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0월 13, 2011

[독서광] 특허전쟁

'기업을 흥하게 만드는 성공적인 특허 경영 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특허 관련 내용에 관심이 많던 차에 옳다구나!라고 소원 목록(!)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마침 출판사에서 선물로 보내왔다(노끈으로 예쁘게 포장해서 도착했는데, 아침부터 닭살 돋을까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다). 몇 번 특허도 써보고 특허 조사도 해본 경험이 있긴 했지만, 솔직히 한번도 정식(?)으로 특허에 대한 공부를 안 해봤기에 책이 오자마자 열심히 읽었다. 요즘 부쩍 나빠진 기억력을 만회하기 위해 간략하게 독후감을 써야겠다.

'특허'라고 말하면 솔직히 거부감부터 드는 분이 많으리라. 특허 관련 문서를 한번이라도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심지어 이 책 저자조차도 처음 입문했을 때는 남이 쓴 특허 문서 읽으면 무슨 이야기하는지 감이 잘 안 왔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야 읽으면 내용이 척척 머리에 들어왔다고 고백(?)한다.) 심히 졸리고 괴롭다. 도면이나 설명 등을 읽을 때는 그나마 공학적인 배경 지식을 활용해 눈이 조금 떠지긴 하지만... 청구항(claim)을 읽을 때마다 그냥 자폭하고 싶은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청구항'이 얼마나 중요한지(솔직히 다른 부분은 그냥 부록일 뿐이고 법리적인 해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알게 되고, 선 청구항 분석 후 참고 자료 참조 모드로 바뀌게 될 것이다. ㅋㅋ 한 마디도 특허의 묘미에 대해 눈이 떠진다고나 할까? 뭐 여튼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특허와 사업을 엮으려는 특이한 시도를 한 결과 상당히 실용적인 성격을 띄게 되었다. 특허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과 출원 방법, 취득 요건과 취득/관리 절차를 알기 쉽게 풀어쓰는 동시에 사업 관점에서 오해가 많은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관점에서 특허에 접근해야 할지 아주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리라 본다. 또한 딱딱하게 법리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대신 풍부한 사례 연구를 제시하고 여기에 대해 설명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므로 실제 우리 주변에서 특허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아,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다루는 1장은 국내 언론과 소셜 매체들이 얼마나 편협된 시각(삼성을 띄워주는 애국주의 vs 애플 팬으로서 당연히(?) 보여주는 감정적인 자세)으로 양사 소송에 접근하는지를 알려주므로 꼼꼼한 디테일을 읽다보면 '나꼼수: 삼성과 애플 편(?)'를 듣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대기업에서 기술 기획 업무를 맡으신 분들이라면 바쁘시겠지만 1장만이라도 읽고 넘어가시면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 그러면 본문 중 좋은 문구를 같이 살펴보자. 딱 보면 느끼겠지만 저자 글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ㅋㅋ

시장에서 이미 성공한 기업이라면 불확실성이 더 증대되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 그러나 삼성은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킴으로써 애플을 고민에 빠트리게 하려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는 치명적이다. 치명적인 것은 특허가 지닌 권리의 속성이며 냉철한 비즈니스를 감정적으로 유혹한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을 생각하기 마련이고, '특허'가 곧 그 지름길이라고 생각해 환상에 젖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대게 특허는 특허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파트너가 대기업인 경우에는, 즉 중소기업이 매력적인 기술로 대기업에 손을 내밀 때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스스로를 잘 보호해두지 않으면 그것은 바로 대기업을 유혹하는 일인 셈이다.
특허 침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법리적인 분석과 판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소망하는 바대로 특허침해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허는 로또가 아니다.
특허권의 내용도 모른 채, 그 특허가 대단하다느니, 우리가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 할 수 있다느니, 다른 녀석들은 다 불법이라느니 법석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권리'라는 허울좋은 간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특허권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며, 아이디어를 이용한 실물도 아니다. 오직 특허서류 중에 '특허청구범위'라는 항목에 쓰여진 언에 표현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허요건으로서 새로움의 판단은, 특허권을 신청한 날을 기준으로 인류 전 역사의 산물과 비교하는 것이다. 결국, 특허법상 '새로움이란 인류적인 사건'으로 부를 수 있다.
힘을 갖고 있는 '권리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말을 바꾸면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신의를 저버리는 반칙 행위가 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경험하는 가장 크고 단단한 벽은 바로 불충분한 인적자원이다.
PCT 국제출원은 '국제적인 기간 연장 신청'에 불과하며, 이 제도를 이용하더라도 나중에는 파리조약처럼 각 나라별로 별도로 특허출원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즈니스는 하지 않겠으나 우연한 기회가 온다면 이 특허를 팔아서 돈을 벌겠다고 그저 막연히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경쟁에서 패배할 때 개인은 의존할 곳을 찾을 수 있으나 기업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열정은 창의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창의성 없는 열정은 금방 식는다. 현실의 검고 단단한 벽 앞에서 열정은 금세 주저앉을 것이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단 완전히 새로운 물질에 관한 특허가 아니라면 사실상 원천적인 기술, 원천 특허라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종전의 단점을 개량해 새로운 이점이 생겼다면 그 기술은 신선하든 신선하지 않든, 기술적으로 어렵든 어렵지 않든 간에 특허의 대상이 된다.

결론: 주변에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특허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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