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3월 30, 2013

[독서광] Make Vol 5

언제 나오나 계속 기다리다 잊어먹고 있었더니 어느 새 Make Vol 5권이 집에 도착했다. 이번 호는 특히 B급 프로그래머가 좋아하는 우주 DIY를 다루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미항공우주국이 예산/지원 부족으로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민간인들의 맹활약을 보고 있으려니 역시 '덕중의 최강은 양덕'이라는 명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레고 마인드스톰 NXT로 인공위성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스마트폰에 장착된 각종 센서를 사용해 인공위성 무게와 크기를 줄이려는 시도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정부 차원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우주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주 DIY 특집 기사도 좋았지만, '물 없이 스파게티 만들기'도 아주 흥미로웠다. 실제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를 만드는 이야기는 아니고... 스톱모션 기법을 사용해 스파게티를 요리하는 과정을 만드는 뒷 이야기다. 다음에 소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면 감탄사가 나올 것이다.

'Western Spaghetti'는 '물 없이 스파게티 만들기'에 나온 결과물이다.

'Game Over'는 8비트 게임 몇 편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든 작품인데 정말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Fresh Guacamole'는 2013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Make 단행본으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50가지 위험한 실험(50 Dangerous Things)'이라는 즐거운 제목이 붙은 책도 출간 예정 목록에 올라있는데,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ㅋㅋ

EOB

화요일, 3월 26, 2013

[B급 프로그래머] UEFI란?

옛날 옛적에 BIOS라는 물건이 있었다. 파워 유저들은 BIOS에 들어가서 새로 장착한 하드디스크를 인식하도록 만들고,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부팅 순서(플로피, CD-ROM, HDD)도 변경하는 등 여러 가지 묘기를 부렸고 여러 잡지에서 이런 기술(?)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한 팁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체제의 기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주변 장치 역시 엄청나게 발전함에 따라 BIOS는 부팅 시간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BIOS가 기반을 두고 있는 16비트 1Mbytes 메모리 주소 체계와 더불어 구식 장비에나 어울릴법한 각종 서비스 함수들은 역사적인 가치를 제외하고서는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힘들 것 같다. 하지만 BIOS가 사라진다고 해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이어주는 가교가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인텔이 총대를 매고 (원래 아이태니엄을 위해) EFI(Extensible Firmware Interface) 아키텍처를 발표했고, 애플이 2006년 인텔 CPU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기존 Forth 언어 셸로 유명한 오픈 펌웨어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EFI로 갈아타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UEFI는 인텔이 EFI를 Unified EFI Forum에 기부한 결과로 나온 확장판이다.

그렇다면 UEFI는 어떤 기능을 수행할까? UEFI를 겉보기에 그래픽이 강화된 BIOS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크게 (향상된) 디바이스 진단과 관리, (안정성을 높인) 운영체제 부팅 관리, 텍스트와 그래픽 셸, 프로세서에 독립적인 디바이스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UEFI는 유서깊은 MBR(Master Boot Record)를 사용하는 표준적인 PC 디스크 파티션 대신 GPT(GUID Partition Table)라는 새로운 파티션 기법을 제공해 파티션 숫자와 크기에 대한 제약을 풀어버렸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GPT는 첫 부분(섹터 0)에 Protective MBR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구식 소프트웨어에 대한 호환성도 담보하고 있다. 최신 윈도우리눅스 모두 UEFI의 GPT를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제약많은 구닥다리 MBR은 점차 사라질 운명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외 보안 관련 문제점이 터지면서 UEFI에서 제공하는 안전 부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할 경우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서명이 들어있는 드라이버 또는 운영체제 로더만을 인식하므로 부팅 과정에서 악성 프로그램이 끼여들 여지를 줄일 수 있다.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UEFI는 하드웨어적으로 안전한 저장소 내에 설정, 데이터, 키를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으로 설치된 KEK(Key Exchange Key)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급했기에 윈도우와는 달리 리눅스의 경우 키 배포 문제로 인해 GPLv3를 따르는 GRUB 부트로더를 사용하지 못한다. 하드웨어 업체에게 리눅스 전용 키를 담도록 만들 뾰족한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래드햇이나 수세와 같은 상용 배포판 업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KEK를 인식하도록 커널을 수정하는 동시에 SUSE and Secure Boot: The Details에서 설명하듯 GPLv3와 호환이 가능한 GRUB2 활용 기법을 고안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소스 진영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디 차갑다. 일례로 토발즈가 쌍욕을 해버린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론: 보안과 자유는 양립하기 어렵다. T_T

토요일, 3월 23, 2013

[독서광] 모든 것의 가격

우리가 매일 물건을 사고 팔면서 영수증을 주고 받을 때 반드시 '가격'이 찍혀 나온다. 심지어 쿠폰으로 영화를 공짜로 보더라도 가격은 (쿠폰 적용 또는 할인 결과) '0'원으로 나오니 사실상 우리의 삶은 가격에 의해 통제 받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대단히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우리 삶에 있어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대단히 곤란 불가능해지므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엄청난 혼란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돈이 무한정 있는 부자가 아닌 이상 틀림없이 가격표는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포인트임이 틀림없다.

오늘 소개할 '모든 것의 가격'은 바로 '가격'을 토대로 우리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인 현상을 시원스럽게 풀어내는 재미있는 책이다. 가격을 기준으로 우리 모든 일상 활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어항에 들어 있는 금붕어가 물의 존재를 알지 못하듯 이렇게 중요한 '가격'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바로 우리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사물, 생명, 행복, 여성, 노동, 공짜, 문화, 신앙, 미래를 '가격'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 일부를 질문 형태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다.

  • 영국 음식(특히 런던 등 대도시)은 왜 맛이 없을까?
  • 천주교보다 기독교가 더 많은 신도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 타이타닉 호에 실린 구명정의 숫자가 탑승객을 모두 태울지 못할 정도로 작았던 이유는?
  • 바닥이 흙으로 된 집에서 살면 행복도가 올라갈까? 내려갈까?
  • 여성에게 일부일처제가 유리할까? 일부다처제가 유리할까?
  • 노예보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진짜 이유는?
  • 중산층이 사라지며 양극화가 빨라지는 이유는?
  • 유명한 음악가/작가들이 유명하지 못한 음악가/작가들보다 해적 시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도록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변경하기 어려운 이유는?
  • 나이 든 사람들에게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이유는?

이 책은 위에서 제시한 질문을 '가격'을 토대로 멋지게 설명한다. 물론 본문에서는 훨씬 더 복잡한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경제학과 상식이 버무려진 퀴즈 책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우리의 삶에 가격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결정을 잘 내리고 제대로 평가하도록 도와주는 지침서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시중에 나온 '자기 계발서'와 유사하다는 걱정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금까지 매겨진 가격들이 역사적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거나 왜곡된 사실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사점을 던져주므로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 부자되자는 '자기 계발서'의 모토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고 있다.

본문 자체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잘 만든 영화를 감상할 때 엔딩 크레딧 역시 감상할 가치가 있듯이, 이 책의 에필로그인 '가격이 실패할 때'는 케인스부터 그린스펀까지 정계와 학계에서 가격을 바라보는 시선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하고 있기에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일상다반사] 커맨딩 하이츠를 보신 분들이라면 불황과 버블 붕괴를 겪으며 정부 중심과 시장 중심의 치열한 이론 전쟁이 오버랩될지도 모르겠다.

자 그러면 본문에 나오는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해보겠다. 스크롤 압박이 있으므로 주의하자!

우리가 각각의 대안이 갖고 있는 가격을 이해하게 될 경우, 우리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개신교는 신도들에게 훨신 더 큰 두자를 요구함으로써 충성심을 자극한다.
현대의 삶은 주로 재화를 구입하는 행위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은 인간의 심리적 변덕, 그들의 두려움, 무의식 중에 작용하는 제약에 대한 일종의 지도를 제공한다.
특정 사물의 가격은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결정되는 주관적인 성질인 것이다. 교환되는 물건들의 상대적 가격이 바로 그들 사이의 상대적 가치인 것이다.
우리는 (잉크젯 프린터의) 잉크 카트리지를 1985년산 명품 크뤼그 샴페인으로 채우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경쟁이 소비자의 최대 우군이라면, 기업이 즐겨 쓰는 전략은 어디에서 가장 좋은 조건의 거래를 할 수 있는지를 고객에게 숨기는 것이다.
세일과 가격 인상을 반복하는 것도 어디서 팔리는 시리얼이 가장 저렴한지를 소비자가 계산하기 어렵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이다.
온라인 컴퓨터 칩 소매상들은 일부러 제품을 혼란스럽게 설명하고, 서로 다른 십여 가지 버전의 모델을 제시해 가격 비교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경매가 반드시 구매자에게 불리한 거래는 아니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재화의 가치가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 경매를 통한 구매는 실패를 부르기 쉽다.
사실 기업들은 소비 성향에 따라 고객들을 분리한 뒤 자기 회사의 품목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기 위한 예리하고도 우아한 수단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비행기 좌석을 파는 데 도사이다. 그들은 거의 30년 동안 자신의 기법을 갈고닦아 비행기의 좌석을 다 채웠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똑같은 비용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만약 기업이 모든 제품을 하나 더 생산하는 데 필요한 최저 비용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기업은 고정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여 결국 도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남의 것보다 자기 것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
젊은이를 먼저 구할 경우 평균 여명의 관점에서는 노인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돈은 추상적인 형태의 행복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인간은 돈을 모으는 데에만 전념한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물질적 부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제약을 극복하게 해 주고 삶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만든다.
우리는 평생 지속되는 만족감과 순간적인 만족감을 구별할 줄 안다고 느끼지만, 사실 순간적인 즐거움이 현재의 우리 존재를 제압하는 경향이 있다.
보수 정치인들이 진보 정치인보다 행복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보수 정치인들은 불평등을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경향이 강하고, 따라서 그런 현실과 관련된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덜 느낀다.
심지어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중국의 가정들은 점점 더 격렬해지는 결혼 시장의 경쟁에서 아들이 유리해질 수 있도록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 경쟁에 돌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리는 노예 제도를 혐오하라고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기록에 따르면, 근로 조건에 대한 사회의 선택은 가치관이나 도덕보다는 노동의 조직 방식에 따른 수익성과 관련된다.
오늘날의 근로자는 1890년의 근로자가 한 시간에 걸쳐 수행한 일을 10분 안에 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임금이 오른 이유다.
미모와도 아무 상관이 없는 직업의 경우에도 못생긴 사람들은 잘생긴 사람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다.
무언가를 공짜로 얻게 되면 우리는 은혜를 입거나 부채를 진 듯한 기분에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해줘야 한다고 느끼게 된다.
만일 정보가 진정 공짜가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정보를 생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정보 혁명은 정보를 공짜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저 돈의 흐름을 정보 공급자들로부터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 보유자들에게로 옮겨줄 뿐이다.
"존과 나는 앉아서 '자, 그럼 이제 수영장이나 하나 사게 노래를 써볼까.'라고 말하곤 했다." - 폴 매카트니
최근에 인터넷 반군들이 내세우는 수많은 논거들은 실상 이미 수세기 전에 해적들이 기반을 다져놓은 것들이다.
정치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 마크 한나
문화는 우리의 개인적 비용 편익 분석을 사회의 집단적 가격 체계 범위 내로 제한한다.
문화는 내부에서 구성원들 상호 간에 이뤄지는 거래와 외부 환경을 상대로 전개되는 상호 작용에 의해 형태를 갖추게 된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국민 보건 실태가 엉망이고 성교에 의해 전염되는 치명적 질병의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성행위에 따르는 비용이 엄청나게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나라에서 사람들이 성행위를 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영국 요리가 끔찍한 이유는 산업 혁명 초기 영국인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런던 사람들이 남부럽지 않게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술이 나올 무렵에도 그들은 이미 빅토리아 시대의 식습관에 익숙해져 버린 상태였다. 따라서 형편없는 음식이 영국 문화의 필수적 요소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가난이 바로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땅이 제공하는 정직한 보상을 받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해 자신의 종교를 선택한다. 세속적 세계에서 많은 기회를 갖고 있는 사람, 즉 높은 임금을 받아서 시간에 대한 손실이 큰 사람이 엄격한 도덕적 규율을 지키다 보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요구 사항이 어렵지 않은 신앙을 선택할 것이다.
신앙에 대한 혜택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보험을 위해서는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종교 단체의 혜택은 구성원들이 들이는 시간과 돈, 노력에 달려있다. 기부자에게 상당한 도덕적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교회는 회비를 걷는 데 대단히 능숙하다.
하지만 종교적인 과세에서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비용은 그것이 신자들에게 부과하는 희생, 그리고 신자들의 삶에 족쇄를 채우는 여러 제약이다.
우리는 늘 후손의 욕구를 무시한다. 중장년층은 대부분 정책 투표에 참여하지만 청년층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중장년층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정부 지출도 나이든 사람들의 취향에 크게 치우쳐 있다.
가격은 특정 경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를 제공한다. 즉 최고의 이익을 얻기 위해 어디에 자원을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결정에 도움을 준다.
케인스는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에서 주식을 고르는 것과 미인 대회를 비교한다. 다만 이 대회에서 투자자들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뽑아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얼굴을 뽑아야 한다.
1970년과 2002년 사이 경제 쇼크가 정치에 미쳤던 영향을 연구한 결과 경제 성장이 1퍼센트 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유권자들의 표의 1펴센트 포인트가 우파 정당과 국가주의 정당에게 추가적으로 몰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인스에 의하면 투자에 관한 결정은 "동물적 감각의 결과였다. 즉 가만이 있기보다는 행동을 취하려는 즉흥적 행동이며, 정량적 이익 곱하기 정량적 확률의 평균값이 아니다."

결론: 세상 만사 모두 돈으로 재단하는 물질 만능주의를 다룰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가격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OB

목요일, 3월 21, 2013

[일상다반사] 내가 원한 광고 vs 내가 원하지 않은 광고

낯뜨거운 구글 광고, 내 탓이었나라는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기에 상식 선에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이상한(응?) 광고가 뜬 이유는 개반 바웰 때문일까 아니면 노동당 트위터 때문일까 아니면 twitlonger 때문일까 아니면 광고주 때문일까?

이 문제를 풀려면 구글 애드워즈와 애드센스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구글 애드워즈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프로그램이며, 애드센스는 콘텐츠와 관련이 높은 광고를 게재하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프로그램이다. 구글 애드워즈와 애드센스에서 광고를 사고파는(!) 방식은 문맥과 관심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뉘어진다.

  • 문맥: 특정 광고 키워드에 일치하는 글이 실린 방문 페이지의 광고 영역에 광고 표시
  • 관심: 사용자가 기존에 방문했었거나(쿠키로 파악), 관심사(쿠키, google +1, 기타 여러 가지 복잡한 방법으로 얻어낸 개인의 프로필이나 기존 웹 서핑 이력으로 파악)를 기준으로 방문한 페이지의 광고 영역에 광고 표시

그런데, 이렇게 문맥과 관심만으로 광고를 표시할 경우 여러 가지 제한이 있다. 우선 광고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 '우연'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기에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성향도 있으므로(그렇지 않다면 세상만사 온갖 소식을 다 전하는 TV/라디오나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모두 망해야 마땅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전파하는 특성이 있는 광고라면 임의로 노출될 경우 효과를 볼 수도 있다(물론 아닐 수도 있다). 다음으로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만일 자기가 원하는 키워드가 들어 있는 광고 지면이 극히 제한적인데 이 키워드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고 지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키워드 노출에 대한 가격이 터무니 없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제약을 조금 푸는 편이 유리할지도 모른다. 반면에 높은 가격을 제시한 광고주의 광고를 문맥이나 관심과 무관하게 임의로 사람이 많이 방문하고 자리가 좋은 광고 영역에 표시하는 서비스도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필요할지 모른다. 평생 돈 한번 안 빌려본 사람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애드센스에서 쌩뚱맞게 카드론이나 제 2 금융권 광고를 접하는(참고로 '신용 회복자'라는 단어와 전혀 무관한 B급 프로그래머의 오늘 gmail 상단에 붙은 광고 내용은 '신용 회복자 전용 대출'이었다. 버럭버럭! T_T) 상황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물론 이런 복잡한 광고 노출 특성으로 인해 광고 지면을 빌려주는(!) 애드센스 가입자 입장에서 불이익(예: 경쟁사 광고가 노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애드센스는 특정 사이트 차단과 특정 카테고리 차단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애드워즈 가입자 입장에서도 불이익(예: 기업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곳에 광고가 노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애드워즈에서도 원치 않는 사이트에 광고가 올라가는 상황을 막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모두 알고리즘 자동화만으로는 완벽하게 풀 수 없는 문제다.

이쯤에서 원래 제시한 문제로 돌아가보자. 앞서 설명한 내용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유주얼 서스펙트를 생각해볼 수 있다.

  • 노동당 트위터에 광고주가 원하는 키워드가 들어 있는 관계상 해당 광고가 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올린 글을 살펴보면 가능성이 0%는 아니지만 개연성은 떨어진다.
  • 개반 바웰이 방문한 기존 사이트로 인해 관심사와 일치하는 관계상 해당 광고가 뜬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개인의 사생활 정보에 대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어렵다. T_T
  • twitlonger에서 광고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애드센스에서 제공하는 특정 사이트 차단이나 특정 카테고리 차단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는 100% 사실이다.
  • 특정 광고의 광고주는 twitlonger에 자사 광고가 노출되도록 허용했다. 이는 100% 사실이다.
  • 특정 광고의 광고주가 목 좋은 곳에 임의(!) 노출이 많이 일어나도록 충분한 예산을 집행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자 여기까지 읽었으니, 과연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해야 할까? 구글은 확실히 알지 몰라도 일반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어림 짐작만 할 뿐이다. 전혀 엉뚱한 결론: 앞으로 생뚱맞은(!) 구글 광고를 접하더라도 그다지 놀라지 말자.

EOB

화요일, 3월 19, 2013

[일상다반사] 구글 리더 종료와 RSS의 수익성

지난 주 구글이 RSS 구독 서비스인 구글 리더를 종료한다는 공식 발표(A second spring of cleaning)로 인해 트위터 타임라인에 멘붕 가득한 이야기가 오갔다. RSS의 멸망부터 시작해 구글의 인위적인 서비스 중지에 대한 원성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Channy’s Blog: 구글리더 종료와 소셜웹의 허상에서 설명한 내용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B급 프로그래머도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블로그 접근 패턴을 추적해봤는데 차니님과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솔직히 돈 많이 벌어준다면 서비스를 멈출 이유가 무엇이랴? 냉정하게 말해 구글이 자선 사업가도 아니고 돈이 안 되니 사용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글 리더 서비스를 접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작년부터 감지되어 왔었다. 구글은 작년 가을에 봄맞이 대청소로 이미 AdSense for Feeds라는 RSS 피드에 구글 애드센스를 적용하는 광고 프로그램을 중단한 바 있다. 테크 크런치 2012년 9월 28일자 기사인 The FeedBurner Deathwatch Continues: Google Kills AdSense For Feeds에 따르면 AdSense for Feeds 중단은 구글이 인수한 FeedBurner의 수익성에 치명타를 가하며 결국에는 FeedBurner도 봄맞이 대청소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FeedBurner에 앞서 구글 리더가 먼저 문을 닫아버리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FeedBurner가 문을 닫으면 이 블로그의 RSS 서비스에도 장애가 생길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수익성이 저조하기에 구글이 앞서서 RSS 관련 기술들을 속속 중단시킬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자면, RSS 독자들은 충성도가 높고 세련된 기술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특성이 있지만, 이와 맞물려 무의식중에 블로그나 기사에 붙은 광고를 잘 클릭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즉 RSS로 받아보는 글 자체에 광고가 빠질 뿐더러, 설령 AdSense for Feeds로 광고를 삽입한다고 하더라도 광고를 클릭할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사실상 이런 광고 카테고리에서 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구글 플러스나 구글 검색, 심지어 경쟁 서비스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거쳐 유입되는 트래픽에서 발생하는 광고 클릭이 RSS에서 발생하는 광고 클릭을 압도해버리므로 구글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RSS 기술을 가져갈 동인이 없으며, 이에 따라 계속해서 RSS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보면 맞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블로그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기술적인 관점에서 미례 예측을 하면 바보가 되기 딱 좋지만 그래도 재미 삼아 한번 수정 구슬을 바라보자면... 아무래도 호흡이 길고 분석적인 글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호흡이 짧으며 시각적인 요소가 가미된 글이 인터넷을 지배할 것 같다. 블로그랑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한동안 방치하고 방문도 전혀 하지않던 digg에 최근 다시 한번 들어가봤는데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URL을 잘못 입력해 플립보드나 핀터레스트로 들어갔다고 착각할 뻔 했다. 글 위주의 전통적인 책도 신문도 잡지도 모두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을 미뤄볼 때, 정보는 점점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점점 더 바빠지니 한편으로는 이런 추세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블로그 초창기부터 계속해서 전혀 시각적이지 않고 딱딱한 글만 쓰는 입장에서 침몰하는 배에 올라탄 기분을 느낀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게 이 블로그도 적극적인 변화를 고민하고 있지만 딱히 정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운 빠지는 소식을 접하니 그야 말로 진퇴양난이다. T_T

엉뚱한 결론: The Google Graveyard에 가서 구글 리더에 꽃을 한 송이 놓고 왔다. 편히 잠드소서.

EOB

토요일, 3월 16, 2013

[독서광] 품질을 생각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설계

에이콘 출판사로부터 기술서적을 잔뜩 받았기에 의무감(응?) 반 호기심 반으로 독파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은 간만에 임베디드 서적을 소개하려 한다. 1번 타자는 바로 '품질을 생각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설계'다. 이 책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강국인 일본에서 나왔기에 소프트웨어를 우선으로 접근하는 미국식 임베디드 책과는 달리 국내 정서에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용어 등이 조금 일본스러운 점만 제외하고는(오히려 전자 쪽에서 접근할 경우 장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국내서를 읽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원서 제목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정복하자'라는 사실이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개인적으로는 원서 제목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프로페셔널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문에서 제시한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고수가 되기 위한 로드맵'을 보면 크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인으로서 목표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로서 목표라는 두 가지 대 분류로 나눠서 각각에 대한 장애물/벽을 설명하고 이를 뛰어넘는 방법을 조감하고 있다. 다음 그림을 보면 좀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로드맵에 대한 설명은 Yes24에 소개된 이 책의 출판사 리뷰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참조하면 되겠다.

큰 그림을 머리 속에 넣었다면 이 책 목차를 살펴보자. 앞서 제시한 로드맵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임베디드 개발자가 갖춰야할 소양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목차는 정말 그럴듯하지만 실제 본문에 들어가면 빈약한 내용으로 인해 배신감을 느끼는 일부 책과는 달리 이 책은 현업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내용으로 충실하게 채워져 있다.

  • 1장 시간분할의 장애물 넘기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요구되는 실시간 성능, 영수증 인쇄, 원칩 마이컴과 인터럽트, 실시간 OS의 기초, 실시간 OS의 동기/통신, 실시간 OS를 사용한 감열식 프린터 제어, 실시간 요구/하드웨어 의존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분할 지침
  • 2장 기능분할의 장애물 넘기
    • 2장에서 배우는 기술과 해당 기술이 필요한 배경, 기능적 분할 접근 방법, 스루풋 요구에 의한 기능적 분할의 지침, 기능적 분할과 시간적 분할의 통합(조율),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구조의 최적화
  • 3장 재사용의 벽 넘기
    • 체계적인 재사용의 성공, 임기응변적인 유용과 체계적인 재사용의 차이, 마케팅의 중요성, 도메인 분석, 재사용 자산의 이용과 관리, 핵심 자산의 신뢰성 검증
  • 4장 품질의 벽 넘기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 요구되는 잠재적 가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품질 향상의 사고, 기본적 활동을 통한 시스템 신뢰성 높이기, 기존 소프트웨어의 품질 높이기, 타당성 확인과 검증, 조직성숙도에 따른 품질 향상 활동, 임베디드 제품의 잠재적 가치 향상

임베디드 관련 서적을 집필해본 B급 프로그래머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임베디드 개발 과정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상당히 잘 잡아내어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생각이다(솔직히 많이 놀랬다). 물론 객체 지향 설계 기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임베디드 분야에 끼워맞추려다보니) 조금 어색한 부분이 나오긴 하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은 없다. 무엇보다 추상적인 이야기 대신 현장에서 접해봤음직한 예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일례로 1부와 2부에서는 감열식 프린터에 인쇄하는 사례가 점진적으로 발전되면서 전개되는데, 임베디드 분야에서 실시간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는 예제이므로 펌웨어를 개발해본 임베디드 개발자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소 뜬구름 잡는 듯한 재사용과 품질 관련 기존 이론을 임베디드에 맞춰 줄이고 변경해 실천 가능한 형태로 일목 요연하게 제시한 3장과 4장에서도 여러 가지 좋은 사례가 나오므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것이다.

결론: 초중급 임베디드 개발자라면 1부와 2부를 읽으며 기술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중고급 임베디드 개발자라면 3부와 4부를 읽으며 개발 문화를 충실하게 다질 수 있다. 간만에 나온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임베디드 개발 서적이므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보너스: 원서 저자인 사카이 요시오 씨가 직접 Embedded Software Manufactory라는 좋은 블로그를 소개해주셨다.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한국어로 번역해서 읽어봤는데, 좋은 내용이 많이 나오므로 관심있는 임베디드 개발자 분들께서는 방문해보시기 바란다.

EOB

화요일, 3월 12, 2013

[독서광]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 원칙

(최소한 지금까지는) 절대로 같은 책을 이 블로그에 두 번 소개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과거에 운영하던 야후! 블로그가 문을 닫는 바람에 그 동안 올렸던 포스트가 모두 공중으로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했기에 백업 받은 내용 중에서 좋았던 책을 다시 골라내어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물론 Command+C와 Command+V 키를 눌러 단순하게 긁어다 붙이는 수준을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글을 다시 작성할 예정이므로 기대해도 좋겠다. (솔직히 다시 읽어본 야후! 블로그 글 내용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수준을 넘어서 폭파되기를 잘했다는(응?) 생각이 들 정도니... T_T)

오늘은 1번 타자로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가 쓴 역작인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 원칙'을 다시 한번 소개하겠다. 아쉽게도 이 책은 야후! 블로그에 소개 글이 올라간 직후 바로 절판 상태가 되어버렸기에, 관심있는 독자분들께서는 중고 서점을 잘 뒤져봐야 할 것이다. 미리 주의 사항 하나 짚고 넘어가겠다.

주의 사항: 이 책은 개개인의 특징과 개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획일적인 부품으로 만드는 경영 원칙에 반기를 드는 내용으로 첫페이지부터 끝페이지까지 돌직구를 인정사정없이 던지기에 기존 질서와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 약한 분들은 절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목차부터 한번 정리해볼까?

  1. 균일화하는 기업(혹은 위기의 이름)
  2. 기업 내의 기업주의(혹은 직원을 분재목으로 만드는 방법)
  3. 360도 평가(혹은 완벽한 통제의 비밀스런 매력)
  4. 코치하기(혹은 기업을 탁아소로 만드는 방법)
  5. 능력평가(혹은 스스로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6. 직원 설문조사(혹은 아무런 결정권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7. 인력계발(혹은 좋은 의도로 지옥행 길을 포장하는 방법에 관하여)
  8. 팀 드림, 드림 팀(혹은 창조성을 방해하는 방법)
  9. 목표에 대한 합의(혹은 시지프를 행복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
  10. 트레이닝(혹은 심리학 놀음을 경영자에게 되팔기)
  11. 동일시(혹은 신념의 강요에 관하여)
  12. 개성을 강조하는 기업(혹은 성공하는 사람들)
  13. 경영(혹은 차이가 중요한 이유)
  14. 방해(또는 성공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길)
  15. 선택(혹은 누가 로저 래빗을 찾았는가?)
  16. 직원 배치(혹은 누가 어떤 업무에 적합한가?)
  17. 유대감(혹은 돈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이유)
  18. 성과(혹은 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고자 하는 이유)
  19. 결정(혹은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유)
  20. 교육(혹은 경영을 배울 수 없는 이유)
  21. 개인화 경영(혹은 나의 주권)

목차에서 소개한 각 장 제목부터 발톱이 쑥쑥 나온다.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를 괄호 안의 내용이 핵심만 뽑아주므로 본문의 내용이 어떨지는 충분히 상상 가능하리라 본다. 이 책 핵심을 정리하려 했으나, 이 책의 경우 날 것으로 먹는 회가 훨씬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어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정신이 번쩍 든 문구를 뽑아보았다. 주의: 스크롤 압박이 엄청나다!

시스템은 가장 지적인 방법을 우둔하게 만든다. - 샤테스 베리
경영진들은 시스템의 '고유한 질서'를 방해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포상을 내리고, 길들여지지 않은 돌연변이에게는 철퇴를 가한다. 이렇게 완성된 경영원리 속에서 도구화된 개인은 면역력을 상실한 채 시스템의 바이러스에 조금씩 감염되어 간다.
"이곳에서 나는 자유로운 개인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개인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싶고, 우리 회사는 그것을 충족시켜 준다. - SAS 직원
일은 '자기 발전'이라는 목적의 수단으로 쓰여야 한다.
독창성이 규범이 될 때 독창성은 사라진다.
직원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
성공 스토리에 의거한 평등주의 횡포와 가혹한 행동규약은 '건전한 기업문화'라는 이중잣대 뒤로 모든 개성을 추방한다. 기업의 건강은 위기에 처해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향수병을 앓고 있다. 기업은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크게 성공한 기업일수록 성공적인 현황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가는 자신의 미래를 채무자로 만드는 사람이다.
자립적으로 행동하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라, 그러나 내가 옳다고 말하는 일만을 해라
기업은 분재화된 기업가와 직원을 무성증식시키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독창성을 기업에 내보이지 않는다.
360도 평가는 압박의 수단이 되고 복수의 도구가 된다. 결코 민주주의의 지렛대가 아니다.
'코칭'이란 우월감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경영 현장에는 '내가 당신보다 더 잘 안다'라는 생각이 판치고 있다.
"당신은 내가 허락한 그런 모습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간은 결코 가르칠 수는 없다. 다만 스스로 그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 갈릴레이
시스템이 애용하는 또 하나의 함정은 직원들 스스로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일견 민주적인 듯 보이면서 함께 이끌어갈 수 있다는 그럴듯한 인상을 주어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것은 사장이 자기부담을 줄이기 위한 역겨운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 함정은 직원들이 자책감을 갖도록 강요하는 파렴치한 짓거리다.
스스로를 낮추면 높은 사람이 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나쁘게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사장에게 기꺼이 점수를 깎기기 위해 자화자찬해야 하나? 이것은 '악마의 흥정'이다.
변화란 말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자신이 먼저 실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혹시 우리는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부차적 목적, 즉 통제의 제도권 속에 편입되어 가는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화를 세심하게 준비하는 사람은 대화를 방해한다. - 요한네스 그로스
상호 평가 방식은 이렇게 묻는 연인과 비슷하다. "나 괜찮았어?"
미리 도출된 대답을 토대로 설문지가 만들어졌다면, 상부의 심리적 통제도 다분히 개입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누가 감히 '만약 능력 계발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하신다면 무능력을 계발해 보시죠?"라는 말에 선뜻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인력 계발이란 인력계발을 통해 해결해야겠다고 하는 문제의 일부분이다. 기업에서 개성은 치료되어야 할 질병으로 정의된다. 그것도 개성 자체를 통해서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사이비 사회심리주의다. 이것은 두려움과 자신감의 결여라는 틈을 파고 든다. 그것도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동경심을 이용해서 말이다.
인간의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변화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의욕을 꺾는 업무 분위기를 직원의 학습 부족으로 해석해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는 건 웃기는 일이다.
직원들 사이에 다른 직원의 성공적인 학습이 곧 나의 패배를 의미한다는 두려움이 팽배해있다.
시스템은 하나의 조직을 나머지 조직들과 분리하면서 동시에 연결해주는 경계를 통해 정의된다.
"우리는 모두가 함께 협력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우리를 팀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우리는 임무를 빨리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팀 회의를 할 시간이 없었다. 대화가 필요하면 누구든 그 즉시 논의할 수 있었다." - 오펜하이머
"성공을 겨냥하지 말라! 성공을 목표로 집착할수록 성공으로부터 멀어진다!" - 빅터 프랭클
"좋은 직원들과 목표를 합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지만, 일을 잘 못하는 직원과 목표 합의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 라이너 발트만
기업은 목표 합의를 통한 경영의 기치를 내세우지만, 대부분은 '목표 하달을 통한 경영'일 뿐이다.
목표를 합의할 때 사람들은 목표에 합의하지 않는다. 다만 불러주는 목표를 받아적을 뿐이다.
경영과 심리학이 이렇게 궁합이 잘 맞는 또 다른 이유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깊은 교감의 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영은 지적인 상담자가 필요했고, 심리학은 권력의 안락한 생활을 원했다.
파트너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이다. 성인의 관계는 분석도 심리학도 필요없는 협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친밀함을 통해 손상된다. 어떤 대가를 치루고서라도 다시 거리를 유지하고, 끌어올리고, 베일을 씌워야 한다." - 보토 슈트라우스
회사가 이윤만을 추구한다면 직원들은 봉급에 대한 요구만을 할 뿐이다.
능력이 없다면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능력은 업무능력을 향상시킨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과의 '동일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위와의 '동일시 '다.
"여러분은 인텔 사 직원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위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전세계 수백 만의 구직자와 오늘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자신을 계발하고 경력을 쌓을 책음을 스스로 떠맡아야 합니다." - 인텔 앤드류 그로브
기업의 가치는 직원 머리 속에 담겨 있다.
"지도자들에게는 그를 따르는 추종자가 있었다."
권위의 인정은 '아래에서부터' 이뤄진다.
이미 증명된 바와 같이 경영자들은 근무시간의 90%를 조직이 조직으로서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고 있다.
사람들은 고상한 동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처럼 군다. 이렇게 이기심은 이타심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아주 잘 위장되어 있다.
우리의 성공 처방전은 그 처방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는 25년 동안 경영을 해왔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경영자는 단 1년 동안의 경험으로 24년을 버텨온 것이다.
직원들을 변화에 대응하도록 준비시키고자 하는 경영인은 철저한 훼방꾼이 되어야 한다. 직원들의 지지기반을 모조리 뒤흔들고, 현실 구조를 교란해야 하며, 대안을 제시해 직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직원들은 그제야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통해 힘과 참여 정신을 생산해낸다.
"경영은 문제를 만드는 기술이며, 그 문제를 풀려면 직원들을 긴장시켜야 한다." - 에즈라 파운드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직원만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PSI 이사 디트리히 애슈케
훌륭한 직원들만이 훌륭한 일을 한다. 직원 채용이 이렇게 중요한 시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여전히 비전문적인 직원채용을 한다.
구직광고에는 '팀워크, 자연스러운 권위, 사회적 능력, 감성적 지적 수준' 등이 제시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개 권력지향적인, 전통적인 인물이 채용된다.
내가 채용한 직원 중에서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나를 앞지르고 승진한 직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자.
"기업은 다양한 직원들이 공존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기업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 - 맥스 오트
원래 나쁜 직원은 없다. 자신과 맞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는 직원이 있을 뿐이다.
경영자는 직원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하고 재능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개성을 인정해야 한다.
장점이 늘 장점은 아니고 약점이 늘 약점은 아닌 것이다. 모든 장점에는 결함이 있다.
도전이 없다면 자극도 없다!
경영의 기본 업무는 직원들을 제대로 통솔하는 데 있다. 양계장 주인이 알을 낳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협상이란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는 협력 관계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경영환경에 익숙한 경영자일수록 입 밖에 드러내지 않은 기대를 당연한 것이라 단정해버리는 성향이 강하다.
경영자의 기대를 알아서 처리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목표만 제시할 뿐, 직원들이 목표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찾아낼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절대로 직원들을 틀 속에 밀어넣지 마라. 기업을 '아주 간단하게' 만들려는 사람은 바보들만 얻는다.
변화는 당신이 열정적으로 일을 추진할 때 일어난다.
경영자에 대한 직원의 의무는 합의이지 서약이 아니다. 경영자는 합의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토로할 수 있지만 서약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서약은 신뢰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멀어질까 두려운 나머지 멀리 가지 못할 때가 많다.
빙빙 둘러서 말하지 말고, 원하는 바를 분명하고 또렷하게 '나는 당신 때문에 화가 났다'고 말하라. 분명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자신이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두려움은 대상이 있고 불안은 대상이 없다." 하이데거
새로운 질서에 대한 두려움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시킨다. 다시 말해 경영자와 직원은 게임의 끝에 선 자신을 인식해야 한다.
경영자는 항상 출구가 없는 딜레마를 경험한다.
"한 가지 결정을 내리기 위해 경영자가 할애하는 시간은 항상 결정의 중대성에 반비례한다." - 프리츠 암만
"우리는 잘못 생각하고 언제나 앞질러간다." - 오도 마르카드
우리는 적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위에서 정리한 아름다운 문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진짜 끝내주는 내용으로 알차게 꽉꽉 채워진 이 책은 절대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기 바란다. 그런데 이 책을 구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으니... 혹시 번역서를 출간한 '뜨인돌' 출판사가 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통 큰 출판사가 되었거나 큰 마음 먹고 절판된 이 책을 다시 한번 살려주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본다.

요약: 개인의 개성을 살려 신명나게 일하고 싶은 조직과 개인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또 추천한다!

EOB

토요일, 3월 09, 2013

[B급 관리자] 사후분석 AAR(After-Action Reviews)

Replacing the Performance Appraisal을 읽다 보니 AAR이라는 낯익은(?) 단어가 눈에 띄웠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사후 분석'인데, 베트남 전을 거치며 땅에 떨어진 가치, 진실성, 책임과 의무를 회복하는 수단으로 1973년부터 미 육군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방법이다. 단순히 정해진 작업만 하는 대신 작업(품질, 효율, 성과)을 개선하려 노력해야 마땅한 모든 조직(특히 사람 목숨이 걸려있거나 사회를 지탱하는 기간 시설을 운영하는 분야)에서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AAR의 핵심이자 매번 수행할 때마다 물어봐야 하는 중요한 네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했는가?
  •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 여기서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 무엇을 배웠으며, 다음에는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는가?

AAR의 목적은 잘못이나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는 데 있지 않고 생각하는 방법을 바로잡으려는 데 있다. 미육군은 잘못된 가정이 잘못된 행동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에, 잘못 자체를 꾸짖고 비난하는 대신 잘못된 행동을 이끈 사고 방식을 수정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잘못 자체를 꾸짖고 비난할 경우 이를 감추기에 급급하므로 (특히 군대 같은 조직에서)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마련이다. 로마 시절의 '전투에 패했다고 지휘관의 목을 함부로 치지 않는' 정책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는 생각이다.

미 육군은 AAR 질문으로 끝나지 않고 마무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 질문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 (생각처럼 잘 되었고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은) 이번 경험에서 조직이 배워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 앞으로 어떻게 지금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하나?
  • 여기서 배운 교훈과 결론을 누가 알 필요가 있는가?
  • 여기서 배운 교훈을 향후 써먹기 위해 지식 관리 시스템에 누가 입력해야 하나?
  • 의사 결정과 계획을 위해 이런 교훈을 리더십 과정에 누가 추가해야 하나?

오류나 실수를 비난하는 조직에서는 사소한 실수조차도 경력에 치명타를 가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들을 함부로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폐쇄적인 문화는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을 가로막는 강력한 방해물이므로 문제점을 깊숙히 숨기는 과정을 반복하다 결국 곪을만큼 곪아 터져 백약이 무효인 순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원문에도 나오지만, 이런 폐쇄적인 문화를 벗어나려면 AAR 기저에 깔린 배경 사상인 "용서와 기억"이라는 두 단어를 항상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보너스: 기업에서 AAR을 활용하는 방법은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 AAR(한국어)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글을 읽고 AAR에 관심이 가는 독자분들께서는 꼭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한번 소개했지만 [독서광] Managing the Unexpected(영어책이다)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되겠다.

EOB

화요일, 3월 05, 2013

[일상다반사] 최소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은?

Quora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올라왔다.

What is the best business to start with the lowest overhead?
I don't have a lot of money. I also don't have any real skills (i.e. video editor, designer, writer, etc.). What kind of business could I create that wouldn't cost a lot of money?

한글로 번역하자면 "최소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이 무엇일까요? 저는 돈이 없습니다. 또한 특별한 기술(비디오 편집, 디자이너, 작가 등)도 없습니다.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요?" 정도다.

최근 스타트업 관련해서 몇 가지 재미있는 글을 연속으로 올렸는데(Running Lean: 린 스타트업, 린 스타트업,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 초기 자본 부트스트래핑은 스타트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문제임이 틀림이 없다. 정말 천사라도 만나 초기 자본을 확보하면 좋겠지만, 이 세상에 천사를 찾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에 가깝기에 어떻게든 수중에 쥔 몇 푼 안 되는 돈과 신용카드로 어떻게든 사업을 일궈내어야 한다. 그렇다면 최소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업이 무엇일까?

아쉽게도 이런 사업은 쉽게 찾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T_T 하지만, (비록 질문에 대한 핵심을 피해갔다고 투덜거리는 민원성 댓글이 달리기는 했지만) Andrew Bellay가 던진 돌직구가 가장 마음에 들어 간략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1. 선택: 이 모든 것은 전략이다.
    • 역사를 활용하고 제대로 배우자. 바퀴를 다시 발명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미래를 위한 길잡이로 과거를 활용하자.
    • 규칙을 알고 게임을 능숙하게 풀어내자. 종종 인생에 있어 규칙에 따라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경기를 진행하는 게임이 무엇이며, 이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편이 더욱 중요하다. 가능하면 규칙을 어기고, 더 좋게는 당신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자.
    • 당신만이 실현할 수 있다. 상대편이 "예" 또는 "얼른 꺼져"라고 말할 때까지 요청하자.
    • (준비되었을 때) 본업을 그만두자. 본업은 너무 과대평가되어있다. 본업은 가격 대비 성능이 나오지 않으며, 당신을 갈기갈기 찢으며, 좋은 투자가 아니다.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발전도 없고, 재미도 없고, 돈도 벌지 못한다.
    • 경험을 통해 빨리 실패하자. 나는 기회를 믿지 운을 믿지 않는다. 시간과 돈을 나쁜 곳에 투자하지 말고 바쁜 경험과 좋은 경험을 가릴 수 있는 똑똑한 실험을 준비하자.
    • 성공할 때까지 성공한 척 하자. 장래 성공을 그리면 성공할 것이고, 장래 실패를 그리면 실패할 것이다. 성공 이외 다른 옵션이 없도록 배수진을 쳐라.
  2. 홈 경기: 유리한 카드를 손에 쥐자.
    • 돈, 시간, 정열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일할 때는 결정을 먼저 내리고 행동에 임하도록 규칙을 만들자. 효율이 높고 투자 대비 이익(ROI)이 많이 남는 활동에 집중하자.
    • 균형 감각을 유지하자. 멘토, 동료를 활용하며,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자.
    • 더 많이 얻기 위한 지렛대를 만들자. 현재 기반에서 뭔가를 만들자. 도움을 요청하자.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자. 시간이 돈이다.
  3. 경험: 가능한 모든 것을 얻자.
    • 경험의 대체품으로 지식을 쌓자. 모든 사람에게서 경험을 훔치고 빌리자. 관심있는 분야의 가장 유명한 책을 골라 두 세권 정도 읽자. 당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와 네트워크를 구성하자.
    • 적극적인 실험을 통해 빨리 실패하자. 여기에 대해 더 이상 말하면 잔소리다.
    • 성공할 때까지 성공한 척 하자. 낯선 분야의 일도 해보자.
  4. 태도: 가능한 팔방미인이 되자.
    • 모든 것은 학습 기회다. 태도를 바꾸자. 모든 것은 학습 기회라고 생각하자.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을 시작해 여기서 뭔가를 배우는 과정을 기록하자.
    • 끈기와 확신. 자의식을 버리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도록 학습하자. 모든 프로젝트에서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포인트를 정의해 너무 오버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결정 분석 기법을 스스로 배우자.
    • 실행이 전부다. 실행을 연습하자. 매주 세 가지 가장 우선 순위가 높은 작업을 고르자. 작은 목표를 잡자. 다음 실행 가능한 작업으로 작업을 가차없이 쪼개자. 실행하고 측정하고 개선하자.
  5. 팀: 사람들이야 말로 인생에 있어 최고이자 최악인 존재다.
    • 네트워크를 구축하자. 뭘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가 중요하다. 바로 사람, 관계, 네트워크가 전부다.
    •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항상 자신과 남에 대한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기억하고 기본적인 욕구에서 시작하자.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피드백 고리를 만들자.
    • 협상 방법을 배우자. 사람을 원칙에서 분리하자.
  6. 듣는 연습을 하자. 특정 맥락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자. 듣는 연습이 자신, 사업, 생각, 제품, 서비스, 심지어 연애는 물론이고 식당에서 멋진 자리를 얻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수단인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좋은 사업을 소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어차피 돈 안드는 특정 사업이 내게 가장 좋으면 남들에게도 가장 좋기 마련이고 이는 치열한 경쟁을 의미하므로 남과 다르지 않고서는 성공하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에, 위에서 제시하는 힌트를 토대로 각자 선택한 분야에서 나름대로 자신이 지키고 따라야 하는 전략을 세워보면 좋을 것 같다.

EOB

토요일, 3월 02, 2013

[독서광] 아이디어 라이터

오늘은 경제/경영 4번 타자로 '새로운 마케팅 시대의 창의적 아이디어'라는 부제가 붙은 마케팅/광고 관련 서적인 '아이디어 라이터'를 소개하겠다. "도대체 마케팅/광고가 경제/경영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마케팅/광고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회사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르는 파괴력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주제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마케팅과 광고가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구글의 수익 중에서 상당 부분이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해보면(정답: 광고!) 더욱 실감나리라.

이 책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마케팅 세상에서 모든 것이 연결된 상호대화식 디지털 마케팅 세상으로 옮겨오는 과정을 소개하며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유와 규율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에서 조감한다. 광고 문구를 만들던 작업에서 출발한 카피라이터가 크리에이터로 변신하는 과정은 단순 문구 작성에서 브랜드 켐페인/스토리텔링 기획과 제작, 더 나가서는 디지털로 양방향 상호 작용이 가능한 소통 수단의 기획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변화를 요구한다. 마케팅과 광고 자체는 창의적인 내용과 관련이 깊은데, 마케팅과 광고라는 분야 자체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계속해서 재정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대행사 그리고 여기 속한 유명인들과 여러 가지 마케팅/광고 사례를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하고 있으므로 광고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창의력이나 광고에 관심이 많은 호사가들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본문 중에 훌륭한 광고와 브랜드 켐페인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끌려 찾아본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해봤다. (단, 인터넷 관련 상호대화식 켐페인은 제외한다.)

BMW 광고 중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시리즈물인 'The Hire' 중에서 앙리가 감독으로 나선 'Chosen'은 단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재미를 선사한다. 여느 시리즈물과 마찬가지로 빠지지 않는 BMW 추격 장면에 짧지만 굵은 스토리를 결합하는 능력은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할만 앙리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루브 골드버그 머신은 너무나도 많은 광고에서 사용했기에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기 딱 좋지만, 대표적인 광고인 혼다 '코그'는 이런 식상함조차도 경탄으로 바꾼다.

공전의 히트를 친 헤일로 시리즈 3편을 광고로 만든 '빌리브'는 컴퓨터 에니메이션이 아니라 세트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세부 묘사가 정말 대단하다.

이코노미스트 '헨리 케신저 편'은 이코노미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흥미로운 내용을 재치있게 풀어낸다.

이 책은 소셜 러닝 플랫폼을 표방하는 북밀에서 책 내용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본문 중간 중간에 나오는 '북밀'이라는 태그를 보고 독서를 멈춘 다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필요한 참조 자료를 읽고 다시 독서로 돌아오기에는 상당히 번거로워 책 따로 사이트 따로 되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향후 전자책과 결합할 경우에는 상당한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북밀에서도 제공하는 다음 도서 세미나 자료를 참조하면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아쉬운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번역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고유 명사가 특히 많이 나오는 관계로 인해 번역이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은 하지만 Time Warner를 팀 워너(으악)로 번역한 경우처럼 영어 병기가 없었으면 갸우뚱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문장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많아서 읽는 과정에서 조금 주의를 요한다. 물론 워낙 인터넷이 발달했기에 궁금한 부분에 부딪히더라도 전후 문맥을 활용해 구글에서 검색하면 어느 정도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더욱 좋을뻔 했다.

본문 중 눈에 들어오는 몇몇 문구를 정리하며 마무리하겠다.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인가? 유용하거나, 재미있거나, 아름다운가?
기술은 신선한 감각과 멋진 요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것이지만, 그것에만 의존한다면 천박한 것입니다. 그 때는 속임수가 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일을 하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마케팅은 비용이 아니다. 세상이 당신의 회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투자다.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광고 작성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 자체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