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18, 2026

[독서광] 클린 코드 2판 출간에 붙여

클린 코드 2판 증정본이 담긴 택배 상자가 어제 집에 도착했다. 원래 2판 출간 소식을 먼저 전해드리려하다가 그래도 실물을 영접하고 글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예약 판매 사이트가 열렸는데도 꾹꾹 참았다. 책장에 꽃으려다 보니까 기존 역서들이 보여서 생각난 김에 간략하게 클린 코드 책 역사를 되집어보지 않을 수 없다. 2008년에 원서가 출간되었고, 2010년에 클린코드 번역서가 처음으로 출간되었다. 그런데 당시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첫 번역서가 절판이 되어버렸고, 다행히도 2013년에 인사이트에서 복간되어 여러분들을 다시 찾아뵙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술서로서는 보기 드물게(정말 보기 드물게...) 역주행을 거듭해서 애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발전하는 IT 기술의 변화 앞에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점점 현실과 괴리되기 시작했고 책 판매량도 당연히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6년 9월에 더 강한 모습으로 2판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되었다.

2판은 1판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는가? 솔직히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역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2판 구입을 주저한다. 1판 내용은 그대로 둔 상태로 일부 내용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선에서 그치기 때문에 신규 독자라면 모를까 기존 독자라면 책장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역자로서 1판과 2판 차이가 많지 않으면 번역 작업이 손쉬워지므로 좋긴 하지만, 역자도 독자인 관계상 특히 클린 코드와 같은 양서인 경우에 1판과 2판 diff 결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완전 재번역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끝없이 이어지던 자바(원래 자바가 21세기 코봁같은 느낌인지라 간단한 프로그램도 되게 길어진다. 여기서 자바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자바에는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다.) 코드는 대부분 삭제되었고, 꼭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자바를 비롯해, 고, 파이썬, 자바스크립트 언어와 클로저 등 다양한 언어로 만들어진 예제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록을 이용한 바이브(엌!) 코딩 사례도 등장한다. 또한 클린 코드 이후에 밥이 집필한 <우리 프로그래머들>, <클린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장인 정신 이야기>, <함수형 설계, 객체 지향과 만나다> 책에서 핵심을 간추려서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안 그래도 바쁜 세상에서 이 많은 책들을 하나하나 읽지 않고서도 장인정신이 충만한 개발자로 성장하기에 필요한 영양분을 책에 꽉꽉 채워놓았다.

생성형 AI가 IT 업계 전반을 흔들어놓고 있기에 혹자는 사람에게 유효한 클린 코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기도 한다. 어차피 쓰지도 읽지도 않은 코드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LLM이 알아서 프로그래밍 언어도 선택하고 문서화도 하고 서브 에이전트끼리 통신도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클린 코드와 클린 아키텍처가 무슨 의미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는 사람이 코드를 바라보는 관점과 생성형 AI가 코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맞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어떤 자료를 학습해서 기존 사람들이 수십년 동안 쌓아온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을 레버리지로 쓰겠는가? 바로 사람이 만든 자료를 학습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래밍 설계 명세를 프롬프트로 만들어서 코딩 에이전트에게 지시를 내릴 때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람이 쌓아온 기존의 사상과 어휘를 사용하기 마련이고, LLM도 여기에 응답해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전혀 클린하지 않은 엉망 진창인 코드를 LLM에 줘도 다 이해하고 고칠 수 있다는 주장도 할 수 있다. LLM이 주변 컨텍스트에 맞춰서 결과를 내는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전까지는 사실로 보인다. 문제는 LLM은 엉망 진창인 코드를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더 엉망 진창으로 만들 수 있는 파괴적인 위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는 이상 LLM은 굳이 불필요한 토큰을 낭비해가면서 엉망 진창인 코드를 훌륭하게 바꿔주지 않는다. 그리고 통제 불능이 될 때까지 질주할 것이다. 그 이후에 결과는 모두 다 안다. 유뷰트와 블로그에는 될 때까지 만들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동작하도록 만든 바이브 코딩의 성공 사례만 올라오니까 생존자 편향이 작용할뿐이지...

번역하면서 생성형AI 시대에 대비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LLM과 함께) 요구 사항을 분석하고 설계하고 LLM과 의사소통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LLM이 만든 결과물을 단위 코드나 E2E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클린 코드>에 담긴 여러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험 결과를 보고 개선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개발 방법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여러 사람은 물론이고 다양한 코딩 에이전트와 LLM과 더불어 협력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만 것이다.

최근에 클로드 코드가 작성하는 주석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필요한 skill을 찾다가 Reducing Code-Comment Verbosity with Claude Code를 발견했다. 가장 첫줄이 "Default to no comment. Code shows *how*; comment only to carry *why* — a non-obvious constraint, deliberate deviation, gotcha, or workaround."인데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이 아닌가?(힌트: <클린 코드> 2판 5장을 읽어보자) 이렇듯 LLM이 다 알아서 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클린 코드와 클린 아키텍처의 핵심 내용을 준용한 다양한 skill들이 나와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LLM 시대에 클린 코드의 중요성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LLM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아서 내가 아는 만큼 내게 정보를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LLM을 정말 제대로 활용하려면, 내가 폭넓고 깊게 많이 알아야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관련된 몇 가지 테크닉만으로 손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황금 같은 시간을 투자해 <클린 코드> 2판을 열심히 읽고 어떻게 사람은 물론이고 LLM과 함께 멋진 소프트웨어를 개발할지 고민해보자. 잠시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애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보너스: 책장에 꽃아두고 한 컷 찍어봤다. 주인공 좌우에 다른 애지중지하는 작품들과 친구들도 찬조출연했는데, 번역하고 세미나하고 독자들의 피드백도 많이 받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EOB

토요일, 9월 12, 2026

[B급 프로그래머] 9월 2주 소식(개발/설계/경력관리/보안/클라우드/데이터베이스 관련 소식 정리)

(오늘의 짤방: Me in 2022 VS 2026 via @devops_nk)

개발 관련 소식

  1. 팁과 유틸리티
  2. 프로그래밍
  3. DevOps/SRE
  4. 설계
  5. 경력 관리와 개발문화
  6. 제품 소식

보안/클라우드/데이터베이스 관련 소식

  1. 보안
  2. 클라우드
  3. 데이터베이스
EOB

[독서광] 스케일링 시대

오늘은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스케일링 시대 - 스케일링 법칙이 AGI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인가를 읽고 정리한 독후감을 올려드린다. 이 책의 제목이 스케일링 시대(Scaling Era)라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더 크고 더 많은 자원을 때려부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뭔가 신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책은 LLM의 현재 상황과 향후 발전 방향을 놓고 현업의 최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이 어떤 전망을 하고 있으며 또한 어떤 우려를 하고 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한다.

언론을 통해 제한된 정보만 얻는 일반 사람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 인터뷰에 응한 다리오 아모데이, 일리야 수츠케버, 데미스 하사비스, 마크 저커버그 등 유명한 사람들은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과 범위의 수준이 확실히 다르지만, 기존 주류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세미나에서 발표할 때는 아무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즉, 립서비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드와르케시 파텔은 때로는 반대 의견을 강하게 제시하고 때로는 독자(청자)를 대신해서 궁금한 사안을 정확하게 찔러보면서 사람들의 속내를 드러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LLM과 빅테크의 장미빛 청사진만 강조했거나 아니면 AI가 모든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고 전쟁을 지휘한다는 암울한 지구 멸망 시나리오만 읋었다면 바로 덮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피상적이고 자가 발전적인 담론으로 그치는 대신에 상당히 전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스케일링, 이벨, 내부, 안전, 투입, 영향, 폭발, 타임라인이라는 큰 주제를 놓고 각각 클수록 좋은 이유(스케일링), LLM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이벨), 모델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내부), 사람보다 똑똑한 무언가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안전), AGI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이고 누가 그 돈을 대는지(투입), 현재 일어나는 일과 앞으로 발생할 일은 무엇인지(영향), 만일 지능이 재귀적으로 더 나은 지능을 만들면 어떻게 될지(폭발), 언제 일반 인공 지능(AGI)에 도달하는지(타임라인)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인터뷰 식으로 풀어내고 있기에 LLM을 중심으로 인공 지능의 명과 암을 제대로 파악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뒤에 부록으로 실린 에세이(쓰디쓴 교훈, 스케일링 가설, 스케일링은 작동할 것인가, 트랜스포머의 폭넓은 성공에 대하여)도 좋았다.

이 책의 컷오프 시점은 2024년 11월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오픈AI는 자사 에이전트의 공격과 연관된 허깅페이스 침해 사고에 대한 보고서를 올렸고, 젠슨 황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AGI has arrived. Congratulations @OpenAI team."이라는 트윗을 올려서 GPT-6 아스트라의 발표를 축하했고, 엔비디아는 허깅페이스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글을 작성하는 동안에도 시계 추는 멈추지 않았기에 오픈AI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서 물리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는 사례를 찾았다며 난제 해결을 발표했고 과학계에 논란을 촉발했다. 그 만큼 AI 기술 분야에서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의 시의성에 대해 물음표가 뜰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2024년 말에 예측한 내용과 2026년 3분기에 일어난 일을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 2판이 나온다면 인터뷰한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아서 어떤 예측이 맞았고 어떤 예측이 틀렸는지를 정리해보면 어떨까하고 상상의 나래를 잠깐 펼쳐봤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현재 상황에 대입해보고 있었는데, 기술 분야의 발전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상황에서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할지 알려주는 길라잡이로서 이 책은 나름 충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줄 요약: AI 기술이 흘러가는 방향성과 놓치면 안 되는 핵심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궁금하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한다. 현란하고 빠른 편집 덕분에(응?) 보고 나서도 뭘 봤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유튜브나 묻는 질문에만 확증편항적(?)으로 답하는 챗GPT에서 얻기 어려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OB

[독서광] 바이브 코딩: 프로덕션의 원칙

어쩌다 보니, 이번에 제이펍에서 나온 바이브 코딩: 프로덕션의 원칙 책을 미리 읽게 되었다(애독자분들이라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서평을 위한 PDF 검토본을 미리 받았다). 출간이 조금 지연되는 바람에 잊어먹고 있다가 엊그제 출판사로부터 검토자 증정본이 도착했기에 다시 한 번 훑어보면서 기억을 되살렸다. 먼저 책에 실린 추천사부터 함께 읽어보자.


바이브 코딩이 등장한 이후 SNS에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쏟아졌고, 지금도 수많은 경험담과 비법, 아이디어가 학수분처럼 샘솟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직접 코딩 에이전트를 켜고 나만의 기발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순간 어딘가 아쉬움과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한 도구 사용법이 문제라면 자습서를 읽거나 유튜브의 따라 하기 영상을 보면 되고, 프롬프트 작성이 문제라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자료를 읽고 적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바이브 코딩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어떤 때는 천재 박사 같다다가도 어떤 때는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생성형 AI 기반 코딩 에이전트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법을 익히고, 개발 프로세스 자체를 AI 환경에 맞춰 대폭 개선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관련 서적의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 도구 사용법이나 모델 변화에 따라 계속 바뀌는 프롬프트 작성법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대신 바이브 코딩에서 결코 변하지 않을 핵심 원칙을 골라낸 뒤, 흥미로운 요리사 비유와 현업의 풍부한 실무 경험담을 입혀서 '아,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자극적인 긍정이나 부정을 넘어 바이브 코딩의 장점과 한계를 균형 있게 짚어내며, 개인 차원을 넘어 팀과 조직 단위로 확장해나가는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코딩 에이전트 기반의 개발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는 계기이자, 개인 생산성에서 시작해 조직의 협업 프로세스로 확장하는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제 용기를 내어 바이브 코딩의 세계로 뛰어들어봅시다.


추천사를 보면 이 책의 전개 방식에 대해 힌트가 나온다. 시중에 어마무시한 속도르 증식한 유튜브와 딸깍 코딩 책들을 읽다보면 될 때까지 시도한 다음에 프롬프트와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러시안 울렛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특이하게도 이 책은 프롬프트와 코드 예제가 없는 '바이브 코딩'을 다룬다. 다시 말해서 LLM을 이용해서 딸깍하고 만든 '바이브 코딩' 책이 아니라 바이브 코딩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며, 어떻게 전구간(E2E)에 걸쳐 개인을 넘어선 팀 차원에서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해 개발하는 방법론을 다루는 책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무지성으로 따라만 하면 내가 바라는 멋진 코드가 등장하기를 바라겠지만, 세상만사 그렇게 쉽지는 않다. 코딩이란 예술과 과학과 공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미묘한 행위라(수식어를 많이 붙였다고 코딩이 위대하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결국은 사람 혼을 갈아넣지 않으면 제대로 된 물건이 안 나온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직군이 3D 업종으로 분류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강력한 코딩 에이전트가 등장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운 작업은 맞다(페이블과 아스트라가 나온 이 시점에서 코딩 작성만 놓고 보면 나를 포함한 모든 개발자들은 얌전히 짐싸서 집에 가야 하지만, _아직은_ 사람을 대채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코딩 에이전트와 효율적으로 협업을 해야할까? 이 책은 바로 코딩 에이전트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즐거운 코딩 작업을 하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설명한다. 거의 500페이지 분량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내용도 후반부에 많이 나오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그 만큼 성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완독하면 좋겠다.

한 줄 요약: 제대로된 바이브 코딩을 처음부터 배우고 싶은 독자와 현재 클로드 코드나 코덱스로 바이브 코딩을 하고 있는데 뭔가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분들께 강력 추천한다.

EOB

토요일, 9월 05, 2026

[B급 프로그래머] 9월 1주 소식(빅데이터/인공지능, 하드웨어, 읽을거리 부문)

(오늘의 짤방: weAreAllKoreansNow via @PR0GRAMMERHUM0R)

  1. 빅데이터/인공지능
  2. 하드웨어
  3. 읽을거리
EOB

[독서광] 오픈 엑시트: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한국 사회는 좋은 직업과 좋은 직장을 놓고 거의 사생 결단 수준으로 제로섬게임을 해야 하는 사회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이 되면 체계가 잡히다 못해 사회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고 그 결과 사회의 역동성은 줄어들지만 개인들이 생존을 위해 난리를 치지 않는(선진국에서 공적인 서류를 한 번 발급 받아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 일주일도 안 되어 온라인으로 신청한 여권이 바로 나오는 국가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기 바란다. 아 물론 급행료로 얼마든지 새치기가 가능한 국가는 있지만, 정상적으로 평등하게 빠른 행정처리를 하는 국가는 한국이 최강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상태가 된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지만 한국은 다이나믹 지옥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여전히) 역동성이 좋고 사회 발전 속도가 눈부시지만 그 만큼 한국이라는 케이지 안에 갇힌 사람들은 그야말로 사생결단을 내릴 기세로 삶은 살고 있다. 과연 무슨 이유에서 한국은 케이지 바깥으로 탈출이 어려울까? 이 책은 엑시트가 사실상 지극히 어려운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의 특성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을 중심으로 개인의 엑시트 선택을 논하는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은 사회나 국가 수준으로 높여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갈 것 같은데, 자기 계발서도 아닌 다소 학술적인(응?) 내용을 다루는 책이 '개인'을 중심으로 생존 전략을 논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왜 이렇게 포지션을 잡았는지 이해가 가게 된다. 해외로 탈출하고,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거부하는 행위가 모두 개인의 엑시트 옵션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아무리 금전적인 혜택을 미끼로 넛지 전략을 쓰더라도 개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재의 피말리는 상황을 만들어내었을까?

동아시아에서는 '나이'와 '근속'(이미 '연공제'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에 따라 '위계'가 지탱되고 고맥락 기업 문화에 따라 눈치껏 알아서 일해야 하는 독특한 기업 문화가 존재한다. 외부는 모르겠고, 일단 좋은 학벌을 바탕으로 잘 짜여진 기업 내부에 들어오면 끊임없이 비교하고, 감시하고, 조율하고, 경쟁하기 마련인데 이럴 때 '위계'가 방향을 잡아준다. 일을 나누고 맡고 서로 조율하는 문화는 벼농사 시절부터 이미 체화되어 있으며, 이런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기업에 도입하면서 초고속으로 선진국을 따라 잡은 일본, 대만, 한국(미안하다 한국이 동북아에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갑자기 한국이 가장 앞서 가기 시작했다)은 얻은 것과 잃은 것도 명확하다. 공채를 통한 기수 문화라는 씨줄과 연공 서열을 토대로 위계의 사다리라는 날줄이 만나서 매우 응집력이 강하고 저돌적인 기업 문화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정말 글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맞다) 기술과 제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런 폐쇄적인 루프(아니 케이지)에 의존하는 문화는 명백한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야만의 시대(눈물나는 옛날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되풀이 하지는 않겠다 ㅠㅠ)를 벗어나 문명의 시대가 오자 이렇게 '충성'과 '순응'을 토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방식이 개인의 엑시트 옵션을 제한해버렸다. 요즘 남녀노소 블루칼러 화이트컬러를 총망라해서 심지어 전문직까지 멘붕이 오게 만든 인공지능, 저출생으로 인한 사회의 노동 구조 변화, 더 이상 없으면 한국이 돌아가지 않는 이주자(이 이주자도 자신의 국가에서 성공리에 엑시트 한 사람들이라서 더욱 기분이 묘하다)들의 강력한 파워 등이 맞물리면서 불평등을 증폭시키며 엑시트와 관련한 출구 전략을 더욱 복잡하고 머리 아프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안전한 직업과 직장이 남아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철옹성같던 소셜 케이지는 점차로 붕괴되고 있으며 이를 목도한 개인들은 불타는 케이지에 양동이로 물을 끼얹어 가며 어떻게든 정주하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이주할 수 있는 엑시트 전략을 마련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을 이 책은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한 줄 요약: 왜 한국이 이렇게 강력한 케이지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이렇게 케이지에 옴짝달싹 못하게 갇힌 상황에서 개인으로서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그리고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보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