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8월 26, 2007

[독서광] 칼리 피오리나 - 힘든 선택들



HP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가 쓴 '힘든 선택들'을 읽으며, 잭 웰치 자서전인 '끝없는 용기와 도전'이 생각났다면 블로그 독자 중에 웃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다. 좋다. 그렇다면 칼리와 잭 두 사람의 공통점부터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_차가운_ 피가 흐른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힘든 선택들'은 '끝없는 용기와 도전'과 마찬가지로 이런 차가운 피를 감추기 위해 교묘하게 위장한 자서전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힘든 선택들'은 철저히 피오리나 중심으로 모든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하긴 안 그런 자서전이 또 어디 있으랴만은...). 이렇다 보니 자기 반성과 진중한 고민은 찾을 길 없고 도식화되고 정형화된 (그리고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한) 논리로 주변 상황 탓과 자화자찬하기에 급급하다. 여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IT 기업의 CEO 자리에 오르는 과정이나 굳어져가는 조직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강력한 경영을 펼치며 수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일단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이해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이를 어쩐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피오리나가 이끈 HP와 컴팩 통합은 왕 삽질이라는 생각이다. 스토리지 쪽이 강했던 컴팩의 장점을 살리지도, 기업용 PC에 강점이 있었던 HP와 가정용 PC에 강점이 있었던 컴팩의 장점을 살려 PC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지도, 수익성 낮은 PC 사업에서 벗어나 기업용 서비스 기업으로서 탈바꿈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진흙탕에 빠진 상황에서 피오리나가 경질된 이유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뱀다리: 블로그 주인장은 _똑똑한_ 여자를 너무너무너무 좋아한다. 피오리나가 똑똑해서 좋아했는데, 자서전을 읽고나서는 피오리나 점수를 많이 깎았다. T_T



EOB

댓글 3개:

  1. 속이 다 시원하군요.

    잭 아저씨와 칼리 아줌마에 대한 칭찬 일색의 후기만 보면 속이 느끼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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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직까지 잭 웰치 자서전이나 칼리 피오리나 자서전이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은 것만 해도 이사람들에겐 다행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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