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며 과거 다녔던 회사 중에서 안광학 진단 장비를 만들던 H사(요즘 코스닥에서 잘나가고 있는 회사인데... 아마도 아는 분은 다들 아시리라...)에서 여러 가지 삶에 유용한 지식을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말았다. 솔직히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기계/기구/전자 쪽 분야의 공학자들과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는 상황은 경력이 풍부한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자라도 경험하기가 그다지 수월치 않다. 전자 쪽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기계나 기구 쪽까지 망라하려면 운이 있어야 한다. 덕분에 기초적인 전자제품 분해/조립, 록타이트와 WD-40의 활용법, 나사산이 나갔을 경우 기초적인 대처 방안, 금형에 대한 기본 원리, 톱니에 대한 기본 원리, 모터 유형, ... 등등 여러 가지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움직이는 사물의 비밀'을 읽으니 어렵사리 몸으로 배운 내용을 너무나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기에 이런 책이 왜 진작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이 증폭되었다. 뒤 늦게라도 출간되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
한국어판 제목과 원서 제목("Making Things Move DIY Mechanisms for Inventors, Hobbyists, and Artists")을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기존에 많이 나왔던 전자/개발 보드 중심의 하드웨어 설명서와는 달리 기계/기구 쪽에서 전자 쪽을 접근하는 방법을 사용해 물체를 움직이고 동작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목차를 보면 지레, 도르래, 바퀴/축, 경사판/쐐기, 나사, 기어라는 여섯 가지 단순 기계를 소개하는 도입부터 시작해, 재료의 종류, 부품 고정과 결합을 위한 방법, 물체를 움직이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힘/마찰력/토크에 이은 기계/전기적 힘과 에너지, 각종 모터 제어, 기구물의 내장인 베어링/커플링/기어/나사/스프링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응용 방안과 실제 프로젝트 사례가 이어진다. 초보자 눈높이에서 물리/기계적인 특성을 알기 쉽게 풀어 쓰고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아직 감이 잘 안 오시는 독자분을 위해 몇 가지 추가 정보를 드리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움직이는 사물(?)의 실제 형상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한빛미디어 블로그과 함께 유튜브의 Making Things Move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기 바란다. 또한 공식 블로그의 Resource 섹션을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특히 6장에 대해 단계별 조립 방법을 동영상 자료로 제공하므로 꼼꼼하게 감상하기 바란다).
하지만 본문을 읽다보니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는데, i) 손으로 그린 삽화가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며, ii) 흑백으로 된 사진 때문에 색상 구분이 어려우며(전선 색깔이 뒤바뀌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iii) DIY가 활발한 미국(또는 유럽) 환경에 맞춰져 있기에 국내에서 이 모든 부품을 제대로 수급해 가공까지 마치기가 초보자 입장에서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불편한 부분이 여러분의 하드웨어 해킹을 방해하지는 않으므로 이 정도는 눈감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호가들이라면 책 말미에도 나오지만 온라인으로 정리된 『움직이는 사물의 비밀』(Making Things Move): 국내외 부품 구입처 및 유용한 DIY 자료 웹사이트 정리 페이지도 꼭 방문해보기 바란다. 디바이스마트, 마우저를 비롯한 각종 국내/외 DIY 사이트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므로 상당한 뽐뿌질을 받을 것이다(ㅋㅋ).
결론: 뭔가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애호가 여러분들께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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