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창의력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글과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역시 공짜 점심은 없었다. 창의력에 대한 말은 무지 많았지만 실천은 어려웠고 즉각적인 효과가 없다면 사람들은 바로 잊어버린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물론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드와 구글 검색 엔진이 있긴 하다) 작업이기 때문에 창의력을 엄청나게 요구하지만 막상 여기에 대해 우리에게 빛을 밝혀주는 등대는 찾기 어려웠다. 신 기술과 이를 채택한 첨단(?) 제품 소개, 기술 유행어, 블루오션으로 포장한 레드오션에 오라는 초청장(?), ... , 뭐 이런 복잡한 상황을 돌파하려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위키북스에서 선물로 받아놓고 깜빡 잊고 읽지 않다가 지난 주에 무심코 손에 든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은 이런 막막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막연히 기분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타인 계발서(?)와는 달리 이 책은 자기 주도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물론 다른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저자의 경험담을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앤디 헌트가 직접 쓴 책이므로(아, 중간 중간 김창준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를 읽고서 감동 받은 독자라면 이 책이 실용주의에 사용할 기술이 아니라 실용주의를 바라보는 자세를 배울 좋은 기회가 되겠다.
B급 관리자가 지난번 블로그([일상다반사] 1만시간 법칙 추가 설명)에서 언급했듯이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대포 정신으로 만시간을 투입해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의식적으로 목표를 잡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끊임없이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책 목차를 보면 B급 관리자가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를 눈치챌 것이다.
이 책은 초보자부터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드라이퍼스 모델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L(선형)과 R(벡터?) 모드를 탑재한 우리 두뇌에 대해 설명하고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 R 모드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버그로 가득찬 우리 마음을 디버깅 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사고와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의도적으로 학습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초점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전작인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처럼 기술적인 내용을 기대했다면 코드 한 줄 없는(!) 내용 전개에 기절초풍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술을 제대로 낚을 수 있는 방법이 더욱 중요하기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일독하기를 권한다. 프로그램 세상으로 처음 들어온 새내기 개발자, 어느 정도 경험과 경력이 쌓였지만 정체 현상과 피로감을 느낀 중금 개발자, 산전수전 공중전에 잠수함전까지 다 겪은 고급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한 단계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는 모든 분들이 대상 독자다. 그러면 지금 바로 서점으로 가시길...
뱀다리: 이 책에 나온 내용 중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모델을 단 하나라도 골라내어 현실에 적용(!!!!!!!)하지 않으면 이 책 역시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또 하나의 타인 계발서가 되어버리므로 책만 대충 읽으면 초인적인 개발자로 변신하는 은총알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절대로 권장하지 않는다. 결론: 독서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
EOB
원서를 구해놓고 읽지 못했는데, 번역서가 있었군요...ㅎ
답글삭제- klimtever
이 책 재밌겠네요. 왜 이런 책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을까요. 앤디 헌트 신간알리미도 해뒀는데. 득템한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답글삭제근데 번역하고 계시는 해커들 이야기 책은 언제쯤 나올까요? 이제 나올 때쯤 된 것도 같은데. 기대하고 있어요.^^
// klimtever님, 저도 원서 구입했다 번역서 나오고, 심지어 2판이 나오는 바람에 눈물 흘린 경험도 많네요. ㅋㅋ
답글삭제// Benjamin님, 해커 본문 글자 압박이 무지막지하고 내용도 지금까지 진행한 책 중에 최강으로 힘들어 고생 중입니다. 그런데 번역 하는 저도 무척 재미있어요. ;) 기다려만 주시면 확실하게 품질로 보답하겠습니다.
- jr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