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3월 04, 2007

[일상다반사] 글자를 읽지말고 문맥을 읽어라.

'컴퓨터 vs 책' 블로그는 직접 블로그로 들어오는 방문객 숫자보다 RSS나 ATOM 피드를 통해 구독하는 방문객 숫자가 훨씬 더 많다는 특징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기 보다는 고정 구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컴퓨터 vs 책'에 올라오는 글의 흐름이나 방향성, (심지어) 고양이 가필드 같이 까칠한 심뽀까지 구독자 여러분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주시리라 믿고 특정 글이 올라왔을 때 과거 문맥까지 고려해서 귀엽게 봐주시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컴퓨터 vs 책' 블로그가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뼈다귀인지 도저히 힌트를 주지 못하는 순위를 매기는 메타 블로그 사이트나 불특정 다수가 보는 언론 매체에 노출되는 상황을 극도로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되는 경우는 드문지라... 얼마 전에 작성했던 몇몇 글이 동호회 게시판에 '펌'질을 당하는 바람에 '익명'이라고 자기 신분을 밝힌 분이 블로그를 방문하셔서 조목조목 반박과 더불어 친히 아름다운 말씀을 남기고 가신 걸로 알고 있다. 시츄에이션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이 분야에서 X도 모르는 놈이 감히 이따위 엉터리 글을 써?"이다. 벽에 똥칠하고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기에(자고로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했다) 게시판에 달린 댓글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안봐도 DVD인게, 틀림없이 내 글이 아니라 나에 대한 성토 대회가 열렸을거다. 예) "이런 글을 쓴 인간 머리에 뭐가 들었어?").



그러다 오늘 토비 님 블로그를 보니 요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과 나의 오픈소스 이야기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 중에서 공감가는 부분을 살짜쿵 인용해본다.



문제는 불특정다수가 와서 글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럴 땐 내가 그동안 얘기를 해오면서 가져왔던 컨텍스트가 깡그리 무시된 채로 그 글자체만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때론 특정 문단이나 단어가 그들을 자극하기도 한다. 나의 말투나 스타일은 완전히 무시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의 시각으로 해부되기도 한다.


문맥은 물론이고 글쓴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기 관점에서 남을 마음대로 재단해버린다는 공통점이 있는 4가지 없는 댓글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과연 이런 글을 쓴 사람이 내 눈을 똑바로 처다보면서 과연 똑같은 이야기를 내뱉을 수 있을까?"이다. 사정상 익명으로 댓글을 달 경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발전적인 내용을 담아라. 만일 까칠하게 한방 긁어주고 싶다면 실명을 밝히거나 개인적으로 편지를 써라. 이도 저도 싫으면 _가만히_ 있어라. 2등은 할테니까.



뱀다리: 상대방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고 섣불리 나섰다 후회해본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거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몇번 대형 사고를 터트린 이후에 깊히 반성하고 항상 _2등_을 생활 신조로 추구한다. T_T 그러니까 블로거 여러분께서는 내가 댓글도 안 올리고 피드백도 안 건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라. 대신 재미있는 글로 보답하겠다. :)



EOB

댓글 6개:

  1. 테러를 당하셨다니... 아침부터 화가 나는군요. 이런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오줌싸듯' 까대는 익명의 글까지 감수하시면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 GunSm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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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unsmoke님, 하하... +테러+까지는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신문 기사나 게시판 등을 살펴보면 요즘 올라오는 댓글 수위가 요즘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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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박재호님
    APM이란 책을통해서 이블로그를 알게되어서
    링크타고 꾸준히 재호님의 글을읽는 사람입니다. 글도잘쓰시고 해서 팬이됐죠.^^
    글을 읽어보니 작은일이 있었나봐요?
    ^_^ 크게 신경쓰지마시고 좋은글들 계속 부탁드립니다~
    모든일이 장단이 있나봐요 글쓴다느게 참어려운일 같다고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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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님, 격려와 성원 감사드립니다. 요즘 블로그 갱신 주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조만간 정신차려서 백로그가 걸린 책부터 하나둘씩 소개해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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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절대공감입니다. 색안경 낀 사람이 상대방 보고 '빨갱이'라고 하질 않습니까. ㅡㅡ;
    대체로 전체를 보는 사람들은 쉽게 단정 짓지 않던데, 어째서 그러한 사람들 앞에서 하나만 아는 사람들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떠드는 현실이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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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좋은 말씀입니다. 신중한 게 제일이지요. 섣불리 나섰다가 피 보거나 실수하는 경험은 저도 해봤어요.

    본뜻을 곡해하고 비난을 퍼붓는 용감무쌍한 외부인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의연히 무시하세요. 끄덕끄덕. 일단 예의가 갖추어져야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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