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3월 03, 2012

[독서광] 부의 기원(2)

오늘은 부의 기원 2부 '복잡계 생태학'에 대해 독후감을 정리하려고 한다. 2부는 슈거스케이프라는 설탕 따먹기 게임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오픈소스로도 나와 있는 이 간단한 게임은 설탕이 흩어져 있는 가상의 섬에 사람들이 난파될 경우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를 시물레이션한다. 초기에는 평등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이 생기는 현상을 물리적 환경, 유전, 우연, 행운, 출생 등 모든 것이 작용하면서 일어나는 파레토 법칙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은 어떤 한 지점에서 조그만 차이(행운 또는 불행 등)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나는 길로 접어 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가난과 불평등을 이끄는 인과 관계는 "흔히 XXX 때문이다"라는 단순한 문구로 설명하기가 결코 녹녹하지 않다. 다시 말해, 가난은 착취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이론과 멍청하거나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이론 모두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들어간다(그래서 이 책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한번 좌파와 우파의 대결에 대해 다룬다).

그리고 나서 머리 아픈 비선형적인 성질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비선형성은 초기 조건상에는 조그만 차이에 불과한 사건이 시간이 감에 따라 크게 확대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경로에 의존(역사가 중요)하므로 예측이 아주 어려워진다. 경제는 이렇게 동태적인 시스템이자 비선형 시스템이지만 카오스가 아니라는 점(주의: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이 책에서 하는 말이다)이 우리를 괴롭힌다. 아예 무작위적이라면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고 말텐데, 분명히 뭔가 규칙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식 차트의 추세선도 보고 금 시세 변동 그래프도 보고 난리법썩을 떤다. 하지만 단기 예측은 가능하지만 장기 예측이 무척 어렵다는(기상 예보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인해 어떤 패턴과 추세를 파악해 돈을 벌기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여기까지 설명을 끝낸 다음에 행위자들이 개입하는 심리 게임으로 넘어간다. 스타트랙의 스폭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설명한다. 공평성과 상호주의로 인한 의사 결정의 불합리성, 인간의 다양한 약점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합리성, 귀납적 패턴 인식 능력으로 인해 이야기를 좋아하는 성향(그래서 예측은 어렵지만 사건 설명은 쉽다)을 설명하면서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완전 합리성에 대해 반기를 든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설명에 따르면 차익거래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데(차익 거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바로 그 순간 차익 거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존재하는 모순에 대해 조금씩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행위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에 대한 설명이 전개된다. 사회적 네트워크야 요즘 SNS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로 인해 한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사회적 네트워크가 개인에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거대한 조직의 기능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인간의 경제 조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모가 커지고 혁신이 일어나는 이유를 조직 내부에 가능한 상태의 수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가 종종 규모가 큰 조직을 압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이 복잡해질 경우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하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관료주의가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상호 의존의 수가 늘어나면 네트워크 한 부분에서는 긍정적이던 변화가 단계적 반응을 거쳐 다른 곳에서는 부정적인 변화를 야기할 확률이 노드 수에 따라 기하 급수적으로 커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많은 기업들이 관료주의를 없애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네트워크에서 자신들의 담당 영역만 최적화하려고 드는 순간 다시 관료주의가 고개를 내민다. 무엇하나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상호 작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충돌과 제약의 확률이 더 높아지며, 결국 "아니오"라는 보신주의가 판을 치게 되어버린다. 조직의 적응성을 높이고 상충하는 제약 조건을 피하려면 조직을 쪼개고(스핀오프) 네트워크 안의 네트워크로 구조화하기 위한 계층적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카우프만이 주장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계층적 구조가 관료주의의 산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계층적 구조는 상호 의존성을 낮추고 조직 전체가 자리잡기 전에 조직이 더 큰 규모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기에 관료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안물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마지막으로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평평한 계층 조직, 매우 밀도 높은 상호 연결을 혼합할 경우 무슨 일을 벌여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직관에 반하는 통찰력을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직이 너무 질서 잡힌 체제에 깊이 박혀버리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공룡처럼 되어버리기에 혁신을 추가적으로 자극하려면 카오스적인 요소를 조직에 침투시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러면 100% 망한다. T_T 요약 정리해주자면... 관료주의의 현상과 해악과 해법에 대해 궁금한 독자라면 꼭 7장을 읽어보기 바란다.

여기까지 설명을 풀어놓고 나서... 이제 본 게임인 창발성에 대해 설명이 전개된다. 복합 적응 시스템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진동, 단속 균형, 거듭제곱의 법칙을 설명하면서 경제의 사이클(불황과 호황이 오가는), 본질적으로 기술이 모듈적인 이유(모듈의 조립이 아키텍처이며, 모듈의 혁신이 일어나면 새로운 아키텍처가 탄생해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지진과 주식 시장의 유사성(랜덤워크가 아니라 거듭 제곱 법칙에 따른 분포를 보인다. 따라서 랜덤워크를 사용하는 전통 경제학으로는 블랙스완으로 대변되는 주식 시장의 엄청난 변동성을 설명하지 못한다)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 없는 디자인을 가능하게 만드는 주인공인 진화에 대해 설명한다. 디자인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목적에 대한 적합성과 복잡성의 결합이다. 따라서 디자인된 것들은 엔트로피가 낮다(이런 엔트로피 문제 때문에 폐차장에 태풍이 불어쳐서 부품이 이리저리 결합되어 보잉 747이 나올 확률은... 사실상 0%다). 그렇다면 생물이 되었든 사회 구조가 되었든 제품이 되었든 다양한 디자인 공간에서 특정 설계 안을 선호하게 만들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바로 진화다. 진화는 기질 중립적인 하나의 알고리즘이며,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정해진 대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정보를 처리한다. 진화는 많은 디자인들을 시험해보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고, 그 중 좋은 것은 더 많이 채택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버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예측, 계획, 합리성, 의도는 존재하지 않으며 기계적인 절차(알고리즘)만 존재할 뿐이다. 어떻게 기계적인 알고리즘만으로 디자인이 가능해질까? 높은 정점을 향해 가는 적합도 지형을 탐색하는 예를 들어 설명을 전개한다. 가장 먼저 임의의 방향으로 한걸음 움직여 기존 위치보다 낮을 경우에만 다시 다른 지형을 탐색하고 높을 경우 되돌아가지 않고 올라가는 적응적 보행 기법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지역적인 최적화라는 덫에 걸려 에베레스트 등정은 커녕 동네 뒷동산에 갇혀버리기 딱 쉽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랜덤 점프(임의 거리 임의 방향으로 한번에 이동)라는 기법을 설명한다. 물론 랜덤 점프에는 무시무시한 단점(계곡에 빠지면 죽는다)이 있긴 하지만, 일단 제대로만 점프하면 지역적인 최적화에서 가뿐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현실에서는 적응적 보행 기법에 랜덤 점프를 섞어서 사용하는 방법을 택한다. 여러 명을 풀어 일부는 적응적 보행 기법으로 탐색을 하도록 만들고, 종종 배포 좋은 몇 명을 뽑아 베팅(랜덤 점프)을 하게 만들면 국지적인 위험에 빠질 위험도 줄이고 무모한 시도로 인한 계곡 점프도 막을 수 있다. 여기까지 설명하면 바로 진화가 떠오를 것이다. 돌연변이가 위험하긴 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베팅에 성공하면 대박이 터지는 셈이니까. 진화는 도박꾼이지만 가능성을 매우 잘 활용하는 훌륭한 도박군으로 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경제와 진화를 어떻게 연결할까? 진화가 부를 창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설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9장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기 바란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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