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3월 31, 2012

[일상다반사] 새로 합류한 회사 소개...

어쩌다보니 B급 프로그래머가 새로 합류한 회사에 대해 아직 소개한 적이 없었다(라고 쓰고 '홈 페이지' 구축이 좀 늦어져서...라고 읽는다. ㅋㅋ). 며칠 전에 가개통을 한 상태지만, 오늘 DNS를 변경해 실제로 홈 페이지를 개통한(아직 공사 중인 곳이 많아 이렇게 알려드리기가 조금 부끄럽긴 하다) 기념으로 이노디에스(INNODS)를 소개하겠다. 아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바로 회사 이름과 동일한 이름으로 파일 전송 컴포넌트 소프트웨어를 다른 회사에서 출시했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는데, 사명으로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다.

간략하게 이노디에스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클라우드 포함) 고성능/고가용성 시스템과 차량용 임베디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신생(이라고 쓰고 신장 개업이라고 읽자) 회사라 아직 솔루션이나 패키지 형태로 된 제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는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올해 안으로 뭔가 흥미로운 제품을 여러분들께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강하게 희망하는 중이다. 기술 회사라는 특성에 맞춰 홈 페이지를 구축할 때도 최대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워드프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었는데, 스마트카, 클라우드, 오픈소스 등을 다루는 기술 블로그를 중심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다.

가장 최근에 올린 [스마트카] CAN 표준이 차량에만 쓰일까요?를 읽어보시면 이 기술 블로그의 성격을 눈치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컴퓨터 vs 책' 블로그에서는 기술적인 내용을 줄이고(하긴 요즘은 계속 '책'만 줄기차게 다루고 있긴 하다. 낄낄. 경영/경제 블로그로서 여러분들을 계속해서 찾아 뵙겠다.), 이노디에스 기술 블로그에서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여러 기술 관련 블로그 포스트를 올려드릴 계획이므로 많은 성원 부탁드리겠다.

뱀다리) 애독자 여러분들께 늘 감사드리며, eXtreMe TRACKING 기준으로 30만명 돌파가 머지 않았기에(그냥 평상시처럼 방문해주시면 4월 말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재미있는 이벤트(!)를 약속드린다.

EOB

일요일, 3월 25, 2012

[독서광] Nginx HTTP Server

오늘은 간만에 기술 서적 하나 소개해보자. 부제가 '아파치를 대체할 강력한 차세대 HTTP 서버 엔진엑스'라고 길게 붙어있는 'Nginx HTTP Server'는 최근에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심지어 아파치 2.4에서도 다분히 견재하기 시작한) 엔진 엑스를 설명하는 책이다. IT 기술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두번 정도 이야기를 들어보셨겠지만 Nginx는 전세계 도메인 중 12.2%(22.2M) 정도를 호스팅하는 인터넷을 지탱하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라고 보면 틀림없다. 물론 LAMP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한국 상황에서야 아파치의 아성이 절대적이지만 고성능 웹 서버를 구축하려면 분들께서는 반드시 엔진엑스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엔진엑스의 설계 사상은 복잡한 기능을 줄이는 대신 10k(동접 만 명)를 목표로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지원하려는 데 있다. 500,000 Request/sec - Modern HTTP Servers Are Fast라는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Nginx를 사용할 경우 24G 램을 장착한 인텔 핵사 코어 제온 서버에서 정적 파일을 서비스할 때 커넥션 1000개로 초당 500,000건을 서비스하는 성능이 나온다. latency는 1.5ms 정도라고 하니까 사실상 번개처럼 페이지를 날리는 셈이다. 말이 초당 50만건이지, 하드웨어 성능을 고려하더라도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준다(물론 어디까지나 정적 HTML 파일을 대상으로 하는 벤치마크니까 현실에서 이런 성능이 완벽하게 나오기를 기대하지는 마시라. 낄낄). 아파치와는 달리 엔진엑스의 구성 파일은 아주 단순해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스무 줄을 넘기지 않으며, 문제 해결이나 튜닝 과정 역시 제법 단순하다. 물론 단순함을 위해 복잡성을 버렸기에 아파치에서 가능한 모든 작업을 엔진엑스에서도 지원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엔진엑스는 동적인 모듈 추가도 불가능하고(오직 컴파일 시점에서만! 프로그래머 천국이다. ㅋ),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모듈도 부족하며, 엄청나게 강력한 환경 설정도 불가능하다. PHP 연동 역시 FastCGI를 사용하도록 PHP 엔진을 패치해야 하므로 기존 LAMP에 푹 빠진 개발자분들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아주 뛰어난 리버스 프록시로 동작하는 기능, 정적 파일 서비스 성능, 마스터-작업자라는 프로세스 구조(아파치처럼 HTTP 요청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느려터지는 바람에 사람 애간장을 태우지는 않는다 ㅋㅋ) 등은 요구 사항만 맞다면 엄청나게 성능을 높여주는 위력을 발휘한다.

뭐 어쩌다보니 거의 엔진엑스 자랑질 모드로 삼천포행 티켓을 끊은 느낌인데, 이 책은 엔진엑스를 사용하기 위한 설치부터 기본 환경 설정을 시작으로 개별 모듈 소개와 모듈별 환경 설정, FastCGI를 사용한 PHP/파이썬 연동, 리버시 프록시 기능을 활용한 아파치와 병행 사용, 아파치로부터 엔진엑스로 이전하는 방안을 차례로 다룬다. 'Nginx HTTP Server'는 사실상 엔진엑스를 다루는 첫 책이므로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이며(물론 이 책 이외에도 쿡북이 원서로 나와있지만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기법 소개일테니...), 막 시작하는 분들께서 짧은 호흡으로 전반적인 구조와 모듈 기능을 훑고 지나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환경 설정 중심으로 책이 구성되다 보니까 실제 활용 사례 연구와 응용 방안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파치 세상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있는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엔진엑스 플랫폼에서도 자신의 지식을 응용할테니 환경 설정 중심의 설명이 아주 고약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아파치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단계별 설명에 따라 단순한 초기 설정을 토대로 필요한 설정을 하나씩 넣었다 뺐다 하면서 테스트하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파치 쪽과 비교 설명하는 8장이 가장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앞 부분 읽다가 환경 설정에 지쳐 책을 덮어버리지는 말기 바란다).

이 책의 번역 상태는 상당히 좋으며(번역하신 분이 B급 프로그래머 보다 연배가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화들짝 놀랐다), 자습서처럼 읽고 나서 참조 매뉴얼처럼 보면 되기 때문에 책 한 권으로 입문서부터 참고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언급해드린다. 복잡하고 느린 아파치에 질린 개발자 분들이라면 슬쩍 곁눈질을 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 뽐뿌질은 여기까지!

EOB

토요일, 3월 17, 2012

[독서광] 당근과 채찍

계속 어려운 부의 기원만 소개하다보니 독자 여러분들께서 힘들어하시는 듯 보여(이런 의미에서 중간에 노트북 뽐뿌질은 아주 시의적절했다.), 오늘은 잠깐 다른 책을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제목만 봐도 읽고 싶어지는 '당근과 채찍'이다. 하지만 책 표지에는 '2009 넛지에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한 행동 경제학의 실천편!'이라고 적혀 있는데, 뭐 시간 아까운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과장 광고다. 앞으로 표지에 과장 광고하는 출판사들은 주의 깊게 관찰해서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을 테다. 낄낄...

이 책의 결론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나서 이를 지키기가 너무 어려우므로, 스틱K닷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 걸었던(자기가 싫어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기부하기로 되어있더) 돈을 빼앗기도록 상황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약속을 이행해 행복해진다.

놀랍게도 이게 전부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듯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돈을 줘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마어마한 구속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뭐 굳이 거창한 행동 경제학이니 심리학이니 하는 이론을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따라서 이 책의 분량이 360페이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내용이 너무 지루하고 중복되고 재미가 없다는 치명적인 결함은 불보듯 뻔하다. 넛지가 위에서 사람들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설계한 하향식(위로부터 개입) 제도라면 이 책은 동일한 목적으로 설계한 상향식(아래로부터 개입) 제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넛지와 비교하기에는 풀어낼 소재도 작고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도 작다는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생각이다(불어난 살을 빼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지루한 개인의 경험을 듣고 있는 자체가 일종의 고문이다). 따라서 애독자 여러분들께 이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래도 본문 중 생각나는 문구는 몇 가지 정리해드리겠다. 정리하고 봐도 크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네? T_T

낭만적인 사람이 좋은 일을 하려다 실패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훈장을 준다. 실용주의자가 성공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 스티븐 킹, <금연주식회사> 중에서
간단하게 말하겠다는 사람치고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회의에서 누군가가 짧게 끝내겠다고 하면 보나마나 끝없이 말이 이어진다.
주택 담보 대출 계약은 전형적인 약속 실천 도구다. 매월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집에서 쫓겨난다.
이미 스탬프가 2개 찍힌 12개짜리 쿠폰을 받은 고객들이 무료 커피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은 10개짜리 쿠폰을 사용한 고객들의 경우보다 20퍼센트 정도 짧았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효과적인 자기 통제 전략을 사용할 줄 아는 아이들이 인생 초기 단계에서부터 뚜렷한 장점을 지니게 된다.
EOB

토요일, 3월 10, 2012

[끝없는 뽐뿌질] 레노버 ideapad B570(셀러론 B800)

이번에 어떻게 하다보니 노트북을 하나 구매하게 되어 사용기를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현 시점(2012년 3월 초)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아니 추정하는) 녀석을 골라 봤는데, 뽐뿌질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노트북을 사면 안 되는 분들을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다음과 같은 목적이 있는 분들은 절대 이 노트북을 사면 안 된다.

  • 이동성이 강하고 크기가 작은 노트북을 원하는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큼직한 15인치다.
  • CPU intensive한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셀러론 B800은 샌디브릿지 계열이긴 하지만 코어i5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가상화 명령어(Vx-T는 들어있고 Vx-D가 빠져 있음. 지적해주신 익명님께 감사)가 빠져 있으므로 가상화 관련 소프트웨어 구동 과정에서 애로 사항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 3차원 오락을 즐기실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내장 그래픽으로 3차원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들 알고 계실거다.
  • 베터리 수명을 중요하게 생각하실 분들은 절대로 이 노트북을 사면 안 된다. 무게는 2kg 초반이라서 15인치 치고는 상당히 가볍지만 6셀 배터리 수명이... CPU 전력 소모와 맞물려 스펙상 3시간이 채 안 될거다! (버럭!)
  • 화면 해상도가 높아야 성이 풀리시는 분들은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1366x768이라 15인치에서 시원하게 보이긴 한데 HD급 영화를 제대로 재생하려면 화면이 좁아 터져 특수 효과가 바깥으로 나올 기세다. 이런 분들은 그냥 신형 아이패드를 사시라.
  • 터치 패드가 강력해야 한다면 이 노트북 사면 안 된다. 그냥 맥북 에어를 사시라.

자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 노트북 살 마음이 뚝 떨어질 것이다(작전 성공). 하지만 무게 2.2kg에 HDD 500G에 윈도우 7 홈 에디션(64비트!)정품이 설치되어 있고 VGA 포트 이외에 HDMI 포트도 넉넉하게 붙어있고 블루투스 2.1에 USB 포트 4개에 4-in-1 메모리 카드에 11n 무선랜까지 다 지원하는 녀석을 40만원에 살 수 있다면(g**shop 특판가(쿠폰)에 신용카드 할인까지 붙여 구입했다. 지금은 가격이 원상복구 된 듯)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RAM이 2G지만, 요즘 RAM 가격 다들 알고 계시죠? ㅋㅋ 큰 부담 없이 돌려보고 좀 느리다 싶으면 2G 모듈 하나 사서 확장하면 된다(B570 램 슬롯이 2개인데, 2G짜리 램 하나만 슬롯에 꽃혀 있으므로 메모리 확장할 때 아주 편하다). 원래 B5x0이 에센셜 시리즈로 나올 때 인텔 코어 i5를 장착하고 나왔는데, 저가 시장을 노리기 위해 B800이라는 CPU를 넣어 B570이라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인텔 코어 i5 장착 모델도 판매 중인데, 역시 가격은 착한 듯이 보인다. 또 다른 외전으로 AMD 자카테 듀얼이 탑재된 575 모델도 있는데(이 모델은 그래픽이 강할 듯), 나머지 사양은 비슷한데 운영체제가 언번들되어 있다.

자, 그러면 사용 후기를 한번 정리해보자. 15인치라는 크기에 비해 무게는 2.2kg으로 만족스럽다(물론 배터리 수명 3시간이라는 압박이 엄청나게 다가올테다.). 전원 어댑터가 보통 벽돌만한 녀석이 따라오지만, 이 모델에는 한 손에 쏙 들어갈 길고 얇은 전원 어댑터가 따라오므로 더욱 만족스럽다. 우선 부팅 속력은 그리 빠르지 않다. Rapid Boost 어쩌구 하는데, 중간 중간 calibration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서도 30초 이상 부팅 시간이 걸린다. 40초 넘어가면 calibration해라는 귀찮은 문구가 나오는데 그 때마다 맥북 에어가 생각난다. T_T 다음으로 성능인데 윈도우 7 환경에서 웹 브라우징, 동영상 감상, 워드프로세싱/스프레드시트 작업에는 특별한 애로 사항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묵직한 게임 등을 하려면 분명히 문제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ㅋㅋㅋ). 키보드는 15인치 넉넉한 공간을 활용해 키 간 거리를 떨어뜨리고 옆에는 10키까지 제공하므로 확실히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트랙패드 성능은 실망스럽고(또 다시 맥북 에어가 생각났다. T_T) 씽크패드 시리즈에 들어있는 빨간콩이 없어서 마우스 지참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USB 포트는 좌우 적당히 잘 분산했기에 다른 노트북과 비교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웹캠을 잘 쓰지는 않지만 30만 화소라 더욱 쓸 일이 없어 보이기는 한다.

번들된 소프트웨어를 보니까 노턴 고스트의 번들 판인 원키 레스큐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디스크가 C와 D로 파티션되어, D 영역에 운영체제 이미지를 만들어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D 파티션 영역이 상당히 작기 때문에(30G인가 그랬다), 운영체제 설치 후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바로 원키 레스큐로 이미지를 뜨기 바란다(아주 간단하며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또한 놀랍게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스타터가 들어있었다. 광고를 보는 답답함만 참을 수 있다면 가정에서 워드와 엑셀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온 녀석으로 바로 교체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다(귀찮게 등록해야 하고 유효 기간도 있고 하니까...). 기타 번들로 DVD 라이터, 지문 인식 소프트웨어 등등이 들어있는데 그냥 쓰기에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웹 브라우저는 IE9과 크롬(!)이 둘 다 기본으로 들어 있어 편하다.

이제 최종 정리해보자. B570 모델은 가격 대비 성능이 아주(!) 뛰어난 세컨드 노트북으로 사용 목적에만 맞다면 상위 노트북을 대신해 잘 굴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뽐뿌질에 홀라당 넘어가지 않도록 위에 정리해놓은 경고 문구를 다시 한번 잘 읽어보고 필요에 따라 구입하시기 바란다.

EOB

토요일, 3월 03, 2012

[독서광] 부의 기원(2)

오늘은 부의 기원 2부 '복잡계 생태학'에 대해 독후감을 정리하려고 한다. 2부는 슈거스케이프라는 설탕 따먹기 게임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오픈소스로도 나와 있는 이 간단한 게임은 설탕이 흩어져 있는 가상의 섬에 사람들이 난파될 경우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를 시물레이션한다. 초기에는 평등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이 생기는 현상을 물리적 환경, 유전, 우연, 행운, 출생 등 모든 것이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파레토 법칙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은 어떤 한 지점에서 조그만 차이(행운 또는 불행 등)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나는 길로 접어 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가난과 불평등을 이끄는 인과 관계는 "흔히 XXX 때문이다"라는 단순한 문구로 설명하기가 결코 녹녹하지 않다. 다시 말해, 가난은 착취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이론과 멍청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이론 모두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들어간다(그래서 이 책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한번 좌파와 우파의 대결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나서 머리 아픈 비선형적인 성질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비선형성은 초기 조건상에는 조그만 차이에 불과한 사건이 시간이 감에 따라 크게 확대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경로에 의존(역사가 중요)하므로 예측이 아주 어려워진다. 경제는 이렇게 동태적인 시스템이자 비선형 시스템이지만 카오스가 아니라는 점(주의: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이 책에서 하는 말이다)이 우리를 괴롭힌다. 아예 무작위적이라면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고 말텐데, 분명히 뭔가 규칙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식 차트의 추세선도 보고 금 시세 변동 그래프도 보고 난리법썩을 떤다. 하지만 단기 예측은 가능하지만 장기 예측이 무척 어렵다는(기상 예보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인해 어떤 패턴과 추세를 파악해 돈을 벌기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여기까지 설명을 끝낸 다음에 행위자들이 개입하는 심리 게임으로 넘어간다. 스타트랙의 스폭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설명한다. 공평성과 상호주의로 인한 의사 결정의 불합리성, 인간의 다양한 약점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합리성, 귀납적 패턴 인식 능력으로 인해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그래서 예측은 어렵지만 사건 설명은 쉽다)을 설명하면서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완전 합리성에 대해 반기를 든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설명에 따르면 차익거래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데(차익 거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바로 그 순간 차익 거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존재하는 모순에 대해 조금씩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행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에 대한 설명이 전개된다. 사회적 네트워크야 요즘 SNS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로 인해 한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사회적 네트워크가 개인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거대한 조직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간의 경제 조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모가 커지고 혁신이 일어나는 이유를 조직 내부에 가능한 상태의 수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가 종종 규모가 큰 조직을 압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이 복잡해질 경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하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관료주의가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면 네트워크 한 부분에서는 긍정적이던 변화가 단계적 반응을 거쳐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확률이 노드 수에 따라 기하 급수적으로 커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이 관료주의를 없애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네트워크에서 자신들의 담당 영역만 최적화하려고 드는 순간 다시 관료주의가 고개를 내민다. 무엇하나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상호 작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충돌과 제약의 확률이 더 높아지며, 결국 "아니오"라는 보신주의가 판을 치게 되어버린다. 조직의 적응성을 높이고 상충하는 제약 조건을 피하려면 조직을 쪼개고(스핀오프) 네트워크 안의 네트워크로 구조화하기 위한 계층적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카우프만이 주장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계층적 구조가 관료주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계층적 구조는 상호 의존성을 낮추고 조직 전체가 자리잡기 전에 조직이 더 큰 규모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기에 관료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안물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마지막으로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평평한 계층 조직, 매우 밀도 높은 상호 연결을 혼합할 경우 무슨 일을 벌여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직관에 반하는 통찰력을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이 너무 질서 잡힌 체제에 깊이 박혀버리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공룡처럼 되어버리기에 혁신을 추가적으로 자극하려면 카오스적인 요소를 조직에 침투시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러면 100% 망한다. T_T 요약 정리해주자면... 관료주의의 현상과 해악과 해법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꼭 7장을 읽어보기 바란다.

여기까지 설명을 풀어놓고 나서... 이제 본 게임인 창발성에 대해 설명이 전개된다. 복합 적응 시스템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진동, 단속 균형, 거듭제곱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경제의 사이클(불황과 호황이 오가는), 본질적으로 기술이 모듈적인 이유(모듈의 조립이 아키텍처이며, 모듈의 혁신이 일어나면 새로운 아키텍처가 탄생해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지진과 주식 시장의 유사성(랜덤워크가 아니라 거듭 제곱 법칙에 따른 분포를 보인다. 따라서 랜덤워크를 사용하는 전통 경제학으로는 블랙스완으로 대변되는 주식 시장의 엄청난 변동성을 설명하지 못한다)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없는 디자인을 가능하게 만드는 주인공인 진화에 대해 설명한다. 디자인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목적에 대한 적합성과 복잡성의 결합이다. 따라서 디자인된 것들은 엔트로피가 낮다(이런 엔트로피 문제 때문에 폐차장에 태풍이 불어쳐서 부품이 이리저리 결합되어 보잉 747이 나올 확률은... 사실상 0%다). 그렇다면 생물이 되었든 사회 구조가 되었든 제품이 되었든 다양한 디자인 공간에서 특정 설계 안을 선호하게 만들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바로 진화다. 진화는 기질 중립적인 하나의 알고리즘이며,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정해진 대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정보를 처리한다. 진화는 많은 디자인들을 시험해보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그 중 좋은 것은 더 많이 채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예측, 계획, 합리성, 의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기계적인 절차(알고리즘)만 존재할 뿐이다. 어떻게 기계적인 알고리즘만으로 디자인이 가능해질까? 높은 정점을 향해 가는 적합도 지형을 탐색하는 예를 들어 설명을 전개한다. 가장 먼저 임의의 방향으로 한걸음 움직여 기존 위치보다 낮을 경우에만 다시 다른 지형을 탐색하고 높을 경우 되돌아가지 않고 올라가는 적응적 보행 기법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지역적인 최적화라는 덫에 걸려 에베레스트 등정은 커녕 동네 뒷동산에 갇혀버리기 딱 쉽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랜덤 점프(임의 거리 임의 방향으로 한번에 이동)라는 기법을 설명한다. 물론 랜덤 점프에는 무시무시한 단점(계곡에 빠지면 죽는다)이 있긴 하지만, 일단 제대로만 점프하면 지역적인 최적화에서 가뿐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실에서는 적응적 보행 기법에 랜덤 점프를 섞어서 사용하는 방법을 택한다. 여러 명을 풀어 일부는 적응적 보행 기법으로 탐색을 하도록 만들고, 종종 배포 좋은 몇 명을 뽑아 베팅(랜덤 점프)을 하게 만들면 국지적인 위험에 빠질 위험도 줄이고 무모한 시도로 인한 계곡 점프도 막을 수 있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바로 진화가 떠오를 것이다. 돌연변이가 위험하긴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베팅에 성공하면 대박이 터지는 셈이니까. 진화는 도박꾼이지만 가능성을 매우 잘 활용하는 훌륭한 도박군으로 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경제와 진화를 어떻게 연결할까? 진화가 부를 창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설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9장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기 바란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