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nethack이라는 게임에 흠뻑 빠져서 중간/기말 고사도 말아먹은 적이 있었다. 옌더의 애물렛을 찾으러 온 동굴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그리워지는구만... 어쨌거나 nethack을 하면서 어떻게 상상력이 이렇게 풍부한지 감동 물결에 휩쓸렸었는데, 이번에 우연히 읽게 된 신과 거인의 이야기 '북유럽 신화'를 보면서 감을 잡았다.
초등학교 용으로 만드느라 상당히 순화된(?) 내용이 들어있긴 하지만 '북유럽 신화'는 북유럽쪽 정서를 제대로 전달하는 글과 그림(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그림이 아주 뛰어나다)을 담은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nethack에서 나오는 각종 무기(예: 번개 망치인 묠니르(Mjolnir))를 비롯해서 익숙한 각종 신과 괴물 등이 등장하며(무지막지한 여전사인 발키리 유래도 알았다. 낄낄...)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이어지므로(김용이 쓴 무협지를 읽는 느낌도 들었다) nethack 애호가라면 일단 이 책을 손에 드는 순간 끝을 봐야할거다(주의: 판형이 아주 커서 지하철에서 읽으면 사람들 주목을 받기가 딱 알맞다. 그냥 집에서 읽어야 할 듯.). 신들이 벌이는 마지막 최후의 전쟁인 라그나뢰크가 너무 짧아서 무척 아쉽긴 하지만 텍스트 기반 게임인 nethack과 마찬가지로 머리 속에서 알아서 물고 뜯고 싸우므로 어떻게 보면 영화보다 더 실감이 날지도 모르겠다. ;)
이 책을 영화로 만들면 진짜로 끝내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지만... 이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이 워낙 많고 개성도 다양하며 괴물 종류도 너무 많아서 영화화하기에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EOB
혹시 ID로 쓰시는 rogue도 게임 이름인 것인가요? 그냥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답글삭제학생님,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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