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1월 16, 2013

[독서광] 과학자의 관찰 노트

트위터를 열심히 하다보면 종종 좋은 책을 소개받을 경우가 있다. 오늘은 트위터 뽐뿌질에 넘어가 덥썩 구입해버린 '과학자의 관찰 노트'라는 책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다. 책 제목보다 조금 작게 쓰여진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12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무척 중요한데, 자연사학자, 박물학자, 현장과학자, 자연과학자들이 현장 탐사 과정에서 작성하는 '관찰 노트(Field Note)'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책을 구입하기 전에 떠올린 이 책에 대한 이미지는 필기의 달인이 작성했을 법한 예쁜 동식물 그림(동식물 도감?), 깔끔하고 깨끗하고 가지런히 정리된 텍스트였다. 하지만 실제 책을 배송받고 펼쳤을 때 예상과 다른 내용이 등장했기에 순간 당황했다. 필기체로 급히 갈겨 써 해독하려면 상당히 노력이 필요한 노트 내용을 보고 공책 정리의 달인이 되는 법 따위는 잊어버리기로 했다(물론 본문 중 몇몇 노트는 그림까지 곁들여 깔끔하게 정리되었기에 귀감이 될만하다). 이 책은 개성이 가득한 총천연색 관찰 노트를 곳곳에 배치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이며, 사실상 자연 탐사 과정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관찰 노트' 작성이라는 주제와 연결해 풀어나가고 있다.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따분한 공책 정리 이야기가 아닌 현장 탐사 장면이 대부분이므로 미국 HBO 미니시리즈인 '지구에서 달까지'의 10편 "갈릴레오가 옳았다'에서 지질학 공부를 위한 현장 학습 장면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15명의 현장 전문가들이 각자 자신의 주특기(대상은 아주 다양하다. 동물, 식물, 곤충, 사람, ...)에 맞춰 '관찰 노트'를 어떻게 작성하는지를 설명한다. 아름다운 동식물이나 자연 경관에 대한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관찰 결과를 자신, 동료, 후대에 전파하기 위해 쏟아붓는 엄청난 노력이 이 책의 미덕이다. 어릴 때 제법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메뚜기랑 매미도 잡고, 풀도 관찰하고 놀았지만 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할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정리나 기록도 하지 않았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만일 그 때 기록하는 습관이 들었더라면 지금 완전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얻었냐구? 책 날개 표지에 잘 정리된 자연 탐사와 관찰 노트 작성과 관련한 지은이의 10가지 교훈을 옮겨보겠다.

  1. 관찰을 즐겨라. 그러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2. 어디라도 상관없다.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그 즉시 적어라.
  3.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려면 컴퓨터보다는 수첩이 좋다.
  4. 가능한 한 모든 것을 기록하라. 어디에서 아이디어가 나올지 모른다.
  5. 문장으로 자세하게 기록하는 능력을 길러라.
  6. 관찰한 것을 그림으로 그려라. 잘 그릴 필요는 없다.
  7. 그림을 그리면 관찰 대상을 더욱 자세히 보게 된다.
  8. 관찰 노트를 사진과 파일 등 모든 정보를 하나로 묶는 총사령관으로 이용하라.
  9. 식물 표본의 이름표에는 꼭 들어가야 하는 정보가 정해져 있다.
  10. 컴퓨터를 이용하면 기록 과정을 매우 단순화할 수 있다.
  11. 다른 사람이 쓴 노트를 보고 좋은 점을 취하라.
  12. 관찰 노트를 작성하는 목적에 맞게 자신만의 방식을 설계하라.

이 책의 다른 내용도 아주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8장 '왜 스케치를 해야 할까?: 과학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도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아니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손재주가 없어 그림이라면 질색을 하는 바람에 더욱 그림을 못그리게 되고 파워포인트 등으로 발표 자료 등을 만들 때도 엄청난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8장에서 기본 구도를 잡고 간단하게 스케치 하는 방법, 색상을 선택하는 방법, 간단한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전문가가 아닌 과학자를 위해 설명하는 내용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아니 지금까지 초보자를 배려하는 책이 왜 그렇게 나오지 않았는지 그게 더 궁금한 지경이었다(그래서 강남 교보문고 예술 코너를 돌며 나름 신경을 써서 '초보자'용 스케치/그림 입문서를 찾으려 했으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12장 '나만의 관찰 노트를 만들자'가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다. 11장까지 나오는 내용을 총정리하는 동시에 다시 한번 자연 탐험과 관찰 노트 작성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각종 팁을 제시하고 있기에 마무리로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결론: 어릴 때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날 것이다. 오늘도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과학자들의 생동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OB

댓글 1개:

  1. 안녕하세요. 휴먼사이언스입니다~
    깔끔하게 정리해주신 서평 잘 보고 갑니다. 저희 책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말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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