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

목요일, 3월 31, 2011

[독서광] 인간, 조직, 권력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辯)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출간 기념으로 선물로 보내준 인간, 조직, 권력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辯)을 지난 주에 출퇴근하며 틈틈히 읽어보았다. 읽고난 소감을 정리하자면... 이거 참... 난감하다. B급 관리자도 14년 전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가 SI성 작업을 주로하던 회사였기에 갑/을/병/정에서 주로 '정'을 도맡아 해보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바뀐 건 정말 하나도 없나보다.



이 책은 SI 업계에서 일하며 나름 깨달음을 얻은 어떤 SW 엔지니어의 자기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진흙탕에 가까운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대 비급을 기대했다면(프레드 브룩스에 따르면 은총알은 없다. ㅋㅋ) 번지수가 조금 틀리긴 하겠지만, 최소한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가 어떤 상황인지 감을 잡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도 상당히 순화되었기에 실제 상황은 이 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바닥이라고? 미안하지만 바닥 아래 지하실 있고 지하실 아래에 지하 주차장이 줄을 죽 서서 기다린다고 보면 되겠다. T_T



이 책의 대상 독자가 아주 난감하다. 이미 10년 이상 이 바닥에서 굴러버린 독자라면 막장에서 볼 거 다 봤으니 이 책에서 얻을 내용은 제한되어 보이고, 처음 입문한 신참 개발자라면 이 책에서 그리는 현실의 비참함에 강력히 저항(자기가 택한 길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을리 만무하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한 번 정도 거울에 비춰보고 싶은 분이 읽어보면 되겠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알고 보면 단순하다(책에서는 복잡하게 써놓았지만 다음처럼 요약 가능하다). "강력한 생존 능력과 백데이터(이 단어 정말 간만에 써본다. ㅋㅋ 재사용 가능한 코드, 문서, 템플릿, 도메인 지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를 갖추고, 믿을만한 팀을 구축해서 함께 일하고, 착한 사람이 되길 포기하며 힘들고 티 안나는 일은 재주껏 피하고, 적당한 정치력을 갖춰 갑이 되었든 을이 되었든 자기 상사가 되었든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잘 포섭하고, 늘 정신을 바짝 차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살아남자."로 보면 되겠다.



오늘따라 암울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은 듯이 보여 가슴이 아픈데...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몸 담고 계신 애독자 여러분이 모두모두 성공하시길 항상 기원한다. 그래야 나중에 눈치 안 보고 맥주라도 얻어마시지...



EOB

토요일, 3월 26, 2011

[독서광] 100 Best Business Books - 당신이 찾는 비즈니스의 모든 것



매년 나오는 경제/경영 관련 서적 종류가 어마어마한데다(참고로 미국에서는 1년에 만 권이 넘는 경제/경영 서적이 나온다고 한다) 기존에 나왔던 고전으로 추앙받는 서적까지 합치면 거의 책더미에 깔려버리는 상황이다. B급 관리자 블로그에서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몸소 읽어보고 여러 가지 좋은 경제/경영 서적을 추천하고 다양한 정보를 물어다 주긴 하지만(모 메타 블로그에는 '경제/경영' 블로그로 분류되기도 했었다. 낄낄...), 여전히 책에 굶주린 독자분들이 많으리라. 마침 "100 Best Business Books - 당신이 찾는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 있기에 읽어보았다. 자 이 책의 특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이 책은 800-CEO-READ (미국은 전화번호를 회사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라는 경제경영 전문도서를 판매하는 회사의 설립자/CEO인 잭 커버트/타트 새터스턴이 지난 50년간 주목받은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00권을 엄선해 정리한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 선별한 책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저자들조차 그런 기적을 바라지도 않는다), 놓치고 지나간 책들에 대해 다시 한번 존재가치를 깨닫게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저자들은 설득력, 참신성,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적용 가능성이라는 4가지 질문을 거쳐 100권이라는 책을 압축해서 선별했다. 또한 독자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책에 우선 순위를 둠으로써 내용은 좋지만 졸리는 책도 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책은 선별한 책에 대해 아주 간략한 정보(책 주제, 책이 중요한 이유, 책이 도움을 주는 방식, 기타 참고 도서)만을 제공하므로 엄청난 기대를 품고 읽어서는 곤란하다. 즉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으로 수 많은 책을 정리하려는 자세로 접근했다가는 바로 침몰한다. T_T



국내 독자를 위해 100권과 참고 도서 중에 국내에 번역된 책의 경우 서지 정보에서 역서명과 국내 출판 관련 정보(가장 최근에 출판된 연도)를 제시하므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그냥 외국 제목만 덩그러니 올려놓았다면 발톱 팍 내어 뜯어버렸을 거다). 따라서 본문을 읽다가 뭔가 느낌(!)이 오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바로 주문하면 된다(뽐뿌질 요주의). 책 구성을 보면 자기 경영, 성공, 아이디어, 새로운 미래, 리더십, 혁신 전략, 기업가 정신, 위대한 기업, 마케팅, 재무 회계, 인적 관리라는 대분류에 맞춰 관련된 주요 서적을 소개하므로, 흥미가 있는 부분만 추려서 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다른 분야에 어떤 책이 존재하는지를 차근차근 볼 수도 있다.



책의 목차만 보고서도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혜안을 소유한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시간은 황금이기에 남이 정리해놓은 내용을 보고 자기에게 맞는 책을 선별하는 방법이 요즘같이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심심풀이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 B급 관리자가 읽었던 책을 정리해보았다(15/100).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정리해보시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유쾌한 이노베이션, 인간과 공학 이야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게릴라 마케팅,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 머니볼, 천재들의 실패, 설득의 심리학, 보랏빛 소가 온다, 티핑 포인트, 프로페셔널의 조건, 더 골,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 미래의 투자



EOB

일요일, 3월 20, 2011

[독서광]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



컴퓨터 공학이나 전산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앨런 튜링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테다. 그를 기리는 아주 권위 있는 튜링 상부터 시작해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위한 튜링 테스트, 알고리즘 시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가상의 튜링 기계, 그리고 메모리를 탑재한 현대적인 컴퓨터 아키텍처, 컴퓨터가 아니라 수학에 가까운 오토마타 이론에 이르기까지 튜링은 컴퓨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사실상 튜링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독일군의 암호를 푸느라 상당 수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었고 설상 가상으로 그 당시 금기시 되던 동성애자라는 딱지까지 붙는 바람에 진짜 업적을 재평가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재평가 자체도 대부분 컴퓨터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튜링을 뒤쫓아간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튜링의 개인적인 성격이 어떻게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지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감동적이다(물론 기술적인 측면을 다루기도 하지만 소위 말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조차도 튜링의 논문을 읽기란 절대로 쉽지 않기에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용상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역사에서 '만일'을 논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튜링이 조금만 자신을 더 내세우고(선거 때만 등장하는 폴리페서들의 능력(?)을 튜링이 1/100만 갖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동성애 등에 관대하고(튜링의 논문을 읽다보면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몰지각함에 대항해 감춰진 발톱이 팍팍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정부나 회사의 지원을 받을만한 운이 있었다면 아마도 차원 높은 컴퓨터가 좀더 일찍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튜링이 (한국은 당연히 제외하고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을지도 모르겠다. 튜링은 어떤 의미에서 세상을 해킹하는 천재였고, 위대한 해커의 운명이 늘 그렇듯 세상은 튜링을 박해하고 말았다.



튜링은 논문을 쓰면서 남이 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이 실제로 궁금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데서 만족을 구할 뿐이었다. 그래서 젋었을 때부터 이미 남이 끝낸 작업을 처음부터(!) 그대로 다시 진행해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심지어 (아직까지도) 가장 영향력이 큰 논문인 '계산 가능수와 결정문제에 대한 응용'조차도 프린스턴의 수학자 알론조 처치가 발표한 '기초수론의 해결불능문제'에 영광을 빼앗기게 된다). 게다가 자기가 한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한 태도로 논문을 쓰는데다 회의나 강연 등에서 장점이 아니라 단점을 말함으로써 안 그래도 좁은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만다. 하지만 이런 반사회적인 특성은 튜링이 쓴 논문의 서술 방식에 영향을 미쳐, 미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독특한(그리고 함부로 반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수학, 논리학, 철학, 컴퓨터, 그리고 백설공주를 사랑한 튜링이라는 인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OB

목요일, 3월 17, 2011

문제는 상상력과 BIEGE다: TMI에서 배운 교훈

연일 뉴스에서 일본 원전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몇몇은 사실상 소설에 가까운 경우도 있어 황당할 지경...)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미 짐작하신 분은 짐작했겠지만 (누가 뭐라 말하든) 체르노빌에는 못미치지만 TMI(드리마일) 원전 사고는 가뿐하게 압도하는 초대형 사고로 보인다. 한 시라도 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지만 세상이 어디 우리 맘대로 되지는 않는 듯이 보이므로 답답할 따름이다. 오늘은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TMI에서 얻은 교훈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TMI 사고야 일반에게 워낙 많이 알려져서 굳이 여기서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신문 기사를 보니 이건 한번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면 여럿 바보가 될 듯이 보였다. 진행하다보면 이미 알고 있는 식상한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튀어 나올지도 모르기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아주 간단하게 TMI 사건 개요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유지보수 작업중에 일어난 이상 동작이 응축 밸브를 닫히게 만들었다.
  2.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고 압력이 높아졌다. 가압기의 PORV(Pilot Operated Relief Valve)가 자동으로 열렸다.
  3. 자동 명령에 반응해 (원래 닫혀야 하는) PORV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4. 가압기를 통해 냉각수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5. 운영자가 원자로 냉각수 수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 비상 냉각 시스템을 중단하고 더 많은 냉각수를 배수했다.
  6. 노심 절반이 녹아내린 다음에야 문제를 발견했다.


요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진짜 별거 아닌 단순 사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일 원전 제어실은 아비규환이었다. 4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부터 운영 요원들이 악전분투를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고 6시 경에는 50명여에 이르는 엔지니어, 감독관, 교대 요원이 제어실을 가득 채우고 계기반에서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었다. 마스터 알람은 계속 울려대고(시끄럽다고 마스터 알람을 끄면 주요 계기반도 함께 동작을 멈춰버리니 신경을 긁는 클락숀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어야 한다), 110개에 달하는 경고등이 동시에 껌뻑거리는 데다 유일한 외부 통로로 몇 회선 안 되는 귀중한 전화로는 ("도대체 이렇게 된 원인이 뭐야?"와 같은 ... 그걸 알면 벌써 해결했지!) 현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고위 관계자의 참견이 쏟아지고, 워낙 얽히고 섥힌 문제가 많다보니 몇 시간 전 로그 기록이 아직도 출력되는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서 멜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멜러는 원래 문제가 된 TMI Unit 2 소속이 아니었지만 5시 무렵 참다 못한 엔지니어 한 명이 귀중한 전화선을 빌려 백업으로 와달라고 부탁했고, 사람들이 기진맥진할 무렵인 6시 경에 도착해서 난장판이 된 원전 제어실로 들어간다. 잠시 브리핑을 들은 멜러는 아주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상상력을 사용한 '사고 실험'이다. 멜러가 주목한 내용은 가압기의 수위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수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모순이다. 매뉴얼에도 해당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으므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난장판 속에서 15분 정도 곰곰히 생각하던 멜러는 두 가지 가설을 세운다. 한 가지는 가압기 탱크의 전자 히터를 망가뜨린 고장난 회로 차단기였다. 멜러는 사람을 보내 차단기 패널을 살펴보게 했다. 그 사이에 멜러는 잽싸게 다른 가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일 원전 냉각 시스템에 자그마한 구멍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노심을 둘러싼 격납 빌딩에 들어가서 문을 열고 증기가 분출되는 장면을 볼 수는 없다(그랬다간 죽을테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미 두 시간 동안 2000여개에 달하는 계기반을 점검하느라 파김치가 되었지만 단서는 없었다.



절반쯤 찾다 포기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끈질긴 멜러는 격납 빌딩의 공기 압력이 올라가고 온도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돔형 빌딩에 증기 균열이 있다는 신호였다. 멜러가 컴퓨터 터미널로 가서 온도 그래프를 본 결과 온도는 PORV에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미 관리자들도 PORV를 의심하고 점검을 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동시에 쏟아졌고 설상가상으로 계기반에서 이미 PORV가 닫혀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주는 바람에 이를 무시하고 넘어간 상황이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멜러는 허락을 받아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PORV를 닫자마자 급격하게 압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넋놓고 있던 제어실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PORV가 닫히면서부터는 냉각수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져 노심 온도를 떨어뜨렸고 다음 날 수소 거품이 발생해 폭발의 위험이 감지되긴 했지만 용케 무사히 잘 넘겼다.



그나마 TMI는 나름 행복한(정말 다행스럽게 직접 피폭되어 죽은 사람은 없지만 완전히 정리하는 데 10년 넘게 10억불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결론으로 끝나니 기분이 좋아졌는가? 나중에 조사해보니 내부 노심이 상당히 많이 녹아 격납 용기 아래 쪽에 고여있었다. 만일 조금만 더 대응이 늦었으면 완전히 노심이 다 녹아 엄청난 재앙이 발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TMI에서 배운 교훈은 바로 상상력이다. 다들 계기반을 뚫어지게 보느라 사고 실험을 할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15분을 투자함으로써 멜러는 정확하게 문제가 어디 있는지 머리 속으로 원자로를 훓고 다닐 수 있었다. 또한 매뉴얼이나 절차나 완벽함에 의존하지 않고 만족스런 해법을 찾아나서는 BIEGE(Better is the Enemy of Good Enough,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3장 1절 참고) 역시 중요하다. 멜러는 완벽한 정보를 얻기를 포기하고 최소한의 가용 정보로 적용 가능하고 빠르게 행동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상부에 보고한 다음 명령을 기다리거나 곧이 곧대로 수습하기 위해 완벽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뜸을 들일 여유가 없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완벽에 근접한 해법을 찾으면 바로 적용해야 한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을 들으면 현장에서 상상력과 BIEGE를 발휘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관료주의와 매뉴얼/절차에 너무 목을 매달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 <日대지진> "탐욕과 IAEA의 유착이 재앙불러"에서 안드레프 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서는 "창조적 해법, 심지어 판타지나 즉흥성까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좋다. 옆나라 일본은 그렇다 치고 한국은? 그게 더욱 궁금하다.

토요일, 3월 12, 2011

[독서광] 명연사, 명연설, 명강의



이번에 해님께서 번역한 명연사, 명연설, 명강의: 청중을 사로잡는 명연설의 비결이 출간되었다. 해님 번역 실력이야 워낙 뛰어나니 이번에도 절대로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보증한다(솔직히 출간하기 훨씬 전에 초벌 번역한 내용을 빠짐없이 다 읽어보았다).



이 책은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를 쓴 스콧 버쿤이 자신이 여러 곳에 강연을 하면서 망가진(?) 일화를 중심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대다수 사람들이야 강의나 강연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부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몰라도, 회사 내부에서 특정 주제를 놓고 보고서를 쓴 다음에 사내 발표를 하거나 고객사에 제안을 하기 위해 사외 발표를 하거나 운이 좋다면 세미나나 워크샵에 연사로 초청받을 가능성은 어느 누구 앞에나 펼쳐져 있으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번에 독자 여러분들께 이미 소개 올린 slide:ology: 위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예술과 과학이나 프리젠테이션 젠은 청중들을 사로잡기 위한 발표 자료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실제 강연/강의/발표를 어떻게 잘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함께 읽어보면 위력이 배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멋진 발표 자료를 준비해가더라도 청중 앞에서 "어버버버" 한 방이면 그냥 침몰하기 때문에(청중들이 하품하고 졸고 중간에 나가면 진짜 당황스럽다)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연습하고 충분히 대비해야 하지만, 막상 이를 조언해주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여러분이 강의나 발표 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을 선배된 입장에서 유머러스한 필체로 잘 정리하고 있다. B급 관리자도 여러 차례 발표와 강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많은 내용을 배웠고 또 남들도 역시 청중을 꼬시기 위해 유사한 방법(예: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선물 등으로 유혹)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래 본문 중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독자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렸는데, 이번에는 해님께서 직접 본문 중 재미있는 인용구를 뽑아주셨다. 한번 읽어보시고 뽐뿌질 받으시실... :)



EOB

토요일, 3월 05, 2011

[독서광]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기에 신문 기사 중에서도 다들 경제 기사에 관심이 많으리라 본다. 그런데 이 경제 기사가 정말로 우리를 위한 진실된 내용만을 담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 있는 분이라면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을 읽다보면 많은 궁금중이 해소되리라 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폰은 '까고' 갤럭시S는 '띄우고'전세값 뛰니 집값도? 언론의 바람잡이 '위험천만'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로 신문사, 기자, 기업 사이의 비열한 뒷거래를 지목한다. 독자를 위한 기사가 기업을 위한 기사로 변절되어버리는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이 세상 믿을 놈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무조건 일간지의 경제 섹션이나 경제지를 멀리하라는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기사 하나에 부화뇌동해 탐욕스럽게 한 건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꾸준하게 여러 신문과 원래 보도 자료 또는 외신 자료를 검토하며 비평적으로 기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력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본문에서는 주로 (경제에 얽힌)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정책 기사, 금융 기사, 부동산 기사, 산업 기사를 까칠하게 읽기 위해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야하고 어떤 점에 주의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런 비평적인 시각을 토대로 경제 기사를 읽다보면 급변하는 환경에 좀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이 기자인 관계상 여러 가지 언론에 얽히고 섥힌 뒷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정리하고 있기에 언론의 말을 무조건적인 진실(!?)로 받아들였던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테다.



이미 경제지, 경제 잡지를 읽는 방법을 통달해(힌트: 거꾸로 읽으면 된다. ㅋㅋㅋ) 자유자재로 재테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갓 사회에 진출한 새내기(송골매가 병아리를 노리듯 신문은 주로 이런 사람들을 노린다)나 경제지에 속아 몇 번 눈물을 흘리면서도 여전히 미련을 떨치지 못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가짐을 새롭게 다지면 어떨까?



뱀다리: 이 책을 선물해주신 jhanglim 님께 감사 말씀드린다. ;)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