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행동 경제학 책이 뭔가 부족(?)했기에, 행동 경제학과 관련한 따끈따끈한 신간을 한 권 더 읽어보았다. 일본 사람과 코드가 안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미국 사람이 지은 책을 골랐다. ;)
책 제목인 넛지부터 궁금한 독자들이 많을텐데, 저자들에 따르면 정의가 다음과 같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힘이자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힘
순주 시장주의자나 자유주의자들이 알면 펄쩍 뛸 일이겠지만, 이 책은 대중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는 공공의 개입을 지지하는 논조를 펼치고 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 정리하자면 사람들에게 수 많은 선택 기회를 주면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픈 나머지 사람들은 기본값을 선택하기 때문에, 기본값 설정이 아주 중요하다는 주장을 책 처음부터 끝까지 펼치고 있다.
목차를 보면 1부는 경제와 관련해서 인간의 행동 양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2부는 돈을 주제로 저축, 투자, 신용을 다루며, 3부는 사회를 주제로 사회보장, 의료보험, 장기기증, 환경, 결혼을 다룬다. 4부에서는 앞서 나왔던 내용을 총정리하기 위한 12가지 미니 넛지와 함께 나쁜 넛지가 등장할까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대 의견에 대한 필자 의견이 따라나온다.
이 책은 우리의 실제 생활과 관련한 흥미롭고 잘 몰랐던 내용을 다룬다. 유니버셜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한번도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인 이유, 이동통신 부가 서비스, 신용카드, 초고속 인터넷 결합 상품, 잡지 정기 구독을 (자의반 타의반) 신청한 다음 해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끌고 나가는 이유, 근로자에게 유리한 연금 저축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 노인들을 위한 의료보험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난 이유등을 복잡한 수식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앞세우는 대신 알기 쉬운 설명으로 궁금증을 풀어주기 때문에 3월에 소개한 행동 경제학 책 대신에 이 책을 읽어보는 편이 어떨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들은 공공의 개입이 무제한적인 무소불위의 개입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비대칭적인 개입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사회에서 가장 순진하고 고지식한 사람들을 돕는 동시에(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돈이나 사회 보장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거의 대부분 기본값을 따르기 마련이다) 가장 약삭빠른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최소한의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몇 가지 간단한 정책적이고 기술적인 선택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탐구가 바로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앞으로 뭔가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가입 서류를 읽을 때, 과연 이 서류를 설계한 사람이 넛지에 대해 어느 정도 개념을 잡고 기본값을 설정했는지 날카롭게 살펴보지 않을까 싶다.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하면서 말이다.
EOB
요즘 책을 잘 안 읽는데...이건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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