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받아 중간쯤 펼쳐 본문을 읽었을 때, 그리 내용이 와닫지 않아 책을 덮어두었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몰라서 출근길에 이 책을 들고 버스에 탔는데, 의외로 엄청 재미있는 내용이 등장하기 시작해 이틀 정도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가뿐하게 다 읽고 말았다. 제목이나 목차만 놓고 보면 상당히 원론적이고 훈장질(예: TV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잡지를 멀리하고 양서를 골라 열심히 읽자)하는 내용이 등장할 것 같은데, 다이어트-광고시장-정치-뇌신경학을 연결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청나게 많은 음식(특히 열량만 높고 영양소는 작은 인스턴트 불량 식품)이 지천에 널리더라도 개인이 이를 과도하게 소비하지 않으면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줄어들 듯이, 엄청나게 많은(특히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쓰레기 같은) 정보가 사방에서 우리를 유혹하더라도 합리적으로 가려서 소비하면 정보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보를 합리적으로 소비할까? 이 책에서는 의식적으로 정보를 소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이론적인 내용과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 나오지만 우리를 방해하는 요소들은 엄청나게 많다. 사람을 낚으려고 환장한 듯이 선정적인 문구로 도배된 온라인 신문 제목, (어디라고 꼭 찍어 말하지는 않겠지만) 정치적으로 편향된 일부 매체들, 개인화라는 명목하에 마치 달달한 아이스크림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정보만을 열심히 실어날라주는 SNS, 게다가 이를 24시간 공급하도록 기반 구조를 제공한 스마트 폰... 주위를 돌아보면 정보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적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물론 다이어트 기법과 다이어트 서적만큼은 아니지만 GTD나 뽀모도로 등 개인의 한정된 시간 관리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방법과 수 많은 책이 나오긴 했지만, 본질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음식을 먹되, 과식하지 말고, 주로 채식을 하라"는 권고(또는 충고)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소비하라. 당신에게 아부하는 가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진짜 정보를 흡수하라."
자 그러면 간략하게 책의 내용을 살펴볼까?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현재 우리가 습득하는 정보 원천과 종류를 열거하며 과연 얼마나 정신적으로 바람직한지를 따져본다. 2부는 똑똑한 정보 밥상을 차리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데이터 이해력, 높은 주의력, 유머 감각)을 열거하며, 이를 사용해 정보 밥상을 현명하게 차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3부는 좋은 정보를 활용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프로그래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전세계적인 범위나 전국적인 범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전투(?)에 말로만 끼어드는 대신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일을 NGO 등의 허락이나 상의 없이 단독적으로 진행하라는 조언을 아까지 않는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은 프로그래머들이 새로운 정보 전파자로 등극하는 상황에서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풀뿌리 운동 방안을 제시하므로 관심있는 독자분들이라면 특히 3부를 눈여겨 보기 바란다.
결론: 정치/사회 변혁, 정보 과잉 시대의 생존 방법, 미국 정치(이번 대선도 무척 재미있었지?)와 대중 매체(폭스 TV는 어딜 가도 문제다. 낄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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