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6월 18, 2006

[영화광] 캐치-22(주의: 스포일러)




과 종종 농담 따먹기 할 때 쓰는 질문이 있다.


  • jrogue군: "닭아, 너 닭맞지?"
  • 닭: (시치미를 떼며) "아냐, 난 닭 아냐. 사람이야."
  • jrogue군: "너 닭이 확실하구나. 바보에게 너 바보냐? 물으면 절대 자기가 바보라고 대답안한다. 닭도 마찬가지지."



뭐, 대략 이런 내용과 비슷한 내용이 2시간 내내 전개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포복절도 또는 왕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조셉 헬러의 동명 소설이자 마이크 니콜스(누군지 알지? 그 유명한 '졸업' 감독이다)가 메가폰을 잡은 블랙코미디 전쟁 영화가 바로 캐치-22이다. 우선 영화 제목이기도 한 캐치-22가 뭔지를 알아야 이 영화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꽃피지 않을 듯이 보인다.



캐치-22가 무엇이냐 하면... 자기가 미쳤기 때문에 출격을 면제해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미쳤음을 판단할 정신이 있기 때문에 결국 미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출격을 면제해줄 수 없다는 규칙을 말한다. 반면에 완전히 미쳐서 출격을 계속 요청하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출격을 면제해달라고 이야기하기 전까지 미친게 아니므로 계속 출격을 시킬 수 밖에 없다는 쌍둥이 규칙이 따라온다. 이 규칙을 자꾸 생각하다보면 완전히 돌아버릴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재귀적인 해석은 금하기 바란다. :P



캐치-22가 무엇인지 감이 왔다면 영화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이 영화는 독특한 반전 영화이다. 하지만 말이 전쟁영화지 불합리와 모순이 가득찬 조직 사회를 신랄하게(!) 비꼬는 특색이 있다. 또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지옥의 묵시록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한 설정과 대사로 말미암아 상당히 깨는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기에 jrogue군도 영화 보는 도중에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심각했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줄거리는 끝내주는 B-25 폭격기 폭격수인 요사리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요사리안은 틈만 나면 폭격 임무 보직을 지상 근무 보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대령이 임무 교대에 필요한 출격 회수를 자꾸만 늘이기 때문에 점점 가망성이 없어지고 그 결과 어떻게든 캐치-22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미친 척을 다하게 되지만 진짜로 미친 사람은 요사리안이 아니라 요사리안 동료들이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한명두명 모두 요사리안 곁을 떠나고(이리 죽고 저리 죽고 여튼 많이 죽는다. T_T), 결국에는 캐치-22가 존재하지 않는 규칙 - 즉 허구라는 사실을 파악한 요사리안이 노젓는 소형 보트를 타고 탈영을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캐치-22 때문에 잠이 안오는 독자라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지 마시고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캐치-22 로직까지 섭렵하시기 바란다. 하도 우왕좌왕하는 영화를 봐서 그런지 이번 블록 자체도 우왕 좌왕의 극이구만. T_T



주의) 이리저리 얽힌 영화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므로 미리 책(조셉 헬러가 지은 원작이다. 안졍효씨가 번역한 번역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교보문고에서 검색이 안된다.)을 읽거나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Catch-22를 보면 인물별로 상세한 소개가 나온다.)에서 사전 지식을 알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jrogue군도 위키피디아의 힘을 빌어 주변 인물 특성을 좀더 자세히 파악한 결과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다. 물론 영화 보고 난 다음에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으므로 영화 보는 도중에는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다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 책에서 다루는 주변 인물 묘사를 영화에서 제대로 하기를 기대하면 당신은 캐치-22에 걸린거다.



뱀다리) 출연진이 정말 화려하다. 또라이 장군 역을 맡은 오손 웰스를 비롯하여 마틴 발삼, 마틴 쉰, 존 보이트, 안소니 퍼킨스가 나온다. 영화를 보고 있으려면 배우들이 정말 연기 한번 잘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EOB

댓글 4개:

  1. APM...18일날..나온다고 했는데~~

    아직..책방에는...안나온건가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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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roductionkim님, 현재 APM 하판을 완료한 상황이며, 조만간 인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정확한 출시 시기는 확정되는 즉시 바로 블로그에 공지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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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학교 졸업하고 대전에서 회사생활 2년 하다가 지금은 성남에서 네비게이션 만드는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대전에 있을 때의 main job은 IC 설계였기에, 거의 싱글 프로젝트 개념으로 근무를 하였었죠. 타 부서나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도 그리많이 필요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지금 네비게이션 하는 곳에서 몇가지 프로젝트에 동시에 관여가 되고, 다양한 분야의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상황이 되니, 상당히 어렵네요. 일 자체가 서투른 것도 문제이지만, 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관리가 안된다는 것이 더 가슴 아픈 듯. 요즘 계속 '능률'에 대하여 고민중이죠. ㅠ.ㅠ.
    jhrogue 님 블로그에 오면 뭔가 배우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은 욕구가 자극되어서 좋습니다. ㅎ. 책도 열심히 읽어야되겠고, 읽는 것을 실제 업무에서 열심히 적용해서 실제 능률을 높혀야겠고요.
    오늘 책주문 몇권하려다가, jhrogue님의 리뷰리스트에 있는 것 하나 추가하려고 블로그 들려서 책 리뷰 보는 중입니다. ㅎ.
    맥주 한잔 슬쩍 하면서, 감사의 커멘트 남깁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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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태즈님, 흥미로운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글을 읽는 도중에 jrogue군 블로그를 아끼는 여러 독자분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 요즘 번역 때문에 블로그를 조금 소흘히 한 점을 손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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