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0월 19, 2006

[독서광] 우연의 법칙



독일을 여행하다보면 독일 사람들의 계획성과 치밀함에 감탄하곤 한다. 시내 곳곳에 있는 버스 정류장마다 주간/토요일/일요일 배차 시각표가 붙어있는데, 거의 분단위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도착하고, 한국보다 훨씬 철도망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기차도 비교적 제 시각에 도착하기 때문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다. 물론 종종 대형 사고(?)가 터져서 ICE도 10분 넘게 연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하다. 이런 _철저함_을 지향하는 독일 사람인 슈테판 클라인이 쓴 '우연의 법칙'은 독일 사람 답지 않은 '우연'이라는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무척 특이하다. 책 초반부를 읽으면서 혹시 제목에 ?인 게 아닌지 우려가 되었지만, 계속해서 읽다보니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리학, 생명공학, 심리학, 수학, 철학, 사회학, 경제학 심지어 _공학_에 이르기까지 우연과 관련한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고 깊이가 얕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우연'이라는 골치 아픈 상대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므로 사람마다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엇갈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백과사전류의 지식 나열을 싫어하고 조금 깊이 있는 주제를 바라는 사람은 피하는 편이 좋겠지만, jrogue군처럼 호기심 천국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시간 날 때 한번 죽 읽어볼만하겠다. 번역 상태는 중간 정도...



책 내용에서 흥미로운 구절을 하나 소개한다.



복잡한 상황에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은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그만큼 속도가 떨어지고, 결과와 오류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완벽함을 위해서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그로 인한 낭비는 그로써 얻는 안전성을 능가한다. 킬의 경제학자 헤르베르트 기어슈는 "한 번도 비행기를 놓쳐보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공항 대합실에서 허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말 맞는 말 같다. jrogue군도 과거에는 모든 일을 계획적이고 꼼꼼하게 하려고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마구 줘 가면서 일을 했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기준을 상당히 완화시켜서 일을 하고 있다. --> 부작용: 속력은 올라갔지만 실수를 많이 한다. 덕분에 번역 과정에서 '해'님과 베타리더분들 고생을 많이 시키고 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구한다. ;)



뱀다리: 책을 읽는 도중에 해외 여행을 가는 이유를 소개하면서 다양한 예술가와 작가가 낯선 계계와 만남을 통해 여기서 받은 자극을 새로운 스타일 개발에 사용했다는 예가 나온다. 어디서 본 듯한 낯익은 내용 아닌가? 바로 며칠 전 올려드린 jrogue군 QnA 글에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다. 이런 우연이...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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