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5월 01, 2007

[일상다반사] D 도너츠와 브랜드 본질


(DONUTS DONUTS라는 짝퉁(?) 상표는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웃음을 뚝(!) 그치게 만드는 사건이 터졌으니...)

D 도너츠를 국내 배급하고 있는 B 사가 이번에 초대형 사고를 하나 터트린 모양이다. 요즘 한창 번역 중인 "In Search of Stupidity 2nd Ed"에 나오는 브랜드의 본질을 망각한 울트라 슈퍼 삽질로 인해 도너츠 업계에서 국내 1위 브랜드가 완전히 망가지게 생겼으니 오호 통재라. T_T



메릴 R. 채프먼 큰 형님 말씀을 잠깐 들어볼까?




브랜딩 재단 아래 죄 없음을 고하고 몸을 의탁하려면, 브랜드가 무엇인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우선, 브랜드는 결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며,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없다. 이는 많은 마케팅 종사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개념이다. 물론 회사를 인수하여 브랜드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자체를 고객에게 팔기는 불가능하다. 고객에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 따름이다.

브랜드를 팔지 못하는 이유는 브랜드가 심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우수한 제품, 끊임없는 PR, 광고, 긍정적 자산에서 얻어지는 무형의 존재이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공생하는 관계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치 있고 유용하면, 브랜드는 구매자 마음 속에 ‘내 구매는 올바른 결정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구매 결정을 “부추긴다”. 브랜딩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붙이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혹은 둘 다를 얻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긍정적 자산 positive equity라는 문구에 주목한다. 브랜드 가치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가치가 부정적으로 하락한 브랜드는 더 이상 브랜드가 아니다. 브랜드 부채 brand liability 혹은 안티브랜드 antibrand이다.


이번에 B사가 블로고스피어를 대상으로 초강력 대응수를 둔 행위 자체가 바로 안티 브랜드의 가장 좋은 예이다. B사 높으신 양반과 B사 홍보 대행 업체와 B사 범무팀은 왜 갑자기 멀쩡하던 블로고스피어가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로 변했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일테니 친절한 j군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로 하겠다.



뭐가 도대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도너츠 주요 소비 층이 젊은 친구들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물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도넛을 먹긴 하겠지만, 젊은 층이 가장 큰 고객임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 젊은 친구들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D 도너츠 마케팅 공략 원칙 상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는데,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젊은 층이 주로 활용하는 소통 창구(즉 블로그!)를 물리적으로 막겠다고 나서므로서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블로그 운영하는 젊은 층이 안 사주면 블로그 운영 안하는 어르신께서 대신 도너츠를 소비해주나?



다음으로 사고(?) 발생 직후 초동 대응이 지극히 폐쇄적이고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는 데 있다. 이 대응에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는 빠져있었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소비자 중 상당수가 블로거였다. T_T B사에서 공식 발표문이랍시고 올린 문구를 같이 볼까?



그 결과, 처음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게시물이 계속 남아있고 이것이 여론화되면서 그 피해는 던킨도너츠와 저희를 믿고 함께 해주신 전국의 수많은 가맹점주님들이 떠안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뭔가 참 이상하다. 가장 중요한 (불안에 떨고 있는) 고객에 대한 내용은 없지 않는가? 본사와 가맹점주님에 대한 피해만 나와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만약 정말 안전과 관련한 대형 사고(?)가 터지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는가? 당장 매출 몇 푼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회사를 가장 중요한 소비자 안전 보장 관점에서 어떻게 믿지?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냐?



문제는 터졌으니, 수습이 중요하다. 초강수를 두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할텐데, 과거 몇몇 언론만 통제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 몇 군대만 막아버리면 끝난다는 안이한 대응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정확하게 문제 원인을 파악해서 뭔가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세상에 우리가 어떤 회사인데 우리를 못믿습니까?"라고 막연히 립 서비스만 해서는 싸늘한 냉소만 돌아온다(이 험한 세상에서 믿을 놈 그 누구냐? T_T).

B사는

가장 좋은 상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판매한다
라는 기업 이념을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따라 타이레놀 사건에 제대로 대응해서 침몰 일보직전에 놓였던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되살린 존슨 & 존슨 사의 훌륭한 교훈이 귓가에 맴돈다.



EOB

댓글 1개:

  1. 내가 이래서 jhrogue님의 블로그를 안 볼 수 없다니까요..:)
    항상 사건의 핵심을 꽤뚫는 님의 글은 작렬하는 K-1 매치의 뻔찌보다 통쾌합니다.

    klim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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