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5월 31, 2007

[일상다반사] 최강의 디버깅 도구 BEAR



며칠전 프로그램 디버깅 과정에서 역사상 최강의 디버깅 도구로 칭송받는 신형 장비를 구매했다. 바로 곰돌이 인형이다(사무실 인증샷 한 방).



아니 수천만원짜리 ICE도 아닌 몇 만원짜리 곰돌이가 디버깅에 무슨 소용이 있냐구? 낚시성 글이라고 버럭하기 전에 잠깐 브라이언 커닝헌과 롭 파아크 큰 형님이 집필하신 "The Practice of Programming" 123페이지 중간을 열어보자. 독자 여러분을 위해 친절하게 번역까지 해보았다.



어떤 대학교 컴퓨터 센터는 헬프 데스크 근처에 테디 베어를 비치했다. 희한한 버그를 만난 학생들은 인간 카운셀러에게 질문하기 전에 곰돌이에게 현상을 먼저 설명하도록 요청받았다.


이제 이 곰돌이의 사용법을 알았을 것이다. 컴파일러 버그니 타이밍 문제니 보드 문제니 이런 수만가지 불평불만을 내새우기 앞서 개발자는 자기 자리로 곰돌이 인형을 모시고 온다. 그리고 친절하게 자신이 만든 원시 코드를 한줄한줄 따라가며 곰돌이에게 설명을 해준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다음과 같은 상황이 온다. T_T



아앗!!! 곰돌이군, 신경쓰지 말게나. 이 문제는 순전히 내 잘못이야. 방해해서 미안해.


안그래도 불쌍한 주변 개발자를 괴롭히지 않고 효과적으로 디버깅할 수 있는 최강의 도구이므로, 서둘러 회사에 요청해서 이 장비를 구매하도록 하자. 기안서나 품의서를 건내받은 팀장 안색을 보면 회사 개발 성숙도 수준(CMMI가 아니라 _B_MI라고 하자)을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EOB

수요일, 5월 30, 2007

[영화광] 슈퍼 하이 비전이란?



예전 고해상도 TV(HDTV)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오늘은 후속편으로 NHK에서 야심만만하게 주도하고 있는 슈퍼 하이 비전에 대해 좀 살펴보기로 하자.



뜬금 없이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회사 업무상 필요한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얻은 부산물을 기록해두기 위해서다. 요즘 건망증이 심해져서 이렇게라도 기록을 안 해두면 며칠 후 깨끗하게 잊어먹기 때문이다. T_T 자 그렇다면 슈퍼 하이 비전이 기존 HDTV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HDTV 최대 해상도가 Full HD 기준 1920x1080이라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슈퍼 하이 비전은 자그마치 7680x4320(게다 초당 60프레임이다!)을 자랑한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음 그림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해상도가 이렇다보니 비디오 클립(?)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분당 194기가바이트를 요구하므로, 2시간짜리 무압축에 들어가는 저장 공간은 35테라바이트이다. 1080p HDTV 스트림 전송에 대역폭이 대략 60Mbps정도 필요하니, 가로 세로 각각 4배씩 총 16배인 슈퍼 하이 비전을 MPEG2 스트림에 담아 전송하려면 대역폭으로 960Mbps가 필요하다. H.264나 VC-1(WMV9HD)로 압축률을 높이더라도 분당 3기가바이트를 소비한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차이점은 강력한 오디오 채널 숫자이다. 돌비 디지털 AC-3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5.1ch을 벗어나 22.2ch 시스템으로 소리를 뿌려준다(귀 위쪽: 9ch, 귀: 10ch, 귀 아래쪽: 3ch, 저주파 효과: 2ch). 감동 물결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제 상용화 가능성을 점쳐보자. 워낙 기술이 빨리 발전하고 있으니 초고해상도 LCD나 PDP를 탑재한 슈퍼 하이 비전 대응 프로젝터 등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물론 첫 제품은 가격표에 적혀 있는 자리 수가 완전히 다를거다 T_T).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하, 전달 매체가 중요한데, 슈퍼 하이 비전으로 만든 영화는 6층 블루레이와 같은 미디어를 사용하더라도(200기가바이트) 대략 30분(MPEG2)에서 1시간(H.264/VC-1) 조금 넘는 분량만 저장이 가능하다. 블루레이나 HD-DVD 재생기 보급률을 생각해보면 오프라인 배포가 대략 난감하다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전송하면 어떨까? FTTH나 광랜 수준에서는 실시간 스트리밍은 고사하고 다운로드도 꿈꾸지 말지어다. 하긴 다운로드 받을 경우에도 최신 테라급 HDD가 아니면 저장 자체가 난감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도 HDTV나 디지털 영화관을 능가하는 초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다면 충분한 댓가를 치룰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소비자는 점점 더 늘어나리라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맥스 영화조차도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벌벌떨고 있는 영화사 입장에서 과연 슈퍼 하이 비전을 채택할까? 결국 승부는 컨텐츠에서 결정나게 되어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 더 지켜보자.



참고 URL


  • http://www.nhk.or.jp/digital/en/superhivision/index.html
  • http://en.wikipedia.org/wiki/UHDV


EOB

토요일, 5월 26, 2007

[일상다반사] 핵심 엔지니어 국가가 관리해야?

신문을 읽다보면 개념 무탑재 그 자체인 논설이 눈에 띄게 된다. 예를 들면 끝도 없겠지만, 엊그제 서X신문에 등장한 이런 논설을 읽으면 대략 난감하다.



이 논설의 하이라이트를 같이 보자. 주의) 혈압 높으신 분은 바로 [Back] 버튼 누르시라.



필자는 국가핵심기술 등록제의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가핵심기술 대상을 지정하고, 관련 기술 및 인력의 등록을 의무화해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국가핵심기술의 개발에 참여한 인력에 대해서는 해당 기술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외국기업 이직을 금지해야 한다. 그 대신 이들이 실직하는 경우 생계와 재취업 지원 등 이직금지에 대한 보상을 해주면 된다. 국가핵심기술 관련 엔지니어 1000명만 이렇게 특별관리한다면 한국의 기술안보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핵심 기술자의 국유화(?)이다. 이 논설을 읽는 순간 박통의 위대한(?) 아우라가 염주영씨와 겹쳐져서 눈을 뜰 수가 없다. 21세기가 열린지도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1970년대에 사는 대한민국 핵심 기술자들이 서러울 뿐이다. 국가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도 된다는 수구꼴통적인 주장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국가 경쟁력 강화 따위는 기대도 하지 말자.



EOB

금요일, 5월 25, 2007

[새소식] CAPTCHA를 능가하는 reCAPTCHA

스팸 발송자와 일반 사용자 사이에 벌어지는 전투는 정말 치열하다. 스팸봇이 웹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방어 시스템인 CAPTCHA는 "Completely Automated Public Turing test to tell Computers and Humans Apart"라는 설명이 의미하듯이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하는 튜링 테스트 기법을 활용한다. 이에 뒤질새라 스팸 편지 전송기도 이미지를 활용해서 스팸 필터기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문자 인식 기술로 판독하기 어렵도록 CAPTCHA를 응용한 방법으로 편지 본문 내용을 이미지로 만들어서 보내기 때문에 상당히 머리가 아프다.



물론 요즘은 일부 간단한 CAPTCHA를 무력화하는 기술도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도록 하고, 오늘은 CAPTCHA를 좀더 생산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는 reCAPTCHA를 소개하려고 한다.



reCAPTCHA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동인은 간단하다. 전세계 수 많은 사람들이 스팸봇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목적으로 글자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통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하루 150,000 시간 정도가 CAPTCHA 해석에 쓰여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황금같은 시간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여기서 reCAPTCHA가 등장한다. reCAPTCHA는 OCR로 읽어들인 문자를 CAPTCHA 인증을 받으면서 사람이 한 단어씩 풀어내도록 만드는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다음 그림을 한번 살펴보자.





그림은 사람들이 CAPTCHA 인증 과정에서 단어 둘을 입력하도록 지시하는 창인데, 단어 하나는 이미 확실하게 밝혀져 있으며, 나머지 단어는 밝혀지지 않은 단어이다. 사용자가 두 단어를 입력해서 이미 확실하게 밝혀져 있는 단어가 맞으면 나머지 단어도 맞을거라는 추측이 가능하다(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입력했을테니. :))



reCAPTCHA를 사용하면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는 단순히 스캔한 원본 그대로를 PDF로 바꾸거나 100% 확실하다고 믿지 못하는 OCR 기술을 사용해서 부분 디지털화가 가능했지만, 전 세계에 수 많은 사용자가 수작업(?)으로 이를 지원할 경우 OCR로 1차 가공한 원본을 디지털로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reCAPTCHA는 인터넷 어카이브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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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5월 20, 2007

[일상다반사] 교보문고 전문서 '특별할인' 쿠폰전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기 전에 고양이 군전문가가 선택한 전문서 '특별할인' 쿠폰전에 내가 쓴 책이 여러(?) 권 올라있다고 알려주었다.



들어가보니 4위(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 10위(조엘 온 소프트웨어: 유쾌한 오프라인 블로그), 92위(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 99위(IT Expert: 임베디드 리눅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 드리며, 올 한해도 더욱 좋은 책으로 인사 올리도록 하겠다.



뽐뿌질: 2000원짜리 쿠폰이므로 한번 둘러보시고 평소 가격 때문에 주저주저하던 책도 구매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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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5월 18, 2007

[끝없는 뽐뿌질] Polycom Communicator C100S



이번에는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는 뽐뿌질 하나 해보자. 요즘 업무상 스카이프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데, 다자간 통화는 물론이고 한 장소에서 특정 인물을 불러내어 컨퍼런스 회의가 필요할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마이크를 이 사람 저 사람으로 넘기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를 해결해주는 제품이 바로 폴리콤에서 나온 커뮤니케이터 C100S이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손바닥에 쏙 들어가도록 생겼고, USB 선도 안쪽으로 말아넣을 수 있게 설계되었고 예쁜 가방도 주기 때문에 이동성도 뛰어나다. 요 며칠 계속해서 써봤는데, HD 보이스 테크놀로지(22Khz까지 샘플링이 가능하다고 한다)라는 기술을 통해 훌륭한 음질을 보여주어서 (중국과 같은 네트워크에 문제가 있는... 나라에서 볼 수 있는 ... T_T) 네트워크 대역폭 문제만 없다면 일반 전화와 마찬가지로 통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내장 마이크가 두 개라서 여러 명이 동시에 말을 해도 알아들을 만하다.



조작 방법은 아주 단순해서, 스카이프 응용 프로그램 실행 버튼, 음 소거(mute) 버튼, 전화 통화/중지 버튼, 볼륨 올리기 버튼, 볼륨 내리기 버튼 딱 다섯 개가 전부다. USB 단자에 연결해 놓기만 하면 스피커와 마이크로폰 장치로 인식되므로 평상시에는 모노 스피커로 사용이 가능하다. 만일 비밀(?)리에 대화를 해야 한다면, C100S 우측에 붙어있는 이어폰 단자에 이어폰을 연결하면 외부로 소리가 나가지 않는다.



이런 혜택이 윈도우 사용자 뿐만 아니라 매킨토시 사용자에게도 제공되니 금상첨화라고 볼 수 있겠다. 내장 카메라로 스카이프 화상 통화까지 가능한 맥북에 붙인 다음에 Mac OS X 시스템 환경 설정에 들어가서 사운드를 누르고 출력과 입력을 모두 'Polycom Communicator'로 바꾸면 아무런 추가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멋지게 동작했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장 스피커였다. T_T 혹시 맥에서 Polycom Communicator를 사용하고 계신 분이 있느면 동작 확인 부탁드린다.



스카이프로 컨퍼런스 콜을 하려는 분들께 이 장비를 추천한다. 후회 없으리라. ;)



EOB

수요일, 5월 16, 2007

[일상다반사] 블로그 검색 엔진 나루 오픈



전문 블로그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나루가 오픈되었다. 오픈 기념으로 '컴퓨터 vs 책' 블로그 검색을 해본 결과를 캡쳐했다. 꾸준하고 인기 7이라고 한다. 아직 최근 자료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정확한 상태를 반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컴퓨터 vs 책' 포스팅이 무척 뜸해져서 말이다. T_T



나루를 사용해서 블로그 검색 이외에 포스트 내용 검색을 시도해보았는데, 동시 접속자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인지 계속해서 접속자 폭주에 따른 오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빠른 시간 내 서비스 정상화가 이뤄져서 블로그 검색 과정에서 즐거움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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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5월 08, 2007

[독서광] 비폭력 대화: 일상에서 쓰는 평화의 언어, 삶의 언어



며칠전에 자칼 마을의 소년 시장을 소개하면서 잠시 비폭력대화라는 용어를 소개한 적이 있다. 여기서 책 제목이 비폭력대화라서 욕안하고 차카게 살자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을 펼쳐보면 +욕+을 하나도 하지 안고서도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과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지 느낌(!)이 올 것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회유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폭력은 일상생활화되어있기에 느끼지 못할 뿐이리라...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는 개인마다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차이를 인정하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대화 방법으로, 분노를 자아내고 자존심을 떨어뜨리는 말을 피하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가치와 욕구에 초점을 둔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기본 느낌과 욕구를 인식하고 이를 상대방과 공유한다는 NVC의 핵심은 너무나도 단순해서 왜 이런 방법을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천은 무척 어렵다는 장벽이 존재한다. NVC와 100%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철학으로 운영하는 수 많은 마음 공부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폭력 대화 책 가장 뒷 페이지를 보면 NVC를 적용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같이 한번 살펴보자.




  •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때
  • 상대방의 말을 비난이나 비판이 아닌 공감적으로 들을 때


관찰



  • 나의 느낌을 일으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내가 ~을 (보거나, 듣거나) 했을 때

  • 상대의 느낌을 일으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당신이 ~을 (보거나, 듣거나) 했을 때



느낌



  • 관찰에 대한 나의 느낌
    나는 ~게 느낀다

  • 관찰에 대한 상대의 느낌
    당신은 ~게 느끼십니까?



욕구/필요



  • 나의 느낌 뒤에 있는 욕구/필요
    나는 ~이(가) 필요(원, 중요)하기 때문에 ...

  • 상대의 느낌 뒤에 있는 욕구/필요
    당신은 ~이(가) 필요(원, 중요)하기 때문에 ...



부탁/요청



  • 내가 부탁/요청하는 구체적인 행동
    연결부탁: 내가 이렇게 말할 때 너는 어떻게 느끼니/생각하니?

    행동부탁: ~게 해주시겠어요?

  • 상대가 부탁/요청하는 구체적인 행동
    당신은 내가 ~하기를 바라십니까?




NVC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를 보면 참으로 간단한 듯이 보이지만 실천은 정말 쉽지 않다. 나-메시지 기법과 더불어 생각날 때마다 위에 정리한 네 가지 요소를 사용해서 생각하고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기에...



뱀다리: 이 책 각 장 뒤에 나온 연습 문제 풀이를 보고 감탄했다. O/X 문제에서 보통 문제 답이 틀렸을 경우 틀렸다고 강조하지만, 이 책은 문제 풀이부터 비폭력적으로 전개한다. 예를 한번 볼까?



이 번호에 동그라미를 쳤다면 우리 견해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대신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문제 풀이하는 과정만 놓고 보더라도 2007년도 한해를 통틀어 애독자 여러분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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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5월 01, 2007

[일상다반사] D 도너츠와 브랜드 본질


(DONUTS DONUTS라는 짝퉁(?) 상표는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웃음을 뚝(!) 그치게 만드는 사건이 터졌으니...)

D 도너츠를 국내 배급하고 있는 B 사가 이번에 초대형 사고를 하나 터트린 모양이다. 요즘 한창 번역 중인 "In Search of Stupidity 2nd Ed"에 나오는 브랜드의 본질을 망각한 울트라 슈퍼 삽질로 인해 도너츠 업계에서 국내 1위 브랜드가 완전히 망가지게 생겼으니 오호 통재라. T_T



메릴 R. 채프먼 큰 형님 말씀을 잠깐 들어볼까?




브랜딩 재단 아래 죄 없음을 고하고 몸을 의탁하려면, 브랜드가 무엇인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우선, 브랜드는 결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며,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없다. 이는 많은 마케팅 종사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개념이다. 물론 회사를 인수하여 브랜드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자체를 고객에게 팔기는 불가능하다. 고객에게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 따름이다.

브랜드를 팔지 못하는 이유는 브랜드가 심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우수한 제품, 끊임없는 PR, 광고, 긍정적 자산에서 얻어지는 무형의 존재이다.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공생하는 관계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치 있고 유용하면, 브랜드는 구매자 마음 속에 ‘내 구매는 올바른 결정이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구매 결정을 “부추긴다”. 브랜딩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제품이나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붙이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혹은 둘 다를 얻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긍정적 자산 positive equity라는 문구에 주목한다. 브랜드 가치는 긍정에서 부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가치가 부정적으로 하락한 브랜드는 더 이상 브랜드가 아니다. 브랜드 부채 brand liability 혹은 안티브랜드 antibrand이다.


이번에 B사가 블로고스피어를 대상으로 초강력 대응수를 둔 행위 자체가 바로 안티 브랜드의 가장 좋은 예이다. B사 높으신 양반과 B사 홍보 대행 업체와 B사 범무팀은 왜 갑자기 멀쩡하던 블로고스피어가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로 변했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일테니 친절한 j군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로 하겠다.



뭐가 도대체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도너츠 주요 소비 층이 젊은 친구들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물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도넛을 먹긴 하겠지만, 젊은 층이 가장 큰 고객임이 확실하다. 문제는 이 젊은 친구들이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D 도너츠 마케팅 공략 원칙 상 젊은 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는데, 참으로 유감스럽지만 젊은 층이 주로 활용하는 소통 창구(즉 블로그!)를 물리적으로 막겠다고 나서므로서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되어버렸다. 블로그 운영하는 젊은 층이 안 사주면 블로그 운영 안하는 어르신께서 대신 도너츠를 소비해주나?



다음으로 사고(?) 발생 직후 초동 대응이 지극히 폐쇄적이고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는 데 있다. 이 대응에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는 빠져있었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소비자 중 상당수가 블로거였다. T_T B사에서 공식 발표문이랍시고 올린 문구를 같이 볼까?



그 결과, 처음 문제제기를 했다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게시물이 계속 남아있고 이것이 여론화되면서 그 피해는 던킨도너츠와 저희를 믿고 함께 해주신 전국의 수많은 가맹점주님들이 떠안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뭔가 참 이상하다. 가장 중요한 (불안에 떨고 있는) 고객에 대한 내용은 없지 않는가? 본사와 가맹점주님에 대한 피해만 나와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만약 정말 안전과 관련한 대형 사고(?)가 터지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는가? 당장 매출 몇 푼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회사를 가장 중요한 소비자 안전 보장 관점에서 어떻게 믿지?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냐?



문제는 터졌으니, 수습이 중요하다. 초강수를 두면서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고전적인 수법을 사용할텐데, 과거 몇몇 언론만 통제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 몇 군대만 막아버리면 끝난다는 안이한 대응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정확하게 문제 원인을 파악해서 뭔가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세상에 우리가 어떤 회사인데 우리를 못믿습니까?"라고 막연히 립 서비스만 해서는 싸늘한 냉소만 돌아온다(이 험한 세상에서 믿을 놈 그 누구냐? T_T).

B사는

가장 좋은 상품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판매한다
라는 기업 이념을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따라 타이레놀 사건에 제대로 대응해서 침몰 일보직전에 놓였던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되살린 존슨 & 존슨 사의 훌륭한 교훈이 귓가에 맴돈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