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월 28, 2012

[독서광] 위험한 경영학

애독자 여러분 모두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일상으로 돌아오셨는지 궁금해진다. 요즘 게을러져서 그런지 몰라도 서평을 조금 뜸하게 올렸는데, 반성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책을 하나 소개하겠다. 아, 물론 경제/경영 블로그 답게 오늘은 '경영' 관련 서적이다. 제목부터 MBA랑 컨설턴트들이 듣기만해도 짜증이란 짜증은 다 몰려올만큼 상당히 자극적인 '위험한 경영학'이다.

B급 관리자가 톰 피터스/워터맨 공저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다. '유명해지려면 유명하면 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며(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경영 부문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 이 두 사람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응징할지 궁금했는데, '위험한 경영학'을 지은 매튜 스튜어트가 제대로 한 건을 올린 듯이 보인다. 동료 의식으로 똘똘 무장한 이 바닥에서 감히 대가(?)의 등에 칼을 꽃는 변절자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ㅋㅋ

이 책은 교차 편집을 사용해 내용을 전개한다. 한 쪽 줄기는 과거 경영학의 부흥을 일으킨 유명한 인물 넷(프레드릭 테일러, 엘톤 메이요, 마이클 포터, 특히 하이라이트인 _톰 피터스_)과 조금 사정을 봐준 인물 하나(드러커!)가 주장하는 내용을 소개한 다음에 그냥 인정사정 없이 까버린다. 다른 한 쪽 줄기는 스튜어트가 근무했던 매킨지와 A T 커니에서 일어난 흥미진진한 사건을 다룬다. 특히 (A T 커니라고 추정되는) 회사에서 반란군을 결성해 제국군에 대항하다 깨지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짜릿함을 제시한다. 회사 운명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대신 스스로에게 뭘할지 조언하는 모습은 컨설팅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에 이 책의 명장면으로 손꼽아도 무방하겠다. 마음 약한 분이라면 독서를 자제하시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며, 고양이 발톱과 같이 까칠한 분들께만 강력 추천한다. 자 그러면 독자 여러분이 기대하고 계시는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정리해보겠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MBA 출신 대통령인 부시는 200년 선거에서 CEO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예수가 CEO와 비교된다고 하면 득을 보는 것은 예수이지 않을까? 구원을 바라는 영혼이든, 파틴 직전의 관계든, 곤란에 빠진 슈퍼파워든,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해답은 그것들을 민영화해서 CEO처럼 경영하는 것이다.
(촌평: 이 책이 한국에서 금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ㅋㅋ)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테일러 학파)이 비즈니스의 경영이 아니라 경영의 비즈니스에서 전문가라는 점이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이, 패자와 승자를 구분하는 것은 검증할 수 있는 전문성이 아니다. 바로 상품을 만드는 능력이다.
자신은 항상 옳다는 흔들림 없는 확신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고, 종종 효과적인 지도력을 갖게 해준다(물론 잔혹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사람들도 많다.)
(촌평: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은 한국에서 금서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ㅋㅋ)
사람이 천사라면 정부가 필요 없을 것이다. 천사가 사람을 다스린다면, 정부에 대한 내/외부적 통제도 필요없을 것이다.
(메이오에 따르면) 따라서 민주주의는 무엇을 해결하기는 커녕, 대중의 정신병리학적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촌평: 최근 나꼼수를 비롯한 SNS에 대해 누군가 한 말이 생각났다. ㅋㅋㅋ)
권한 이양, 책임 있는 자유, 다수의 지혜, 새로운 조직 등과 같은 전문적인 용어들은 메이오와 호손 실험의 시대로부터 유래되었다(이 구호를 부르짓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꼭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메이오가 한 작업의 결과는 엄청나게 중요한 과학적 발견이다(투입을 늘이지 않고서도 노동에서 더 많은 것을 뽑아내는 거의 마법에 가까운 기술의 발전이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잘 대해 주면 대개는 그들도 당신에게 잘 대해준다. 그러나 이 통찰은 절대로 과학적 발견이 아니다. 단지 영원히 진실인 교훈이며, 윤리에 바탕을 둔 것이며, 동어 반복이며, 다른 인간들에 둘러싸인 인간이라면 경험에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것일 뿐이다.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인간중심 경영은 처음에는 언제나 즐거운 것처럼 들리지만, 아름다운 말로 실질적인 협상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이용된다면 그것은 사기이다.
작업의 윤리적 충성도는 과학이나 기술적 학문이 아니라 신뢰에 의존한다.
토크빌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지적했듯이, 사람들이 남보다 잘하려고 가장 열심히 일할 때는 정확하게 개인들이 가장 평등한 때이다.
피라미드에서의 기본적인 요소는 위험이다. 성공하기 위해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피라미드의 위로 올라가야 한다. 깔때기가 좁아지면 올라기지 못한 플레이어는 냉혹하게 버려진다. 결국에는 게임의 플레이어 모두가 루저가 된다.
좀더 경쟁적인 생태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특성은 동료에게 협력하는 체 하면서 동료를 제거하는 자질이다.
'사람을 이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눈을 보고 웃으면서 이용하는 것이다.'
(촌평: 실제 이런 사람 많이 봤고 요즘은 더 많이 본다. T_T)
마키아벨리는 명성의 절반은 운명에 달려 있고, 나머지 절반은 운명이 던져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실제 생활에서 전략은 아주 간단하다. 방향을 선택하고, 죽을힘을 다해 실천하라." - 잭 웰치
"당신이 멋진 자동차를 설계할 능력이 있다면, 내게서 전략을 배우는 데 며칠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아무리 전략으로 박사 논문을 쓴 사람이라도 자동차를 설계하려면 몇 년을 공부해도 어림 없을 것이다." - 리처드 러멜트(UCLA 전략학 교수)
(촌평: 이 문구가 이 책에서 가장 큰 교훈을 줬다. B급 관리자는 앞으로 섣불리 개발 컨설팅(?)을 한답시다고 설레발 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전략 기획 아이디어는 전략 선택을 위한 합리적인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미 선택된 전략을 합리화한다. 그리고 그 전략을 선호하는 사람의 권한도 합리화한다.
혼란의 시장에서 하나의 상수이다. 반대로 가장 잘 변화하는 것은 사람의 계획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비구름이나 증기선과 같은 무생물을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인간을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과 같은 조직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에서 전략 기획은 기우제에 지나지 않았다. 기우제는 비와 관계가 없지만, 많은 전략가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경영은 자원을 가진 사람이 자원을 통제하게 될 사람에게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반역을 할 때는 반드시 왕을 죽여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전략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더 열심히 일하는 것, 더 똑똑하게 행동하는 것 없이 어떻게 이익을 챙길 수 있을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는 그 장점이 허용하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일종의 사기이다.
실수를 피하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아침에 제대로 옷을 확실하게 잆는 것은 매력적인 전략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경영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학교는 애초에 성립 자체가 관료를 키우기 위한 것이지, 사업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감원하는 일을 아무리 좋게 치장한다 하더라도, 감원이 개인의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법률 세계에서 최대한 빨리라는 말은 '나무가 자라는 것보다는 빠르지만, 케첩이 병에서 흘러내리는 것보다는 늦게'를 의미했다.
피터스와 워터먼은 초우량 기업들의 공통적 특성은 다른 회사에서도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특성이라고 가정했다. 그들은 그 특성들이 초우량 기업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거나 초우량 기업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결과일 수 있다는 논리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여자의 아름다움이 그렇듯이 시간은 모든 과대평가를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촌평: T_T T_T)
만약 대가로부터 이익을 얻고 싶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이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자마자 그 반대 방향으로 잽싸게 달려가라.
(촌평: 실제로 B급 관리자는 이렇게 해서 돈을 짭짤하게 번 적이 있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애널리스트가 삼* 계열 주식을 지금 팔아야 할 때라고 조언할 때, 거꾸로 삼* 그룹 펀드를 왕창 매입했다. 결과는? 갑자기 주식이 오르면서 거의 정점에서 매각했는데 수익률이 아주 좋았다. 물론 다음에 또 이런 행운이 재연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T_T)
사람들은 잘 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 대가들이 총애하는 기업들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성공하면 놀라운 경영진이나 심지어는 진보된 경영 이론의 덕으로 돌린다.
"정적에게 흠이 없을 때는 대놓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라."
2005년 타워스 페린이라는 컨설팅 회사가 전 세계 수만 명의 직장인들에게 '나는 회사의 장래를 진짜 걱정하는가? 회사는 내가 최선을 다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 조사의 결론은 '모든 직급에서 대다수 직장인들이 직장에 충분히 충실하지 않다'였다.
결국 미국 교회들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변형되고 종교를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가장 효과적인 특수한 공식을 채택했다.
(촌평: 그리고 한국 교회들도 미국 교회들을 따라. ... 자체 검열 ...)
피터스처럼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도록 돕는데 열성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의 비밀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권력을 이미 가졌다고 다른 사람들을 확신시키는 데 있음을 오래 전에 알았다.
초우랑 기업의 조건 열풍의 와중에 '문화'가 종업원에게 더 적은 급여로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음을 모르는 CEO는 거의 없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직업 윤리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경쟁이 너무나 격심해서 자아는 소비 지상주의에 완전히 매몰되어 버린다. 그 결과는 피터스처럼 밤에도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우글거리는 나라이다.
좋은 경영자는 정말 중요한 큰 그림을 보고, 동시에 세세한 내용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EOB

월요일, 1월 23, 2012

[일상다반사] 설맞이 책 이벤트

지난 추석에는 어쩌다보니 이벤트를 건너뛰고 말았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설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책 이벤트를 기획해봤다. 이번에는 컴퓨터 서적과 일반 서적을 골고루 배합해봤으니까, 관심 있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주저하지 마시고 신청하시면 되겠다. 우선 책부터 보자.

책에 대한 설명은 굳이 달지 않으므로, 링크를 따라가셔서 목차를 보시고 원하는 책을 신청하시면 된다. 애독자 여러분께 이벤트 방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드린다.

  1. 응모 기한: 1월 25일(수) 23시 50분까지다.
  2. 이벤트 응모 대상: 이번에는 모든 애독자!
  3. 이벤트 당첨 방식: 뭐 늘 그렇듯 댓글 선착순이다. 대신 한 명이 싹쓸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1인당 책 한 권만 신청이 가능하다.
  4. 우편물 배송 방식: 이번에도 역시 일반 우편 발송을 따른다. 등기나 택배를 이용할 경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 신청 방식: 신청은 이 블로그 기사에 대한 _선_ 리플 _후_ 전자편지다. 반드시 댓글부터 먼저 달고 전자편지를 작성하기 바란다. 댓글을 달고 나서 혹시 누가 먼저 선수를 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시라. B급 관리자의 전자 편지 주소는 jrogue@쥐메일(다들 아실거다. ㅋㅋ).com이다.
  6. 전자편지 작성 방식: 전자편지 제목은 '[책 이벤트 신청] (댓글에 사용한 id) 책 이름'을 따른다(예: [책 이벤트 신청] (jrogue) 달려라 정봉주). 본문 내용에는 신청한 책 이름, 신청인 이름과 주소와 우편번호(!)를 적으면 된다.
  7. 발송 예정일: 1월 31일(화) 이전에 모두 발송할 계획이다.
  8. 접수 완료된 책은 어떻게 알 수 있나? 여기 댓글로 최종 결과를 정리하겠다.

2011년 한 해 동안 성원해주신 애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2012년 한 해도 열심히 뛰어보겠다. 그러면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기원한다. 꾸벅~

EOB

일요일, 1월 22, 2012

[일상다반사] 나는 정말 MacOS X의 신기능을 잘 쓰고 있나?

왕수용님께서 Time Machine 잘 쓰고 있나요?라는 무척 재미있는 글을 올리셨기에 나두 얼마나 MacOS X의 신기능을 잘 쓰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져버렸다. ㅋㅋ MacOS X 라이언과 스노 레퍼드를 쓰고 있기에 나도 한번 재미삼아 표로 정리해보았다.

기능사용 만족도
MacAppStore몇번 사용했는데,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
Launch Pad상당히 자주 사용한다. 옛날에는 파인더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눌러 들어갔는데, F4 키 한방에 해결되니 편하다.
Full Screen App한번도 써본적 없다.
Auto-Save, Versions이 기능을 제공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많이 안 쓰지만, 만일 자주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지원하면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Resume퇴근시 전원을 내리고 가는 회사 컴퓨터에서는 이 기능을 진짜 100% 활용한다. 하지만 개인 노트북은 일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을 제외하고는 몇 달 동안 전원을 내리지 않으니...
Mail미안하지만 나는 gmail 광팬이다.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T_T
Multi Touch Control노트북 트랙패드에 맥미니에서는 매직 마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ㅋㅋ 더 설명이 필요없지?
Mission Control잘 안 쓴다.
AirDrop한번도 써본적 없다.
iCloud한번도 써본적 없다.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는 회사별로 종류/기능이 너무 많아 머리 아프다.
Find My Mac이게 과연 자주 쓰이는 핵심 기능일까? 조금 의심

스팟라이트에서 검색해서 응용 프로그램을 찾기도 하지만, Launch Pad를 상당히 자주 쓴다는 사실에 본인도 조금 놀랬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스노 레퍼드로 가보자.

기능사용 만족도
Back To Mac써본적 없다.
Boot Camp가상화 모드에서 동작하지 않는 진짜 빌어먹을 소프트웨어 때문에 잘 사용하고 있다. 없었으면 PC 한 대 더 살뻔했다는...
Stack의외로 잘 쓰고 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본다.
Quick Look잘 안 쓴다.
Spaces잘 안 쓴다.
Time Machine사실상 백업은 이 녀석에게 맡기고 있다. 과거 엔터프라이즈 백업 솔루션 제작자 관점에서 보면, 타임머신보다 일반 사용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은 없다고 단언한다(물론 백업 테이프를 사용한 기업용 백업에는 설계 사상이 전혀 맞지 않다)

여기서 사람마다 어떤 기능을 선호하는지 운영체제 출시에 앞서 회사나 본인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증가하듯 운영체제의 기능은 절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는 모양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애독자라면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파이터 클럽소셜 네트워크를 연출한 감독 말이다)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비현실적인 가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다른 스릴러나 SF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들이 해킹 과정에서 맥을 무척 잘 사용한다(그나저나 요즘 해킹 장면에는 ssh와 MySQL 셸에서 query를 만들어 테이블 형태로 결과를 보는 정도는 기본으로 나온다. ㅋㅋ). 맥북 프로가 외향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까지 비까번쩍하기에 헐리우드 영화를 때깔나게 만든 일등 공신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안 그랬으면 우리는 매크로미디어 디렉터로 만든(?) 돈 주고 구하지 못하는 희한한 소프트웨어 화면만 영화에서 줄창 보고 있었을테다). 뭐 평범한 사용자들이 영화 주인공처럼 쓰지는 못할지라도, MacOS X은 DOS나 윈도우에서 불가능한(!) 여러 가지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접하게(그리고 운이 좋다면 즐겁게 사용하도록) 만들어주기에 운영체제 구입에 들어가는 비싼 비용이 그리 아깝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점점 한계 효용의 법칙은 운영체제에도 적용되기 마련이고... 과연 라이언의 후속 운영체제는 어떤 모양새를 갖출지... 이거 참 궁금하다.

EOB

금요일, 1월 13, 2012

[독서광] CAN, LIN, FlexRay를 활용한 차량용 네트워크

MOST: 자동차 멀티미디어 네트워크를 번역한지도 2년 반이 흘렀는데, 세상 만사 아무도 모르는 게 어쩌다보니 다시 기회가 닿아 자동차 쪽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시점이다(개봉 박두!). 그래서 출판사에 가서 CAN, LIN, FlexRay를 활용한 차량용 네트워크를 한 권 얻어와서 아주 열심히 다 읽었다. 오늘은 CAN에 대해 이야기를 좀 늘어놓으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 중에 요즘 자동차는 전선(?)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듣고 화들짝 놀라는 분들을 많이 봤다. 유압, 기구 구동이 아니라 전기적인 신호에 의해 자동차의 각 부품에 지령을 내리고 상태를 파악하는 방식은 이미 일상화되었다(비행기에 성공적으로 적용이 끝난 Fly by wire를 본떴다고 보면 틀림없다). 따라서 차량 내부에는 통신을 위한 네트워크가 깔려있다. 자동차 세상에서는 여러 가지 표준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표준이 바로 CAN (버스)다. 자동차 전장 장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번씩 들어본 용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컴퓨터 분야에 속한 전문가들 관점에서 바라보면 비행기, 고속철도, 자동차 쪽은 기술 발전 속력은 굼벵이 그 자체인데, 그도 그럴 것이 비행기는 보통 개발기간이 30년(요즘은 컴퓨터의 도움으로 많이 단축되었다), 고속철도는 15년~20년(물론 컴퓨터의 도움으로 많이 단축되고 있다), 자동차는 7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엄청나게 보수적이다. 칩셋은 양산 3~5년 전에 모든 스펙이 결정되어 고객사에 전달되며, 그 이후에도 버그 수정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 추가는 엄청나게 느리게 전개된다. CAN의 경우에도 1983년부터 개발에 들어가서 1986년에 첫 표준안이 나왔고, 2000년도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고 보면 틀림없다. 자동차에 얼마나 많은 전자장비들이 있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다음 그림을 살펴보기 바란다(아, 물론 제조사별 최상위 차량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림은 Controller Area Network (CAN) Diagnostics 페이지에서 가져옴)

CAN은 멀티마스터 버스 접근, 충돌 회피가 가능한 임의 접근(CSMA/CD), 최대 1MBPS에 이르는 속력, 최대 8바이트인 짧은 메시지 길이, 자체 동기화된 비트 코딩 기법, 물리적으로 결함이 생긴 노드 차단과 결함 메시지 재전송으로 대표되는 결함 포용 특성과 같은 여러 가지 좋은 특성이 있으며, 프리스케일, ATMEL 등등 여러 회사에서 검증된 칩셋을 제공하므로 개발/구현도 용이한 장점이 있다. 물론 실시간성, 속도, 장비 중복성과 같은 더 좋은 특성을 위해 FlexRay와 같은 프로토콜이 등장하긴 했지만, 당분간은 CAN이 자동차 업계를 호령하리라는 생각이다. CAN이 자동차 전용 네트워크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을텐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좋은 특성으로 인해 산업용 네트워크, 철도/선박용 네트워크, 의료 기기용 네트워크(실제 상용 안과용 진단 기기에 CAN 네트워크를 적용해 개발한 경험이 있다)는 물론이고 CAN 확장 규약인 ARNIC_825를 제정해 비행기에도 CAN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신 에어버스 380이나 보잉 787 기종에는 CAN 네트워크가 조종석과 항법 장비에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따라서 혹시 열악한 운영 환경에서 안정성을 담보로하는 통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 CAN도 한번 고려하기 바란다.

일반적인 기술 설명이 끝났으므로, 책 내용과 구성을 한번 보자. 이 책은 이렇게 복잡한 차량 네트워크에 사용되는 핵심 기술인 CAN을 필두로 저가형 로컬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LIN, CAN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표준인(물론 그냥 사라질 수도 있다) FlexRay, 차량용 멀티미디어 네트워크인 D2B와 MOST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네트워크 표준을 중심으로 서술되다보니까 전기적인 특성, 물리적인 특성(전달 매체에 따라), 프로토콜 자체 특성(인코딩 방법을 비롯해 무결성 보장, 충돌 감지, 오류 처리 등등)이 프로토콜 별로 줄줄이 등장한다.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읽기에는 아주 힘들지 않을까(물론 네트워크를 전공했거나 전자쪽 감이 있는 분이라면 또 다를지도) 살짝 걱정이 앞서며, 전자 쪽 개발자가 읽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아무래도 CAN이 가장 널리 쓰이기 때문에 책의 절반 이상이 CAN에 집중되어 있다. CAN 버스 개요, 프로토콜 소개, 물리 계층, 매체, 부품, 실시간 확장에 대해 단계별로 차근차근 설명하므로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일단 CAN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 습득이 가능하다. 책 후반은 Lin, FlexRay, Safe by Wire, D2B, MOST와 같은 전반적인 자동차 네트워크 기술을 다루고 있으므로(물론 CAN과는 달리 개괄적인 설명에 치우치는 느낌이 들긴 했다), 자동차 네트워크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차피 국내 유일(?)의 본격적인 CAN 서적이므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하지만 이런 부류의 기술서적에 늘 따라다니는 문제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용어 번역이다. 나보구 번역하라고 해도 사실상 대책이 없긴 하지만(전자쪽 책 용어 선정 잘못했다가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어본 경험이 있다고 고백을 늘어놓으며 시작하자), 이 책에서 쓰이는 용어를 읽다보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간이 충분하고 영어 독해에 문제가 없는 분들께는 원서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시간이 부족하고 영어책만 읽으면 졸리는 분들께는 번역서를 추천한다.

EOB

목요일, 1월 05, 2012

[독서광] 커넥션: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애독자 여러분 모두 2012년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며, 첫 블록을 쌓아보겠다. 창의력 관련 책을 소개한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라 오늘은 100% 창의력과 관련된 주제는 아니지만... 과학/기술/공학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을 위한 책을 하나 소개한다. '커넥션: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라는 제목에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라는 부제목이 길게도 붙은 책이다. 이 책 초판은 1978년에 나왔고 1995년에 일부 내용이 추가된 개정판이 나왔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급격하게 바뀌는 세상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경고) 독자 여려분께서 상상하거나 기대한 내용이 전혀 안 나오기에 실망하는 일은 없도록 반드시 목차와 내용 일부를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과학 역사가인 제임스 버크는 이 책에서 그다지 관련이 없어보이는 과학과 기술 발전 역사를 정말로 신기하리 만큼 연결(책 제목이 'connections')하고 있으므로, 읽다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배운 듯이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발명품이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 연표에 나오는 XXXX년도에 YYYY를 ZZZZ가 발견/발명했다는 단순한 설명은 이 책 앞에서 그야말로 무기력해진다. 예를 들어, 컴퓨터는 어디서 기원했을까? 폰 노이만이 자다가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아 뚝딱 만든 물건일까? 천만의 말씀. 버크에 따르면 자동 폭포와 인형에서 출발해 자동 오르간(피아놀라를 보자)으로 발전한 다음, 뜬금 없이 실크 직기 기계로 이동한 다음, 철교 건설용 리벳 박는 기계 제어 장치로 응용이 이뤄진 다음 컴퓨터의 가장 초보적인 형태인 인구 조사 계수기로 탈바꿈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발명이 이뤄진 펀치 카드는 '예 또는 아니오'라는 이진 코드를 다루는 전자적인 컴퓨터로 탈바꿈하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손 안에 쥐어진 스마트 폰까지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독자 여러분들의 민원을 미리 예상해 한 마디 덧붙이지면, 기계와 물리를 알지 못하면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애로 사항이 꽃을 활짝 피울 가능성이 99.99%다. 이 책은 TV 시리즈물(BBC에서 만든 다큐먼터리 시리즈)을 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본문 중에 나오는 무미건조한 역사적인 사실과 단편적인 도해만으로 중세와 근세에 일어난 여러 가지 발명품의 동작 원리를 직관적으로 꿰뚫기가 절대로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회전할 때 좌우 바퀴 회전수를 다르게 하기 위해 오래 전 부터 널리 사용되어 온 차동기어만 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How Differential Gear works와 같은 훌륭한 시청각 자료를 눈 크게 뜨고 봐야 이해가 간다. 일반인들이 위키피디아의 차동 기어 설명만 읽고서 아까 시청각 자료를 보면서 머리를 관통한 '아하!'하는 느낌을 제대로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은 말자. 우리게는 유튜브가 있으니까! James Burke : Connections, Episode 1, "The Trigger Effect", 1 of 5 (CC)을 필두로 관련 비디오 클립을 감상하며 이 책을 함께 보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리라 본다. 영어 듣기에 애로 사항을 느끼는 분들이라도 자막(캡션)이 나오므로 어렵지 않게 시청할 수 있다.

이 책 가장 끝 부분에 나오는 세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다. 2012년에도 좋은 책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기를 약속드린다. 꾸벅.

영웅적 서술 방식에서 역사의 변화는 편리하게 '발명가'라고 명칭된 천재 개인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난다. 에디슨은 전구를, 벨은 전화기를, 구텐베르크는 인쇄기를 발명했다. 그러나 어떤 개인도 발명품을 무로부터 만들어낸 원인일 수 없다. 단일한 발명가를 유일한 창조자의 위치로 높이는 행위는 좋게 보면 사건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과장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의 노력 없이는 그의 일이 불가능했으리나는 점을 부인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지식이 증가할수록 언어는 더욱 자기들만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지 보통의 일상 언어가 과학 주제를 포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지식이 증가할수록 같은 분야 안의 동료들 간에만 공유되는 언어의 비율이 올라갔다. 오늘날 보통 사람들은 종종 과학적, 기술적 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정신적 부적합성 때문이 아니라 핵심 단어들과 그 의미에 대한 이해의 결여 때문이다. 당신이 오늘날 뭔가를 이해했다면 그것은 정의상 낡은 것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우리는 본성상 기술 시대 이전의 믿음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을 귀중하게 간직했다. 이 신념들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 예술과 철학을 놓고 과학과 기술은 변두리에 둔다. 이 관점에 따르면 전자가 인도하고 후자가 추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였듯이, 그 반대가 참이다. 기구가 없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왜 우리는 단지 예술을 통해서면 통찰력과 미의 경험을 얻는다고 배우는가? 이것은 단지 우리 주위의 세계를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는 무한히 깊은 경험의 제한되고 간접적인 표상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 관찰이 유의미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식의 조명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