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6월 01, 2006

[독서광]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제목만 보면 딱 낚이게 생긴 이 책은 카사노바가 여자 대신에 책을 꼬신다는 내용이 아니라 책에 대한 진지한(어떻게 보면 황당하고 우습기까지 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므로 야한 거 노리는 분들이라면 절대로 피해야 하는 책이다. 차라리 부제인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가 이 책을 더 정확하게 평가하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책을 다루는 메타 책이기 때문에, 감사의 글을 제대로 쓰는(!) 법부터 시작해서 평론에 얽힌 비리, 도둑맞는 탑 10 서적과 같은 책에 얽힌 온갖 잡다한 이야기가 다 나온다. 따라서 책 애호가라면 눈을 반짝거리며 읽겠지만, 평범하게 독서를 즐기는 정도로는 이 책을 구매해서 읽으라고 권하기가 참 그렇다. 적어도 온갖 고생 끝에 책도 한번 내보고(그리고 서문도 쓰고), 온갖 희한한 서평 때문에 맘 고생도 해보고, 책도 슬쩍 훔쳐본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아아... jrogue군은 책을 훔치는 대신에 왕창 구입해버리니까 열외를 부탁드린다. ;)



이 책이 얼마나 황당한지는 '볼꼴 사나운 감사의 글'에 나오는 불문율을 보면 바로 감이 올거다.




  • 제 1수칙: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해라.
  • 제 2수칙: 짐짓 무의미하게, 또는 선심 쓰는 척하면서 가족을 언급하라.
  • 제 3수칙: 당신의 인격을 의심케 하라.
  • 제 4수칙: 책의 모든 책임을 떠맡는 척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라.


뭐 책 전반에 걸쳐서 대략 이런 썰렁한 유머가 계속해서 등장하니까, 잘 판단해서 구매하시라! 아니면 나중에 jrogue군이 오프라인 모임에서 이 책을 풀면 눈치 볼 필요없이 집어가도 되겠다. ;)



EOB

댓글 4개:

  1. 어렵군요. 사실 이번 개정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감사의 말 쓰기인데... 이 수칙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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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블로거 이전 우선 축하. 티스토리 등의 서비스 계획 발표 이전이라서 오히려 쉽게 블로거로 선택하셨을 듯 싶네요.

    '카사노바 ...' 는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마침 이 책 읽을 당시 모 책의 서평 요청 받았던 때인데 이 책 영향으로(?) 결국 포기 했었던 기억 나네요 (의뢰 받은 책 자체는 훌륭했지만 단지 이 책에 나오는 서평자에 대한 분석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 )

    그러고 보니 막상 APM 서평 쓸 때는 그런 부분 또 까맣게 잊고 그냥 써버렸군요. 아 이 건망증이라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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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unsmoke님, 저도 APM 서문 적으면서 고민 많이 했습니다. 불문율을 지켜야할지... 알아야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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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zara님, 저도 '카사노바...'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남의 일이 아닌지라... 읽으면서 마구 찔렸습니다), 이번 EC++ 3rd 감수자평 쓰면서도 낯 간지러워서 혼났습니다.

    처음에 아주 짧게 썼더니... 길게 써달라는 부탁이 들어와서... 쓰다보니... 흑흑... 여튼 서평은 항상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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