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잠을 청하거나 (운이 좋아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비행기를 탔다면) 영화를 보는 정도가 전부이다. 이번에 프랑크프루트로 날아가면서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에서 영화를 검색해보았는데, 그다지 끌리는 제목이 없었다. 그래도 한 편은 봐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고른 영화가 바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
하지만... '악마는 ...'에 메릴 스트립 큰 언니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그냥 여성 취향용 영화이니 하고 아무런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기에 줄거리도 배우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낯익은 얼굴(!) 등장.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넋을 읽고 보기 시작했다.
아주 잘난체하고 가식적(남편에게는 꼼짝도 못한다)이고 나쁜 짓은 다 하면서도 미워할래야 미워하기 어려운 잘나가는 패션지 런웨이의 미란다 역을 메릴 스트립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아마 영화 보다가 리모컨 던져버렸을테다. 물론 다른 배우(주연인 앤 해서웨이 포함)들이 메릴 스트립 큰 언이의 후광에 눌려서 깨갱해버리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타고난 포스를 뭐 어떻하랴? 큰 언니의 프로필은 http://en.wikipedia.org/wiki/Meryl_Streep를 참조하기 바란다.
패션이나 유명 브랜드 상표에 전혀 무감각한 남자(!)라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애인이 보러가자구 간청하지 않는 이상 이런 촌스러운 영화를 어떻게 보랴?'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시면 시간 때우기 용으로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EOB
이번에 보니 대한항공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 안정성이 조삼모사 식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커널 패닉이 일어나면 리부팅 되는 동안 기본 오디오 채널로 전환됩니다. 물론 시간이 조금 흐른 다음에 interactive로 직접 바꿔줘야 합니다. ;)
답글삭제- jrogue
저도 메릴 언니 덕분에 아주 재미나게 봤습니다..
답글삭제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난 이 영화 세 번 정도 시도하다 다른 애니메이션 류로 몽땅 바꿨다.
답글삭제The Car, Garfield,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