미워하기 어려운 잘나가는 패션지 런웨이의 미란다 역을 메릴 스트립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아마 영화 보다가 리모컨 던져버렸을테다. 물론 다른 배우(주연인 앤 해서웨이 포함)들이 메릴 스트립 큰 언이의 후광에 눌려서 깨갱해버리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타고난 포스를 뭐 어떻하랴? 큰 언니의 프로필은 http://en.wikipedia.org/wiki/Meryl_Streep를 참조하기 바란다.



패션이나 유명 브랜드 상표에 전혀 무감각한 남자(!)라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애인이 보러가자구 간청하지 않는 이상 이런 촌스러운 영화를 어떻게 보랴?'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시면 시간 때우기 용으로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EOB

토요일, 12월 30, 2006

[독서광]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요즘 책을 읽는 속력보다 책장에 쌓여가는 속력이 훨씬 더 빨라졌기에 번역도 하나 끝난 기념으로 정신을 차리고 몇 권을 독파해버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P 소설 내용을 들여다보기 앞서 경제학 용어를 몇 가지 살펴보자. 아래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설을 읽으면 뒷 부분에 벌어지는 숨가쁜 이야기 전개에 뒤쳐지게 될테니 말이다.




  • 콜 옵션: 특정의 기본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지정된 날짜 또는 그 이전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콜 옵션이다. 콜옵션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옵션가격인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대신 기본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게 되고, 매도자는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콜옵션 매수자가 기본자산을 매수하겠다는 권리행사를 할 경우 그 기본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아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콜 옵션은 가격 상승을 전제로 배팅을 하므로 만일 기본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을 입게 된다.
  • 풋 옵션: 특정의 기본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지정된 날짜 또는 그 이전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풋 옵션이다. 즉, 콜 옵션과 반대이다. 풋 옵션은 가격 하락을 전제로 배팅을 하므로 만일 기본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손실을 입게 된다.
  • 공매도: 없는 물건이나 주식을 미리 파는 행위이다. 실제로 팔아야 하는 시점에서 시장에서 물건이나 주식을 매입해야 하므로 풋옵션과 마찬가지로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기법이다. 공매도가 끼여들 경우 물량을 뻥튀기 하는 효과가 있기에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국 정부에서는 대부분 법으로 이를 규제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없다면 파생 상품 시장 자체의 존립이 어려워지므로 넓은 범위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 선물: 어떤 상품에 대해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일정한 양을 정해진 가격으로 주고 받기로 하고 현재 시점에서 매매하는 행위로, 미래에 이행될 거래를 현재의 시점에서 약속한다.


자, 이제 책 읽을 준비가 다 되었다.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이 다루는 주된 내용은 바로 선물과 옵션이다. 배경은 17세기지만 20세기에도 벌어졌고 21세기에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돈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딱딱한 경제학 서적이 아닌 소설 책이므로, 사랑, 배신, 암투, 뜻하지 않는 행운등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만 큰 줄기는 간단하다. 바로 한쪽에서는 커피에 대한 콜 옵션을, 다른 쪽에서는 커피에 대한 풋 옵션을 놓고 여기에 공매도까지 등장해서 상인으로서 망하느냐 흥하느냐를 놓고 깔찌뜯고 싸우는 내용이다. 이렇게 한 문단으로 책을 요약한 이유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서이다. 위험(risk)을 무릅쓰고 누가 어떤 전략을 사용해서 어떤 방식으로 승리하는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내용이 이러하니 이 책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읽으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커피랑 경제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법하다.



EOB

목요일, 12월 28, 2006

[독서광] 위대한 기업의 조건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기에 라인하르트 K. 슈프랭어의 신작인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 나왔다길래 바로 구매버튼을 눌러서 구입한 다음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바로 읽어보았다.



우선 이 책은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만큼 강력하게 폐부를 찌르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대신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다른 책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아니 못하는) 신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으므로 나름대로 책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진도를 뽑기 전에 한가지 물어보자? 과연 신뢰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있을텐데... 이책 본문에 나오는 문구를 읽다보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신뢰와는 다른 해석에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볼까?




  • 신뢰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 신뢰는 상처입을 가능성을 수용하는 행위다
  • 신뢰의 반대는 불신이 아니다
  • 통제없는 신뢰는 생각할 수 없다


우와! 이런 황당한(?) 정의가... 슈프랭어는 기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설명하고 있으며, 불신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인 목표합의, 근무시간 기록 제도,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시시콜콜 정의한 복잡한 규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불신이 기본이 아니라 신뢰가 기본으로 동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신뢰는 보편적인 것이며, 불신이 특수한 것이다. 결코 그 반대가 아니다.


슈프랭어는 신뢰가 신뢰를 낳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남을 먼저 신뢰하고, 신뢰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을 경우 지속적으로 신뢰를 보여주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엄격한 처벌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신뢰를 쏟아부으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뢰의 붕괴가 신뢰 메커니즘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남을 좀더 신뢰(!)하게 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신뢰는 투자이다. 자신과 남에 대한 신뢰를 투자하지 않고서 일이 저절로 잘되기를 바라면 공짜 점심을 기대하는 바와 뭐가 다를까? 일단 솔선수범해서 남을 신뢰해보자.



주의: 개인 취향에 따라 이 책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목차와 본문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전작인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가정하고 구매하면 안되는 책이기도 하다.



EOB

목요일, 12월 21, 2006

[일상다반사]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소프트웨어 공학의 사실과 오해로 유명한 로버트 L 글래스 큰형님이 지은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이 드디어 인쇄에 들어가서 연말 무렵에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게 되었다.



부제인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이 의미하듯이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1980에서 1990년대에 일어난 여러 가지 다양한 논쟁거리를 담은 수필 선집으로 보면 틀림없다. 딱딱하지 않은 수필이지만 속에 품은 칼이 매서우므로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책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역자 서문을 인용하겠다.



2006년도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15년이나 더 된 책을 다시 펴낼 이유가 있을까? 더 빨리 더 최신의 정보를 습득하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 시간 낭비가 아닐까? 얼핏 드는 생각이지만 상당히 그럴싸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칼 마르크스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두 번 반복된다는 헤겔의 말에 첫번째 일어나는 사건이 비극이라면 두번째 일어나는 사건은 희극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 본문에 나오는 4GL에 대한 맹신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 요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함부로 속단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희극 한 편을 소개하겠다.

2년 전 무렵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한 회사에서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임베디드 분야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체계화 시켜서 공장(factory)에서 사용하는 BOM(Bill of Material)처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를 위해 객체지향 방법론을 도입하고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R사에서 개발한 R이라는 도구(따지고 보면 자동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선전한 4GL을 계승하는 현대판 도구다)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내부 전략을 파악했다. 하지만 21세기식 은총알을 사용한 늑대 인간 사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정색을 하면서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 부품 제작은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잘라서 말했다.

저자인 로버트 L 글래스(밥)가 요즘도 이런 종류의 대화가 공공연히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사람 좋은 웃음과 더불어 “아니 이 사람아, 내가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은총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구!”라고 어깨를 툭 쳤을지도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컨플리트 2.0은 어떻게 보면 사람을 대단히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분명히 배경은 과거이지만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생생하게 전개된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15년전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지 못한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서 심지어는 절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편함을 조금만 참고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이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는, 뜻이 통하는 말동무를 찾았다는 기쁨이 싹터오르기 시작하면서 한가닥 희망이 보일 것이다.

천부적인 재주꾼인 밥이 이끄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보자.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치열하게 논쟁도 벌이면서 말이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와는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다른 _하드코어_(무슨 이야기인지는 나중에 서점에서 책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수필이지만 유심히 들어다보면 정말 웃긴 내용도 많으므로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EOB

화요일, 12월 19, 2006

[끝없는 뽐뿌질] 척추 환자를 위한 의자



비나 눈만 오려면 허리가 쑤시고 아프다. 척추 만곡증이라는 참 황당 무게한 병 때문인지 신경통 때문인지 여튼 몸자체가 일기예보관을 뺨칠 정도니 뭔가 대책이 필요한 듯이 보인다.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회사 사람 한 명이 추천해준 제품이 있어서 회사에 이야기해서 구매한 다음 일주일 정도 사용해보았다. 스칸디나비아 노르웨이에서 만든 이 의자는 이름하여 니스툴!.



처음보면 등받침이 없기 때문에 대략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서 있을 때 허리가 'S'자로 되는 상태를 앉아있을 때도 그대로 구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등받침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몸이 똑바로 자세를 잡게 된다.





불편함은 없냐구? 아무래도 처음 적응 기간동안 허리 통증과 다리 자세가 가장 큰 문제인 듯이 보인다. 평상시 잘 안쓰던 근육(?)을 쓰다보니 처음 며칠은 허리가 욱신거릴지도 모르겠다. 평상시 자세가 삐뚠 사람일수록 허리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앉을 때나 일어설 때나 다리 자세를 잘 잡아야 하는데, 다리 적응에 실패하면 돈만 날리게 된다. 물론 허리 환자라면 다리 자세 불편이 문제냐? 무조건 지르고 봐야지. 암암...



EOB

일요일, 12월 17, 2006

[영화광] 파이트 클럽(19금, 스포일러)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를 번역하다보니 여러 차례 파이트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끙끙앓다가 DVD가 국내 들어오는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고 바로 구매해 놓았는데, 그 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계속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연말도 되어서 마음도 뒤숭숭한지라 눈오는 기념으로 한판 보고 말았다. 결과는? 오오 이런 멋진 영화를 아직도 안봤다니 억울함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살금살금 조심하겠지만 그래도 초강력 스포일러가 나올지도 모르니 혹시 파이트 클럽을 볼 사람들은 여기서 브라우저 창을 닫으시라.



파이트 클럽은 매트릭스와는 또 다른 시각적인 효과를 잘 살린 영화이다. 타일러 더든이 나레이터 입에 총을 넣는 초기 장면부터 시작해서 나레이터가 이케아 가구로 온집안을 도배하는 모습을 광고지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든 장면과 나레이터 집이 폭파될 때 빠르게 전개되는 모습과 몽환적인 섹스 신을 거쳐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건물 폭파신까지 상당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면서 영화에 땀냄새 풀풀 풍기는 활력을 제공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폭력'에 얽힌 남자들의 숨겨진 로망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한치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냥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만 나왔다면 '파이트 클럽'은 고만고만한 영화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졌을텐데, 자아의 분열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제대로 풀어냄으로써 무척 인상 깊은 영화로 남았다는 생각이다. 나레이터가 진짜 극중 나레이터처럼 타일러 더든이 하는 행동(레스토랑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스프에 오줌싸기, 영사기 기사로 일하면서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에 삽입해서 상영하기)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화자와 주인공을 완벽하게 분리시키는 척하면서 영화 프레임 곳곳에 나레이터가 바로 화자이자 주인공임을 알려주는 힌트를 화면 곳곳에 절묘하게 배합함으로써 컬트 성향이 짙은 영화로 한단계 판올림을 해버린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나레이터의 일상 생활 중에 타일러 더든이 잠시 오버랩되어 나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해서 처음에는 DVD 마스터링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 나서 한참 웃었다. 영화 속에서도 타일러 더든이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 필름 사이사이에 끼워서 관객을 울리더니 실제 영화에서도 타일러 더든 프레임을 여기저기 끼워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니 이야말로 재귀적인 수법이 아닌가?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파이트 클럽은 꼭 보기 바란다. 재미있는 대사 - 설정 - 내용이라는 삼박자에 말려 220분이 번개처럼 지나갈테니...



EOB

일요일, 12월 10, 2006

[APM] '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입니까?(2)' 올라갔습니다.

요즘 블럭 쌓기가 뜸해지면서 잠수를 타는 모습에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원래 원고 마감 시점에서 항상 일어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므로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겠다. ;)



지난번 프로젝트 성공 확률 관련 글에 이어 오늘 또 하나올려보았다. 낙하산식 일정 예측이 아닌 현장 개발자의 일정 예측을 믿어라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서 현장 개발자 말에도 부풀림이 있으니, 여기에 가중치를 곱해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OB

목요일, 12월 07, 2006

[독서광] SERI 전망 2007



내년도는 경제 전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SERI 전망 2007을 회사에 사달라고 이야기해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는 중이다.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조금 주저주저한 책이지만, 회사에서 내년도 계획을 세울 때 전망 등을 조감하는 과정에서 통계 자료를 인용할 때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한 명이 집필하지 않고 여러 명이 주제를 나눠서 집필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통일성은 떨어지지만, 어차피 다양한 각도에서 전망을 하는 내용 위주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서 읽는 경우가 많을테니 문제는 없어보인다. 신문 등 대중 매체를 꾸준히 읽어왔던 독자라면 이 책 자체에서 새롭고 신기한 통찰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이겠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각종 통계 자료를 총정리해서 한 권으로 압축해놓았다는 점에서 가치를 둬야겠다.



통계자료와 전망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며 결국 모든 의사 결정과 판단은 본인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고, 이 책을 참고서처럼 읽으면 좋겠다. ;)



EOB

일요일, 12월 03, 2006

[일상다반사] Software Conflict 2.0 번역 - 드디어 활주로가 보인다.



(사진: 베타리더 중 한분이신 sunwoo님께서 베타리딩 피드백을 주시면서 보너스로 함께 보내주신 베리 뵘 연구실 사진 - 보기 드문 흥미로운 사진이다. ;))



비행기는 이륙보다 착륙이 훨씬 더 어렵다. 착륙 과정에서 수행하는 체크 리스트 항목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FS(Flight Simulator)를 해보신 분이라면 여기에 대해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대충 초벌 번역 한 다음에 출판사 문틈으로 밀어넣고 잽싸게 도망가버린다면 뭐가 문제 겠느냐만 제대로 번역하려면 후반 작업 과정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때가 반드시 도래한다. 그리고 그 때가 최종 마감을 2주 정도 앞둔 바로 지금이다.



활주로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관제탑 통신 회수도 늘어나고(출판사랑 공역하는 해님, 베타리더 분들과 편지 오가는 회수가 늘어난다), 착륙 준비에 앞서 필요한 모든 사항을 다 점검하고(지금 엑셀과 웹으로 관리하는 작업 항목 중에 혹시 빠진 내역이 없는지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 중이다), 실제로 강하각(강하각 개념을 잘 모르면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를 읽어보라.)을 조정하면서 활주로에 접근하기 시작해야 한다(순발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완성 원고는 깔끔하게 정리해서 출판사에 발송하고, 남아있는 초벌 원고는 한번 더 살펴본 다음 공역자끼리 반대로 교환해서 확인하고, 공역자 확인이 끝난 원고는 빠짐없이 베타리더에게 발송하고, 베타리더 피드백을 반영해서 완성 원고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작업이 짧은 시간 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착륙하고 나서 활주로를 이동해서 관제탑이 지정해준 위치에 비행기를 세운 다음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한다(색인 작업과 교정지를 보는 작업이 남아있다).



이 모든 복잡한 작업이 끝나면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베타리더하느라 고생하신 분들이랑 활자화된 아날로그 책을 앞에 두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일만 남을테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에 걸쳐 집에 틀여밖혀서 정신없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쪼록 일정 지연이라는 탈없이 무사히 마무리하길 바란다. 공역자인 해님과 번역 과정에서 함께 책을 읽고 고민해주고 계신 애독자 중의 애독자인 베타리더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서 원고 정리 중에 이렇게 글을 써봤다. :)



EOB

토요일, 12월 02, 2006

[APM] '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입니까?' 올라갔습니다.



스탠디시 그룹이 펴낸 2000년도 CHAOS 보고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2000년도에 들어와서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28%에 그쳤다는 통계가 나왔다. 뭐 2006년도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50%가 넘어설리는 만무할테고, 여전히 비슷한 수준의 성공 확률을 자랑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몇 %나 될 것 같은가?



http://tapm.blogspot.com새로 올린 글을 한번 읽어보면서 너무 낙관적인 예측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반성해보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현실을 비춰볼 때 소프트웨어 성공률이 미국보다 높을리는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거든... 참 신기하지 않은가?



EOB

금요일, 12월 01, 2006

[일상다반사] 해외 송금과 2단계 커밋



데이터베이스나 통신 관련 프로토콜을 구현해본 사람은 2단계 커밋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봤을 테다. 트랜잭션이 원자적으로 진행되도록 만들어주는 이 훌륭한 개념 때문에 ATM에서 돈을 찾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2단계 커밋이 만능일까? 글쎄?



경우에 따라서는 2단계 커밋을 고의(?)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IEEE Computger에 실린 커피점은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는다(PDF 파일)와 같은 글을 읽어보면 종업원당 작업 처리량을 늘이기 위해 일부러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준다. 스타벅스 커피 숍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다음에 이름(미국)을 부르거나 주문한 내용(일본, 한국)을 부르면 그 때서야 자신이 마실 커피를 받으러 간다. 그 사이에 어떤 오류가 발생하거나 문제(예: 잘못된 커피가 나오거나 양이 잘못될 경우)가 터지더라도 이 정도 손실은 무시하는 편이 유리하다.



커피 전문점이야 그렇다 치자. 커피 한 잔에 얼마한다고... 정 안되면 새로 한 컵 뽑아서 손님에게 서비스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은행 송금 과정에서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우리가 인터넷으로 송금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 인출 금액, 상대편 계좌 번호, 비밀 번호를 넣는다.
  • 상대편 은행에 질의를 던져서 계좌 번호에 맞는 사람 이름을 출력한다. 만일 계좌 번호가 존재하지 않거나 입금 시킬 수 없는 특수한 계좌 번호일 경우 오류를 반환한다.
  • 이 계좌 번호와 사람 이름이 맞을 경우 송금을 지시한다.


당연하다고? 그렇다면 해외 송금은 어떨까? 외국 은행으로 송금을 할 경우에는 유감스럽지만 상기 시나리오가 통하지 않는다. 우선 온라인으로 연결은 되어있지만 계좌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IMF가 이런 표준을 만들려고 할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송금 요청을 하면 은행에서는 송금 전문을 상대편 은행으로 날리고 종료해버린다. 내가 보낸 사실은 알지만 상대편이 제대로 받았는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송금한 은행 쪽에서는 '처리 완료'라는 상태만 알 수 있다. 나머지는 (시차 때문에) 상대편 은행에서 비동기적으로 처리한다.



계좌번호나 수취인 정보를 제대로 입력했다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돈이 제대로 송금될 것이지만... 만일 뭔가 실수를 했다면?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 자, 여러분이 수취인 정보를 햇갈려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잘못 입력했다고 가정하자. 유럽으로 돈을 보낸다고 가정할 때 상대편 은행은 일단 유럽향 송금 과정에서 사용하는 은행명+계좌번호를 통합한 표준인 IBAN 코드가 일치하므로 입금은 시켜준다. 그런데 나중에 수작업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취인 정보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은행 직권으로 입금을 취소시켜버린다. 이 돈을 다시 여러분 통장으로 약간 지연된 동기적(?)인 방식으로 반환하는 방법이 정상인 듯이 보이지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만일 은행에서 원래 보낸 국가의 예금주로 송금을 한다면 수수료는 누가 물지?
  • 환율 변화에 따른 손실은 어떻게 하지?


따라서, 이런 두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송금받은 은행은 실패한 트랜잭션을 보류하고 돈을 쥔채로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송금한 사람이 나중에 돈이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다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바로 변경(Amend) 신청이다. 송금을 하게 되면 송금 고유 번호(FOT)가 붙는다. 은행마다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번호를 사용해서 자신이 보낸 송금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 창구나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변경 신청을 하면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서 상대편 은행으로 FOT 변경을 해준다. 그러면 상대편 은행은 이 변경 신청 요청을 보고 유효할 경우 중단된 트랜잭션을 재개한다.



부지불식간에 국내 송금 과정에서 2단계 커밋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은 상기 시나리오가 무척 머리 아프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작업 처리량을 늘이기 위해 2단계 커밋을 포기하고 비동기적으로 움직이는 커피 전문점에 빗대어 이해하면 어떨까? 해외 송금할 때 조금 덜 불안하지 않을까? :)



뱀다리) 아마 당분간 구글로 해외 송금을 입력하면 이 글이 가장 먼저 올라올 거다. 해외 송금 과정에서 정보 입력을 잘못해서 순간 당황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OB

목요일, 11월 30, 2006

[독서광] 전염성 탐욕



'투자 아이디어: 세계 금용시장을 뒤흔든' 감상문을 읽고서 일부 독자분들께서 질문을 해왔다. 이렇게 효율적인 시스템이 왜 종종 붕괴합니까?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항상 효율적이며 숙련되어 탄탄한 시스템이 존재할지라도 사람의 탐욕은 이 시스템 자체를 교란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지난번 '투자 아이디어'가 긍정적인 측면을 여러분 마음 속 깊이 심어줬다면 오늘 소개할 '전염성 탐욕: 기만과 위험의 금융활극과 시장의 부패'는 부정적인 측면을 여러분 마음 속 깊이 심어줄 것이다.



ㅈ 일보에수학으로 연봉 1조원 벌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아, 물론 낚시성 제목은 ㅈ 일보의 특징이다). 본문 중 일부를 볼까?



차익거래는 주식시장에서 선물(先物)과 현물(現物)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의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에 금융비용을 가산하여 산출한 선물의 이론가격 사이에 일시적인 불일치가 발생한다. 선물가격은 이론가격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비교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선물과 현물 중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쪽을 매수함과 동시에 높게 평가된 쪽을 팔면 그 차익(差益)을 아무 위험 없이 얻을 수 있다. 이런 차익거래를 하려면 이론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수 있어야 하고, 차익거래에 수반되는 거래비용도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 노하우에 헤지펀드의 성패가 달려 있다.


이 문장(더 나가서는 기사 전체)을 보고 행간에 숨어있는 내재된 기회와 위험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면 '전염성 탐욕'을 강력하게 추천한다(기자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었는지 알았다면 절대로 이런 긍정적인 기사를 쓰지 못했을거다. OTL). 물론 행간을 읽지 못하더라도 돈에 대한 끊임없는 사람의 욕심에 대해 고찰하고 싶은 분께도 역시 강하게 추천한다. '전염성 탐욕'은 처음에는 긍정적인 위험 회피 수단으로 출발한 파생 상품, 금융 공학이 탐욕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내부자거래, 분식회계, 손실전가, 기업파산, 시스템 붕괴위험과 같은 최악의 사태로 치닫는 배금주의 문화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전염성 탐욕'에서는 뱅커스 트러스터 사건, 엔론 분식회계, 캘리포니아 연기금 투자 손실, 베어링스와 롱텀 캐피탈 몰락, 아시아에 불어닥친 IMF 위기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 뒤에 숨겨진 내막을 속이 다 시원하게 파해쳐버리며,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긴 원인을 항간에 언론등을 통해 알려져 있는 몇몇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대신 통제 시스템의 결여와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더 큰 무대로 옮겨버리므로 '위험 통제'가 지극히 어려워진 현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본문 중 재미있는 문구를 하나 소개한다.



그린스펀은 1996년 12월에 행한 연설에서 그 후 유명해진 이런 발언을 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비 이성적 열광이 자산 가격을 과도하게 상승시켰다."

'비 이성적인 열광'이라는 말은 금세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유행어가 됐다. 투자자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했다는 그린스펀의 비판을 듣게 되자 화를 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주가가 연 20%씩 상승하는 증시판에 끼어든 게 왜 비정상인가? 그리고 설령 증시에 투기적 거품이 낀 상태라고 해도 그 속에서 돈을 좀더 벌다가 거품이 폭발하기 전에 탈출하면 될 것 아닌가?


하하하... 윗글 보면 요즘 한국의 부동산 사태가 떠오르지 않은가? 주가를 부동산 가격으로 바꾸고 증시판을 아파트 투매장으로 한번 바꿔봐라.



뱀다리: 혹시 주가 연계 증권(ELS)와 같은 파생 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유심히 읽어보고 자신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 상당히 위험한 상품을 설명도 없이 너무나 손쉽게 파는 세상이니...



EOB

화요일, 11월 28, 2006

[일상다반사] 수학 공식을 외우기 싫어하는 그대에게...



수학 시험을 치거나 아니면 수학 관련된 문제를 풀거나 머리 좋은 사람은 이리저리 유리하다. 수학 공식을 외우거나 빨리 유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할 수 없이 보조 기억 장치(?)를 활용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맞는 커스텀 버전을 공들여 준비해서 시험장에 암암리(?)에 들고가본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테다. 한국에서는 컨닝(cunning)이라는 국적 불명의 뜻으로단어로 바뀌어버린 치팅(cheating)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수학 공식을 무려 10페이지에 걸쳐 TeX으로 깔끔하게 꾸며놓은 자료를 소개하겠다.



'이론 전산 시험을 위한 컨닝 페이퍼'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자료는 미분, 적분, 수열, 삼각함수, 확률, 행렬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묘수(?)를 담고 있으므로 시험뿐만 아니라 수식이 필요한 작업을 하면서 종종 활용하면 좋겠다. 수학이랑 담 쌓은지 오래라구? 그렇다면 더욱 이 문서가 필요하겠군. :P



EOB

일요일, 11월 26, 2006

[APM] ' [16장 보충] '정치적인'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을 때' 올라갔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발간한 책에 대해 해제를 온라인으로 붙여보리라는(오프라인 책에 역자주를 많이 달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독자분이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 마음을 먹고 시작한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 블로그 기사 정리가 정치적인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2006년을 총정리하는 기념으로 해제 목차를 한번 체계적으로 정리해보았다.





읽기 전용(?) 블로그 특성상 독자 피드백이 극히 없는지라 제대로 글을 썼는지 안썼는지 책을 구입한 독자분이 읽었는지 그냥 인터넷 서핑하다 찾은 독자분이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위안으로 삼을만한 통계를 파악했는데... http://tapm.blogspot.com 일일 방문객 숫자는 너무나도 형편없지만(하루에 5명 들어올 때도 있다. 정말 블로그에 거미줄 치겠군. 하하...) 피드버너를 통한 RSS 열렬 구독자 숫자는 무려 _140여명_(이러다 '컴퓨터 vs 책' 블로그 보다 인기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앞선다. 하하...)을 넘는다는 사실! 애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꾸벅~



그리고 위 블로그 기사는 단독적으로 읽어도 재미있지만, 오프라인 책을 읽고나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측면에서 읽어보시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서 강조하건데 절대로 독자 여러분에게 책을 강매하려는 의도는 없다. 어차피 번역은 인세 대신 페이지 당 고료로 받으므로 책 한 권 더 팔거나 덜 팔거나 먹고 사는 과정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다음에 연재물로 올릴 글을 공동 역자인 해님과 상의 중에 있다. 시즌 2를 기대하시라.



EOB

토요일, 11월 25, 2006

[영화광] 디파티드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간도를 아직 보지 않았기에 헐리우드 판 리메이크 '무간도'인 '디파티드'를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잽싸게 달려가서 열심히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형만한 아우없다"이다.



영화 줄거리나 결말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 물론 경찰 내 첩자, 조직 내 첩자가 엇갈린 운명으로 격돌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물론 영화 초반에 다 드러나기에 이 정도 정보로 영화평을 좌우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느와르에서 느껴지는 슬픔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비장미라고 해야하나 여튼 헐리우드식 분위기가 영 가슴에 와닫지 않았다.



에휴... 이미 본 영화를 물릴 수도 없구... 유덕화와 양조위가 나오는 무간도나 봐야겠다.



뱀다리: 이 영화를 애인이랑 같이 보러간 남자라면 주목해서 봐야할 장면이 있다. 마돌린(여자 정신과 의사)이 설리반(경찰인 갱)과 동거하려고 자기 짐을 들고 갔을 때 설리반이 어린 시절 마돌린의 액자를 보고 뭐하러 거냐면서 다른 방으로 치우는 장면과 빌리(갱인 경찰)가 마돌린을 만나러 집에 갔을 때 역시 똑같은 액자를 보고 자리를 다시 잡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마돌린이 어떤 기분이었을까? 여자는 사소한 배려에 약하다. 나중에 영화 끝나고 나서 이 두 장면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애인에게 물어보시라. ;)



EOB

금요일, 11월 24, 2006

[새소식] XBox 360 vs PS3: 개발자 관점 비교




결국 야루고 시루던 PS3가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호사가는 물론이고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양쪽 플랫폼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게임기나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양쪽을 비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오늘은 개발자 관점에서 양쪽을 비교해보기로 하자.



먼저 CPU 아키텍처를 볼까?




  • XBox 360: CPU 안에 PowerPC를 기반으로 만든 코어를 3개 담고 있다. 요즘 듀얼 코어가 인기인데, 트리플 코어의 원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PS3: CPU 안에 PowerPC를 기반으로 만든 코어 1개와 벡터 처리를 맡은 코어 8개가 들어있다.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보면 실제로는 벡터 처리를 맡은 코어는 6개만 사용할 수 있다.


여러분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CPU 아키텍처는 XBox360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PS3가 부동 소수점 연산에서 월등히 뛰어난 점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문에서는 XBox360에 확실히 밀린다. 특히 메모리 대역폭이 XBox360이 PS3의 세 배에 이르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 두고두고 가슴 아픈 일(?)이 많이 생길 듯이 보인다.



자 그렇다면 PS3에 벡터 프로세스 유닛이 8개나 장착되었는데 이런 결정이 개발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유감스럽지만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부동소수점 연산을 대부분 그래픽 프로세서(GPU)에서 수행한다. 따라서 점점 프로그래머가 벡터 프로세스 유닛을 다룰 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PS3는 과거로 회귀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물론 멀티미디어 코덱을 푸는 경우에는 벡터 프로세스가 달려있으면 월등히 유리하겠지만, 요즘 범용 프로세스 속력도 워낙 올라가서 3코어 정도면 Full HD H.264를 실시간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리라는 예측을 해본다. PS3 CPU에 장착된 벡터 프로세스 유닛에는 캐시도 없고 메모리 접근도 안되며 분기 예측도 불가능하며 어셈블리 명령어도 완전히 다르므로 계산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성능을 이끌어내기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병렬 개념을 이해한 프로그래머만이 PS3에서 제대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런 사람 구하기는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GPU이다.




  • XBox360: ATI를 등에 업고 만든 전용 GPU를 사용한다.
  • PS3: nVidia를 등에 업고 만든 전용 GPU를 사용한다.


누가누가 잘할까? 벤치마크 결과에 따르면 근소한 차이로 XBox360의 shader 연산이 PS3를 앞선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XBox360에 탑재된 GPU 트랜지스터 개수가 앞서며, XBox360에 탑재된 CPU에 내장된 그래픽 관련 명령이 PS3보다 앞서기 때문에 PS3의 벡터 프로세싱 유닛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확실히 PS3는 벡터 프로세싱 유닛의 도움을 받아 그래픽 관련 계산을 많이 할 수 있지만, 문제는 GPU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개발 환경을 살펴볼까?




  • XBox360: 윈도우 개발 환경과 유사한 개발 환경 제공
  • PS3: GNU 개발 도구


기존 PC에서 게임을 제작하던 개발자가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XBox360이 월등히 유리하다.



그러면 결론을 정리해보자. 시스템 성능 측면, 그래픽 처리 측면, 프로그램 용이성, 개발 도구 가용성에서 PS3가 XBox360을XBox360이 PS3를 월등히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S3가 유일하게 앞서는 부분은 벡터 프로세싱 부문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만한 개발자가 많지 않다는 가슴 아픈 사실이 소니 발목을 잡을 듯이 보인다. 하지만 플랫폼과 개발 환경 좋다고 반드시 재미있는 게임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으니... 내년에 PS3가 더 많이 풀리면서 등장하는 게임과 올 연말에 풀렸거나 풀릴 계획으로 있는 XBox360 게임의 진검 승부를 지켜봐야 한다. PS3 하드웨어 스펙에 대해 환상에 젖은 분들은 이 글이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떻게 하겠냐? 벌써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3세대 게임기를 만들고 게임 퍼블리셔만 잘 구워 삶으면 소니는 100% 패배하리라는 우려가 들기 시작하니...




참고 자료는 다음과 같다.


  • http://xbox360.ign.com/articles/617/617951p1.html
  • http://www.hardcoreware.net/reviews/review-348-1.htm
  • http://techreport.com/etc/2005q2/xbox360-gpu/index.x?pg=1



EOB

목요일, 11월 23, 2006

[독서광] 판단력 강의 101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너무나도 우유부단한 나머지 매번 일을 그르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한 기분이 들테다. 물론 이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면 더욱 답답하겠지만 말이다. 반대쪽 스펙트럼을 보면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쉽게 결정을 하지만 나중에 꼭 후회를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면 역시 답답할 노릇이다. 판단력 강의 101은 경제학 관점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최선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여기서 '최선의 의사 결정'이란 행운이나 우연에 기대지 않고 평균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항상 최고 결과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확실히 이익을 주는 의사 결정 기법을 의미한다.





맨 오브 오너라는 영화를 보면 우리의 주인공인 칼 브레이셔가 소련 원잠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바다 속에 가라앉 은핵폭탄 수거 작업을 성공리에 마치고 난 다음에 어이없는 사고로 한쪽 다리에 큰 부상을 입는 장면이 나온다. 다리를 그냥 두면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잠수부 생활을 그만둬야 하지만 뽀죡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과거 브레이셔를 그렇게 못살게 굴었던 빌리 선데이가 보낸 잡지 기사에서 힌트를 얻어 자신의 다리를 잘라서 불구자가 되는 방법을 택한다. 해군에서 불구자를 받아주기만 하면 자신은 계속 잠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2년 동안 더 잠수부 생활을 하고 잠수병 부작용으로 교관이 된 빌리 선데이의 뒤를 이어 교관이 된다는 아름다운 줄거리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바로 의사 결정의 중요성이다.



이 책 첫 장을 펼치면 미식축구 선수가 자기 손가락을 잘라버린 이유부터 시작한다. 로니 롯이 경기 중에 다친 손가락을 두고 의사는 은퇴하거나 손가락이 낫기를 마냥 기다리거나 재발이 쉬운 수술을 하거나 세 가지 옵션을 내건다. 하지만 마지막 옵션을 하나 더 듣고 나서 로니 롯은 과감하게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쪽을 택한다. 결과는? 짧아진 손가락 대신 선수 생활 9년을 더 얻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일반인이 평상시에 무의식 중에 실수하는 의사 결정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서 중요하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 무의식 중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습관을 기르도록 도와준다. 한계수익, 기회 비용, 매몰 비용, 수단과 목적 전도, 최선의 대안 찾기, 파레토 법칙, 약한 사슬 고리, 경계치 활용, 차익거래와 같은 복잡한 경제학 개념을 이야기식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경제학을 싫어하시는 분도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모든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의사 결정 나무를 매 판단마다 그릴 수도 없으며,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는 사건 발생 확률을 구하는 작업이 오히려 짐이 되어서 의사 결정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노력이 감내할 범위를 벗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사 결정 뒤에 숨어있는 큰 틀을 알고 접근하는 경우가 그렇지 못하는 경우보다 월등하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테다. 결국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대안을 찾고 평가하고 선택하는 몫은 자신에게 있으니 이 책을 읽고나서 자신에 맞는 의사 결정 기법을 찾아내어 자연스럽게 몸에 밸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한번 돌이켜보기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는 과거에 저질렀던 어리석은 실수를 불러일으킨 잘못된 의사 결정 방법을 바로 잡아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자.



뱀다리: 번역상태는 경제학 비전문가가 번역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 어색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오역은.... 표지 날개에 있는 101에 대한 설명이다.



101은 미국 대학의 교양과목을 일컫는 말이다.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를 한번 볼까?



At universitie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sometimes the course number of basic or entry-level courses. By extension, it is informally used elsewhere to indicate things that are meant for beginners. At universities with four-digit course numbers, the equivalent course number is 1001 or 1010. This usage is not common in the rest of the world.


교양은 무슨 교양... 개론이나 입문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산 101은 전자계산학과 학생이 들어야 하는 입문 과목이고, 화학 101은 화학과 학생이 들어야 하는 입문 과목이다. 문과 과목이나 교양 과목은... 'liberal arts'라고 부른다. 출판사는 반성 좀 하시라.



EOB

수요일, 11월 22, 2006

[일상다반사] 중급 개발자를 위한 리눅스 문제해결 세트 발매




요즘 한창 잘 나가는(정말?) '리눅스 문제 분석과 해결'과 계속해서 잘팔리는(다시 정말?)'리눅스 디버깅과 성능 튜닝'을 하나로 묶은 세트가 발매되었다.



원래 두 권을 구매하면 53,000원인데(25,000+28,000), 두권을 묶어 할인한 가격인 49,000에 구입하실 수 있다(물론 온라인 서점마다 할인혜택과 마일리지 혜택은 추가적으로 따라오겠지?). 또한 KELP 6회 공개세미나 자료집이 보너스가 포함되어 있으므로(jrogue군 기억을 돌이켜보면 공개세미나 자료집 보너스는 200부 한정일거다) 책 5장 내용을 좀더 알기 쉽게 예제와 그림으로 이해하시기 바란다. 공개 세미나 자료는 PDF로도 내려받을 수 있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인쇄된 책이 좋지 않을까?



맥주 한번 마실 유혹만 꾹참으면 책 두 권이 생겨서 리눅스 관련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머리 아픈 일이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다.



EOB

화요일, 11월 21, 2006

[일상다반사] Samba Tzigane 이벤트 당첨



예전에 로또를 사서 번호를 맞춰봤는데, 게임에 사용한 모든 숫자(!)를 다 조합해도 1등은 고사하고 2등도 나오지 않았던 기억이 솔솔난다. 운이라고는 거리가 멀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뭔가 제대로 된 적이 정말 단 한번도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5000천원짜리 즉석 복권에 딱 한번 걸려봤는데, 이 정도로 운이 좋다고 말하면 버럭!버럭!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번에... 요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한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았다'는 표현을 이럴 때 써야할 듯.



에이콘 출판사 뽑기 진행하신 분께 감사 말씀 드리며, 앞으로도 책 많이 파셔서 재미있는 이벤트 열면 좋겠다.

일요일, 11월 19, 2006

[영화광] 프레스티지(주의: 스포일러)



우선 이 영화를 보려고 마음먹으신 분은 혹시라도 스포일러성 힌트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글을 읽지마시기 바란다. 자... 경고까지 드렸으니 어떤 영화인지 주의깊게 살펴보도록 하자.



프레스티지는 '메멘토'로 유명한 크리스토버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19세기 말 영국을 배경으로 마술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다. 마술관련 프로그램만 하면 만사 제쳐두고 TV 앞에 찰싹 달라붙었던 분이라면 프레스티지를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아름답고 행복한 내용만이 전개되지 않고 라이벌 사이에 피 튀기는(암암... 다리 몽둥이 부러지고 손가락 잘리고 정말 피가 튀기긴 하다...) 경쟁이 벌어지므로 간이 작은 사람이라면 조금 부담스럽게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출연 배우진이 아주 화려하다. 휴 잭맨(구렛나루 없다!), 크리스찬 베일(역시 연기 잘해), 마이클 케인(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후함), 스칼렛 요한슨(역시 이 언니 너무 예뻐), 데이빗 보위(간만에 나오셨네요?), 앤디 서키스(아니 이게 누군가? 골룸과 킹콩만 보다 실물을 보니...) 등이 총 출동해서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마술에 빠져서 모두 열심히 노력했는지 연기도 잘했다고 보여진다.



주변 이야기만 했으니 본 이야기로 들어가보면... 영화 제목인 프레스티지는 마술에서 3단계인 사라졌던 주인공이 다시 등장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순간 이동 후 프레스티지가 가능한 비법을 놓고 두 주인공 사이에 치열한 머리 싸움이 전개되며.... (독자 여러분을 위해 자체 검열)...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마술과 컨설팅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로버트 앤지어가 테슬러의 도움을 받아서 순간 이동 마술을 완성시킨 다음에 극장주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얻는 피드백이 압권이다. 바로 "너무 적나라하니, 관객들이 진실이 아니라고 믿도록 만들기 위해 좀 감추도록 하게"라는 충고를 받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컨설팅은? 유명한 시스템 관리 분야 전문가인 니콜라스 즈베진트조프는 "(컨설팅 내용이) 진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매력적이면 됩니다."라고 말했는데, 두 상황을 엮어보면 마술이나 컨설팅이나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이벤트라는 결론에 이른다. 마술 실력이 앞선 보든이 청중을 사로잡는 말솜씨가 앞선 앤지어에게 항상 밀리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



영화에 얽히고 설힌 비밀을 알려주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서 거의 미칠 상황이지만... 독자 여러분을 위해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다. 궁금해서 못견디겠다면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관에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라.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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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M] '[15장 보충] 버그 경향을 통한 제품 출시 일정 결정' 올라갔습니다

제품 출시 일정을 놓고 관리층과 개발자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상황을 많이 목격했을 것이다.




사장님: 이번 제품은 x월 y일까지 반드시 출시한다! 모두 알겠나?
사원 A: 사장님, 이 정도 복잡한 제품을 만든 과거 경험에 따르면 x월 y일까지는 불가능합니다.
사원 B: 예, 사원 A말이 맞습니다. 아직 우리 회사 역량으로는 이렇게 무리한 제품 출시일정을 잡기 어렵습니다.
사장님: 어허~ 못하느게 자랑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나?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든, 전봇대로 이를 쑤시든 갑이 원하는 일정인 x월 y일까지 무조건 끝내게. 이상 회의 끝!


뭔가 정량적인 자료를 들이밀지 않으면 이런 상황에서 이길 장사는 없는 듯이 보인다. 이번에 새로 올려드린 글은 정량적인 버그 자료 분석을 통한 제품 출시 일정 결정 방법을 다루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출시일을 결정하는지 궁금하신 분께서는 지금 바로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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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1월 17, 2006

[새소식] Zune 문제 많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Zune이 역시 M$가 내놓는 첫번째 작품은 흥행에 실패한다는 속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이 보인다. 한마디로 판매량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투박한 외형에서 아이포드에 비해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 원인이 가장 큰 듯이 보인다.



이번에 Arts Technica에서 분석한 리뷰 기사에 따르면 Zune 소프트웨어의 음악 동기화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digg 기사를 보면 3200개 파일 중에 600개만 동기화가 되어서 대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음악이 잘나오고 비디오가 잘나오는 기능은 기본이라면 동기화는 기본 중의 기본(뭘 담아야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지, 버럭!)일텐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너무 서두른 듯이 보인다.



여튼 Zune도 버전 3가 되면 좀 쓸만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잘 동작하는 아이포드 3세대 배터리 교체 사업이나 벌이려고 마음먹고 있다. 어차피 warrant 기간은 지난지 오래이고, 망가지면 옳다구나 하고 신형 아이포드를 구입하면 되므로 마음 편하게 배터리를 교환이나 시도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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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1월 16, 2006

[독서광] 강컴 원서 판매 행사



요즘 개발자들이 책을 대략 멀리하는 분위기로 인해 채산성이 떨어져 거의 할인점(?) 수준으로 바뀌어버린 강컴에서 원서 판매 행사를 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12월 20일까지며, 쿠폰 4000원짜리를 붙여 판다고 하니까 원서가 필요하신 분은 이번 기회에 구매하시면 되겠다. jrogue군도 평소 사고 싶었던 책을 한 권이나 두 권정도 구매할 계획이다. 쓰다보니 주제가 독서광이 아니라 뽐뿌질이구만.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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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1월 14, 2006

[끝없는 뽐뿌질] 제비우스여 영원하라!



1980년대 오락실 기계가 마치 자기 저금통인양 착각하고 돈을 퍼부운 비디오 게임 키즈 중에서 제비우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다. 좌우로만 움직이는 인베이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좌우 전후로 움직이는 갤러그에 이어 3차원 그림자 효과와 공중 목표물과 지상목표물을 분리시켜 한층 조작이 어렵게 만든 제비우스가 나오자 키즈들은 모두 환호성을 울렸다! 바로 이거야~~~ 한걸음 더 나가서 비밀 보너스 등을 숨겨 놓고 탄탄한 줄거리가 담긴 시나리오까지 당시 '컴퓨터 학습'이라고 불리던 컴퓨터 잡지 책에 연재함으로써 일약 국민(?) 게임이 되어버렸다. 남코라는 회사가 성장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제비우스라고 해도 별 다른 태클이 들어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갑자기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다고 온갖 눈이 핑핑 돌아가는 최첨단 게임이 판을 치는 요즘과 같은 세상에 제비우스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냐구? 바로 PS3용 게임 타이틀인 Ridge Racer 7 때문이다. HD급 고해상도 화면에 맞춰 폴리곤과 파티클을 사용한 눈이 휘둥그래지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떡을 칠한 이 게임 데모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화려하긴 하지만 막상 즐기려고 컨트롤러를 잡는다면 별로 재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Ridge Racer 7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는 초기 자료 로딩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보너스로 제공하는 오리지날 제비우스가 아닐까 싶다.




(셀 프로세스 내부를 찍은 사진이다. 여러분 눈에도 PPE 엘리먼트 1개랑 SPE 엘리먼트 8개가 보이는가?)

Full HD급 H.264 파일을 실시간으로 자유자재로 풀어내고도 여유를 부리기 위해 벡터 프로세서를 내부에 여덟개씩(한개는 테스트 목적으로 생산 완료 후 잠궈버리므로 실제로는 일곱개만 쓸 수 있다)이나 장착한 PowerPC 기반의 64비트 셀 프로세서에서 요즘 나온 32비트 기반에서도 가능하고도 남을 8비트 게임을 돌리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화려난 자동차 경주 게임보다는 제비우스에 마음이 더 끌리니 이를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게임의 재미는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도 화려한 그래픽도 아니다. 오히려 탄탄한 줄거리와 알듯말듯 신비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내 친구 곰이 이야기했듯이 컴퓨터가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화끈하게 두드려 잡는 악당(?)에 있다. 이런 진리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 2006년도가 저물어 갈 때도 변하지 않는구나. 제비우스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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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월 12, 2006

[일상다반사] 치솟는 집값과 파생상품...



며칠전 인터넷으로 과천 아파트 18평 전세 가격이랑 매매 가격을 한번 살펴보고 나서 대략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전세 가격이 1억 2천부터 시작한다고 나와있지만, 대부분 미끼(?)로 나온 가짜 물건이고 실제로들어가려면 1억 5천은 가뿐하게 태우고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매매 가격은 10억이 조금 부족한 9억 선에서 오가고 있지만 지금같은 상승기에 누가 팔겠는가? 그냥 호가만 계속 올라가서 어느 순간 10억을 돌파하겠지... 여튼 대한민국 전 국민을 도박에 심취하도록 만든 집값 폭등세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위험(risk)에 얼마나 무지한지 다시 한번 느낀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전국민이 '집값이 계속 오른다'라는 파생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꼴이다. 어느 누구도 '집값이 하락한다' 쪽으로 배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상황인데, 이론적으로 생각하자면 대한민국 전체 통화(+ 일부 외국 통화)가 부동산으로 유입되어서 돈줄이 마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집값은 상승할 수 있다(CAN).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한가지 놓치고 있다. 부동산은 자산 분배와 유동성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물건이라는 사실이다. 주식 시장이 발달한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인데, 좋은 예로 여러분이 어떤 회사 지분을 항상 100% 단위로 사야한다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주저주저하지 않을까? 아파트나 땅이나 주택은 일부 지분을 인수할 수는 없으므로(아... 물론 공동 명의로 등기를 하면 되긴 하지만... 땅 같은 경우 모든 구역이 똑같은 값어치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땅 때문에 가족 사이에 깔찌뜯고 싸운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하다), 위험을 분산시키지 못할 뿐더러 유동성이 떨어지므로 하락장에서 손절매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누군가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들어서, "그래 지금이 정점이니 팔고 손털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팔기 위해 평균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대로 매물을 내놓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하필이면 똑같은 시기에 이런 생각을 품은 사람이 전국에 100명이 있었자. 갑자기 상승세를 그리던 곡선이 보합세를 그리다 하강세를 그리게 되었는데, 그 무렵 주저주저하던 1000명이 이런 모습을 보고 자기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치솟던 호가가 갑자기 떨어지니 신문에 대서특필 될테고... 갑자기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확대재상산이 되어 온갖 루머가 다 떠 돌면 사람들이 공황상태로 빠져들며 황급히 손실을 줄이기 위해(집 몇 채 있는 부자) 아니면 빚을 갚기 위해(주택 담보 대출로 집을 구입한 서민) 모두 집을 팔겠다고 아우성이 되며 그 결과 공급-수요 원칙이 깨지면서 물건이 누적되고(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집이나 땅은 분할 매매수가 불가능하다) 다시 가격은 하락하는 선(아니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한다. 결국 몇 백조가 공중으로 붕 떠버리는 거품이 터진다는 집값 붕괴 시나리오는 보통 이렇게 어이없이 시작하는 데, (나중에 실제로 터졌을 경우) 솔직히 진짜 원인은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시나리오가 당분간은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먹혀들어갈 가능성이 희박해보인다. 우선 '집값이 떨어진다'에 배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동원해서 사전 차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라는 규칙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고 없다고 _믿어야_(암암 믿고 싶지...) 하기 때문에 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을 어떤 희생(?)을 치루고서라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강남-과천-분당-평촌-일산에 살면 교육환경도 좋고 살기에도 편하다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입아프다. 이래서 정책 입안자들이 '집값이 떨어진다'라는 규칙을 강제하기 위해 펼치는 어떤 발표를 하더라도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집값이 떨어진데이~ 지금 까불랑거리는 애들 모두 조심해라'라고 미리 패를 보여주는 정부랑 옳다구나 하고 상대편 손에 들려진 패를 본 소위 _있는_ 자들이 짜고치는 고스톱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냥 마음 편히 전세(또는 월세)집에서 '타짜'나 보고 지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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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1월 11, 2006

[APM] ' [14장 보충] 코딩 파이프라인과 분기 예측' 올라갔습니다



똑똑한 관리자와 멍청한 관리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로젝트 중반 이후부터 극명하게 나타난다. 똑똑한 관리자는 항상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걸림돌을 프로그래머가 자각하기 전에 해결해주며, 멍청한 관리자는 걸림돌이 현실화 되어서 프로젝트 진행을 가로 막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짱만 낀채로 수수방관하고 내버려둔다.



"난 프로그램을 모르니까 프로젝트 구현 단계에서 발생하는 걸림돌은 프로그래머가 알아서 풀어야 하는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계신 프로젝트 관리자가 있다면(jrogue군 블로그 애독자 중에는 없으리라 본다.), 더 이상 여러 사람에게 민폐끼치지 말고 바로 사표 쓰시기 바란다. 지나가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충고한다. 올려드린 사진을 보면서 여기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토요일 오전부터 상당히 까칠하게 나왔는데, 이 글을 읽어보면 jrogue군이 멍청한 프로젝트 관리자에 대해 열을 팍팍올리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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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1월 10, 2006

[일상다반사] Samba Tzigane 이벤트



에이콘 출판사에서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위해 이벤트 행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재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jrogue군도 "두스코 고이코비치" 내한 공연 행사 당일에 부산에 내려가지만 않았더라도 라이브로 구경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무척 아쉬워하고 있다. 나중에 녹화된 클립을 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노익장(!)에 감탄했는데, 이런 분위기나 문화가 무척 부러웠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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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1월 09, 2006

[독서광] 메디치 효과



살다보면 주변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극단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 인문학이나 교양과 같은 사치스러운 학문은 필요없어. 내 전공만 파기에도 세상은 너무 좁아.
  • 난 손에 물묻히기 싫어. 전문적인 지식은 필요없고 비록 깊이는 얕지만 온갖 세상 돌아가는 원리만 알고 있다면 필요할 경우 전공자를 포섭해서 일을 처리하지 뭐.


이런 극단적인 사람을 만나면, 예예, "당신 팔뚝 정말 굵습니다."라고 말하며 도망치는 방법이 최선이다.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공만 죽어라고 파는 사람은 외골수가 되기 쉽고 전공을 제외한 나머지만 죽어라고 파는 사람은 실천력이 부족한 _빅_마우스가 되기 쉽상이다.



메디치 효과에서는 이런 깊이와 너비 사이에 균형을 맞춰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평가해서 창의적인 작품/제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다룬다. 이 책에서는 여러 분야에 전문가와 함께 일하며, 스스로도 다양한 직업/취미/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전혀 무관한 듯이 보이는 교차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창의적인 혁신에 필요한 유의미한 조합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행운은 평상시에 갈고 닦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말이 있듯이 문제 해결도 계단을 밟아 차츰 진행하는 대신 어느 한순간에 일어나므로 행운을 잡기 위해서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읽고서 평소에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다. 피카소는 20,000점이 훨씬 넘는 작품을 만들었고, 아인슈타인은 논문을 240편 넘게 썼고, 바흐는 매주 칸타타를 작곡하고, 에디슨은 특허만 1,000개 넘게 신청했고, 프린스는 작곡을 1,000건 넘게 했고, 리차드 브란손은 회사를 250개 이상 창립했다고 한다. 지금 예로 든 놀라운 천재들이 이번 일은 사소하니까 대충하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진행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대부분 좋은 작품은 여러 작품 속에서 우연히 나오기 마련이다.



아... 흥미롭게도 이 책에서도 jrogue군이 습관처럼 말하는 다양한 문화 접하기, 사물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 다른 분야에서 교훈 얻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에 맞서기를 강조한다. 여러분도 평상시에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남이 보기에는 이런저런 쓸데 없다고 여기는 엉뚱한 생각도 많이 하기 바란다. 혹시 모르지... 이러다보면 교차점을 찾아내어 엄청난 업적을 달성하거나 돈을 왕창 벌지? 혹시 jrogue군 때문에 $을 갈쿠리로 쓸어담게 되면 나중에 맛난 술이나 사기 바란다. :P



참고: 시간 관계상 책을 못읽는 분을 위해 요약 자료(PDF)를 드릴테니, 일단 한번 읽어보시고 감이 좋으면 그 때 책도 구입해서 읽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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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1월 08, 2006

[새소식] 마이크로소프트, 비디오 부문에서 애플에 역습



애플이 iTV를 발표해서 향후 디지털 비디오 부문에서 확실하게 뭔가(?)를 보여준다고 운을 떼놓은 모습을 보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잔뜩 기대를 품고 있을 시점이다. 물론 아마존을 비롯해서 몇몇 회사가 비디오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열심히 립서비스를 해줬지만, 솔직히 삽질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이튠즈의 성공을 보면서 너무나도 배가 아팠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전쟁의 전면에 나선다면?



구글에게 밀리고 애플에게 밟힐 수는 없다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 360을 전면에 내새워 애플과 비디오 시장을 놓고 전쟁을 치룰 모양이다. 다름 아닌 XBox 360 1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11월 20일부터 아킴보 셋탑 장치와 연동해서 HD 비디오를 내려받을 수 있는 XBox 라이브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긴급 소식이 입수되었다. "티보, 넷플릭스, 애플... 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라는 모토로 시작한 이번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특히 라이선스 부문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 시작 시점에서 800시간 분량의 SD 영상물, 200시간 분량의 HD 영상물을 제공한다
  • 영화는 "대여" 개념으로, TV 프로그램은 "구입" 개념을 도입했다 --> 저작권 문제를 적절하게 풀었다는 생각이다
  • "구입"한 TV 프로그램은 필요할 때마다 무제한으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여러 콘솔에 내려받거나, 외장형 장치에 담아서 친구 집에서도 볼 수 있다
  • 영화는 첫 24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내려받은 영화는 14일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 영화 형식: VC-1 (aka WMVHD)720p, 6.8Mbps 비디오, 5.1 서라운드
  • 초기 타이틀: CSI, 매트릭스, 미션 임파서블 III, 사우스 파크, 수퍼맨 리턴즈, 등등


미국내 XBox 360 사용자들은 HDD 구매하느라 정신이 없겠군. 한국에도 이런 서비스를 언제 시작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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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1월 07, 2006

[끝없는 뽐뿌질] 애플 스토어 (한국) 오픈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국 애플 스토어를 애플에서 직접 운영하게 된 모양이다. 다른 점을 찾아봤는데... 드디어, 한국에서도 BTO(Built To Order)가 가능해졌다는 사실! 기분으로 맥북프로 17인치 풀 옵션 한번 때려봤더니... 6백 4십 4만 2천 2백원이란다. 바로 좌절... T_T



혹시 아이포드 구매하실 분은 글자 새겨주는 서비스를 활용하기 바란다. 단, 글자를 새길 경우 반품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꽃필 듯이 보인다. 뽐뿌질을 열심히 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신형 아이포드를 구매하러 가시라.



참고 URL: http://store.apple.com/080-3404-622/WebObjects/koreastore



뱀다리: 오픈 이벤트를 여러분께 소개하는 이 센스~~~ 주의: 회사에서 발송하는 광고성 편지가 싫은 분은 되도록 응모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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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11월 06, 2006

[새소식] XBox 360 HD-DVD에 얽힌 사연



문제부터 하나 내보겠다. 원시 코드 길이가 470만 행이고, 수백만 달러라는 돈을 들여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Box 360을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있다. 무엇일까?



XBox 360 운영체제? 천만의 말씀. 놀랍게도 XBoX 360 HD-DVD 재생을 위한 소프트웨어이다. 아니 HD-DVD 재생기에 무슨 소프트웨어가 필요해? 여기서부터 정말 눈물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드웨어로 하기 힘들거나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을 소프트웨어에 맡긴다는 평범한 진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인데, XBox 360은 DSP를 사용하지 않고 트리플 코어가 내장된 PowerPC CPU 화력으로 H.264, MPEG, VC1, DTS, 돌비 디지털 코덱을 풀어낸다고 한다. HD-DVD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부품을 나열해보았다.


  • 비디오 코덱: H.264, MPEG-2, VC1
  • 오디오 코덱: 돌비 디지탈+, DTS, TrueHD, LPCM, MPEG
  • HDi: HD DVD 런타임 엔진(HD DVD 전용 네비게이터)
  • GDI: 메뉴
  • AACS: 암호/DRM
  • MF: 오디오/비디오 파이프라인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윈도우 세상부터 텃밭으로 자리 잡아왔던 x86도 아니고 신형 코어인 PowerPC 환경에서 몇 개월동안 이 엄청난 삽질 + 최적화를 몸으로 때운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jrogue군이 리눅스 관련 개발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약하다는 소리는 바람둥이가 여자에게 인기 없다는 속설만큼이나 말이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관련 URL: http://blogs.msdn.com/xboxteam/archive/2006/11/03/emergence-day.aspx



뱀다리: 물론 이렇게 소프트웨어로 개발한 HD-DVD 성능은 실제 물건을 손에 쥐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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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월 05, 2006

[APM] ' [13장 보충] 급할수록 돌아가라' 올라갔습니다

jrogue군이 200x년도에 회사에 출근할 날수를 따져보니... 300일이 넘었던 적이 있었다. 해외 출장으로 1.5개월 정도 나가있었으므로 여름 휴가와 구정/설을 제외한 거의 매일 출근한 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생산성이 급격하게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와서 조금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느낌이다. 톰 드마르코 큰 형님의 가르침을 받아 APM 13장 보충글을 올렸으니 겨울비도 오는 꿀꿀한 일요일을 번득이는 영감과 함께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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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1월 04, 2006

[일상다반사] 리눅스 커널 4글자 짜리 단어 개수(19금)



'Four letter words'라는 용어가 있다. 아마 학창시절에는 호기심을 못이기고 사전에서 이런 네 글자 짜리 단어를 찾아보신 분이 많이 계시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과감하게 블로그에 금기시 되는 주제를 올려본다. ;) 미리 19금이라고 제목에 붙였으니 읽을 분만 읽어보시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말이 좋아 화이트 컬러지 노동 강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입은 물론이고 손도 거친 사람들이 많다. 결정적인 증거를 대보라고 하면... 리눅스 커널 내에서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단어 개수를 세본 결과를 증거 '갑'으로 제출하면 끝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커널 버전이 올라가면서 행 수도 늘어나고 복잡도도 올라감에 따라 이런 4글자 짜리 단어 개수도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f**k라는 단어는 커널 2.2.4에서 약 스무 개 정도였는데, 커널 2.4.7에서는 사십 개, 커널 2.6.18에서는 육십 개를 넘어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원시 코드 전체 크기가 f**k 개수보다 훨씬 빨리 커지고 있으므로 f**k를 포함한 코드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리눅스 개발자들이 저속하다고? 그렇다면 여러분이 만든 소스 코드에서 한번 금기시 되는 단어를 검색해보기 바란다. 지난번 M$ 윈도우 소스 코드가 유출되었다고 한번 난리가 났을 때 호사가들이 수행한 흥미로운 조사를 보면 상용 소프트웨어라고 예외는 아닌 듯이 보인다. 세상은 원래 그렇고 그런 곳이니 자신만 청렴하고 차카게 산다고 떠벌리고 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큰코 다칠지도 모르겠다.



뱀다리: 최신 리눅스 커널 2.6.x 소스 트리 루트에서 grep -rI fuck * 라고(-RIw 옵션은 단어 단위로검색하므로 사용하지 말기 바란다) 입력하니... 참으로 아름다운(?) 문구가 많이 나오더라. 여러분도 졸리고 따분하고 인생이 재미가 없을 때 한번쯤 시험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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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1월 03, 2006

[새소식] 윈도우 CE 6.0 발표



임베디드 부문에서 리눅스와 윈도우 CE가 혈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 3단 변신 끝에 점점 서로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윈도우 CE 6.0은 이제 쓸만하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한 윈도우 CE5.0 기능을 강화시킨 이외에 색다른 측면에서 리눅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바로 공유 소스 코드 프로그램이다.



극소수 MVP 개발자와 전략적인 파트너에게는 이미 윈도우 CE 커널과 응용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제공했다고 알고 있는데, 윈도우 CE6.0에서는 이를 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소스 코드 없는 설움에 지쳐 리눅스 세계로 떠나가는 개발자 발목을 잡을 모양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되어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지 살펴볼까? 다음 조건에 해당하면 프리이엄 라이선스를 얻을 수 있는 모양이다.





  • 시스템과 디바이스 OEM이며, 12개월 이내에 윈도우 CE 라이선스 5000개 이상을 소비할 수 있는 회사
  •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임베디드 파트너 프로그램 시스템 통합 멤버로 골드 회원
  •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리미어 공동 개발 파트너
  • 윈도우 CE를 위한 공인 BSP 칩 업체
  • 마이크로소프트 MVP


어떻게 보면 벽이 높아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벽이 상당히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점점 회사 참여로 상업화되어가고 있는 리눅스와 점점 소스 공개 프로그램을 확장해나가면서 오픈소스 쪽으로 세몰이를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얼굴을 바꿔나가고 있는데, 과연 임베디드 개발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무척 알쏭달쏭해지는 시점이다.



참고 URL: http://www.windowsfordevices.com/news/NS26323174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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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1월 02, 2006

[독서광] Why Programs Fail



jrogue군이 연속으로 리눅스 디버깅과 성능 튜닝에 이어 리눅스 문제 분석과 해결을 번역한 이유는 얼마나 디버깅이 개발자를 괴롭히는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Why Program Fails: A Guide to Systematic Debugging"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을 안 읽고 넘어갈 수 없었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틈틈히 읽었고, 귀국해서 며칠 집중 투자를 해서 수식이 가득한 부록만 가뿐하게 제껴주고 남은 부분은 모두 읽었다.



이 책은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따져서 위치를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을 다룬다. 목차를 잠깐 정리해보자면 문제 추적, 프로그램을 죽게(?) 만들기, 문제 재현, 문제 단순화, 과학적인 디버깅, 오류 추론, 사실 관찰, 근원 추적, 기대 가정, 원인과 결과, 오류 원인 격리, 원인-결과 연쇄 격리, 결함 수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특히 수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델타 디버깅과 그래프 추적 방식은 무척 참신한 접근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gdb의 그래픽 프론트엔드인 DDD를 만든 사람 답게 저자는 여러 가지 디버깅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 역시 본문 여러 곳에서 다루고 있다(물론 jrogue군이 번역한 책을 읽은 독자라면 데자뷰가 느껴지겠지만... :P).



하지만 동전에 앞 뒷면이 있듯이 이 책을 읽고나서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문제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책에 나온 내용만으로 모든 경우를 따지기 어려울 뿐더러 개발자는 디버깅을 하면서 전문 분야에 얽히고 ?힌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디버깅' 자체를 과학적으로 정의한 다음 이를 따르려고 해도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책에 나오는 코드 예제는 너무 쉽기 때문에(설명을 위해 어쩔 수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여러분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로 scale up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문제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소프트웨어-하드웨어-운영체제 등이 이리저리 꼬인 상황에서는 _행운_이라는 요소도 개입하므로 체계적으로 접근하더라도 잘 안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역시 이론과 현실은 다른 모양이다. T_T



"디버깅"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 평상시에 프로그램 디버깅 과정에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한 개발자라면 이 책을 읽고 건질 내용이 있겠지만, 만병통치약을 바라고 이 책을 드는 순간 입맛만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너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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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0월 31, 2006

[끝없는 뽐뿌질] ‘마눌님이 허락하는’ 제품들



한국이나 미국이나 상황은 비슷해서 재정경제부 장관님(?)의 허가를 득하지 않으면 구입하지 못하는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혹자는 뽐뿌질에 찌들린 불쌍한 인생을 구제하는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실제로 뽐뿌질에 말린 사람에게는 이런 충고가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하지만 어딜가나 야매는 있는지라, 이번에 실린 ZDNet 기사에서 마눌님을 설득하면서 뽐뿌를 당하는 방법에 대한 잔재주를 알려주고 있다.



이 중에서 jrogue군의 밥벌이와 관련이 있는 물건은 바로 티보이다. 설명을 한번 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듀얼 튜너를 장착하고 있는 지의 여부라는 것을 명심하여라. 이 기능은 두 개의 쇼를 동시에 녹화할 수 있게끔 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부부들이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 (더 이상 채널로 싸울 일이 없음으로)


그렇다면 당신은 듀얼 튜너(튜너를 두 개 장착해서, 프로그램 하나를 녹화하면서 다른 프로그램은 (HD)TV 화면에 보여준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듀얼 튜너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결정적인 구실을 할까? 독자 여러분의 댓글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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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10월 30, 2006

[영화광] 귀향(주의: 스포일러)



원래 상영시간 내내 Zzz할 줄 알고 미리 커피까지 마신 다음 맘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좌석에 앉았는데, 두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가버렸다. 관객과 더불어 밀고 당길줄 아는 감독의 능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스포일러가 있다고 미리 제목에서 암시를 했으므로,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읽고나서 버럭(!)해도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두겠다. 영화를 안보겠다고 마음먹은 독자 여러분만 입장하시라...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한 많은 여인네들의 비극적인 삶을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_재귀적_으로 그린 영화이다. 왜 재귀적이 되는지 말하면 초강력 스포일러가 되어버리기에 차마 말은 못하겠지만, 여튼 기구한 운명을 여러 세대에 걸쳐서 잘도 풀어낸다. T_T



그런데 감독은 결코 관객들이 손수건을 꺼내고 눈물을 펑펑 흘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신비주의적인 요소에 코믹한 요소를 곁들어서 꽈배기처럼 꼬인 운명을 한번 걸러내고 있다. 그 결과 여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복수임에 주의하자)은 주변 환경으로 인한(영화 초반에 나오는 강한 바람이 이를 상징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동적인 삶 대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새로운 생명(암암... 아무리 봐도 여자는 생명을 상징하지)을 얻게 된다. --> 허허... 간만에 어려운 말을 제대로 골라서 썼더니 jrogue군도 헷갈리군.



물론 다른 연기자도 훌륭했지만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연기를 보이는 주인공은 자신의 한을 감추고 살아온 우리의 억척스러운 엄마(?)인 라이문다(페넬로네 크루즈, 첨부한 사진 참조)이다. 특히 라이문다가 야매 음식점을 열어서 운영하다 어떻게 기회가 닿아 파티를 여는 도중에 부르는 노래는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 일순간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도화선으로 작용한다(마치 매트릭스 3부에서 기계 도시의 심장부로 들어가기 전에 아주 잠깐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위에서 태양을 보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래, 비록 _멍청한_ 남편들(아니 남자들) 때문에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긴 상처입은 여자들이지만 우리에게는 아픈 현실을 서로 보듬어줄 친구/가족/이해해주는 사람이 존재해 - 이는 남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 부러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뱀다리: 페넬로네 크루즈가 74년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하다니! jrogue군은 충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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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0월 29, 2006

[APM] ' [12장 보충] 신뢰 쌓기: 나 - 전달법' 올라갔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해서 늘 소프트웨어 개발 책만 보면서 프로그램만 짜면 바보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 오늘은 상당히 색다른 주제인 '부모 교육'을 택해서 '부모'라는 단어를 '관리자'라는 단어로 슬쩍 바꿔놓은 블록을 한번 쌓아봤다. 관리자라면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지 반성해보시고, 팀원이라면 자신의 관리자가 어떤 스타일인지 생각해보도록 하자. 또한 다 읽고 나서 본문 중 '관리자'를 '부모'로 바꾼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보시고, 아직 싱글이라면 과거 부모님이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되돌아보고, 자식이 있다면 현재 아들 딸을 자신이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반성해보자.



여전히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런 주제로 글을 쓰려니... 대략 민감한 사항이라 플레임 워 방지를 위해 지금 이 블록만 댓글 제한 들어간다(하지만 실제 내용을 다루는 tapm 쪽은 댓글 쓰기 열려 있다). 미안하지만 여긴 네이버가 아니거든...

목요일, 10월 26, 2006

[독서광] 블로그 마케팅: 홍대리가 블로그를 만든 까닭은?



요즘 들어와서 개인뿐만이 아니라 기업에도 블로그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서 기업형 블로그 제작 전략에 대해 책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블로그 마케팅: 홍대리가 블로그를 만든 까닭은?"이라는 책도 초기 시장을 노리고 들어온 책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해줄까? 이 책은 어느 정도 블로그를 알고 있거나 이미 블로그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보여진다. 혹평을 해서 대단히 미안하지만, 최근에 jrogue군이 책을 읽다가 계속해서 꾸벅꾸벅 졸아본 적은 처음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책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반복하기 때문에 이 책을 독파하려면 그야말로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블로그를 좀 부풀려서소개하므로 기업 담당자의 엉뚱한 상상력만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책 뒤표지에 있다. 똑같은 내용이 온라인 서점에서 제공하는 '책속으로'에도 나오는데... 이 요약 정리만 읽으면 나머지 내용은 딱히 읽을 필요가 없어보인다.





44페이지에서 인용: 블로그 컨설턴트 폴 채니는 비즈니스맨들이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 검색엔진 마케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블로그를 활용하면 구글이나 야후 같은 주요검색 엔진에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소비자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블로그를 활용하면 고객과 직접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 브랜드 구축의 통로가 된다: 블로그는 당신의 브랜드를 고객 앞에 내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채널이 될 수 있다.
  • 경쟁사와 차별화가 쉽다: 블로그는 당신의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말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블로그를 활용하면 고객과의 개인적인 관계를 장기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
  • 틈새공략이 가능하다: 블로그는 당신이 특정한 산업의 틈새를 파고들도록 도와준다.
  • 훌륭한 홍보 매체다: 블로그는 훌륭한 홍보수단이다. 블로그는 있기만 하면 소비자가 저절로 찾아오는 무료 광고다.
  • 전문가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블로그를 활용하면 해당업계의 문제에 대한 당신의 입장과 지식, 전문적인 견해를 분명히 밝힐 수 있다.
  • 인트라넷과 프로젝트 관리가 쉽다: 블로그는 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에 쉽고도 훌륭한 도구다. 이것은 가장 덜 알려지고,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는 블로그의 영역 가운데 하나다.




혹시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기업에서 블로그 프로젝트가 맡겨졌는데, 아직 블로그를 한번도 운영하거나 사용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 업무가 필요한 홍'대리'이다. T_T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블로그 기획을 맡길까? jrogue군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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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0월 25, 2006

[새소식] 맥북 프로 신형 모델 출시



이미 그림 제목을 보면 감이 왔겠지만, 인텔 코어 2 듀오를 탑재한 신형 맥북 프로가 출시되었다. 2.16Ghz와 2.33Ghz를 탑재한 신형 모델은 과거 모델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면은 없지만 몇몇 아쉬운 부분에 대해 팬 서비스 차원에서 개선이 있었다.





  • 메모리: 메모리가 1G/2G로 팍팍 늘어났다. 아무래도 paralles와 같은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돌리려면 기본 2G는 되어야 한다.
  • HDD: 역시 120/160G로 조금 늘어났다.
  • 불끈: 15인치에도 불끈 800이 기본 탑재
  • 광학 드라이브: 15인치는 4x에서 6x로 속력 개선


현재 15인치 모델이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jrogue군은 어떻게 할거냐구? 눈감고 살기로 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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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0월 24, 2006

[일상다반사] 제 6회 KELP 세미나



제 6회 KELP 세미나가 풍성한 가을을 맞이하여 열린다고 한다.


  • 장소:전경련회관 대회의실 (지하철 여의도역 2번출구 도보 5분)
  • 시각: 11월 5일(일) 10시 ~ 5시



jrogue군도 첫번째 세션(10시 ~ 12시)인 "C언어 환경을 위한 고급 디버깅 기법"을 맡아서 진행할 계획이다. 2시간짜리 강의에서 지난번 KLDP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1시간 동안 설명하고 추가적인 내용을 설명할 계획이다.



강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 스택 프레임과 스택 동작 방식
  • 함수 호출 규약과 ABI 소개: x86, x86_64, ARM, PowerPC(새로 추가), MIPS(새로 추가)
  • gdb와 같은 디버그를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 내부에서 스택 프레임을 역추적(backtrace)하는 방법: x86, x86_64(새로 추가)
  • 컴파일러 최적화(새로 추가): 스택 프레임 포인터와 인라인, 기타 디버깅을 어렵게 만드는 숨겨진 비밀
  • 디버거로 가공하지 않은 스택 내용 분석하기(새로 추가)
  • 스택 오버플로우, 스택 손상, 해커(새로 추가)
  • 스택 손상을 발견하기 위한 디버깅 도구 활용법(새로 추가)


어제부터 환절기를 우습게 봤다가 감기 몸살이 걸려서 발표자료를 정성들여 준비하는 과정에 대략 문제가 발생했지만 어떻게든 위기를 돌파해볼 계획이다. 그러면 여러분들과 세미나 시간에 만나길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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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0월 22, 2006

[APM] '[11장 보충] 연습과 이론을 어렵게 만드십시오' 올라갔습니다.

오늘은 프로젝트를 가상적으로 체험하는 기법인 프로젝트 관리 시물레이터와 전쟁 게임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그런데 이번 블록을 쌓기 위해 참조한 요돈 큰형님께서 지은 'Death March'(2nd Ed.)는 솔직히 말해서 읽을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는 내용으로 꽉꽉 차 있다. 이번에도 jrogue군이 그냥 스치고 지나쳤던 중요한 사실을 하나 찾아냈이니 말이다. 여러분도 'Death March'는 반드시 읽어보시길(한글판인 죽음의 행진도 나와있는데, 번역 수준은 아직 평가해보지 못했으니 혹시 읽어보신 독자분이 계시다면 답글 부탁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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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맥북 부팅 문제 해결하기



jrogue군 맥북이 며칠 전부터 갑자기 부팅이 안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경쾌한 시동음과 함께 사과 마크가 화면 중앙에 나오고 부팅 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시동디스크가 없다는 마크(폴더 모양에 물음표 붙은 아이콘)가 화면 중앙에 나오면서 부팅을 거부하는 게 아닌가?



우선 전원 코드를 분리하고 배터리를 분리했다가 새로 장착한 다음에 배터리 용량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애플 배터리는 용량 확인을 위한 스위치가 있다. 스위치를 누르면 잔량이 LED로 표시된다), 다시 부팅을 했지만 묵묵부답... T_T



노트북은 고장 날 확률이 25%라는 통계가 있을만큼 하드웨어적으로 자질구레한 각종 문제가 많이 생기므로 jrogue군도 처음에는 노트북 내장 HDD가 날아갔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도 백업은 해 놓은 상태라서 최악의 경우 내장 HDD를 교체할 경우에도 피해는 없는 상황이었다.



자, 그러면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기 전에 jrogue군이 할 수 있는 대응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리숙하게 보여도 jrogue군 매킨토시 짬밥은 10년이 넘는다(정확하게 말하자면 맥 SE/30이랑 맥 IIci 모델이 존재했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시작했으니 _15년_이다). 어차피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더라도 별 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A/S 입고 시키라는 이야기가 전부일테니까,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요행이 따라) 해결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겠는가? 다음은 jrogue군이 시도한 방법이다.





  • 먼저 부팅 DVD 1번을 넣고 부팅을 시도해보았다. 설치 화면이 펼쳐지는 순간 상단 메뉴에서 디스크 유틸리티를 가동시켜 정말 내장 HDD를 인식하지 못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일 어떤 이유에서 디스크는 인식하되 운영체제가 담긴 파티션이 망가졌다면 새로 설치하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크 유틸리티를 가동하는 순간에 시스템이 뻗어버리면서 커널 패닉이 일어났다. 상당히 좋지않은 징조이다. 몇 번 시도하다 요행히 디스크 유틸리티가 동작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디스크 유틸리티가 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말았다.
  • 디스크 유틸리티를 종료하고 이번에는 장치 관리자에 들어가서 SATA 섹션을 뒤져서 디스크가 인식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유감스럽게도 디스크 이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 이쯤 되면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고 싶어질거다. 배터리 분리해서 시리얼 번호도 적고 전화 번호도 적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이 하나 떠 올랐다. 바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
  • 부팅 DVD 1번을 넣은 다음에 시동 과정에서 D키를 눌러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동작시켰다. 그런데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뜨다가 커널 패닉이 일어나버렸다. 만일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깔끔하게 떴다면 HDD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겠지만, 이제는 양쪽을 모두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되니 jrogue군 머리 속이 무척 분주해졌다. 만일 뭔가 조치를 취해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슬슬 로직 보드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
  •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PMU와 NVRAM이다. 애플 계열 노트북은 일반 x86 계열 노트북과는 조금 달라서 전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칩이 별도로 내장되어 있다. 이를 PMU라고 부른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아주 멋지게 전원을 관리해주는 PMU가 종종 오동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이게 바로 문제다. 또한 일반적인 x86 PC에서 사용하는 CMOS setup 개념과는 달리 맥에서는 NVRAM에 필요한 setup 정보를 저장한다. 역시 NVRAM이 진일보한 방식이긴 하지만 NVRAM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 잘못되어버리면 그 다음부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가 엄청한 삽질을 하게 된다.
  • 부팅 시 키 조합(주의: x86 CPU 탑재 맥에 해당한다)을 찾아서 NVRAM 리셋을 하고 PMU 리셋 방법을 찾아서 역시 PMU 리셋을 했다. NVRAM 리셋은 그냥 Option키-Command키-P키-R키를 비프음이 두 번 들릴 때까지 계속 누르고 있으면 끝나고 PMU 리셋은 본체에서 전원 코드를 뽑고 배터리까지 분리한 다음에 전원버튼을 5초 동안 누르고 있으면 된다. 손목 시계 옆에 두고 대략 6초 후 전원 버튼에서 손가락을 떼기 바란다.
  • 그리고 다시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을 돌리니까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이 떴다. 램 확장 테스트를 시켰더니 무사 통과. 이렇게 되면 로직 보드 쪽 문제에서 다시 HDD 쪽 문제로 중심이 옮겨진다. 하드웨어 진단 프로그램을 종료하면 내장 HDD로 부팅하게 되는데... 가슴 졸이며 종료시켰더니 사과 마크와 함께 내장 디스크로 부팅이 시작된다. 우와~ 빙고!
  • 다시 시스템을 재시동하면서 옵션 키를 눌러서 DVD가 아닌 내장 디스크가 나타나는지 확인한 다음에 내장 디스크로 부팅을 시도했다. 두서너차례 부팅을 계속했지만, 문제없이 동작했다. 상황 종료.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이 궁금하다구? 그렇다면 jrogue군이 번역한 리눅스 문제 분석과 해결 1장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비단 리눅스 뿐만 아니라 다른 운영체제나 다른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관련 디버깅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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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0월 19, 2006

[독서광] 우연의 법칙



독일을 여행하다보면 독일 사람들의 계획성과 치밀함에 감탄하곤 한다. 시내 곳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마다 주간/토요일/일요일 배차 시각표가 붙어있는데, 거의 분단위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도착하고, 한국보다 훨씬 철도망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기차도 비교적 제 시각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종종 대형 사고(?)가 터져서 ICE도 10분 넘게 연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하다. 이런 _철저함_을 지향하는 독일 사람인 슈테판 클라인이 쓴 '우연의 법칙'은 독일 사람 답지 않은 '우연'이라는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무척 특이하다. 책 초반부를 읽으면서 혹시 제목에 ?인 게 아닌지 우려가 되었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니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리학, 생명공학, 심리학, 수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 심지어 _공학_에 이르기까지 우연과 관련한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고 깊이가 얕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우연'이라는 골치 아픈 상대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므로 사람마다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엇갈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백과사전류의 지식 나열을 싫어하고 조금 깊이 있는 주제를 바라는 사람은 피하는 편이 좋겠지만, jrogue군처럼 호기심 천국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시간 날 때 한번 죽 읽어볼만하겠다. 번역 상태는 중간 정도...



책 내용에서 흥미로운 구절을 하나 소개한다.



복잡한 상황에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은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그만큼 속도가 떨어지고, 결과와 오류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완벽함을 위해서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그로 인한 낭비는 그로써 얻는 안전성을 능가한다. 킬의 경제학자 헤르베르트 기어슈는 "한 번도 비행기를 놓쳐보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항 대합실에서 허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말 맞는 말 같다. jrogue군도 과거에는 모든 일을 계획적이고 꼼꼼하게 하려고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마구 줘 가면서 일을 했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기준을 상당히 완화시켜서 일을 하고 있다. --> 부작용: 속력은 올라갔지만 실수를 많이 한다. 덕분에 번역 과정에서 '해'님과 베타리더분들 고생을 많이 시키고 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한다. ;)



뱀다리: 책을 읽는 도중에 해외 여행을 가는 이유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예술가와 작가가 낯선 계계와 만남을 통해 여기서 받은 자극을 새로운 스타일 개발에 사용했다는 예가 나온다.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내용 아닌가? 바로 며칠 전 올려드린 jrogue군 QnA 글에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다. 이런 우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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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10월 16, 2006

[일상다반사] jrogue군에 대한 QnA(1)



애독자분께서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jrogue군에게 던지셨다. 애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대답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다른 일을 모두 멈추고 붓을 들어본다.



Q: 애독자입니다.
비행기 탈때도 시스템에 대한 만가지 생각을 하다니 도대체 님께 지루한 일이 뭡니까? (또는 모든게 흥미로울 수 있는 비결이 뭡니까?)


A: 핵심만 간추려서 설명드리자면... 모든 사물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책을 읽거나 주변에 지나치는 사물을 볼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또한 한 걸음 더 나가 새로 수집한 지식을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비교해서 확장하거나 기존 지식을 변경하도록 노력하면 지루할 틈이 없게 됩니다. 정보를 취합해서 분류하고 정리해야 하므로 너무나도 바빠지기 때문입니다.



설계를 잘하기 위해서 하는 훈련 중 하나가 세상을 거꾸로 보는 방법이라고 한다.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바라보거나, 어른 눈 높이가 아닌 아이들 눈높이에서 쇼핑 센터를 구경하는 방법도 좋다. 이런 번거로움이 싫다면 매일 출퇴근 시 똑같은 길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돌아다니지 말고 때로는 건너편으로 건너서 반대편을 바라보며 걸어가거나 버스에 탑승할 때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앉아서 바깥 풍경을 구경해도 좋겠다. 해외 여행 도중에는 기존 상식이나 습관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므로 창조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는 기회가 늘어나므로 적극 권장한다. 자... 그러면 IKEA 쇼핑 도중에 jrogue군이 궁금증에 부딪힌 문제를 함께 풀어보자.



IKEA에는 장바구니가 노란색과 파랑색 두 가지이다(그림 참조: 색상만 다르고 디자인은 동일하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jrogue군은 독일어로 된 설명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주변 사람을 관찰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물건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차이점을 보고 직감적으로 바로 정답을 맞췄다.



현장에 가봐야지 감이 오는 문제라서 좀 어렵긴 하지만... 어쨌거나 정답을 맞춘 두 분께 jrogue군이 맛있는 맥주를 쏘도록 하겠다. 아직 IKEA 매장에 가보지 않은 분을 대상으로 하며(그래야 흉악한 잡닭을 제외할 수 있겠지? :P) 늘 그렇듯이 남녀노 구분없다('소'는 아직 미성년자라서 술을 못마실테니 제외한다.). 답을 담은 전자편지나 댓글은 선착순으로 받으므로, 애독자 여러분께는 빨랑 서두르시길... 당첨자 발표는 정답을 맞춘 두 사람이 나타나면 개별 공지해드리도록 하겠다.



뱀다리: 다음에도 _좋은_ 질문(나쁜 질문 예: jrogue군은 꽃미남입니까? 이런 사실과 동떨어진 질문이 올라오면 버럭! 이다.)이 올라오면 시리즈로 대답을 해드리겠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질문하시라. :)



EOB

일요일, 10월 15, 2006

[영화광] 센티넬



프랑크프루트 행 비행기 안에서 심심풀이겸 영화를 몇 개 시청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마이클 더글라스와 킴 베이싱어가 나오는 센티넬 감상문을 올려보겠다.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이므로 스포일러성 내용은 자진 검열했으니 안심하고 읽으시라.



센티널은 안전하게 만들어진 기성품같은 영화이다. 아주 새롭거나 충격적인 내용은 그다지 없고 시종일관 전형적인 주제를 전형적으로 다룬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킴 베이싱어에 키퍼 서덜랜드(24)+에바 롱고리아(위기의 주부들)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이 볼만했다는 생각이다. 센티넬은 같은 대통령 암살을 다룬 영화인 '사선에서'보다는 훨씬 더 치밀한 경호요원에 대한 고증을 통한 현장감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사선에서' 만큼 재미가 있지는 않았다. 너무 안전 벨트를 꽉 매었다는 느낌일까?



총평: 시간 때우기로 보기에는 적당하다.



EOB

토요일, 10월 14, 2006

[좌충우돌 해외 여행기] 대한항공 개인 비디오 시스템 운영체제는?



작년에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개인 비디오 시스템(비즈니스/일등석 뿐만이 아니라 이코노미 클래스에도 장착된)이 오락가락했다고 뚤뚤거린 블로그 기사를 쓸려고 하다가 그만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 당시 개인 좌석별로 중앙 집중식이 아닌 개별 VOD와 CD 재생, 전자 오락까지 가능한 이 시스템을 보고 세상 정말 좋아졌다고 느꼈었는데, 돌아올 때 갑자기 이상이 생겨서 시스템 재 시동에도 불구하고 jrogue군 자리에 있는 시스템도 먹통이 되는 바람에 발톱이 쑥쑥 나와서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에 다시 서울 <--> 프랑크프루트 노선을 운행하는 대한항공을 타고 왔다갔다 하면서 작년에 비해 시스템이 상당히 안정화 되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자리 중간 중간 을씨년한 검정 화면 대신에 모두 초기 화면이 나와 있었고, 오가는 도중에도 큰 문제 없이 비디오와 오디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음악을 듣고 있는 도중에 문득 jrogue군 앞에 있는 LCD 화면을 바라보니... 검은색 콘솔에 낯익은 글자가 나왔다.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SIGTERM과 SIGKILL로 모든 프로세스를 죽이고 Shutdown 되는 메시지였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에어버스에 장착된 운항 정보 시스템만 리눅스인줄 알았더니 대한항공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의 운영체제도 리눅스(또는 유닉스)였다. 그런데 jrogue군이 앉은 자리의 시스템만 죽고 jrogue군 옆자리에 있는 시스템은 모두 생생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폼펙터를 고려해볼 때 의자에 리눅스를 내장한 임베디드 시스템이 들어갈 공간은 없어 보이며, 혹시 영화나 CD 프로그램이라도 교체될 경우 컨텐츠 동기화에 들어가는 노력이 만만하지 않으므로(747 기종이었다.) 중앙 집중식으로 가상화 기법을 사용해서 각 자리 별로 운영체제 이미지를 돌리는 듯이 보였는데, 용케 혼자만 죽어버렸다. 약 15분 쯤 지나니 다시 리부팅 되는 걸로 보아서 워치독이 떠 있는 모양이다. 혹시 대한항공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 아키텍처 아는 분이 계시면 설명 부탁드린다.



뱀다리: 디지털 카메라가 없어서 LCD 사진은 못 찍었다. T_T 이런 서러움을 벗어나기 위해 눈 딱 감고 보급형 DSLR 카메라라도 하나 구입해버려?

[APM] '[10장 보충] 프로세스를 거부해야 할 때' 올라갔습니다.

오늘은 HACCP, ISO 900x, CMM와 같은 프로세스에 얽힌 몇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순수 methdologist(아니면 해당 분야 컨설턴트)라면 이 글을 읽고 바로 버럭!하겠지만 jrogue군은 눈하나 깜짝 안한다. 손바닥으로 자기 눈을 가린다고 저 넓은 하늘이 다 가려질까?

화요일, 10월 10, 2006

[좌충우돌 해외 여행기] IKEA 경쟁력



IKEA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어떤 점에서 경쟁력이 있고 뛰어난 기업인지를 명쾌하게 jrogue군에게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본받을만한 기업이라는 이야기만 여기저기 나돌고 있기에 오늘은 독일 도르트문트 근교에 있는 IKEA에 직접 방문해서 경쟁력의 원천(?)을 살펴보았다. 경고: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이야기므로 비즈니스 분석 보고서로 착각하고 엉터리(?) 내용에 분개한 나머지 jrogue군에게 항의 편지는 쓰지 말기 바란다.



IKEA는 DIY 문화가 활발하거나 적어도 정착된 국가를 대상으로 최대한 저가격으로 밀어붙인다는 좀 특이한 개념으로 만든 상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가공된 형태의 물건을 구매해서 집에 직접 가져와서 조립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1부터 100까지 모든 서비스를 사람 몸으로 때워서 진행하는 한국적인 문화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IKEA도 배송, 조립, 설치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배(물건 값)보다 배꼽(서비스 비용)이 더 커지는 웃긴 상황이 되어버린다.



반가공 조립 방식으로 물건을 팔 경우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물류에 필요한 공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서랍장 하나만 봐도 완전 가공된 상태보다 반가공되어 조립 직전 상태가 부피가 적게 나간다. 따라서 물건을 둘 창고 면적도 줄이고 운반할 때 일반 차량으로도 가능하니 별도 배송도 필요없어진다. 다음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유럽에서는 사람이 개입할 경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주 높기 때문에 조립이라는 무시무시한 단계를 최종 사용자에게 전가할 경우 가격을 상당히 떨어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립을 통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요한 물건을 턴키로 구매하는 대신 여러 개를 사와서 자기 취향에 맞춰 집을 꾸밀 수 있다. 하지만 조립 과정에서 드라이버도 돌리고 사포질도 하고 못질도 하다보면 발톱이 쑥쑥나오니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이런 반가공 형태의 물건을 구매하다가는 제 명에 못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T_T (jrogue군도 오늘 작은 서랍장 하나 조립했는데, 지금 발톱 쑥 나왔다.)



IKEA에서 손님을 끄는 방법에 대해 잠깐 생각해봤는데, 우선 IKEA는 3개월 이내 물건 교환/반품이 가능하다. 충동구매를 마구 부추기는 무시무시한 전략인데, 물건에 하자가 있건 없건 영수증만 들고가면 아무 군소리 없이 무조건 교환/반품해준다. 실제로 교환/반품 창구는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도록 설계되어 있고, 물건을 반납하면 돈 대신 바로 옆에 설치된 ATM에서 돈을 뽑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 교환에 부담이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충동 구매를 하게 된다. 다음으로 형편없는(?) QA이다. QA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해서 물건 가격을 싸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물건을 왕창 구매했을 경우 반드시 한두개는 결함이 있는 물건이 뽑히기 마련이다. 물론 반품/교환이 너무나도 자유로우므로 다시 매장에 가서 바꿔오면 그만이므로 여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불만이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바로 고도의 상술이다. 물건만 딸랑 반품하러 가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가? 반품하는 김에 다른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점심도 먹고 오니 IKEA는 바로 이걸 노리는 듯이 보인다. 그 다음으로 강력한 미끼 상품이다. 수도꼭지 하나에 50유로 하는 동네지만, IKEA에 가면 10유로면 구입이 가능하므로 단돈 10원에 벌벌 떠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유혹을 뿌리치겠는가?



IKEA에 가면 무료로 주는 연필을 챙기기 바란다. 이 연필의 목적은 필요한 물건을 적어 놓았다가 나중에 매장 직원에게 물어봐서 위치를 찾거나, 아니면 진열품만 있고 실제 물건이 다 떨어진 경우 매장 직원에게 갖다달라고 할 때 무척 유용하다. 인원을 최소로 유지하기 위해 매장 내 인력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이런 센스를 발휘한 듯이 보인다. 또한 줄자를 깜빡 잊고 안 들고가서 난처한 경우가 많은데, 더블 센스로 종이 줄자를 곳곳에 비치하고 있음으므로 필요하다면 자유롭게 뜯어서(?) 사용할 수 있다.



장래 고객이 될 어린이를 위한 각종 놀이 시설을 만들어 놓았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점심 식사나 커피를 마시도록 카페테리아(카페테리아 천장에는 IKEA에서 파는 장난감을 매달아 놓았다. 애들 밥먹으면서 구입하도록... OTL)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IKEA에 놀러가는 기분으로 들락달락하게 만든 전략도 상당히 적중한 듯이 보였다. 마지막... IKEA라는 이름은 누구나 외우기 쉽다. 애들도 IKEA라는 이름은 아는 정도니...



하지만 DIY 사업이 모두 파토가 나버린 빨리 빨리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IKEA 전략이 절대로 통할 것 같지 않다. 백화점이랑 편의점도 얼마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상황인데, 과연 누가 낑낑거리며 무거운 짐 들고 와서 조립까지 하려고 할까? 이래서 나라별로 문화적인 차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재미있었나? 그렇다면 숙제로 집 근처 E마트를 방문해서 한국에서 E마트가 승리한 이유를 직접 찾아보시라.



EOB

수요일, 10월 04, 2006

[APM] '[9장 보충] 새티어 변화 모델' 올라갔습니다

오늘은 새티어 변화 모델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jrogue군이 오늘부터 14일까지 독일에 가 있을 예정이다. 블록 쌓기 작업이 어려울 듯이 보이므로, 요 며칠 올려드린 다양한 서평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달래시기 바란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기 바라며...

[독서광] 육식의 종말



오늘은 특집 마지막으로 제레미 리프킨의 '종말' 시리즈인 '육식의 종말'을 소개하겠다.



직전에 소개했던 두 '종말'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번 '육식의 종말'도 방대한 자료 수집과 날카로운 분석에 힘입어 풍요로운 육식을 즐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문화/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각도로 전개한다. 이 책은 특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육류 자원인 '소'에 집중한다.



책을 읽다보면 아름다운 목가적인 분위기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의 이미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거대한 공장에서 기계적으로 사육되는 소의 이미지가 머리 속으로 새롭게 자리잡아 버린다. 소는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라 최종 생산물인 고기를 얻기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한 존재로 격하해버린다. 이렇게 보면 채식주의를 주장하는 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육식의 종말'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매뉴얼이라기 보다는 '소'에 올인함으로써 발생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분석서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육식의 종말'은 쇠고기의 산업화와 산업화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을 열거 하는데, 이 중에서는 쇠고기 업계에서 우리가 결코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용도 많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쇠고기 처리 과정을 다루는 부분을 읽어보면 최첨단으로 가장한 정육 공장에서 벌어지는 차마 눈뜨고 보지못할 온갖 행태가 다 나온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다음에 시중에 유통되는 쇠고기 소비를 늘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맥도널드를 생각해보라!)을 생각해보면 한숨이 다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 내에서 끝나지 않으므로 더욱 심각하다. 미국 쇠고기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개발 도상국의 땅과 재배하는 식물 다양성까지 담보가 잡히며, 아프리카 사막화와 아마존 밀림 붕괴에 이르기까지 파장은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소고기를 수입하라는 압력을 넣는 과정에서 점차로 위기를 느끼는 한국 농촌 현실은 굳이 예를 들 필요도 없겠다.



소 한마리 기르는 데 들어가는 사료(콩, 옥수수)와 물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를 직접 사람에게 배급하면 인류는 아주 풍족해지리라는 계산도 나온다. 따라서 가장 비효율적인 식량원 중 하나인 소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여러분부터 솔선수범해서 햄버거 가게가 보이면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서 걷기 바란다.



번역 상태는 '소유의 종말'과 마찬가지로 '노동의 종말'보다는 훨씬 좋다. 출판사가 시공사라서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육식주의자이든 채식주의자이든 둘다 안가리든 꼭 읽어보기 바란다.



EOB

화요일, 10월 03, 2006

[독서광]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에 이어 이번에는 제러미 리프킨의 다른 작품인 '소유의 종말'을 읽은 감상문을 올려드리겠다. '평상시 jrogue군 답지 않은 까칠까칠한' 시즌 4와 추석 기념 포스팅은 내일까지 이어진다.



'노동의 종말'로 재미를 본 민음사가 원제가 'The Age of Access'('접속의 시대')를 ?시성 제목인 '소유의 종말'로 바꿨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대략 당황하긴 했지만 동산과 부동산 소유 권리 대신에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통한 접속 권리가 사회를 쥐고 흔든다는 내용을 생각해보면 아주 잘 지은 제목도 아니지만 완전히 엉덩이를 걷어찰 정도로 나쁜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유의 종말'은 요즘 나오는 먹기 좋도록 가볍고 부드럽게 잘 포장한 경영서적과는 달리 '노동의 종말'에서 이미 한차례 보여준 방대한 자료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묵직하게 만든 책이므로 읽기가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으리라는 경고를 미리 날려준다.



'소유의 종말'은 나온지 제법 된 책이지만 개인적으로 '노동의 종말'보다는 '소유의 종말'에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을 정도로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물질'보다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저자의 목소리는 이미 애플이 만든 아이튠즈/아이튠즈 스토어/아이포드에서 확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말도 안되는 조항으로 가득찬 EULA에 묶인 물리적인 CD-ROM 대신에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서비스에 접속 권리를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기존 판을 뒤짚어 엎어버리는 새롭게 등장한 구글과 같은 회사를 통해 우리에게 한층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소유의 종말'에는 빛만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인간 사이에 경험이 뭉쳐져서 만든 저작권이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되어 있지 않은 문화를 점점 자본주의가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러미리프킨은 강력하게 경고한다. 인간의 창조성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돈이 있는 사람만 접속하도록 만드는 요즘 새태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문화 자본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단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과거 돈으로 쟁취할 수 없었던 '경험'까지도 독점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jrogue군 생각에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정보의 불균형은 단순히 경제 부문을 넘어서 문화 부문까지도 침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문화 부문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으므로, 이런 추세 대로라면 '돈이 없으면 배가 고프다'가 아니라 '돈이 없으면 머리도 고프다'는 말이 일상화 될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말하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일까?



해외 여행 자유화, 네트워크 기술 발전, 수 많은 정보 채널이 늘어나서 그 어느 때보다 정보 소통량이 많아지고 넓어지고 자유로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축복은 어디까지나 접속을 허용받은 일부 소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지 아직 전화기조차 구경하지 못한 상당히 많은 전 세계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닐까 싶다. '노동의 종말'보다 '소유의 종말'이 훨씬 빨리 우리 곁에 오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불균형을 빠른 시간 내에 완화시켜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jrogue군이 문제 제기를 했으므로, 여러분도 추석 연휴 마치고 집에 가서 '소유의 종말'을 읽어보신 다음에 각자 나름대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나갈 대응책과 모두가 즐겁게 살아갈 해법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다행스럽게 번역 상태는 지난번 '노동의 종말'보다 훨씬 좋다. 책을 읽어본 독자들이 불만 섞인 편지를 출판사에 보낸 모양이다. :P 편집 상태는 그저 그렇다.



EOB

[영화광] 타짜



jrogue군이 과거 스포츠XX에 연재되었던 타짜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 빼고 다봤다고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이 많으시리라. TV, 만화 등을 잘 안보는 jrogue군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 길고 긴 연재 만화를 다 읽다니. 쯧쯧... 어쨌거나 너무나도 만화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영화화 되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개봉이 되었다. 원작을 각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영화 내용은 만화와는 상당히 다른 구석이 있으므로 스포일러성 내용은 자진 검열 삭제하겠다. ;) 스토리에 죽고 사는 도박 영화를 줄거리 다 알고 보면 돈이 아깝지 않을까? :P



솔직히 과거 영화화 되었던 "48+1"이 보여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극악의 완성도(화투짝이 천장에 떠억 붙어있다) 때문에 아픈 기억을 추스리면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어김없이 조조(!) 표를 얘매하고 나서 홀로 영화관 산책에 나섰다. 놀랍게도 조조 만석! 타짜의 놀라운 열풍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범죄의 재구성'을 감독한 최동훈 감독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상영 시간 내내 고른 순발력을 보여줬다. 충격적인 반전은 없지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므로 도박판을 모르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 시간이 훨씬 넘는 부담스러운 상영 시간이 번개처럼 지나갈 정도로 다채로운 인물들이 꽃 싸움(?)을 벌이지만 여전히 시간 부족으로 인해 악역 소개가 조금 부실하다는 문제점이 노출되긴 하지만 이 정도는 가볍게 용서해주리라... 주인공의 고니 역을 맡은 조승우 연기가 정말 볼만하며, 평경장 역을 맡은 백선상도 상황에 맞는 기가막힌 대사로 관객을 웃기므로 귀를 잘 기울이기 바란다. 다른 조역도 모두 제 몫을 한 듯이 보인다.



노파심에서 이야기하자면 혹시 영화를 보러 가실 분은 화투 그림이 몇 월을 의미하는지 알고 가시기 바란다. 그래야 다른 관객이 멍하게 있을 때도 판을 보고 웃을 수 있거든...



EOB

월요일, 10월 02, 2006

[독서광] 노동의 종말



약속대로 오늘도 어김없이 서평을 올려본다. 사흘에 걸쳐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로 하자. 무거운 주제 1번 타자는 '노동의 종말'이다.



로마 클럽이 유명해진 이유는 로마 클럽이 발표한 보고서의 충격적인 내용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로마 클럽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로마 클럽이 발표한 내용이 잘못되었기 보다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한 덕분이라고 보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일까?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는 제러미 리프킨 큰 형님의 '노동의 종말'을 읽다보니 자꾸만 로마 클럽 보고서가 떠올랐다. 정말로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 되었다면 jrogue군은 오늘도 편의점에 가서 로봇 앞에서 계산을 했어야 하며, 복잡한 프로그램도 로봇이 짜고 있기에 입에 풀칠할 걱정을 하고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편의점에서 종업원에게 돈을 건내며, 오늘도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아직 완전한 '노동의 종말'을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다른 각도로 보면 '노동의 종말' 끝 부분에서 제 3부문에 대한 내용을 읽다보니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와 E.F 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떠올랐다. $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요즘과 같은 험한 시절에 노동의 값어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의 종말'을 읽다 보니 제러미 리프킨은 컴퓨터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희망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여전히 컴퓨터는 'Artifical Intelligence'를 발휘하기에는 'Natural Stupidity'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고 향후 10년이 흘려도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한 술 더 떠서 미처 제러미 리프킨이 예측 못한 돌발 사태까지 벌어지는 형국이다.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아마 제러미 리프킨이 2판을 개정하려면 한국에 와서 몇 개월 연구한 다음에 기술이 아닌 사람에 의한 '노종의 종말'이 가까워 왔다고 새로 판을 짜야할지도 모르겠다.



삐딱한 이야기를 마구 마구 늘어놓았는데, '노동의 종말'에서 보여주는 노동자에 대한 현실 파악은 무척 냉혹하고 정확하다. 한겨례 신문에서 기획한 특집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노동의 종말'이 생각이 났다.



70, 80년대 많은 젊은이들은 중소기업 공장으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몸으로 쌓은 기술은 오늘의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오늘, 그들이 청춘을 바친 공장의 미래는 캄캄하다. 연수생을 받은 이후 임금 수준은 바깥 세상보다 낮게 떨어졌고, 작업환경은 낙후됐으며, 기술을 이을 후배들은 사라졌다.


정말 그럴까? 연수생을 받아서 임금 수준과 기술 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졌을까? 아니면 '노동의 종말' 효과로 인해 불필요한 부문에 노동력과 기술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보고 어려운 작업을 또 다른 개발 도상 국가(!)로 넘겨버렸을까? 요즘 여기저기서 인력난을호 소하는 일부 IT 관련 업계에서도 조만간 연수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 때도 이런 이야기가 똑같이 반복될지 무척 궁금하다.



비록 헐리우드 스타일로 빠르게 펼쳐지는 숨가쁜 내용에 100%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삶의 모습을 새로운 각도에서 인식하려면 이 책을 한번 쯤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번역 상태는 썩 좋지 못하다. 중간 중간 흐름이 끊어지며, 'Miami Vice'를 '마이애미의 악마'와 같이 황당무개하게 번역해 놓은 곳이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2005년도에 새로 나온 책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jrogue 군이 보유하고 있는 2004년도 판은 편집 상태도 대략 불량이고 파지도 있다. T_T 인문학 서적이 안팔린다고 난리법썩 떨기에 앞서 민음사부터 앞장 서서 책을 펴내는 정신자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으면 좋겠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