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제/경영 4번 타자로 '새로운 마케팅 시대의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부제가 붙은 마케팅/광고 관련 서적인 '아이디어 라이터'를 소개하겠다. "도대체 마케팅/광고가 경제/경영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마케팅/광고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회사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파괴력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주제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마케팅과 광고가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구글의 수익 중에서 상당 부분이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해보면(정답: 광고!) 더욱 실감나리라.
이 책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마케팅 세상에서 모든 것이 연결된 상호대화식 디지털 마케팅 세상으로 옮겨오는 과정을 소개하며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유와 규율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에서 조감한다. 광고 문구를 만들던 작업에서 출발한 카피라이터가 크리에이터로 변신하는 과정은 단순 문구 작성에서 브랜드 켐페인/스토리텔링 기획과 제작, 더 나가서는 디지털로 양방향 상호 작용이 가능한 소통 수단의 기획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변화를 요구한다. 마케팅과 광고 자체는 창의적인 내용과 관련이 깊은데, 마케팅과 광고라는 분야 자체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계속해서 재정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대행사 그리고 여기 속한 유명인들과 여러 가지 마케팅/광고 사례를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고 있으므로 광고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창의력이나 광고에 관심이 많은 호사가들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본문 중에 훌륭한 광고와 브랜드 켐페인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끌려 찾아본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해봤다. (단, 인터넷 관련 상호대화식 켐페인은 제외한다.)
BMW 광고 중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시리즈물인 'The Hire' 중에서 앙리가 감독으로 나선 'Chosen'은 단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느 시리즈물과 마찬가지로 빠지지 않는 BMW 추격 장면에 짧지만 굵은 스토리를 결합하는 능력은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할만 앙리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루브 골드버그 머신은 너무나도 많은 광고에서 사용했기에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기 딱 좋지만, 대표적인 광고인 혼다 '코그'는 이런 식상함조차도 경탄으로 바꾼다.
공전의 히트를 친 헤일로 시리즈 3편을 광고로 만든 '빌리브'는 컴퓨터 에니메이션이 아니라 세트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세부 묘사가 정말 대단하다.
이코노미스트 '헨리 케신저 편'은 이코노미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흥미로운 내용을 재치있게 풀어낸다.
이 책은 소셜 러닝 플랫폼을 표방하는 북밀에서 책 내용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본문 중간 중간에 나오는 '북밀'이라는 태그를 보고 독서를 멈춘 다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필요한 참조 자료를 읽고 다시 독서로 돌아오기에는 상당히 번거로워 책 따로 사이트 따로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향후 전자책과 결합할 경우에는 상당한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북밀에서도 제공하는 다음 도서 세미나 자료를 참조하면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번역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고유 명사가 특히 많이 나오는 관계로 인해 번역이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은 하지만 Time Warner를 팀 워너(으악)로 번역한 경우처럼 영어 병기가 없었으면 갸우뚱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문장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많아서 읽는 과정에서 조금 주의를 요한다. 물론 워낙 인터넷이 발달했기에 궁금한 부분에 부딪히더라도 전후 문맥을 활용해 구글에서 검색하면 어느 정도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더욱 좋을뻔 했다.
본문 중 눈에 들어오는 몇몇 문구를 정리하며 마무리하겠다.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 유용하거나, 재미있거나, 아름다운가?
기술은 신선한 감각과 멋진 요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것이지만, 그것에만 의존한다면 천박한 것입니다. 그 때는 속임수가 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일을 하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마케팅은 비용이 아니다. 세상이 당신의 회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투자다.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광고 작성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 자체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