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22, 2012

[독서광] 마르크스와 함께 A 학점을

'시험 잘 보며 세상 바꾸기'라는 상당히 이상한(?)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시험 요령을 알려주는 척 하면서 자본주의(즉, 부를 생상하고 분배하는 체제에 대한 비밀)의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오랫 동안 대학 교수로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점수를 잘 받는 방법과 자신의 주전공인 마르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절묘하게 짬뽕하는 방법으로 학점도 잘 받고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는 목표를 삼은 듯이 보인다. 물론 한 때 공부 기계(응???)였던 B급 프로그래머에게 '점수를 잘 받는 방법' 따위는 그리 신선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대통령 선거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점수를 잘 받는 방법'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밀'에 대한 내용이 (다들 이미 충분히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기에) 따분하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고 서평을 쓰려 했으나... 선거가 끝나고 나서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고 고백하겠다.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의 의도를 어렴풋이 알게 된지라 재미있다는 서평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저자의 의도라... 사람들은 시험보는 요령도 잘 모르고(정말 요령을 부릴 줄 안다면 모두 좋은 대학갔을 테니...),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밀도 모른다(정말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밀을 안다면 <중간 생략>)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저자의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직설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 오겠지만... 어떤 분들은 분서갱유하고 싶은 욕구가 들지도 모르겠다. T_T 본문에 나오는 강도가 쎈 돌직구 몇 개를 한번 볼까?

여러분은 평등한 기회는 고사하고 웬만큼 해볼만한 기회조차 받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회의 평등'이란 임금님의 새 옷에 붙은 디자이너의 상표에 불과하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가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이다.
다른 사람에게 닥친 불행이 나에게 금전적 이익을 안겨주는 체제에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남의 불행을 바란다. 그 대가로 어쩔 수 없이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면서 말이다.
우리 사회는 부자에겐 항상 돈이 부족하고, 가난한 사람에겐 항상 돈이 너무 많다고 가정하는것 같다. 대공황이 한창일 때 헨리 코드가 한 말이 그 좋은 예다. "지금이야말로 좋은 때인데 그걸 아는 사람이 드뭅니다."
우리의 자본주의 사회는 한 손으로 법적 권리를 나눠주고는 다른 손으로 그걸 빼았는 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론 언론은 자유롭다. 언론을 소유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본가들은 여러분이 소비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알아야 할 사실들을 어떻게든 감추고 싶어 한다. 자본이 미디어를 장악한 현실에서, 우리가 유권자이자 시민으로서 뭔가 근거를 지닌 선택을 하고자 할 때 알아야할 정보를 얻기도 쉽지가 않다. 주류를 이루는 이야기는 온통 '선택의 자유'이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것은 광고와 홍보, 뉴스 프로, 연예, 그리고 (감히 말하건데) '교육'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철저한 조작극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물질적으로 아주 풍족하고, 그래서 자신의 안락함이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 때문에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물질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사회적 사다리의 바로 밑 칸에 있는 자들과의 경쟁이 두려운 사람들, 그리고 그냥 자기와 같지 않은 모든 사람과 새로운 모든 것을 증오와 편견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현 상태의 유지를 바라기보다, 고통 받는 서민들이 불만이 있더라도 내놓고 말을 못하던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는데, 사실 이렇게 이상화된 시절은 그들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런데, 본문 중에 나오는 이런 돌직구와는 달리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등장하는 (사회주의 세상을 건설해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자는... 응?????) 대안 제시 부문에서는... 역시 시원스런 답을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비판은 쉽지만 대안은 어렵다는 명제는 변치 않을 듯이 보인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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