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드릴 책은 빌게이츠가 추천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급상승해 바로 질러버린 '실패하는 사람들의 10가지 습관'이다. 원래 유명인사가 추천하는 책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까다로운 워렌 버핏이 추천 서문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두 번 고민없이 바로 구매했다. 일단 제목에서 주목해야 하는 단어는 '실패'다. '실패'라는 용어 자체가 금칙어인 한국에서는 흥행 여부는 뭐 안 봐도 DVD라고 볼 수 있겠다(초판 _2_쇄라 적혀있는 판권지를 보며 눈물이... T_T). 이 책은 코카콜라의 전설적인 경영인인 도널드 키오가 자신을 우스갯거리로 만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쓴 아주 특이한 책이다. 보통 유명 CEO가 쓴 책을 읽어보면 결함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모든 역경과 곤란을 극복하며 운 따위는 믿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코카콜라에서 발생한 각종 실수와 실패를 중심으로 어떻게 이를 인정하고 (약간의 행운까지 활용해) 해결해나가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위트있게 기술한 책이라 보면 되겠다.
책을 펼치자 마자 성공하는 방법 따위는 없다는 말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자기 조언만 따르면 무조건 실패한다는 주장과 함께 좀더 빨리 실패하는 방법에 대해 단계별로 설명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요즘 나오는 경영/경제서의 특징인 빠른 전개, 풍부한 사례 연구, 화려한 미사여구에 익숙한 독자라면 구석기 시대에 나온 책으로 간주하고 읽다 포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의외의 상황에서 깨알 같이 재미를 주는 부분이 나오므로 (독자의 내공에 따라) 교훈과 웃음을 동시에 얻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책의 목차가 아주 중요하므로 여기에 한번 더 옮겨보기로 하자.
- 모험은 하지마라
- 입장을 절대 바꾸지 마라
- 자기 자신을 격리 시켜라
- 한 치의 오류도 없는 사람인 척 하라
- 법은 정도껏 지켜라
- 생각할 시간을 갖지 마라
- 전문가와 외부 컨설런트를 무조건 믿어라
- 관료주의를 사랑하라
- 헷갈리는 메시지를 전달하라
- 미래를 두려워 하라
- 완벽한 실패를 위한 마지막 습관: 일에 대한 열정을 상실하라, 영원히
본문을 읽다보면 나오는 사례나 조언이 기업을 이끄는 아주 높으신 분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므로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으므로 글자 그대로 읽기 보다는 자신의 습관과 태도와 관련시켜 읽어보면 색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완벽한 실패를 위한 마지막 습관: 일에 대한 열정을 상실하라, 영원히"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금까지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 때 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난리를 쳐야하는지 의심이 들며 열정을 상실하는 상황을 여러 차례 접했는데, 그러면 완벽하게 실패한다는 조언을 듣고(완벽하게 실패한 과거 사례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로버트 C. 마틴 큰 형님께서 언급한,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더 깨끗하게(좋게) 만들고 나가야 한다는, '보이스카우트 정신'을 이 책 역시 마지막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으로 정리하고 있다.
처음에 그 일을 맡을 때보다 마무리 지을 때의 상태가 더 나아야 한다고 마음먹고 최선을 다하라.
결론: 이 책을 구입하든 구입하지 않든 위에 정리한 10가지 실패 습관 + 완벽한 실패 습관 목록은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힘들 때마다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실패의 비밀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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