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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6월 27, 2010

[영화광] 드래곤 길들이기(스포일러 없음)



올 여름 블록버스터가 줄지어 선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뒷북치는 포스팅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주 흥미롭게 본 "드래곤 길들이기" 본 소감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넘사벽인 줄만 알았던 픽사에게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져온 드림웍스가 드뎌 뭔가를 해내고 말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슈렉이 픽사에 맞짱 뜰 가능성을 열어줬다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가능성을 넘어 현실화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디즈니의 전매특허인 고전(?)적인 소재를 골라내,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도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게 정교한 스토리로 만들어, 컴퓨터 그래픽과 IMAX 3D라는 매체에 실어나름으로써 상영 시간 내내 대단한 사용자 경험을 제시한다.



개성 만점의 주인공들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정말?) 공룡들, 게다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전투기(X-wing 아니 타이 파이터 ㅋㅋ)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이트 퓨리의 아찔한 공중 기동까지 선보이니 손에 땀을 쥐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다. 야옹이처럼 귀여운 나이트 퓨리 한 마리 기르면 소원이 없겠군.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여기서 STOP. 블록버스터 공습에 못이겨 막을 내리기 전에 얼른 보러 가시라.



힌트: 3D를 제대로 즐기려면 비싸더라도 IMAX 상영관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편광 안경을 끼면 조금 어둡다는 느낌이 들텐데, IMAX 영사기는 일반 디지털/아날로그 영사기에 비해 훨씬 더 밝기 때문에 편광 안경으로 인한 밝기 저하를 어느 정도 보상한다.



EOB

일요일, 6월 20, 2010

[독서광] 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



심리학/경영/경제 블로그로 자리잡은(으잉 정말?) B급 프로그래머가 운영하는 블로그 애독자 여러분들이야 이미 충분한 지식으로 UX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그래도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법이다. 오늘 소개하는 '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은 아주 새롭고 기발한 내용은 없지만 웹 페이지를 중심으로 심리학적인 이론을 쉽게 풀어쓰고 있다.



목차를 보는 순간 심리학이나 경제학 책이 떠올랐다. 각 장 별로 키워드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설득과 무의식, 2. 소속의 욕구, 3. 의무감과 답례, 4. 희소성 부각, 5. 넛지, 6. 자기 중심, 7. 개입과 일관성, 8. 유사성과 매력, 9. 상실에 대한 두려움, 10. 무의식적 사고, 11. 사회적 동물



이 책은 홈 페이지를 어떻게 표준에 맞춰 만들고 어떻게 배치하고 색은 뭘 쓰고 그림을 어떻게 배치하고... 등등과 같은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그 대신 UX를 극대화하기 위해 웹 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철학을 다루므로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실전에 바로 투입 가능한 내용을 원했던 성질 급한 개발자라면 버럭!할지도 모르겠다). 개발자 입장 뿐만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내용도 많기 때문에 웹 개발자 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_훌륭한_ 개발자들도 읽으면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책도 두껍지 않고 가격도 착하게 나왔기에 심리학/경영학/경제학을 좋아하는 개발자가 가볍게 자신의 UX 지식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읽어보면 좋겠다.



EOB

토요일, 6월 19, 2010

[독서광] 더 딥: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버틸 것인가



친구 꼬양이 부탁으로 이번에 세스 고딘이 새로 집필한 더 딥을 번개처럼 훑어보았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가 온다라는 책으로 엄청나게 성공을 거두었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나해서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그리고 책을 펼쳐든지 10분만에... 다 읽었다. T_T 역시 자신이 예언한 바에 따라 한번 리마커블하고 나서 다시 한번 리마커블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끝나버려서 그게 문제다. 12,000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해서 구매할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겠다. 흔히 쓰는 용어로 슬럼프라고 부르는 정체기인 딥(dip)과 막장에 다다른 상황인 컬드색(cul-de-sac)을 구분해, 딥에 빠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해야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반면 컬드색에 빠지면 출구 전략을 펼쳐 전략적인 포기를 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하지만 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결과론적인 관점에서 딥과 컬드색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 딥인지 컬드색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방법이 존재한다면 이 책에서 자세히 방법을 밝혔을테지만, 두루뭉실 설명할 따름이니 책을 읽으며 답답함만 증폭될 뿐이다.



세스 고딘도 자신이 딥에 빠졌는지 컬드색에 빠졌는지 잘 모르는 듯이 보여서 참으로 안타깝다. 다음에 나오는 세스 고딘 책은 구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99%로 올라갔다. T_T



EOB

일요일, 6월 13, 2010

[독서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아웃라이어에 이어 말콤 그래드웰이 새롭게 지은 책이 나왔다고 해서 허겁지겁 주문해 읽어보았다. 간단하게 결론을 요약해보면 형만한 아우 없다고 역시 말콤 그래드웰도 함정에 빠진 듯이 보인다. T_T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라는 흥미로운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1996년부터 뉴요커에 기고한 글 중에서 뽑아 만든 선집이라고 보면 정확하겠다. 그러다보니 블링크나 아웃라이어처럼 책 전체를 관통하는 특별한 주제는 없고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웃라이어를 읽으면서 책 귀퉁이를 많이 접어놓았는데(책을 보다 흥미로운 곳이 나오면 책 귀퉁이를 접어버리는 버릇이 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필기도구를 꺼내 밑줄을 긋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냥 관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주제나 서술 방식은 흥미로운 부분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지만 기존 전작에서 화끈한 화력을 보여준 전례와 비교해 사실상 크게 '아하!'하는 감탄사를 내뱉을만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선정은 흥미로워 보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어가는 _당연한_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인 현상을 고른 다음에 여기에 숨어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글래드웰이 지은 기존 책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처음 읽은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지식인(뉴요커를 누가 사서 읽을지 상상해보라. 모르겠다고? 힌트를 참조하자)을 겨냥해 주제를 봅다보니, 특정 시절에서 미국 상황에 특화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게 정상이다.



그나마 6장 "실패의 두 얼굴"에서 다루는 '위축'과 '당황'의 차이가 대단히 만족스러워서 본전은 찾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 현상의 차이점을 이해하기란 아주 어렵지만, 글래드웰은 양자의 차이점을 쉽게 설명한다.



위축은 생각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고 당황은 생각이 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또한 위축되면 본능을 잃고 당황하면 본능으로 되돌아간다.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 말콤 드래드웰이 다음에 선보일 책을 살지 말지 기로에 섰다. 자신의 틀을 깨고 더욱 화끈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고만고만한 스토리텔러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



EOB

토요일, 6월 05, 2010

[영화광] 대부



AFI가 10주년 기념으로 발표한 100대 영화 목록 중에 시민 케인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만큼 유명한 대부가 디지털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디지털 복원은 2008년 10월에 이미 작업이 끝났다고 한다) 재개봉되었다. 대부는 1972년도에 첫 개봉했으므로 구닥다리 영화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봐도 펄펄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TV 재방송할 때마다 서너번 봐서 줄거리를 다 외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좁아 터져 특수효과가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오고 일부 내용이 가위로 싹뚝 잘린 TV랑 큰 화면과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극장이랑 같을 이유가 없기에 선거하고 나서 허겁지겁 뛰어가서 보고 왔다. 멀티플렉스 속성상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막을 조금 일찍 내릴 듯이 보이므로 혹시 보려고 마음먹은 독자분이 계시면 오늘 당장 보러 가시기 바란다.



잘 만든 영화는 초반 20분 안에 승부를 거는 특성이 있다. 대부 역시 초반에 결혼식 장면 그리고 결혼식을 빙자해 대부에게 민원을 넣고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을 교차로 배치해 사람 혼을 빼버린다. 화려한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 춤, 노래, 흥겨운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이탈리아 갔을 때 먹은 맛난 음식이 생각나는 바람에 거의 3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배고파 실신할 뻔 했다. T_T 일단 이렇게 시선을 잡아둔 다음에 민원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승부사 집단(?)의 화끈한 속성(?)을 보여주고 본격적인 패밀리 사이, 그리고 패밀리 내부의 갈등을 대단히 정교하게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마피아 영화라고 해서 총질이 난무하고 피로 떡칠을 하고 잔인하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꼭 필요할 때만 피를 보여주기에 요즘 만들어지는 치고박고 싸우는 영화와 확실하게 스스로를 차별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보여줄 때는 확실하게 보여주는데, 일례로 비토 꼴레이네 막내 딸인 코니와 남편인 카를로가 부엌과 욕실에서 부부싸움하는 장면은 총질과 칼질보다 더한 잔인한 폭력성을 사실감 있게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 장면을 제대로 찍기 위해 코플라 가족이 총출동해서 리허설하느라 난리법썩을 떨었다는 뒷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대부가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극찬을 받을까? 영화를 보고나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는데, 연출-각본-배우-내용-편집-음악이라는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_조화_를 이루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영화를 보다 보면 뭔가 부자연스럽고 이어지지 않는 어색한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대부를 보면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배우 개개인에 의존하지도 않았고(그 당시 말론 브란도는 한물 간 퇴물 배우... 알 파치노는 새파란 풋내기... T_T) 기발한 소재에 의존하지도 않았고 편집 기교로 망가진 내용을 살리지도 않았다. 묵직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정석대로 다룬 결과 뭔가 더 추가하거나 뭔가 더 빼버릴 내용이 없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화가 탄생했다는 생각이다.



대부 1에 이어 7월이나 8월에 개봉하는 대부 2(역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이다)도 감동의 도가니탕일텐데 무척 기대된다. ;)



EOB

목요일, 6월 03, 2010

[독서광] 책 vs 책: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개발자의 열정

이번달 developerWorks 서평은 기존 서평 형식을 바꿔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개발자의 열정을 잘 다룬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새로운 기계의 영혼(The soul of a new machine): 퓰리처 상 수상 작가인 트레이시 키더가 쓴 정말 멋진 책이다. B급 프로그래머에게 컴퓨터 관련 서적 중에 딱 한 권만 골라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이 책을 고르겠다. 초강력 추천!
  • 미래를 만든 Geeks: 애플 매킨토시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봐야할 멋진 책이다. 매킨토시에 영혼을 불어넣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이 정도 뽐뿌질을 했으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새로운 기계의 영혼은 과거 해적판으로 나온 책이 아니라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받아 번역한 책이다. 번역판에 조금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번역 상태가 나쁘지는 않기에 구입해도 문제 없겠다.



특별 보너스: 자, 그러면 애독자를 위한 특별 선물 하나! 이번 지방 선거 투표 인증샷 + 소유하고 있는 매킨토시(powerpc 모델이면 따블, 68xxx 모델이면 따따블로 가산점이 붙는다) 인증샷을 보내주신 독자분 중 _한_ 분을 추첨해 '미래를 만든 Geeks' 책을 선물로 보내드리겠다. 응모 기간은 6월 9일(수) 23시 55분까지. 전자편지 주소는 jrogue 애뜨 gmail.com다.



EOB

화요일, 6월 01, 2010

[독서광] 운명이다: 노무현 자서전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읽어야지 하고 머뭇머뭇하다가 선거를 앞둔 오늘에야 다 읽었다. 양장본과 반양장본이 있는데, 양장본에 특별화보가 더 들어간 사실을 알았다면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양장본을 구입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서재 공간이 부족해 본능적으로 반양장본을 구입하는 버릇이...). 짧은 소감: 그야말로 굴곡이 컸던 인생역정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아쉽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T_T



어떤 생각으로 정치에 입문해서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도 결국 대통령이 되었고 그 이후 운명적인 삶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모르는(아니 일부 몰지각한 언론에 의해 왜곡된 정보만 습득해 색안경을 끼게된) 사람이 읽어보면 더 좋을 듯 하지만, 사실상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고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인간 노무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사람만 읽게 될 듯이 보인다. 이 책이 언론에서 철저하게 무시(네이버 뉴스에 가서 한번 '노무현 운명이다'로 검색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는 사실은 지난번 소개한 삼성을 생각한다(주요 신문사에서 아예 광고를 실어주지 않았다)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호응과 더불어 암울한 2010년에도 한 가닥 희망을 품게 만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만 정리하며, 나머지 내용은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책에서 확인하면 정말 좋겠다.



원칙을 지키면서 패배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잃고 패배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나는 이기든 지든, 매순간 원칙을 지키면서 선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원칙'을 지키면 '바보'아니 '병신'이 되는 험한 세상에서 오늘따라 인간 노무현이 유달리 돋보인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