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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2월 31, 2006

[영화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불꺼진 비행기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잠을 청하거나 (운이 좋아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이 장착된 비행기를 탔다면) 영화를 보는 정도가 전부이다. 이번에 프랑크프루트로 날아가면서 개인용 비디오 시스템에서 영화를 검색해보았는데, 그다지 끌리는 제목이 없었다. 그래도 한 편은 봐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고른 영화가 바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



하지만... '악마는 ...'에 메릴 스트립 큰 언니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그냥 여성 취향용 영화이니 하고 아무런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기에 줄거리도 배우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낯익은 얼굴(!) 등장.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넋을 읽고 보기 시작했다.



아주 잘난체하고 가식적(남편에게는 꼼짝도 못한다)이고 나쁜 짓은 다 하면서도 미워할래야 미워하기 어려운 잘나가는 패션지 런웨이의 미란다 역을 메릴 스트립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아마 영화 보다가 리모컨 던져버렸을테다. 물론 다른 배우(주연인 앤 해서웨이 포함)들이 메릴 스트립 큰 언이의 후광에 눌려서 깨갱해버리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타고난 포스를 뭐 어떻하랴? 큰 언니의 프로필은 http://en.wikipedia.org/wiki/Meryl_Streep를 참조하기 바란다.



패션이나 유명 브랜드 상표에 전혀 무감각한 남자(!)라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애인이 보러가자구 간청하지 않는 이상 이런 촌스러운 영화를 어떻게 보랴?'라고 생각하신 분이 계시면 시간 때우기 용으로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EOB

토요일, 12월 30, 2006

[독서광]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요즘 책을 읽는 속력보다 책장에 쌓여가는 속력이 훨씬 더 빨라졌기에 번역도 하나 끝난 기념으로 정신을 차리고 몇 권을 독파해버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P 소설 내용을 들여다보기 앞서 경제학 용어를 몇 가지 살펴보자. 아래 용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설을 읽으면 뒷 부분에 벌어지는 숨가쁜 이야기 전개에 뒤쳐지게 될테니 말이다.




  • 콜 옵션: 특정의 기본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지정된 날짜 또는 그 이전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콜 옵션이다. 콜옵션 매수자는 매도자에게 옵션가격인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대신 기본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소유하게 되고, 매도자는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콜옵션 매수자가 기본자산을 매수하겠다는 권리행사를 할 경우 그 기본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에 팔아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콜 옵션은 가격 상승을 전제로 배팅을 하므로 만일 기본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을 입게 된다.
  • 풋 옵션: 특정의 기본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지정된 날짜 또는 그 이전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풋 옵션이다. 즉, 콜 옵션과 반대이다. 풋 옵션은 가격 하락을 전제로 배팅을 하므로 만일 기본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손실을 입게 된다.
  • 공매도: 없는 물건이나 주식을 미리 파는 행위이다. 실제로 팔아야 하는 시점에서 시장에서 물건이나 주식을 매입해야 하므로 풋옵션과 마찬가지로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기법이다. 공매도가 끼여들 경우 물량을 뻥튀기 하는 효과가 있기에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각국 정부에서는 대부분 법으로 이를 규제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없다면 파생 상품 시장 자체의 존립이 어려워지므로 넓은 범위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 선물: 어떤 상품에 대해 미래의 정해진 시점에 일정한 양을 정해진 가격으로 주고 받기로 하고 현재 시점에서 매매하는 행위로, 미래에 이행될 거래를 현재의 시점에서 약속한다.


자, 이제 책 읽을 준비가 다 되었다.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이 다루는 주된 내용은 바로 선물과 옵션이다. 배경은 17세기지만 20세기에도 벌어졌고 21세기에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돈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딱딱한 경제학 서적이 아닌 소설 책이므로, 사랑, 배신, 암투, 뜻하지 않는 행운등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지만 큰 줄기는 간단하다. 바로 한쪽에서는 커피에 대한 콜 옵션을, 다른 쪽에서는 커피에 대한 풋 옵션을 놓고 여기에 공매도까지 등장해서 상인으로서 망하느냐 흥하느냐를 놓고 깔찌뜯고 싸우는 내용이다. 이렇게 한 문단으로 책을 요약한 이유는...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서이다. 위험(risk)을 무릅쓰고 누가 어떤 전략을 사용해서 어떤 방식으로 승리하는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내용이 이러하니 이 책은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읽으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커피랑 경제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법하다.



EOB

목요일, 12월 28, 2006

[독서광] 위대한 기업의 조건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기에 라인하르트 K. 슈프랭어의 신작인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 나왔다길래 바로 구매버튼을 눌러서 구입한 다음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바로 읽어보았다.



우선 이 책은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만큼 강력하게 폐부를 찌르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대신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다른 책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아니 못하는) 신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으므로 나름대로 책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진도를 뽑기 전에 한가지 물어보자? 과연 신뢰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있을텐데... 이책 본문에 나오는 문구를 읽다보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신뢰와는 다른 해석에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볼까?




  • 신뢰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 신뢰는 상처입을 가능성을 수용하는 행위다
  • 신뢰의 반대는 불신이 아니다
  • 통제없는 신뢰는 생각할 수 없다


우와! 이런 황당한(?) 정의가... 슈프랭어는 기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설명하고 있으며, 불신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인 목표합의, 근무시간 기록 제도,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시시콜콜 정의한 복잡한 규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불신이 기본이 아니라 신뢰가 기본으로 동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신뢰는 보편적인 것이며, 불신이 특수한 것이다. 결코 그 반대가 아니다.


슈프랭어는 신뢰가 신뢰를 낳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남을 먼저 신뢰하고, 신뢰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을 경우 지속적으로 신뢰를 보여주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엄격한 처벌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신뢰를 쏟아부으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뢰의 붕괴가 신뢰 메커니즘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남을 좀더 신뢰(!)하게 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신뢰는 투자이다. 자신과 남에 대한 신뢰를 투자하지 않고서 일이 저절로 잘되기를 바라면 공짜 점심을 기대하는 바와 뭐가 다를까? 일단 솔선수범해서 남을 신뢰해보자.



주의: 개인 취향에 따라 이 책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목차와 본문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전작인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가정하고 구매하면 안되는 책이기도 하다.



EOB

목요일, 12월 21, 2006

[일상다반사]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소프트웨어 공학의 사실과 오해로 유명한 로버트 L 글래스 큰형님이 지은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이 드디어 인쇄에 들어가서 연말 무렵에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게 되었다.



부제인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이 의미하듯이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1980에서 1990년대에 일어난 여러 가지 다양한 논쟁거리를 담은 수필 선집으로 보면 틀림없다. 딱딱하지 않은 수필이지만 속에 품은 칼이 매서우므로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책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역자 서문을 인용하겠다.



2006년도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15년이나 더 된 책을 다시 펴낼 이유가 있을까? 더 빨리 더 최신의 정보를 습득하기에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구닥다리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 시간 낭비가 아닐까? 얼핏 드는 생각이지만 상당히 그럴싸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칼 마르크스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은 두 번 반복된다는 헤겔의 말에 첫번째 일어나는 사건이 비극이라면 두번째 일어나는 사건은 희극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 본문에 나오는 4GL에 대한 맹신과 같은 어리석은 일이 요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함부로 속단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희극 한 편을 소개하겠다.

2년 전 무렵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한 회사에서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임베디드 분야에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체계화 시켜서 공장(factory)에서 사용하는 BOM(Bill of Material)처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를 위해 객체지향 방법론을 도입하고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R사에서 개발한 R이라는 도구(따지고 보면 자동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만든다고 선전한 4GL을 계승하는 현대판 도구다)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내부 전략을 파악했다. 하지만 21세기식 은총알을 사용한 늑대 인간 사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정색을 하면서 납기일 준수와 재사용 부품 제작은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잘라서 말했다.

저자인 로버트 L 글래스(밥)가 요즘도 이런 종류의 대화가 공공연히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사람 좋은 웃음과 더불어 “아니 이 사람아, 내가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은총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구!”라고 어깨를 툭 쳤을지도 모르겠다.

소프트웨어 컨플리트 2.0은 어떻게 보면 사람을 대단히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분명히 배경은 과거이지만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생생하게 전개된다.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15년전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지 못한 현재 상황을 바라보면서 심지어는 절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편함을 조금만 참고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이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는, 뜻이 통하는 말동무를 찾았다는 기쁨이 싹터오르기 시작하면서 한가닥 희망이 보일 것이다.

천부적인 재주꾼인 밥이 이끄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보자.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치열하게 논쟁도 벌이면서 말이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와는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다른 _하드코어_(무슨 이야기인지는 나중에 서점에서 책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수필이지만 유심히 들어다보면 정말 웃긴 내용도 많으므로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



EOB

화요일, 12월 19, 2006

[끝없는 뽐뿌질] 척추 환자를 위한 의자



비나 눈만 오려면 허리가 쑤시고 아프다. 척추 만곡증이라는 참 황당 무게한 병 때문인지 신경통 때문인지 여튼 몸자체가 일기예보관을 뺨칠 정도니 뭔가 대책이 필요한 듯이 보인다.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회사 사람 한 명이 추천해준 제품이 있어서 회사에 이야기해서 구매한 다음 일주일 정도 사용해보았다. 스칸디나비아 노르웨이에서 만든 이 의자는 이름하여 니스툴!.



처음보면 등받침이 없기 때문에 대략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서 있을 때 허리가 'S'자로 되는 상태를 앉아있을 때도 그대로 구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등받침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몸이 똑바로 자세를 잡게 된다.





불편함은 없냐구? 아무래도 처음 적응 기간동안 허리 통증과 다리 자세가 가장 큰 문제인 듯이 보인다. 평상시 잘 안쓰던 근육(?)을 쓰다보니 처음 며칠은 허리가 욱신거릴지도 모르겠다. 평상시 자세가 삐뚠 사람일수록 허리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앉을 때나 일어설 때나 다리 자세를 잘 잡아야 하는데, 다리 적응에 실패하면 돈만 날리게 된다. 물론 허리 환자라면 다리 자세 불편이 문제냐? 무조건 지르고 봐야지. 암암...



EOB

일요일, 12월 17, 2006

[영화광] 파이트 클럽(19금, 스포일러)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를 번역하다보니 여러 차례 파이트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끙끙앓다가 DVD가 국내 들어오는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고 바로 구매해 놓았는데, 그 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계속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연말도 되어서 마음도 뒤숭숭한지라 눈오는 기념으로 한판 보고 말았다. 결과는? 오오 이런 멋진 영화를 아직도 안봤다니 억울함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살금살금 조심하겠지만 그래도 초강력 스포일러가 나올지도 모르니 혹시 파이트 클럽을 볼 사람들은 여기서 브라우저 창을 닫으시라.



파이트 클럽은 매트릭스와는 또 다른 시각적인 효과를 잘 살린 영화이다. 타일러 더든이 나레이터 입에 총을 넣는 초기 장면부터 시작해서 나레이터가 이케아 가구로 온집안을 도배하는 모습을 광고지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든 장면과 나레이터 집이 폭파될 때 빠르게 전개되는 모습과 몽환적인 섹스 신을 거쳐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건물 폭파신까지 상당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면서 영화에 땀냄새 풀풀 풍기는 활력을 제공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폭력'에 얽힌 남자들의 숨겨진 로망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한치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냥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만 나왔다면 '파이트 클럽'은 고만고만한 영화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졌을텐데, 자아의 분열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제대로 풀어냄으로써 무척 인상 깊은 영화로 남았다는 생각이다. 나레이터가 진짜 극중 나레이터처럼 타일러 더든이 하는 행동(레스토랑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스프에 오줌싸기, 영사기 기사로 일하면서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에 삽입해서 상영하기)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화자와 주인공을 완벽하게 분리시키는 척하면서 영화 프레임 곳곳에 나레이터가 바로 화자이자 주인공임을 알려주는 힌트를 화면 곳곳에 절묘하게 배합함으로써 컬트 성향이 짙은 영화로 한단계 판올림을 해버린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나레이터의 일상 생활 중에 타일러 더든이 잠시 오버랩되어 나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해서 처음에는 DVD 마스터링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 나서 한참 웃었다. 영화 속에서도 타일러 더든이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 필름 사이사이에 끼워서 관객을 울리더니 실제 영화에서도 타일러 더든 프레임을 여기저기 끼워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니 이야말로 재귀적인 수법이 아닌가?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파이트 클럽은 꼭 보기 바란다. 재미있는 대사 - 설정 - 내용이라는 삼박자에 말려 220분이 번개처럼 지나갈테니...



EOB

일요일, 12월 10, 2006

[APM] '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입니까?(2)' 올라갔습니다.

요즘 블럭 쌓기가 뜸해지면서 잠수를 타는 모습에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원래 원고 마감 시점에서 항상 일어나는 전형적인 패턴이므로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겠다. ;)



지난번 프로젝트 성공 확률 관련 글에 이어 오늘 또 하나올려보았다. 낙하산식 일정 예측이 아닌 현장 개발자의 일정 예측을 믿어라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서 현장 개발자 말에도 부풀림이 있으니, 여기에 가중치를 곱해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OB

목요일, 12월 07, 2006

[독서광] SERI 전망 2007



내년도는 경제 전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SERI 전망 2007을 회사에 사달라고 이야기해서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는 중이다.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조금 주저주저한 책이지만, 회사에서 내년도 계획을 세울 때 전망 등을 조감하는 과정에서 통계 자료를 인용할 때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한 명이 집필하지 않고 여러 명이 주제를 나눠서 집필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통일성은 떨어지지만, 어차피 다양한 각도에서 전망을 하는 내용 위주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선별해서 읽는 경우가 많을테니 문제는 없어보인다. 신문 등 대중 매체를 꾸준히 읽어왔던 독자라면 이 책 자체에서 새롭고 신기한 통찰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이겠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각종 통계 자료를 총정리해서 한 권으로 압축해놓았다는 점에서 가치를 둬야겠다.



통계자료와 전망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며 결국 모든 의사 결정과 판단은 본인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고, 이 책을 참고서처럼 읽으면 좋겠다. ;)



EOB

일요일, 12월 03, 2006

[일상다반사] Software Conflict 2.0 번역 - 드디어 활주로가 보인다.



(사진: 베타리더 중 한분이신 sunwoo님께서 베타리딩 피드백을 주시면서 보너스로 함께 보내주신 베리 뵘 연구실 사진 - 보기 드문 흥미로운 사진이다. ;))



비행기는 이륙보다 착륙이 훨씬 더 어렵다. 착륙 과정에서 수행하는 체크 리스트 항목은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든 FS(Flight Simulator)를 해보신 분이라면 여기에 대해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번역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대충 초벌 번역 한 다음에 출판사 문틈으로 밀어넣고 잽싸게 도망가버린다면 뭐가 문제 겠느냐만 제대로 번역하려면 후반 작업 과정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때가 반드시 도래한다. 그리고 그 때가 최종 마감을 2주 정도 앞둔 바로 지금이다.



활주로가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관제탑 통신 회수도 늘어나고(출판사랑 공역하는 해님, 베타리더 분들과 편지 오가는 회수가 늘어난다), 착륙 준비에 앞서 필요한 모든 사항을 다 점검하고(지금 엑셀과 웹으로 관리하는 작업 항목 중에 혹시 빠진 내역이 없는지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 중이다), 실제로 강하각(강하각 개념을 잘 모르면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를 읽어보라.)을 조정하면서 활주로에 접근하기 시작해야 한다(순발력을 최대로 발휘해서 완성 원고는 깔끔하게 정리해서 출판사에 발송하고, 남아있는 초벌 원고는 한번 더 살펴본 다음 공역자끼리 반대로 교환해서 확인하고, 공역자 확인이 끝난 원고는 빠짐없이 베타리더에게 발송하고, 베타리더 피드백을 반영해서 완성 원고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작업이 짧은 시간 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착륙하고 나서 활주로를 이동해서 관제탑이 지정해준 위치에 비행기를 세운 다음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한다(색인 작업과 교정지를 보는 작업이 남아있다).



이 모든 복잡한 작업이 끝나면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베타리더하느라 고생하신 분들이랑 활자화된 아날로그 책을 앞에 두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는 일만 남을테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에 걸쳐 집에 틀여밖혀서 정신없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쪼록 일정 지연이라는 탈없이 무사히 마무리하길 바란다. 공역자인 해님과 번역 과정에서 함께 책을 읽고 고민해주고 계신 애독자 중의 애독자인 베타리더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서 원고 정리 중에 이렇게 글을 써봤다. :)



EOB

토요일, 12월 02, 2006

[APM] '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얼마입니까?' 올라갔습니다.



스탠디시 그룹이 펴낸 2000년도 CHAOS 보고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2000년도에 들어와서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28%에 그쳤다는 통계가 나왔다. 뭐 2006년도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어서 50%가 넘어설리는 만무할테고, 여전히 비슷한 수준의 성공 확률을 자랑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몇 %나 될 것 같은가?



http://tapm.blogspot.com새로 올린 글을 한번 읽어보면서 너무 낙관적인 예측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반성해보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현실을 비춰볼 때 소프트웨어 성공률이 미국보다 높을리는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거든... 참 신기하지 않은가?



EOB

금요일, 12월 01, 2006

[일상다반사] 해외 송금과 2단계 커밋



데이터베이스나 통신 관련 프로토콜을 구현해본 사람은 2단계 커밋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봤을 테다. 트랜잭션이 원자적으로 진행되도록 만들어주는 이 훌륭한 개념 때문에 ATM에서 돈을 찾고 인터넷으로 물건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2단계 커밋이 만능일까? 글쎄?



경우에 따라서는 2단계 커밋을 고의(?)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IEEE Computger에 실린 커피점은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는다(PDF 파일)와 같은 글을 읽어보면 종업원당 작업 처리량을 늘이기 위해 일부러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준다. 스타벅스 커피 숍에서는 고객이 주문한 다음에 이름(미국)을 부르거나 주문한 내용(일본, 한국)을 부르면 그 때서야 자신이 마실 커피를 받으러 간다. 그 사이에 어떤 오류가 발생하거나 문제(예: 잘못된 커피가 나오거나 양이 잘못될 경우)가 터지더라도 이 정도 손실은 무시하는 편이 유리하다.



커피 전문점이야 그렇다 치자. 커피 한 잔에 얼마한다고... 정 안되면 새로 한 컵 뽑아서 손님에게 서비스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은행 송금 과정에서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우리가 인터넷으로 송금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 인출 금액, 상대편 계좌 번호, 비밀 번호를 넣는다.
  • 상대편 은행에 질의를 던져서 계좌 번호에 맞는 사람 이름을 출력한다. 만일 계좌 번호가 존재하지 않거나 입금 시킬 수 없는 특수한 계좌 번호일 경우 오류를 반환한다.
  • 이 계좌 번호와 사람 이름이 맞을 경우 송금을 지시한다.


당연하다고? 그렇다면 해외 송금은 어떨까? 외국 은행으로 송금을 할 경우에는 유감스럽지만 상기 시나리오가 통하지 않는다. 우선 온라인으로 연결은 되어있지만 계좌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 않다. IMF가 이런 표준을 만들려고 할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송금 요청을 하면 은행에서는 송금 전문을 상대편 은행으로 날리고 종료해버린다. 내가 보낸 사실은 알지만 상대편이 제대로 받았는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다. 송금한 은행 쪽에서는 '처리 완료'라는 상태만 알 수 있다. 나머지는 (시차 때문에) 상대편 은행에서 비동기적으로 처리한다.



계좌번호나 수취인 정보를 제대로 입력했다면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돈이 제대로 송금될 것이지만... 만일 뭔가 실수를 했다면? 2단계 커밋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 자, 여러분이 수취인 정보를 햇갈려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잘못 입력했다고 가정하자. 유럽으로 돈을 보낸다고 가정할 때 상대편 은행은 일단 유럽향 송금 과정에서 사용하는 은행명+계좌번호를 통합한 표준인 IBAN 코드가 일치하므로 입금은 시켜준다. 그런데 나중에 수작업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취인 정보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은행 직권으로 입금을 취소시켜버린다. 이 돈을 다시 여러분 통장으로 약간 지연된 동기적(?)인 방식으로 반환하는 방법이 정상인 듯이 보이지만, 유감스럽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만일 은행에서 원래 보낸 국가의 예금주로 송금을 한다면 수수료는 누가 물지?
  • 환율 변화에 따른 손실은 어떻게 하지?


따라서, 이런 두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송금받은 은행은 실패한 트랜잭션을 보류하고 돈을 쥔채로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송금한 사람이 나중에 돈이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다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바로 변경(Amend) 신청이다. 송금을 하게 되면 송금 고유 번호(FOT)가 붙는다. 은행마다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 번호를 사용해서 자신이 보낸 송금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 창구나 인터넷으로 접속해서 변경 신청을 하면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서 상대편 은행으로 FOT 변경을 해준다. 그러면 상대편 은행은 이 변경 신청 요청을 보고 유효할 경우 중단된 트랜잭션을 재개한다.



부지불식간에 국내 송금 과정에서 2단계 커밋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은 상기 시나리오가 무척 머리 아프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작업 처리량을 늘이기 위해 2단계 커밋을 포기하고 비동기적으로 움직이는 커피 전문점에 빗대어 이해하면 어떨까? 해외 송금할 때 조금 덜 불안하지 않을까? :)



뱀다리) 아마 당분간 구글로 해외 송금을 입력하면 이 글이 가장 먼저 올라올 거다. 해외 송금 과정에서 정보 입력을 잘못해서 순간 당황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