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8월 11, 2012

[독서광] 위대한 게임의 탄생 2

오늘은 지난번에 소개드린 위대한 게임의 탄생의 후속편인 위대한 게임의 탄생 2편을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해보겠다. 1편은 외국 게임 회사들의 포스트모르템을 다루고 있는데, 2편은 동일한 구성과 전개 방식으로 한국 게임 회사들의 포스트모르템을 다루고 있으므로 현실성이 더욱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잉여력이 충만한 외국 회사들에 비해 모든 것이 부족한 한국 회사들 이야기가 이 분야의 현실을 더욱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리라...

본문 내용을 살펴보면 1부에서는 국내에서 출시된 게임 개발 후기를 정리하고(총 18개), 2부에서는 위대한 게임 개발팀의 공통점을 다룬다. 3부는 '위대한 소프트웨어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붙여 게임이 아닌 일반 소프트웨어의 포스트모르템을 다루고 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직군별 인터뷰가 실려 있어 게임 업계(특히 국내)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요즘 국내 게임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실적 부진, 시장을 이끌만한 새로운 게임 부재, 외산 게임의 약진 등등) 이럴 때일수록 개발 분위기가 망가지지 않도록 개발 문화를 튼튼히 다질 필요가 있다. 이 책이 이런 분위기 쇄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편에서 편집이 엉망이라고 투덜거렸는데, 2판에서는 3부가 불만스러웠다. 3부에서 건질 내용은 사실상 게임과 관련이 있는 "게임 엔진 프라우드넷"(이 부분은 앞서 나온 게임과 연결이 되어 있어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사족이다(글이 엉망이거나 내용이 틀렸다는 이야기 절대 아니다!). 차라리 3부에서도 게임 관련 내용만 다뤘으면 훨씬 좋을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생각해봤는데, i) 게임과는 달리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은 컨텐츠나 시각화보다는 요구 사항과 업무 논리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1부와 큰 격차를 보이며, ii) 게임에서 사용하던 구성과 전개 방식이 일반 소프트웨어에서 제대로 먹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정해본다. 만일 출판사에서 '위대한 소프트웨어의 탄생'이라는 책을 기획하고 있다면 '위대한 게임의 탄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법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이렇게 말을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제각각이라 딱히 일반적인 해법은 없어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한국 개발 문화의 고질병은 게임 업계에서도 일상다반사로 등장한다는 사실(아마 다른 개발 부문에 비해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을 알 수 있었다. 끝없는 야근에 특근이 따라다니는 크런치 모드야 만국 공통 현상이니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본과 경험 부족으로 인해 망가지는 이야기가 (순화되어)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아팠다. 현실은 현실이니 냉정하게 인정하고 넘어가야겠지만, 경쟁력 악화라는 경고등이 켜진 듯이 보여(그리고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묵묵하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우리 게임 개발자들 모두 힘냅시다!

EOB

댓글 1개:

  1. '3부 소프트웨어의 탄생'은 일종의 파일럿 개념이었는데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많은 저자분들이 도와주셔서 좋은 책이 나올 수 있었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3권 제작때 참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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