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1월 12, 2006

[일상다반사] 치솟는 집값과 파생상품...



며칠전 인터넷으로 과천 아파트 18평 전세 가격이랑 매매 가격을 한번 살펴보고 나서 대략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전세 가격이 1억 2천부터 시작한다고 나와있지만, 대부분 미끼(?)로 나온 가짜 물건이고 실제로들어가려면 1억 5천은 가뿐하게 태우고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매매 가격은 10억이 조금 부족한 9억 선에서 오가고 있지만 지금같은 상승기에 누가 팔겠는가? 그냥 호가만 계속 올라가서 어느 순간 10억을 돌파하겠지... 여튼 대한민국 전 국민을 도박에 심취하도록 만든 집값 폭등세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위험(risk)에 얼마나 무지한지 다시 한번 느낀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전국민이 '집값이 계속 오른다'라는 파생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꼴이다. 어느 누구도 '집값이 하락한다' 쪽으로 배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상황인데, 이론적으로 생각하자면 대한민국 전체 통화(+ 일부 외국 통화)가 부동산으로 유입되어서 돈줄이 마르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집값은 상승할 수 있다(CAN).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한가지 놓치고 있다. 부동산은 자산 분배와 유동성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물건이라는 사실이다. 주식 시장이 발달한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인데, 좋은 예로 여러분이 어떤 회사 지분을 항상 100% 단위로 사야한다면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주저주저하지 않을까? 아파트나 땅이나 주택은 일부 지분을 인수할 수는 없으므로(아... 물론 공동 명의로 등기를 하면 되긴 하지만... 땅 같은 경우 모든 구역이 똑같은 값어치가 있지는 않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땅 때문에 가족 사이에 깔찌뜯고 싸운 이야기는 너무나도 흔하다), 위험을 분산시키지 못할 뿐더러 유동성이 떨어지므로 하락장에서 손절매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누군가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들어서, "그래 지금이 정점이니 팔고 손털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빨리 팔기 위해 평균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대로 매물을 내놓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하필이면 똑같은 시기에 이런 생각을 품은 사람이 전국에 100명이 있었자. 갑자기 상승세를 그리던 곡선이 보합세를 그리다 하강세를 그리게 되었는데, 그 무렵 주저주저하던 1000명이 이런 모습을 보고 자기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치솟던 호가가 갑자기 떨어지니 신문에 대서특필 될테고... 갑자기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확대재상산이 되어 온갖 루머가 다 떠 돌면 사람들이 공황상태로 빠져들며 황급히 손실을 줄이기 위해(집 몇 채 있는 부자) 아니면 빚을 갚기 위해(주택 담보 대출로 집을 구입한 서민) 모두 집을 팔겠다고 아우성이 되며 그 결과 공급-수요 원칙이 깨지면서 물건이 누적되고(다시한번 이야기하지만 집이나 땅은 분할 매매수가 불가능하다) 다시 가격은 하락하는 선(아니 악)순환이 반복되기 시작한다. 결국 몇 백조가 공중으로 붕 떠버리는 거품이 터진다는 집값 붕괴 시나리오는 보통 이렇게 어이없이 시작하는 데, (나중에 실제로 터졌을 경우) 솔직히 진짜 원인은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시나리오가 당분간은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먹혀들어갈 가능성이 희박해보인다. 우선 '집값이 떨어진다'에 배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동원해서 사전 차단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라는 규칙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라지고 없다고 _믿어야_(암암 믿고 싶지...) 하기 때문에 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을 어떤 희생(?)을 치루고서라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강남-과천-분당-평촌-일산에 살면 교육환경도 좋고 살기에도 편하다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입아프다. 이래서 정책 입안자들이 '집값이 떨어진다'라는 규칙을 강제하기 위해 펼치는 어떤 발표를 하더라도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집값이 떨어진데이~ 지금 까불랑거리는 애들 모두 조심해라'라고 미리 패를 보여주는 정부랑 옳다구나 하고 상대편 손에 들려진 패를 본 소위 _있는_ 자들이 짜고치는 고스톱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냥 마음 편히 전세(또는 월세)집에서 '타짜'나 보고 지내련다.



EOB

댓글 4개:

  1. 지금 상황이 5년이 갈까요 10년이 갈까요?
    경제인구는 줄어들고 경기는 계속 좋지 않고...
    석유라도 터지기 전에는 경기가 호전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유럽 국채에 간접투자 하거나 유로 예금을 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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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년 말부터 와이프가 대출 '약간' 끼고 지금 전세살고 있는 집을 사자고 그랬는데... 지난 달 거의 마음을 먹었다가 놔 버렸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이건 정말 '가격'이 아니더군요. :-(

    아무튼, 집과 관련한 분위기가 재호님 말씀대로 '올라가는' 얘기 뿐인 걸로 봐서는 2~3년 이내에 엄청난 충격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와이프를 설득하고,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었습니다. :-)

    그건, 그렇고... 이 글 한 번 읽어 보시지요.
    http://kr.blog.yahoo.com/sungwhan_c/193.html?p=1&pm=l&tc=34&tt=1163374429
    제가 업무때문에 쿠웨이트를 몇 번 왔다갔다 했고, 지금도 연관이 되고 있습니다만...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 블로그 주인장께서는 현재 쿠웨이트에 살고 계시구요. 어짜피 쿠웨이트에 살지 않으면 상관없는 얘기니 읽어들 보시고 배나 좀 아파 보시라고. :-)
    와이프에게 이거 보여줬더니 바로 가서 살자고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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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버블 터질 겁니다. 주류 언론에서 "버블 위험 수준"이라는 기사 하나만 떠도 그 길로 대한민국 부동산을 곤두박질 치게 될 겁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건 입법부도, 행정부도, 사법부도 아닌 언론이니까요. 흠냐~

    사실 지금의 사태에 언론이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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