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2월 21, 2006

[일상다반사]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소프트웨어 공학의 사실과 오해로 유명한 로버트 L 글래스 큰형님이 지은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이 드디어 인쇄에 들어가서 연말 무렵에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게 되었다.



부제인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이 의미하듯이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1980에서 1990년대에 일어난 여러 가지 다양한 논쟁거리를 담은 수필 선집으로 보면 틀림없다. 딱딱하지 않은 수필이지만 속에 품은 칼이 매서우므로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책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역자 서문을 인용하겠다.



2006년도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15년이나 더 된 책을 다시 펴낼 이유가 있을까? 더 빨리 더 최신의 정보를 습득하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 시간 낭비가 아닐까? 얼핏 드는 생각이지만 상당히 그럴싸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칼 마르크스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두 번 반복된다는 헤겔의 말에 첫번째 일어나는 사건이 비극이라면 두번째 일어나는 사건은 희극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 본문에 나오는 4GL에 대한 맹신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 요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함부로 속단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희극 한 편을 소개하겠다.

2년 전 무렵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한 회사에서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임베디드 분야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체계화 시켜서 공장(factory)에서 사용하는 BOM(Bill of Material)처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를 위해 객체지향 방법론을 도입하고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R사에서 개발한 R이라는 도구(따지고 보면 자동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선전한 4GL을 계승하는 현대판 도구다)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내부 전략을 파악했다. 하지만 21세기식 은총알을 사용한 늑대 인간 사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정색을 하면서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 부품 제작은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잘라서 말했다.

저자인 로버트 L 글래스(밥)가 요즘도 이런 종류의 대화가 공공연히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사람 좋은 웃음과 더불어 “아니 이 사람아, 내가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은총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구!”라고 어깨를 툭 쳤을지도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컨플리트 2.0은 어떻게 보면 사람을 대단히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분명히 배경은 과거이지만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생생하게 전개된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15년전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지 못한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서 심지어는 절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편함을 조금만 참고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이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는, 뜻이 통하는 말동무를 찾았다는 기쁨이 싹터오르기 시작하면서 한가닥 희망이 보일 것이다.

천부적인 재주꾼인 밥이 이끄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보자.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치열하게 논쟁도 벌이면서 말이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와는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다른 _하드코어_(무슨 이야기인지는 나중에 서점에서 책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수필이지만 유심히 들어다보면 정말 웃긴 내용도 많으므로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EOB

댓글 7개:

  1. 책은 활주로로 착륙을 하고 있는데, 블로그의 주인장은 먼 나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고 있구랴. 아무쪼록 연말에는 (책과 주인장) 모두들 제자리에 안착하여 즐거운 연말연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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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동안 작업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푹~~~~ 쉬고 즐겁게 지내다 오세요.

    저두 남은 휴가 + 회사 공휴일 등으로 담주 일주일 빵빵하게 쉽니다. 이왕이면 알차고 보람되게 낭비하기 위해서 목록도 만드는 중. :-)

    푹 쉬고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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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축하드립니다. 독일도 잘 다녀오시길...
    -GunSm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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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엇.. 제목이 그대로 컨플릭트로 정해졌군요.

    전 소프트웨어 논쟁 이 더 마음에 들었었는데..

    표지가 독특하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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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서점에 예약해놨는데 언제 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 번역한다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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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도 예약했습니다...혹시 사인도 해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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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여러분 덕분에 독일 잘 다녀와서 이제 정신 좀 차렸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 익명님: 혹시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사인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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