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0월 03, 2017

[독서광] 지식의 반감기

2017년도 상반기 우수 도서로 소개드린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를 재미있게 읽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 하나 더 생겨서 무척 기쁘다. 오늘 소개드릴 책은 지식의 변화무쌍한 속성을 다루는 <지식의 반감기>로 '세상의 변화에는 공식이 존재한다'는 멋진 부제가 붙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소개를 받아 구입했는데 목차가 그렇게 끌리지 않아서 먼지만 쌓여가다 다른 우연한 기회로 이 책 내용을 인지하고 번개처럼 읽어본 결과 2017년도 하반기 우수 도서로 손색이 없다.

우선 새뮤얼 아브스만의 테드 강의부터 감상해보자(영어 자막 사용 가능).

이 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지식과 관련해 내적인 질서를 설명하고, 점점 더 커지는 충격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과 같은 복잡한 세상에서 지식의 확산과 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모델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폭발적인 변혁의 세상에서 지식 습득도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하루하루가 다른 상황에서 오히려 변화하는 지식에 적응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 이 책은 역사, 의료, 컴퓨터, 물리, 통계, 천문, 생물, 언어, 도서 분야를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통찰력 있는 지식의 숨겨진 본성을 탐험하므로 이 세상의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또한 지식과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기에 변신을 거듭하는 복잡한 현실을 추상적으로 바라보는 정신적인 모델 수립에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컴퓨터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이 책은 무조건적인 지식 습득을 찬양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해 젊었을 때 자기 계발을 해야한다는 비장한 내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므로 빠르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만병 통치약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편향성과 보수성에 대해 논하면서 지식 습득과 갱신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문제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한다.

본문에 나오는 몇 가지 좋은 글을 소개하겠다.

지식은 인간이 주변 사물에 나름의 질서를 부여하고 이를 해석하는 수단이다.
사람은 평생에 걸쳐 개인의 지식이라는 건축물을 짓고 있으며 새로운 지식을 추가한다.
주변 사물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규칙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은 초상화나 그려달라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잡동사니와 혼란으로 가득 찬 지식은 끊임없이 진동한다.
주변에서 지수 곡선에 따라 변화하는 사물이나 현상과 마주쳐도 사람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상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계관, 사실, 이론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어떤 상태인지를 좀 더 정확히 볼 수 있게 된다.
하나의 기술이 탄생하면 개선 과정을 거치다가 한게에 다다르는데, 수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로지스틱 곡선으로 표시한다.
새로운 단위는 필요할 때만 등장한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단위의 크기도 진보한다. 단위의 발전 과정과 연도를 단위로 한 시간과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대략 지수함후적 그래프가 나올 것이다.
과학 분야에서 이렇게 기술이 두 배씩 발전하는 것은 예외라기 보다는 주류에 해당한다.
과학이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지식을 수정한다면, 기술은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을 수정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가끔 과학적 발견이 새로운 기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과학을 앞서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증기기관은 에너지의 물리적인 열역학이 충분히 알려진 시점에서 100년도 더 전에 발명되었다.
1960년 이래 미국 인구의 기대 수명은 매년 0.4년씩 증가해왔다. 그런데 이 증가 폭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수명 연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가속이 진행되다 보면 언젠가 신기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앞서 말한 증가 속도가 1년을 넘어가면, 그러니까 1이하에서 1이상으로 증가하는 일이 벌어지면, 인간은 '보험 통계 탈출 속도'를 얻는다. 무슨 말인가 하면, 매년 1년이 넘는 숫자를 평균 수명에 추가하면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역사상 인구가 더 많은 시기에는 과거 인구가 적던 시대보다 더 많은 과학적, 기술적, 문화적 혁신이 이뤄졌음이 분명하다. 오늘날에도 인구가 더 많은 나라들은 더 적은 나라보다 더 많은 과학적, 기술적, 문화적 혁신을 이뤄낸다.
과학에서 지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빨리 균일하게 펴져나가지 않는다. 지식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가지를 친다.
이 '중간 끈'이야 말로 지식을 퍼뜨리고, 가끔은 잘못된 지식을 확산시키는 힘이다. 이 끈은 조금 신뢰하기는 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 직장 동료, 모르지도 않지만 가까운 친구도 아닌 사람 사이에 작용한다. 이런 사람들이 지식을 멀리, 그리고 널리 퍼뜨리는 데 가장 중요한 끈을 제공한다. 이들은 성격이 매우 다른 사회적 집단을 서로 연결해 어떤 지식이 새로운 집단을 전염시킬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감염된 지식이 멀리까지 퍼져나가도록 할 만큼 강한 연결력도 갖고 있다.
어떤 지식이 확산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진실이 확산되는 것과 같은 속도로 잘못된 지식도 퍼져 나간다.
오류가 확산되는 이유는 제일 먼저 들은 이야기나 아니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편이 올바른 지식을 찾아 자료를 탐색하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오류가 펴저나가는 모습을 연구할 때 유용한 원칙 중 하나는 '널리 알려진 것과는 달리(contrary to popular belief)'라는 간단한 문구를 검색하는 것이다.
개구리를 솥에 넣고 천천히 물을 끓이면 개구리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사실 개구리는 뇌사 상태일 때만 솥에서 튀어나오지 않는다.
올바른 정보나 소식이 잘못된 것들보다 더 빨리, 더 널리 퍼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잘못된 지식이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든 늦든 이를 뿌리 뽑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그 근원까지 역추적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는 각 단계마다 사람들에게 이를 깨우치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지식을 퍼뜨리기 전에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 지식이 어디서 왔는지, 근거가 있는지를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오류의 근원이 되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주장을 그냥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지식은 그 사람이라는 특정한 개인이 그것을 알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그 지식이 그에게까지 어떻게 전달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기술 지식은 끊임없이 늘어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그냥 휘돌기도 한다. 새로운 발견에 의해 기존의 과학적 지식이 뒤집히는 것 등이 그 예이다. 마찬가지로 훤히 드러나 있는데도 사람이 이를 보지 못해 숨겨진 것과 똑같은 상태에 있는 지식도 존재한다. 이런 지식을 스완슨은 '감춰진 공공의 지식'이라고 명명했다.
시간은 많은 지식을 갉아먹는다. 때문에 인류는 많은 것들을 잃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지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의욕이 생긴다.
지식이 변화할 때면 그 변화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인구는 어떤 법칙에 따라 증가하며, 의학에서도 규칙적인 양상으로 축적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은 이런저런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게 된다.
지식의 변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되지만, 실제로 급격한 변화는 엉뚱한 곳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온도가 천천히 지속적으로 변하지만 정작 이로 인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온도 자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상태이다. 예를 들어 기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것이다.
P문제는 풀기 쉬운 문제로, 오늘날의 컴퓨터로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으며, 가끔은 연필과 종이로 풀어낼 수도 있다. NP문제는 어떤 답이 옳은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이 때 이 문제가 쉬워 보이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은 별개다. 그런데 어떤 NP문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 보이지만, 짜증스럽게도 NP문제에 대한 정답이 나타나기만 하면 그 답이 옳다는 사실을 즉시 알 수 있다.
변화가 급속도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인간은 매우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세계가 언제든 지식의 급격한 변화로 뛰어들 수 있는 문턱에 서 있게 된 것이다. 즉 지식의 작은 변화가 언제라도 대규모의 변화를 몰고 올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과학 혁명은 측정의 혁명을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측정과 오차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정밀성'과 '정확성'이라는 두 개의 단어가 떠 오른다. 정밀성은 어떤 대상을 반복 측정할 때 그 결과가 일정한 정도를 말한다. 정확성이란 측정 결과가 올바른 값에 얼마나 가까운가의 문제다.
매번 진보가 이뤄질 때마다 정밀성과 정확성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지식에 변화가 생기고 가끔은 지식 전체를 크게 수정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p값이 0.05라면 논문에 수록된 연구 결과가 우연의 산물일 확률이 20분의 1이라는 뜻이다.
"통계학이란 과학자가 1년에 스무 가지 실험을 한 다음 한 가지 잘못된 실험 결과를 <네이처>에 싣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학문이다."
어떤 과학 분야에서 수행된 연구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 결과가 참일 확률은 줄어든다. 어떤 과학 분야에서 효과의 크기가 작을수록 연구 결과가 참일 확률은 줄어든다. 어떤 과학 분야에서 실험이 이뤄진 관계의 수가 크고 그 중에서 선정된 연구의 수가 적을수록 선정된 연구결과가 참일 확률은 줄어든다. 어떤 분야에서 쓰이는 설계, 정의, 연구 결과, 분석 방법 등에서 융통성이 많을수록 연구 결과가 참일 확률은 줄어든다. 어떤 분야에 걸린 금전적 이해관계가 커질수록, 그리고 편견이 많을수록 연구 결과가 참일 가능성은 줄어든다. 어떤 과학 분야의 연구가 활발할수록(연구에 종사하는 팀이 많을수록) 연구 결과가 참일 가능성은 줄어든다.
재현 과정을 통해 처음 연구자의 성과가 확인되면 재현 팀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반면, 처음 연구자에게는 노벨상이 돌아갈 수도 있다. 반면, 재현 결과 처음 연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재현 팀으로서는 발표할 건더기가 아무것도 없어진다.
과학은 항상 누적적인 것이 아니다. 즉 퇴보할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있고, 잘못된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과학은 오래전부터 끔직이도 인간적인 활동으로, 인간성의 모든 부정적인 면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 모든 불확실성을 긍정적인 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확정되지 않은 과학이 가장 흥미롭고 박진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지식을 끄집어내는 일에 매달리는 것, 이것이 과학의 특징이다.
무엇을 측정할 수 있느나, 언제 특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무엇을 습득하느냐와 직결되어 있다. 어떤 대상을 측정할 수 없다면, 그런 대상의 존재로 인해 인간의 지식에 편향이 생긴다.
인간은 느린 변화에는 잘 대처하지 못한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눈의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고, 위약을 먹고 회복하며, 기억이 헷갈리는 때도 많다. 동아프리카에서 진화를 시작한 인류는 오늘날 당시의 수렵 채취인들이 겪던 상황과는 판이한 일들을 매일 겪는다. 진화의 어떤 특성 때문에 인간은 현대적 삶의 여러 면을 다루는 데 서툴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태어난 시점의 세계적 정황이 무엇이든 그 상황은 그 사람에게는 정상적인 것으로 신속히 각인된다. 이를 '기준선 이동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탄생한 시점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 아니면 우리가 어떤 상황을 처음 대했을 때 그 상황이 무엇이든 우리가 어떻게 거기에 익숙해지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기준선을 설정한 다음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뚜렷이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옳은' 상태인지를 쉽게 기억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설정한 나름의 기준을 맹종해서는 안 된다. 결과가 아주 나쁠 수 있으니 말이다.
잡지나 신문에서 어떤 과학적 발견에 대해 놀라운 기사를 우연히 읽거나, 어떤 사건이 워낙 중요하고 전 세계를 뒤흔드는 힘이 있어서 이 새로운 지식에 대해 뭔가 한마디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은 그저 초등학교 지식 수준에 그냥 매달려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술'을 자기가 태어난 이후에 발명된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지식의 종류가 무엇이든, 업데이트된 최신 지식을 머릿속에 담는 것에 인간은 매우 서툴다는 사실이 이제 분명해졌다.
역설적으로 기억에 의존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은 좀 더 업데이트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최신 지식은 머리보다는 온라인상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은 의대에서 학생들에게 "몇 년만 지나면 여러분이 배운 것 중 절반은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날 텐데, 우리 교수들도 그 절반이 어느 것인지는 모른다"는 식으로 가르친다.

결론: 이 책도 절판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관심있는 독자분들께서는 서둘러 구입하시길...

EOB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