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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월 09, 2011

[독서광]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한 때 창의력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글과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역시 공짜 점심은 없었다. 창의력에 대한 말은 무지 많았지만 실천은 어려웠고 즉각적인 효과가 없다면 사람들은 바로 잊어버린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물론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드와 구글 검색 엔진이 있긴 하다) 작업이기 때문에 창의력을 엄청나게 요구하지만 막상 여기에 대해 우리에게 빛을 밝혀주는 등대는 찾기 어려웠다. 신 기술과 이를 채택한 첨단(?) 제품 소개, 기술 유행어, 블루오션으로 포장한 레드오션에 오라는 초청장(?), ... , 뭐 이런 복잡한 상황을 돌파하려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위키북스에서 선물로 받아놓고 깜빡 잊고 읽지 않다가 지난 주에 무심코 손에 든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은 이런 막막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막연히 기분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타인 계발서(?)와는 달리 이 책은 자기 주도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물론 다른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저자의 경험담을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앤디 헌트가 직접 쓴 책이므로(아, 중간 중간 김창준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를 읽고서 감동 받은 독자라면 이 책이 실용주의에 사용할 기술이 아니라 실용주의를 바라보는 자세를 배울 좋은 기회가 되겠다.



B급 관리자가 지난번 블로그([일상다반사] 1만시간 법칙 추가 설명)에서 언급했듯이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대포 정신으로 만시간을 투입해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의식적으로 목표를 잡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끊임없이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책 목차를 보면 B급 관리자가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를 눈치챌 것이다.



이 책은 초보자부터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드라이퍼스 모델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L(선형)과 R(벡터?) 모드를 탑재한 우리 두뇌에 대해 설명하고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 R 모드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버그로 가득찬 우리 마음을 디버깅 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사고와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의도적으로 학습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초점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전작인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처럼 기술적인 내용을 기대했다면 코드 한 줄 없는(!) 내용 전개에 기절초풍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술을 제대로 낚을 수 있는 방법이 더욱 중요하기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일독하기를 권한다. 프로그램 세상으로 처음 들어온 새내기 개발자, 어느 정도 경험과 경력이 쌓였지만 정체 현상과 피로감을 느낀 중금 개발자, 산전수전 공중전에 잠수함전까지 다 겪은 고급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한 단계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는 모든 분들이 대상 독자다. 그러면 지금 바로 서점으로 가시길...



뱀다리: 이 책에 나온 내용 중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모델을 단 하나라도 골라내어 현실에 적용(!!!!!!!)하지 않으면 이 책 역시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또 하나의 타인 계발서가 되어버리므로 책만 대충 읽으면 초인적인 개발자로 변신하는 은총알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절대로 권장하지 않는다. 결론: 독서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



EOB

일요일, 2월 07, 2010

[독서광] 지하철과 코코넛



[독서광] 연재에서 창의력과 관련된 책을 여럿 소개했었다. 오늘도 역시 창의력과 관련이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하는데, 기존 창의력 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할테니 정신 바짝 차리고 읽기 바란다.



오늘 소개할 '지하철과 코코넛'은 우리가 늘 소망하는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 중에서 '운'을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만 읽으면 부와 성공을 한 방에 거머질 수 있다는 시중에 널리고 널린 자기 계발서와 처세서와는 달리 이 책은 어떤 은총알(silver bullet)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방의 무엇만 바라고 뒷짐지고 '수주대토(守株待兎)'하는 태도를 부추기지도 않는다. 노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를 재치있게 정리하고 있기에 책을 읽다보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B급 프로그래머는 책을 읽다 흥미로운 부분이 나오면 나중에 블로그 정리를 위해 책 귀퉁이를 접는 버릇이 있는데, 솔직히 의료, 경제, 경영과 관련해서 통제감의 착각을 다루는 9장까지는 조금 졸면서 읽었다. 하지만 10장부터 호떡집에 불난 듯 허겁지겁 책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반부는 불확실성의 두 가지 유형(지하철과 코코넛으로 대표되는), 창의력의 비밀과 고수가 되기 위한 조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네 가지 기법('싱킹', '블링킹', '스밍킹', '전문가 의견'), 행복해지기 위한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아웃라이어를 비롯한 몇 가지 책을 흥미롭게 읽어봤다면, 이 책 역시 또 다른 시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창의력과 고수에 대해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이 세계의 진정한 문제점을 세계가 비합리적이라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이라는 것도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세계가 거의 합리적이되, 완전히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데 있다. 삶은 불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삶은 논리학자들에게는 덫이다. 삶은 실제보다 좀 더 수학적이고 규칙적으로 보일 뿐이다. 삶의 정확성은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그 부정확성은 감춰져 있고 그 황폐함은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 - 체스터턴


역설적으로 모든 정보를 극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그 결과 '소음'이 결여되어 독창적이고 참신한 문제 해결의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 극작가 버나드 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고,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지망생들이 전문적인 기량을 쌓으려면 계획적 훈련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극대화한 계획적 훈련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결코 쉬운 일도 아니다. 그 과정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며, 여러 가지 제약 아래 최대한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첫째, 계획적 훈련을 하려면 교사와 훈련 장비, 훈련 시설은 몰론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 계획적 훈련을 위한 동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선수들은 연습을 기량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결과에 기쁨이 따르는 것과는 달리 연습에는 보상이나 즐거움이 없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계획적 훈련은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만 장기간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든 활동이다. - 앤더스 에릭슨


계획적 훈련은 기존의 기량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적절하면서도 측정 가능한 피드백을 받아야만 비로소 그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테니스나 체스 등 체계적인 경기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얻기가 훨씬 어렵다. 경영/정치/의학/경제에 이르면 좋은 피드백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위대함은 부분적으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의 정상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비싼 복권을 사서 추첨에 참가하는 것과 비슷하다. 복권과 마찬가지로 성공 확률은 낮지만, 10년 간에 훈련을 고려한다면 참가 비용은 엄청나게 비싼 것이다.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 중에서 '싱킹'(대부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주도면밀한 과정을 통한 결정)이나 '블링킹'(본능적인 반응)은 이미 많이 들어봤을텐데, '스밍킹'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도 많으리라. 하지만 B급 프로그래머 애독자라면 이미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에서 로버트 L. 글래스가 사용한 만족화(지금 당장 크리에이티비티를 펼쳐 3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라!)라는 개념을 되새김질해보자. ' 씽킹', '블링킹', '스밍킹'과 관련한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반복적인 의사결정은 간단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변수를 찾아내고 단순한 결정 기준을 사용하라. 스밍킹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실수를 받아들인다. 그것은 통제의 역설을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다. 당신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한 지표를 찾아내어 사용하고, 올바른 결정이 훨씬 많을 거라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면서 잘못된 결정을 감내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첫째, 체스 고수는 10년 이상 변함없이 정확한 피드백이 따른 집중적인 훈련을 거친 이후에 비로소 블링킹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둘째, 고수들은 블링킹과 싱킹을 함께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모든 블링킹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씽킹을 이용한다. 모든 수의 75%는 체계적 분석으로 일차적 직관(블링킹)이 타당함을 확인한다. 하지만 25%는 심사숙고 끝에 직감을 바로잡는다. 다시 말해, 싱킹은 고수의 성공에 필수적이며 성공적인 블링킹의 전제 조건이다.


창의력, 행복, 전문가, 피드백, 성공, 의사 결정, 위험 관리와 같은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운'의 중요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테니까.



EOB

화요일, 5월 19, 2009

[일상다반사]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 출간 소식



올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초특급 블록버스터를 가장한) 해커용 컬트 책인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 출간일정이 오는 5월 28일로 잡혔다. 2007년 17회 졸트상 최종 후보작(Books (Practical/General Developer Interest) 부문)에 오른 이 책은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을 즐겁게 본 독자라면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후속작품이다.



이 책을 번역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저작권 협의를 해야하지만 출판사 쪽 연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로버트 L. 글래스 할아버지랑 직접 계약을 맺었고, 여느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예정된 일정을 훨씬 더 초과해서(초과율 200% 일거다. 낄낄) 완료했고, 역자들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튼 이 책은 지금까지 B급 프로그래머가 읽은 기술 서적 중에서 최강을 자랑하며, 향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나누는 기준이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로 구분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책은 거의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실무/학계/연구소를 두루 거치며 겪은 로버트 L. 글래스 할아버지의 경험담을 토대로 소프트웨어 개발 관점에서 정확하게 창의력이라는 핵심 목표를 공략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를 다룬다고 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4차원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창의력 책에도 나오지 않는(당연하지. 소프트웨어 창의력 관련 책은 결코 흔하지 않다!) 놀라우면서도 신선한 시각을 여러분들에게 제공한다.



목차부터 살펴보자. (이번에도 독자 여러분을 위한 특별 부록을 넣었다. 특별 부록 B(성공/실패 조건)는 후식으로 가장 마지막에 보기 바란다. 여러분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낄낄).




1 규율 대 유연성

1.1 소프트웨어 분야의 진정한 헨리 포드를 찾습니다!
1.2 소프트웨어 자동화, 가능할까 사기일까?
1.3 프로그래머는 정말로 ‘통제불능’일까?
1.4 체계는 나쁜 말일까? 소프트웨어 생명주기 이야기
1.5 소프트웨어 설계 위조하기
1.6 애자일 프로그래밍, 유연성이 무르익다
1.7 교정원 연필에 얽힌 황당한 사건
1.8 파루틴 지수
1.9 체계와 창의력이라는 기묘한 단짝

2 정형 기법 대 경험 기법

2.1 논쟁을 명백히 밝혀보자
2.2 죄책감 없이 소프트웨어 개발하기
2.3 정형 기법: 극적인 (성공, 실패) 이야기 하나
2.4 정형 기법을 넘어서
2.5 정형 기법에 대해서 독자들이 보낸 의견

3 최적화와 만족화

3.1 BIEGE 원칙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3.2 충분한 소프트웨어
3.3 땜빵을 옹호하며
3.4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소프트웨어 생산성 (!?)

4 정량 추론 대 정성 추론

4.1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하지 못한다. 정말?
4.2 수학과 전산학자
4.3 의사결정에서 직관의 역할
4.4 숫자도 숫자 나름이다

5 프로세스 대 제품

5.1 좋은 프로세스가 좋은 제품을 내놓을까?
5.2 좋은 프로세스가 좋은 제품을 내놓을까? 두 번째 의견
5.3 위대할 뻔한 이야기
5.4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잡다한 생각 몇 가지
5.5 프로세스 대 사람, 좋은 제품 만들기
5.6 CMM을 적용한 결과 둘러보기
5.7 제품 대 프로세스, 언제 무엇에 집중할까?

6 지적인 업무 대 사무적인 업무

6.1 소프트웨어 만들기, 쉬울까? 어려울까?
6.2 소프트웨어 업무, 지적일까 사무적일까...... 아니면 창의적일까?
6.3 아주 그릇된 이유로 혁신 개념 사들이기

7 이론 대 실무

7.1 이론이 먼저일까? 실무가 먼저일까?
7.2 다시 생각하는 이론 대 실무
7.3 이론과 실무, 심난한 예제
7.4 뒝벌의 비상
7.5 이론 대 실무, 다양한 유감
7.6 소프트웨어 실무가 소프트웨어 이론을 앞서는 부문 정리

8 업계 대 학계

8.1 흥미 대 유용성
8.2 개인 대 팀
8.3 유행어 둘
8.4 이해와 인정과……정형 기법
8.5 구조적 연구
8.6 말하기 대 듣기
8.7 미적미적 위원회
8.8 엄밀성 대 실용성

9 재미 대 진지

9.1 재미와 권태
9.2 오픈소스, 돌아온 재미
9.3 특이한 프로젝트
9.4 잃어버린 재미를 찾습니다

10 소프트웨어 조직과 창의력

10.1 그리스 대 로마, 판이한 소프트웨어 문화
10.2 통제와 기업 문화
10.3 혁신과 관리
10.4 창의력과 전략 정보 시스템
10.5 창의력 대 법

11 창의력과 소프트웨어 기술

11.1 정보 시스템을 구현하는 창의적인 기법
11.2 창의력과 소프트웨어 설계, 빠진 고리
11.3 사례 연구, 창의력이 현실을 만나다

12 소프트웨어 역사와 기념비적인 사건

12.1 첫 번째 기념비적인 사건
12.2 이후 ‘은총알’ 사건
12.3 창의력 대 절차화

13 조직적인 창의력
14 창의적인 사람
15 컴퓨터와 창의력
16 창의력 모순
17 항상 그랬다
18 상승적 결론
19 기타 결론

A 특별 부록(로버트 L. 글래스 대담 기사)
B 특별 부록(성공/실패 조건)
C 베타리더 한마디



목차부터 벌써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도전적인 문구와 단어로 가득차 있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이 여러 가지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느라 조금 산만했다면, 이 책은 소프트웨어 세상을 지탱하는 창의력 관련 주제에 집중하므로 훨씬 더 독자 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역자 관점에서 바라본 이 책은 어떨까? 다음에 정리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이 2007년 초반에 나와서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어떻게 보면 후속 작품인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은 아무래도 형의 그늘에 묻힐까 부담스럽다. 하지만 매트릭스 2편에 사용했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광고 문구는 바로 이 책에 딱 맞는 듯이 보인다. 여러분들이 소프트웨어 창의력과 관련해서 무엇을 상상하거나 이 책은 여러분의 상상력을 확실히 뛰어넘는 창의력을 보여준다.

이 책 초판은 아마존에서 아주 흥미로운 기록을 세웠었다. 판매 부수와 판매 순위가 아니라, 절판 후 중고로 올라온 책 가격이 바로 주인공이다. 해커들 사이에서 이 책은 권장 도서가 아닌 필독서라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1000불 넘게 호가가 올라갔다(2판이 나오고 나서도 한동안 999불을 유지했다). 소프트웨어 분야 서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가치가 떨어져서 나중에는 종잇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옛날 책이 인기를 끈 이유는 소프트웨어 창의력을 다루는 책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분야에서 해당 주제를 다루는 유일한 책이니 당연히 가치가 높을 수밖에.

하루하루 철야에 특근에 개발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창의력이라는 주제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 냉소적인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 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프트웨어 본질을 알아야 제대로 된 개발이 가능하다. 역자는 여러 해 동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업계, 학계, 정부 기관에 속한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개발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모두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말로 다른 생각을 품고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마다 이를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동안 물음표 기호로 남겨 놓았던 많은 의문이 풀려버렸다. 이제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답답하고 화가 나는 대신 속으로 크게 웃으며 표정을 관리하느라 정말 바쁘다. 스티브 맥코넬이 아마존에 올린 장문의 서평에서 밝히듯이 흔치 않은 강력한 통찰력을 얻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도 나이를 먹어서 둥글둥글하게 사람이 변했기 때문일까? 어찌 되었거나 다른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한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역자 혼자서 읽고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기에,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바란다. 소프트웨어 본질을 탐험할 기회는 절대로 흔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이런 답답한 상황을 한방에 해소하도록 2판에 이어 번역서까지 나온 상황이므로 업계와 학계에서 오랫동안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글래스 할아버지가 여러분에게 특별히 선사하는, 살아 숨쉬는 교훈을 절대로 놓치지 말자.


B급 프로그래머 혼자 생각이라고? 좋다 그렇다면 베타리더로 이 책 제작에 참여한 스티브 맥코넬이 쓴 아마존 서평도 한번 비교해가며 읽어보기 바란다.




피플웨어나 맨먼스 미신에 버금가는 기념비적인 책

- Rapid Development와 Code Complete 저자 스티브 맥코넬 (별 다섯)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창의력은 자주 언급되는 주제다. 하지만 대개는 진정한 창의력에 기여하는 요소를 거의 모르면서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창의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면서 창의력을 거론한다.

여기저기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거론할지라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창의력은 아주 중요한 주제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독창적인 책은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와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체계 대 유연성, 정성 대 정량, 프로세스 대 제품, 이론 대 실무 등 서로 상충하는 개념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깔끔하라고 일부러 짜맞춘 구조가 아니다. 각 개념 쌍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본질적인 긴장’을 표현한다. 이런 ‘본질적인 긴장’에서 야기되는 지적인 활력은 연구를 자극하고 논쟁을 불붙여서,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계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어 왔다. 글래스는 서로 상충하는 견해를 탐험하면서 양쪽 진영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기여하는 가치를 (보기 드물게) 인정한다.

글래스는 글 쓰는 스타일이 가볍다. 그래서 때로는 독자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갈 위험이 다분하다. 이장저장 뒤적이며 재미있게 읽고 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던져버리기 십상이다. 나중에 (애자일 광신도와 프로세스 광신도가 토론하는 모습을 보거나 학계 연구자가 실무 실정을 한탄하는 논문을 읽으면서) “아무도 진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군”이라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이 책에서 흔치 않은 강력한 통찰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리라.

물론 완벽한 책은 없다. 이 책은 지난 40여 년에 걸쳐 글래스가 쓴 글을 모았다는 사실이, 그리고 일부는 거의 혹은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단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글래스가 더 많은 수필을 손봤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수필 대다수는 오늘날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사안을 다룬다. 글래스의 논지가 시류를 타지 않는다는, 즉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을 꿰뚫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글래스는 아주 개인적인 시각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일부 독자들은 글이 너무 자의적이라 느낄지도 모르겠다. 주제를 다루는 깊이도 다소 일관적이지 못하다. 좀 더 깊이 다뤄주면 좋았겠다는 부분이 있는 반면, 너무 깊이 다루었다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제기하는 사안과 글래스가 보여주는 통찰력이 우리 분야에 시사하는 가치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1995년에 나온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1판은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10권 안에 든다.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은 더욱 세련되고, 더욱 읽기 좋고, 첫 판 이후로 저자가 10년 동안 쌓은 경험과 지혜가 묻어난다.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는 피플웨어나 맨먼스 미신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는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몸담은 50여 년 동안 로버트 글래스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줬다. 이 책은 그가 우리에게 안겨준 가장 기념비적인 선물 중 하나다.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출판사와 협의해서 지금 열혈 애독자 여러분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으므로, B급 프로그래머 블로그에 계속해서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OB

일요일, 3월 22, 2009

[일상다반사] 1만시간 법칙 추가 설명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오해라는 글을 읽다보니, 사람들이 1만시간 법칙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한다는 지적에 100% 동감한다. 아웃라이어를 읽다보면 무조건 시간만 때려부으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테니스 백핸드와 포핸드를 1만시간 동안 연습한다고 세계 최정상급 테니스 선수가 되지는 못한다. 물론 기교, 전략, 전술, 편법 등은 기본기 위에서만 가치가 있기 때문에 최정상급 선수들조차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최정상급 선수들은 항상 목표로 삼은 방향을 향해 기존에 쌓았던 경험을 토대로 계속해서 자신을 계발하는 특성이 있다. 매 경기마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기본에 벌어졌던 경기를 분석하고 또 분석한 다음에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서 다음에 똑같은 상대편(어차피 특정 분야 바닥은 좁다)과 붙을 경우를 철저하게 대비한다. 이게 바로 1만시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핵심 열쇠다. 아무런 목적 의식 없이 1만시간을 때려부었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어 창의력을 마음껏 펼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강남 학군이 뛰어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략적인 방법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선생과 동료 학생들이 사방에 널렸기 때문이다.



직전에 올린 아웃라이어 서평에서 미장원 원장선생님 예를 든 이유는 자기가 하는 일 =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 = 자기가 목표하는 일이 동일하기 때문에 하루 10시간 투입이 고스란히 전문가적인 소양을 쌓는 시간으로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옆에서 가만히 살펴보니 이 원장 선생님은 기계적으로 머리를 자르는 대신에 과거 경험했던 특이한(?) 손님 머리카락 특징을 기억하고 있다가 새로운 손님이 오면 번개처럼(!) 과거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전략을 잡는 듯이 보였다. 2~3달 정도 미세 조정 끝에 머리카락을 길들이는 솜씨를 보고 20,000시간에 걸쳐 의도적으로 축적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의 위력에 놀랐을 따름이다. 솔직히 동네 미장원을 방문해보면 20,000시간이 아니라 50,000시간이 넘게 한 우물을 파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창의력과는 거리가 먼 솜씨(?)를 너무나도 많이 봤다(좌/우 머리 숱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B급 머리카락을 깎기가 힘들다고 원인까지는 파악하는 사람은 봤지만... 그 이후 속수무책).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라서 단순히 회사에서 시간만 보낸다고 해서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는 정말 어렵다. 항상 의식적으로 목표를 잡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쌓은 경험을 응용해보고, 응용 과정에서 부딪힌 난관과 실패를 다시 피드백 하는 방법으로 선순환 단계를 지속적으로 밟지 않는 이상 1만시간이 아니라 무한대 시간을 퍼부어도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자 그렇다면. 특정 분야에 전문가로 자리잡기 위한 여러분 목표는 무엇인가? 창의적인 전문가가 되기 앞서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강령부터 점검해볼지어다.



EOB

일요일, 2월 22, 2009

[독서광] 아웃라이어: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오늘은 간만에 창의력 관련 책을 하나 더 살펴보기로 하자. 블링크와 티핑 포인트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이 집필한 "아웃라이어"가 주인공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그룹 지니어스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를 이미 읽은 독자라면 "아웃라이어"를 읽는 순간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아웃라이어에서는 전문가다운 역량을 발휘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10년 법칙, 1만 시간 법칙, 등등)을 투입해야 하는 동시에 이렇게 노력과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지능 테스트 결과나 일시적인 두각은 성공하는 사람의 필요조건은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다시 말해, 본문에서도 잠깐 예가 나오는 레이븐스 테스트와 같은 극악 무도한 테스트(이 테스트를 끝까지 풀려고 함부로 덤비지 마시라. 멘사용이라서 아주 머리 아프다)에서 어린 시절에 높은 점수를 딸지라도 지속적으로 지능을 계발하도록 기회를 잡지 못하면 커서는 말짱 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신동으로 불리던 천재들을 나중에 성년이 되어 추적해보면 대부분 주변 사람들보다 조금 머리가 더 좋을 뿐인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변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드웰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중산층 이상 부모가 사용하는 "집중 양육"이 주는 장점을 아네트 라루의 연구 결과를 빌어 강조한다. 라루에 따르면 선천적인 지능인 IQ와 대조되는 후천적인 실용 지능이 있어야 성공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본문을 잠깐 볼까?



중산층 부모는 대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이유를 찾아낸다. 단순히 명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협상하며 어른들에게 질문하기를 바란다. 또한 부유한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잘하지 못하면 선생을 찾아가 상담을 하며 아이들 문제에 깊이 개입한다.

반면 가난한 부모는 권위 앞에서 겁을 먹는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뒤편에 물러서 있다. 자식 교육은 선생님 몫이지 부모의 일이 아니었다.

라루는 중산층 부모 스타일을 '집중 양육'이라고 불렀다. 이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재능, 의견, 기술을 길러주고 비용을 대는 행위를 말한다. 대조적으로 가난한 부모는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를 돌봐야 하는 책임은 지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성장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계발하도록 내버려둔다.

중산층 자녀는 자신의 개인적 선호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어떤 기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또한 그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을 요구하는 일에 편안함을 느낀다. 4학년만 되어도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안다.


글래드웰은 벼농사를 짓는 중국, 한국, 일본 3개국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도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뭐 당연한 일이지만 가난한 농부들이 연간 3천 시간을 쏟아부으며 애지중지 벼를 기르는 나라의 후손들이자 수업일수가 180일인 미국과 비교해서 220일에서 240일에 이르는 아시아권 학생들이 성취도나 문제 풀이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면 1만 시간 법칙 자체도 거짓말이 되지 않을까? 학기 중에는 맥을 못추던 상류층 자녀들이 방학만 지나고 오면 거의 방목에 가깝게 내팽겨쳐진 중산층과 빈곤층 학생들을 읽기와 수학 성적에서 가볍게 눌러버리는 통계 자료를 보면 공포에 가까운 전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강남 불패 신화는 허구가 아니었다!



자, 이제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우리는 환경을 얼마나 잘 이용(활용)해왔으며 얼마나 질과 양적 측면에서 시간을 자기 계발에 집중 투입했는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뱀다리: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단골 미장원에 들렀다. 이 미장원은 B급 프로그래머 머리를 우주소년 아톰 형태에서 벗어나게 만든 놀라운 능력을 소유한 원장 선생님이 운영하고 있으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예약 안 하면 원장 선생님 솜씨를 구경하기 어렵다. 잠깐 대화를 옮겨보겠다.


B: 원장 선생님, 지금까지 손님 헤어스타일을 챙기면서 투입한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원장 선생님: 글쎄요, 한번도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런데 왜 물어보시죠?
B: 만시간 법칙이라고, 어떤 분야에서 절정 고수가 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거든요. 그러면 하루에 몇 시간 일하세요?
원장 선생님: 하루 10시간씩 초보 견습생 시절을 제외하고 12년 동안 꼬박 이 일만 했지요.
B: 일요일이랑 점심 시간 빼고 주당 50시간이라고 가정하면, 1년이면 2500시간, 12년이면... 음음음...


EOB

토요일, 1월 24, 2009

[독서광]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통합적 사고의 힘



창의력 관련 책을 소개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서는 부도 수표를 남발해서 죄송하다. 요즘 주부(?) 건망증이 심한지라 뭘 자꾸 잊어버린다. 설 연휴 기념으로 오늘은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라는 창의력 관련 책 한 권을 소개해올리겠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흔히 모순되는 상황에 부딪히거나 완전히 상반된 아이디어를 다뤄야 하는 경우에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지지만, 성공적인 리더들은 이런 상황에 굴하지 않고 상반된 아이디어를 하나로 합쳐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통합적 사고'를 기르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소프트웨어 설계 분야에 적용할 내용이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소프트웨어 설계 과정에서 주로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모순이다. 프로그램 크기 문제와 속력 문제(최적화 과정에서 매일 부딪히는 문제다), 성능 문제와 확장 가능성 문제(성능을 높히려면 추상화를 깨야 하나?), 언어 선택과 성능 문제(사람에 가까운 고차원 언어일수록 _일반적으로_ 성능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기타 등등 우리는 매일 모순과 싸우며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양자택일이라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서 상반되는 생각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의 미덕은 이런 '통합적인 사고'가 타고난 특성이 아니며 계발되어야 하는 특성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통합적 사고'는 자고 나니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뭔가가 아니라 부단한 연습, 노력, 피드백,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뭔가로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창의력과는 상반된다고 알려진 '경험'을 강조한다. 즉 경험이 전문성을 강화하며, 독창성을 계발하는 열쇠이므로 무대포가 아니라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 의식적으로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통합적 사고'에 아주 중요하다는 이론을 펼친다. 지난번 소개한 책에서도 10년 법칙을 강조했었는데, 역시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방식에는 '노력'이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자 그러면 본문 몇 개 보면서 독자 여러분의 구매 욕구에 불을 활활 지펴드리겠다. ;)



가르치기 가장 어려운 입장의 한 요소가 인내심일 것이다. 어머니는 내 급한 성미를 바로 잡아주려 하실 때마다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인내심은 여자들에게는 거의 없고 남자들에게서는 절대 찾아 볼 수 없는 미덕이다."


시스템 역학에 따르면, 우리가 내린 의사 결정이 그토록 자주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는 이유는 우리가 중요한 인과관계를 간과했거나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그런 인과관계가 사실은 비선형적이고 다각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데도 그것이 선형적이고 단일한 방향성을 가진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 파블로 피카소


진정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영감이 넘치는 사람이 되려면 전문기술과 감수성을 연마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끈기 있게 추구할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개 그런 기술과 감수성을 구축하는 데는 수십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극소수 전문가를 제외한 우리들 대부분은 언제나 가장 명백하고 가장 단순하며 가장 선명한 결론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명백한 결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마 명백한 결론을 당연시 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로 그런 결론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 피터 드러커, 1965년 어느 연설에서


독창성은 실험정신과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발성, 그리고 처음에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뭔가를 시도할 수 있는 개방성을 요구한다. 실험정신에 뿌리를 둔 독창성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행착오와 시제품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독창성이 필요없는 전문성에만 매달리게 된다.


전문성은 아무런 노력 없이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 전문성은 일관된 경험을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반복해야만 획득할 수 있다. 경험이 많다고 반드시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뽐뿌질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다. :P 올 한해도 모두 모두 즐겁게 독서 생활 하시길...



EOB

화요일, 1월 13, 2009

[새소식] FASTCOMPANY.com이 뽑은 2008년 가장 창의적인 사람과 가장 창의적인 건축물


(사진은 창의적인 건축물 중 하나로 뽑힌 'molecular foundry Lawrence Berkley National Laboratory' 전경)

작년 이야기라서 '새'소식이라고 부리기에는 대략 민망하지만 그래도 혼자 보기 아까워서 한번 정리해본다.



바로 대안(?) 경영 잡지를 표방하는 FASTCOMPANY.com이 뽑은 2008년 최고! 2008년 가장 창의적인 사람2008년 가장 창의적인 건축물을 보고 있으려니 모순되는 생각이 떠올랐다.




  • 한국 사람은 창의적이다: 놀랍게도 가장 창의적인 사람 중에 두 명이 한국 계열이다. 하긴 두 사람도 한국에 있었으면 그리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OTL
  • 한국 사람은 창의적이지 못하다: 창의적인 건축물은 한국에 발을 붙이기가 상당히 어렵다. 신도시에 우뚝 솟은 똑같이 생긴 특색없는 아파트를 한번 봐라. 서울 도심에서 주변과 부조화를 이루는 딱딱한 고층 건물도 한번 봐라.


이런 황당무개한 부조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EOB

금요일, 1월 02, 2009

[독서광] 그룹 지니어스



먼저 블로그 애독자 여러분 2009년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 B급 프로그래머도 맘 다잡고 올 한 해도 열심히 뛸 계획이다.



2008년 마무리는 책으로 끝났는데, 시작도 책으로 열겠다. 오늘 소개할 책은 창의력 관련 서적인 '그룹 지니어스'다.



흔히 창의력은 일 개인에 속한 특성이나 속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영웅관에 사로잡힌 언론에서 부풀린 경향도 있으며, 창의력이 로또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뭔가라고 정의하기가 훨씬 더 쉽기 때문에 편의상 개인과 관련한 이야기가 어릴 때 위인 만화책부터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지구 중력을 설명하고자 사과가 뚝 떨어지고 벤젠 고리를 발견하고자 뱀이 자기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거짓 진리가 되버린지 오래다.



그룹 지니어스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주체가 일 개인이 아니라 그룹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즉흥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재즈 밴드와 즉흥 연극부터 실리콘 밸리와 헐리우드 영화 산업 발전 원동력을 거쳐 오픈소스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리눅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협력망이 세상을 바꿔나가는 사례를 든다.



본문 중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창의력은 지금까지 관례를 거부하거나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잊어버린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은 과거의 경험과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개념에 기초해서 생긴다.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매우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느 한 단계를 뛰어넘는 순간 최고의 절정에 이르며 그 때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고 느낀다. 또한 자기 자신과 주변 환경, 자극과 반응,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에서 플로라고 하는 완벽한 심리적 몰입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창의력 연구에서 드러난 가장 확실한 결과는 10년 규칙이다. 다시 말해서, 엄청난 창의력을 이끌어 내어 놀라운 성과를 얻으려면 최소한 10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력은 우리가 이전에 얻은 통찰력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갑작스레 솟아오르는데, 이런 아이디어의 연쇄작용이 일어나 정신에 결합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플로' '경험의 중요성', '10년 규칙', '숙성' 등을 예로 들었는데, 이미 인용구만 보고서도 구미가 당기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 '독서광' 뽐뿌질에 말리도록 예산 미리 두둑하게 잡아놓으시길...



이 책이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이유는 소프트웨어야 말로 창의력이 필요하고 여러 사람이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결국 창의력으로 먹고사는 소프트웨어가 (적어도 한국에서는) 3D 산업으로 전락한 이유는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는 공장식 경영 방식(작년 한해 죽을 쑨 어느 나라(!)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 IT 산업이 첨단의 탈을 쓴 노가다판임을 이해하지 못했다.)이 큰 몫을 차지한다는 생각이다.



다음 주에도 '창의력' 관련 서적을 한권 더 소개할테니 기대하시라.



EOB

화요일, 12월 09, 2008

[일상다반사] 12월 17일 창의력 세미나 2탄

지난 12월 2일 기묘 세미나를 무사히 마치고,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소프트웨어 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창의력 세미나 2탄을 준비했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창의력을 소개했던 지난번 세미나와는 달리 이번 세미나는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설계와 창의력을 다루므로 필요에 따라 일부 중복되는 내용을 제외하고 새로운 내용이 대거 등장한다(요약하자면... 발표 자료를 거의 새로 만들었다). 발표 자료를 전면 개편하느라 블로그도 소흘히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내용이 달라질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번 세미나는 참가비는 무료이긴 하지만 평일이라서 참석자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만일 참석자 20명 내외면 세션 두 개 발표 시간을 좀 줄이고 라이브 대담 모드로 들어간다. 낄낄... 강의보다 라이브에 강한 B급 프로그래머의 진수를 보게 될지도...



지난 기묘 세미나와 마찬가지로 이해영님이 번역하신 이노베이션 게임: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찾아내는 12가지 전략 게임도 질문자에게 드릴 선물로 준비했으므로, 기대하시라! 참석자가 적으니 질문지만 잘 적으면 당첨 확률도 상당히 높다.



뱀다리: 오해 없도록 추가 설명 드리겠다. 12월 초 '기묘 세미나'에 참석하신 분들께서 동일한 세미나를 이번에는 무료(?)로 진행한다고 황당해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주제가 다르므로 중간에 예를 드는 사례나 최종 결론(!)도 확실하게 다르다. 참고로 지난번 세미나에서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신 분이라면 이번에 참석하시면 빠진 퍼즐 조각을 하나 더 맞출 수 있을지도.



EOB

토요일, 11월 15, 2008

[일상다반사] 12월 2일 창의력 세미나 안내

드뎌 창의력 전문가로 B급 프로그래머가 살짜쿵 방향을 틀어서 세미나 한 세션을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임베디드, 디버깅, ... B급 프로그래머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런 이미지는 잠시 잊어버리고, 소프트웨어 요구 사항 분석부터 구현과 배포에 이르기까지 창의력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적용해서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는 기회로 활용해보자.



유료 세미나에다가 평일에 진행하는 관계상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다들 알고 계시듯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으니...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회사 하루 땡땡이 치고 참석하셔서 창의력을 기르면 어떨지?



자, 그러면 기묘에서 제공한 세미나 소개 글을 소개하겠다. 짠!



누구나 생각의 힘을 통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창의력과 거리가 멀다고 말합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개발 환경과 프로세스 속에서 개발 진행시의 문제 해결 능력부터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이르기까지 창의력의 필요성과 힘은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묘세미나에서는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여러분에게 창의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 일시: 2008년 12월 2일(화) 13:00 - 18:00
  • 장소: 도곡동 군인공제회관 23층 IBM 온디맨드홀
  • 참가 신청: URL: http://www.gimyo.com/creative/


자 그러면 충분히 세미나 개요를 살펴보았을테니, 지금쯤이면 참석을 마음먹고 계신 분들을 위해 보너스 한 가지를 추가하겠다. QnA 시간에 창의력 관련 질문을 묻고 대답할텐데, 미리 B급 프로그래머에게 알려주시면 오프라인 세미나 시간에 가장 먼저 대답해드리도록 하겠다. 프로젝트 진행,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창의력 관련 사항이 궁금하다면 댓글이나 전자편지로 질문 부탁드리겠다. 온라인으로 주신 좋은 질문에 대해서는 소정의 선물(!)도 드릴 계획이다.



EOB

월요일, 10월 20, 2008

[독서광] 생각의 혁명



요즘 블로그 글을 뜨음하게 올리고 있다. 읽은 책은 늘어나고 블로그 소재거리도 증가하는 반면 이런저런 바쁜 사정이 발목을 자꾸 잡아서 차일피일 블로그 운영도 미루게 되는 상황이다. 이러다 블로그에 거미줄 칠까봐 일단 생각나는대로 글을 올리고 보자.



요즘 한창 '창의력' 증강에 푹 빠져(이유는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설명하겠다. :)), 창의력 관련 서적을 찾아서 읽고 있다. 오늘은 로저 본 외흐가 지은 생각의 혁명이라는 책을 같이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창의력 관련 서적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하드커버에 두꺼운 양장본?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본문 전개 방식? 첫 50페이지만 읽어도 벅차오르는 감동? 유감스럽지만 생각의 혁명은 이 어느 요건도 갖추지 못한다. 얇고 일반적인 판형에 진지하지 않고 조금은 장난스러운 서술 방식, 게다가 딱히 창의성을 강화시켜주는 내용도 없어 보인다(처음 보기에는 그렇단 말이지. 낄낄).



하지만 이 책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데, 창의력에 대한 확실하면서도 끝내주는 해법은 없는 대신(역설적이지만 이게 가능하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더 이상 '창의력'이 아니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넘어가도록 만들어준다. 주의: 창의력에 대한 고급 서적을 많이 읽은 독자들께서는 책이 좀 심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이 책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관성에 빠진 두뇌에 채찍을 가해서 깨워 정신적인 감옥에서 탈출하라는 메시지다. 기존 사고 방식을 효과적으로 공략해서 헛점을 드러내어 이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방법을 잘 읽어보고 직접 시도해보자. 책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인용구 두 개를 정리하면서 마무리하겠다.



당신의 분야가 아닌 책을 읽어라. '관과 명당자리'이든 '근육'이든 상관없다. 그 책에서 당신이 무엇을 발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설을 읽어라. 소설은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훌륭한 도구이다. 어떤 사람은 주제가 다른 책 너댓 권을 동시에 읽는다고 한다. 그는 한 분야의 책을 통해서, 또 다른 분야에대한 생각을 자극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그는 동기화 방법에 관한 책과 마리오 푸조가 쓴 '대부'를 함께 읽고 있었다. 그는 직접 방법을 알려주는 앞의 책보다 소설에서 더 많은 통찰력을 얻었다고 한다.


독자 여려분에게 간접 체험을 선사하기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책을 소개해 올리기로 하겠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