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맞이하여 책은 계속 읽고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독후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간만에 짬을 내어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주인공은 바로 한빛미디어에서 보내주신 '메이커 프로'다.
이미 제목에서 눈치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단순 취미 생활을 넘어서 직업으로서 메이커가 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지난 번에 무인 잠수정을 만드는 데이비드 랭의 개인 경험을 소개하는 [독서광] 제로 투 메이커라는 책과는 달리 오늘 소개드리는 '메이커 프로'는 전문적인 메이커로 활동하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등장한다. 따라서 깊이는 얕을지 몰라도 폭은 넓다. 차분히 풀어쓰는 경험담과 함께 현장감이 돋보이는 인터뷰 형식의 글이 섞여 있으므로 형식 면에서도 지루할 틈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장은 15장 '공급 사슬은 사람이다'와 16장 '직장을 그만두자'였다. 15장은 하드웨어 제조를 아이디어 구체화, 설계, 조립 하청이라는 틀이 아니라 사회적인 경험으로 바라본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흥미롭고 독특한 프로세스일수록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런 재미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사람 사이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하드웨어는 물리적인 형상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람이 소유하거나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움직이게 만들면 결과뿐만 아니라 일정, 품질, 서비스 수준까지도 달라진다는 주장을 읽으면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드웨어를 대량생산하려는 사람이라면 회로와 기계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급자와 노동자를 독려하고 효과적으로 지휘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결국 "전부 사람이다. 공급 사슬은 사람으로 이뤄진다!"
16장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하기 위한 중요한 조언을 담고 있다. 물론 여기서도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내용이 나온다.
일에 대해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눈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원하는 건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관심사에 몰두할 시간과, 그 시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만큼의 돈이다. 특히 그 관심사가 돈이 되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시시한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다.
"꿈을 쫓아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둥 무책임한 뽐뿌질 대신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본문 중 나오는 흥미로운 구절을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겠다. 트위터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아주 좋아한 내용이다.
온갖 업계에서 온갖 직장을 거친 경험을 비춰 말하건대 미국에서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쓰고도 후환이 없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미국도 이런 상황인데 한국이야 두 말할 필요가 있을까?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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