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1월 30, 2007

[일상다반사] 휴대폰 배터리, 비행기 엔진, 자동차 타이어



(보잉 777에 탑재한 롤스로이스 엔진에 문제가 생긴 장면. 다행히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착륙했다.)



이번에 휴대폰 배터리 폭발 사고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한가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휴대폰 제조사가 아니라 휴대폰 배터리 제조사 주가가 떨어저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폭발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는 바람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휴대폰 제조사에 혐의를 씌우는 듯한 인상을 줬던 초기 기사를 읽고 있으려니 영 헛다리를 짚고 있는 듯이 보여 웃음만 나왔다. 동일한 배터리 제조사가 여러 휴대폰 제조사에 납품했다면 문제가 아주 커지기 때문이다. 노트북 배터리 폭발 사고 이후에 폭발한 노트북 제조사 이외에 다른 노트북 회사도 긴급 리콜을 실시한 이유를 생각하기 바란다.



비슷한 현상은 비행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비행기 사고 원인 중 상당수가 엔진 문제인데, 엔진에 불이 붙어서 비행기가 떨어지면 엔진 제조사가 아니라 비행기 제조사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비행기 제조사가 엔진을 제대로 테스트 하지 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는데... 고객 취향(정비 기술, 가격, 등등)에 맞춰 비행기 제조사가 제공하는 호환성 목록에서 엔진을 지정하고, 이에 맞춰 조립이 되어 나온다고 보면 틀림없겠다. 군에서 비행기를 도입할 때 엔진을 번갈아가며 다른 회사에 주문하는 이유는 엔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전까지 해당 엔진을 사용하는 모든 기종 이륙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면 자동차 회사를 비난하는 대신 타이어 회사를 비난하는 현상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전복 사고의 주 원인을 타이어로 지목해서 완전히 뽕빨이 나버린 브리지스톤 회사 를 보면 된다. 타이어도 최종 완제품을 이루는 구성품이 아니었던가?



차이점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해서 바로 마케팅 때문이다. 타이어 회사는 엄청난 물량 공세로 타이어 선전을 하지만(자동차 경주 대회를 생각해보라.), 비행기 엔진 제조사나 배터리 제조사는 거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할 필요도 없다). 소비자는 마케팅을 열심히 한 회사만 기억하니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여기서 하드웨어 분야에서 예외적인 회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일반 소비자에게 별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지 않은 CPU 제조사인 인텔이다. 여기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는 초난감 기업의 조건 8장 '불꽃 튀는 브랜드 전쟁: 인텔, 모토로라, 구글'을 살펴보기 바란다.



EOB

댓글 7개:

  1. 이런 영리한 책 마케팅이란 ㅎ ...
    이미 아시는 소식이겠지만 APM 개정판이 곧 나올려나 보네요.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 going out of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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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인텔에 예외라고 말씀하신 것이 의외네요. 인텔이야말로 인텔인사이드 전략으로 엄청난 TV, 잡지 광고를 때렸던 기업 아닌가요. 덕분에 컴퓨터 살 때 삼성이나 삼보가 아닌 인텔 컴퓨터를 사도록 유도했고요. 지금도 컴퓨터나 노트북 광고에 CPU 브랜드를 넣도록 하면서 PC 광고비 대주고 있고요. 인텔 광고비야말로 천문학 적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엄청난 물량 공세로 CPU 광고를 하는 기업이 인텔이니 예외로 볼 수 없다고 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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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중태님, 제가 _예외_라고 부른 이유는 CPU와 같은 소비자에게 꼭꼭 숨겨진 부품을 브랜드화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여 성공한(!) 유일한 회사가 인텔이기 때문입니다. 인텔 인사이드에 대항하기 위해 벌였던 모토로라 디지털DNA의 참담한 실패를 기억하시죠? 디지털이큅먼트(알파)나 HP(인텔과 공동 개발한 아이태니엄)를 비롯하여 자사 CPU를 어떻게 선전에 써먹겠다고 설치던 회사는 모두 참담한 실패를 맛봤습니다.
    .
    - 박재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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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초난감 기업의 조건을 반드시 사야 겠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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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PU가 소비자에게 꼭꼭 숨겨져 있다는 말씀이 왠지 와닿지 않아서 생각을 잠깐 해봤는데요...

    CPU는 하드웨어로서는 시각적으로 감춰져 있지만 개념적으로는 PC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 않나요? PC가 느린 건 CPU가 느려서이고, PC가 빠르면 CPU가 빨라서라는 인식이 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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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wafe님께서 무척 흥미로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봅니다.

    먼저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휴대폰에 들어있는 ARM 계열 CPU이 무엇인지 신경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저도 제 휴대폰에 들어있는 CPU 이름이 MSM 얼마인지 클럭주파수가 얼마인지 코어가 ARM 무슨 계열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혹시 휴대폰 업체에 근무하는 분들은 관심이 있을지...


    일반인들이 슈퍼 컴퓨터 성능을 CPU로 평가하지 않듯이(예, TOP500 1위 컴퓨터 CPU가 무엇인지 클럭 주파수가 얼마인지, 몇 개가 장착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 별로 없습니다.), PC도 성능을 CPU만으로 평가할 특별한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여기서 이 틈을 비집고 인텔의 놀라운 마케팅 전략이 빛을 발합니다. 386 --> 486 --> 586 아니 펜티엄 --> 펜티엄 2, 3, 4 --> 코어 듀오 --> 코어 2 듀오로 이어지는 일련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CPU가 좋아야 시스템이 좋아진다는 인식을 컴퓨터 광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심어놓은 겁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모두 인텔 인사이드와 인텔이 심어놓은 "상위 클래스 = 높은 주파수 = 좋은 컴퓨터"라고 말려버린 셈이죠.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 포스팅에서 다시 한번 정리해드리겠습니다.

    - jrogue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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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ㅎㅎ
    그런 마케팅의 차이점이 있었군요 ^^
    책을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그리고 웬일로 jhrogue님이 댓글도 다 다시고 ^^

    어느덧 12월인데, 올 한해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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