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24, 2012

[독서광] 군주론(완역본)

'군주론'하면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라면 역시 '군주론'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군주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읽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왕 읽을 바에는 영어 중역본이 아닌 원본을 토대로 완역한 판본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니 까치에서 나온 군주론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시오노 나나미가 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와 '마키아벨리 어록'을 이미 읽어본 적이 있었기에 과연 원본은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16세기에 적었지만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할' 책이라는 생각이다.

헌정사를 포함해 160페이지가 안 되는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공직 생활에서 추방된 후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어떻게 보면 무미건조할 정도로 냉철하게 고민한 내용을 최대한 압축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두께에 비해 엄청나게 무거운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또한 정치를 종교적인(응?) 규율이나 전통적인 윤리적 가치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최초로 주장한 마키아벨리답게 그 당시로서는 감히 입밖에도 내기 어려운 주장을 풍자나 비유를 드는 대신 직접 '군주'에게 조언하는 방법으로 전개하는 혁신적인 내용 전개 방식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 주변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펄펄 살아 날뛰는 현장감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책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마키아벨리는 군주국의 다양한 형태와 특징, 군주국을 뒷받침하는 군사와 백성간의 관계, 군주의 특성에 따른 실패와 성공 사례, 측근 관리 기법,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적절한 과거/현재(책을 집필할 당시 상황) 사례를 토대로 냉철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책 마지막에는 마키아벨리의 진한 이탈리아 사랑이 느껴지는 내용도 나오므로 그 좋던 로마 시절은 온데 간데 없고 외세의 침입 앞에 비틀거리는 중세 이탈리아를 놓고 벌어지는 운명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깔고 읽으면 감동이 배가 될 것 같다. 본문 중에 멋진 내용과 문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서 본 부분은 '운명'을 다루는 마키아벨리의 자세다. '운명'만을 바라보기도 그렇다고 '운명'을 전적으로 배제하지도 않는 유연한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운명은 가변적인데 인간은 유연성을 결여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에, 인간의 처신방법이 운명과 조화를 이루면 성공해서 행복하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해서 불행하게 된다고 결론짓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중한 것보다는 과감한 것이 더 좋다고 분명히 생각합니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데...)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물론이고 스타트업을 시작했거나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분들께서도 이 책을 읽으며 인간 본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결론: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아직까지 원문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분들께 특히 적극 추천한다.

뱀다리: 까치에서 나온 책은 학술서 느낌이 날 정도로 본문 중 주석이 잘 달려있으며 부록으로 용어 해설과 인명 해설이 따라 나오므로, 중세 이탈리아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께서 구입할 때 참고하기 바란다.

댓글 2개:

  1. 예전 사회과학 과목으로 들어던 강의와 무슨 무슨 법칙이 생각나는 듯 하데, 댓글을 쓸려니 머리가 하애지고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네요. ㅠ.ㅠ

    권력은 언젠가는 부패한다고 했던가요. 무슨 철의 법칙이라고 해서 Iron Law라고 우스개 소리로 기억했던 것만... ㅠ.ㅠ


    세번째 문단 말미에 있는 "'운명' 을 바라보지도"는 '운명'을 바라보기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댓글 아래 두 개의 캅챠 문자는 너무 어려워요. 다시 그리기를 여러번 했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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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탈자 신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 수정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캡챠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기능이라... 실은 저도 종종 틀려요. 저도 기계 인간인가? T_T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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