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2월 18, 2013

[독서광] Make : Technology on Your Time Volume 07

2013년을 헛되이 그냥 보낼 수는 없으니, 12월은 몰아서 틈나는 대로 엄청난 독서를 하고 있다. 오늘은 이번에 새로 출간된 Make Vol 07을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겠다.

어릴 때, 조립식 장난감을 너무나도 좋아했다(여기 투자한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면 지금쯤 고사양 컴퓨터를 몇 대 사고도 남으리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립되기 전의 부품과 설계도 만으로 조립된 후의 모양을 추정하면서 상상력을 동원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평면에 흩어진 부품과 블록이 공간에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한 내용이 현실화되는 기쁨도 한몫 거들었다. 이번 Make Vol 7.의 특집 기사는 크게 로봇과 키트 두 부문으로 나뉘어지는데, 키트 부문에 바로 하트 뿅뿅~ 목차만 봐도 가슴이 뛸 것이다. 키트와 혁명, 키트의 역사, 키트 제작자 선언, 꿈의 자동차 만들기, 힘들게 사업하기, 길버트: 키트의 아버지, 맥가이버식 의료 서비스, 오래된 키트의 혼. 어느 하나 대충 넘어가기 아까운 내용이 아닌가?

그 중에서도 키트와 혁명에 나오는 내용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이미 해커스: 세상을 바꾼 컴퓨터 천재들을 읽은 분들이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50년대 후반과 60낸대에 걸쳐 MIT의 TMRC의 '직접 해보라!' 강령이 해커 정신의 출발점이었고, 2세대 하드웨어 해커들이 등장하면서 알테어와 애플 I을 비롯한 개인용 컴퓨터 키트가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물론 대량 생산에 밀려 키트가 자취를 감추는 듯 했으나... 최근에 아두이노, 라즈베리 파이를 비롯해 다양한 DIY용 키트 조립 보드가 등장하고 3D 프린터와 스캐너 등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키트 애호가들을 위한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이론과 실제가 서로 얽히고 섥혀 진행된다는 로버트 L. 글래스의 날카로운 지적처럼 키트를 활용해 원래 제작 의도와 전혀 무관한 기술적인 탐험을 하다 발견된 실증적인 지식이 네트워크를 타고 급속하게 펴저 나가면서 다시 이론적으로 정립되는 선순환 고리는 정부 기관이나 대학 주도가 아닌 소규모 개인 기업에서 먼저 싹트고 있는 기술 혁신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기술 혁신 이야기가 나오니 Vol 7.의 특집 기사 중 로봇과 연결시키지 않을 수 없다. 올 하반기 세간의 화제가 된 그래비티를 보면서 지금까지 본 어떤 영화보다 카메라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봇 & 돌리(구글이 인수했다)에서 만든 로봇 카메라 시스템이 일등 공신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화면을 찍어주는 스태디 캠이 나온 이후에 물리적인 카메라 이동 제어 부문에 기술 정체가 온 듯이 보였으나 로봇 기술을 총동원해 어떤 각도와 거리에서도 안정적으로 카메라를 움직일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등장한 셈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다음 클립을 한번 보기 바란다(중간에 잠깐 그래비티 촬영 장면도 나온다).

이런 엄청난 물건(!)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졌을까? 아마 엄청난 실패와 실험을 거쳐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보완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멋진 영상을 얻고자 손수 제작한 작은 카메라와 원격 조정 로봇이 출발점이라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 않는가?

결론: 로봇과 키트 애호가라면 이번 호를 절대 놓치지 말기 바란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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