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12, 2009

[독서광]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한동안 독후감을 올리지 않았더니 다시 책이 쌓이기 시작한다. 책상 위를 정리할 겸 오늘은 '행복'에 관한 심리학 관련 서적을 하나 소개해보겠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라는 다소 기묘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예측, 통제, 상상을 토대로 행복을 느끼려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은 시도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들 행복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이런 노력이 강할수록 행복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버리는 역설을 설명하고 있기에 기존에 시중에 나온 '행복'을 노래하는(?) 달콤한 책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책을 읽다가 밑줄을 그어 놓은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정리해보겠다.


  • 우리는 뇌가 기억과 지각의 조각을 다시 짜 맞추는 고도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과거 기억과 미래 상상에는 모두 뇌에서 벌어지는 조작된 속임수가 개입한다. --> 전혀 없는 사실이 기억하는 과정에 끼어들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미래에 투영하는 근본 원인은 바로 재바른 판단과 추측으로 최선의 해법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뇌'의 작용이다.
  •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건을 기억하거나 상상할 때도 시간에 비례해 세부적인 사항들이 상상 속에서 빠져버린다. 정작 놀라운 사실은 그 모든 세부 사항이 마침내 눈앞에 닥쳤을 때 우리가 매우 놀란다는 점이다. -->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경우 마일스톤을 잡고 여기에 맞춰 개발을 진행하는데, 항상 후반부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뒤로 갈수록 세부적인 그림이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그 만큼 헛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 '클라크의 제 1법칙: 나이가 지긋한 과학자가 어떤 현상에 대해 가능하다고 진술한다면 그 말은 십중팔구 옳다. 하지만 그가 어떤 현상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이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 미래가 현재와 굉장히 비슷하며, 과거도 현재와 굉장히 비슷하게 그리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터져 나온다. 경제학 책을 보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해 통계를 내는 선행 지표(예: 6개월 이후 경제가 좋아지겠습니까? 나빠지겠습니까?)는 현재 상황을 반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 바로 미래가 현재를 투영한 모습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딱 맞는 말이다.
  •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반복되면, 우리는 재빠르게 그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하고 즐거움의 강도는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습관화'라 부르고, 경제학자들은 '한계 효용 체감'이라 부르고, 일반 사람들은... '결혼'이라 부른다. --> 그래서 아무리 좋은 전자제품을 사더라도 1달을 못간다. T_T
  • 아무도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심각한 경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아무도 자녀를 돌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심각한 인구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 결국 사회적으로 돈 많이 벌고 자식을 낳아야 행복하다는 신념을 사실 유무를 떠나 강력하게 퍼트리는 동인이 존재한다.
  •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실제 경험을 사용해 자신의 미래 감정을 예측하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결국 우리가 '내일' 어떻게 느낄지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다른 사람이 '오늘'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보면 된다. --> 하지만 모두 '자신이 남과 다르다'라고 믿기 때문에 남의 '경험'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이 책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소개하지는 않으므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읽는다면 대략 난감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삐닥하거나 까칠한 독자라면 박장대소하며 좋아할테니 연말 연시 택시비 아껴(날씨도 추운데 망년회를 적당히 일찍 파하고 집에 바로 들어가라는 조언. ㅋㅋ) 구입해 읽어보면 좋겠다.

EOB

댓글 4개:

  1. 읽어 보고 싶네요...^^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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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삐딱해서
    너무 좋았어요!!!ㅋ
    요즘엔 빌려 많이 읽는데 소장하는 책 중 하나지요..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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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그런데 "Stumbling on ~~"은 우연히 발견하다라는 뜻인데......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제목은 나름 시적인 표현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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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 신조 중에 하나가 '내 주변의 남들은 최소한 나만큼은 똑똑하다'인데,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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