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29, 2011

[B급 프로그래머] 스프링패드

지금까지 메모장을 대신할 프로그램을 여러 개 사용했지만 다들 뭔가 하나씩 불만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윈도우 메모장이나 아웃룩 메모를 사용할 경우 로그인부터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없이 그냥 바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은 편리하지만 장비를 이리저리 옮겨다닐 경우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에버노트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기능이 투박하며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하려면 별도로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므로 번거로워서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발견한 스프링패드는 며칠 써 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스프링패드는 웹과 아이폰/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는 메모장인데,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크롬 확장을 설치하면 오프라인으로 메모를 작성한 다음 온라인이 될 때 동기화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스프링패드는 자원(resouce) 개념을 사용해 여러 가지 다양한 부류의 정보를 범주로 구분할 수 있고 태그 등을 붙여 검색할 수도 있고 새로운 노트북을 만들어 메모를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옮길 수도 있다. 다음 그림에 나오는 지원하는 자원 유형을 보면 식당, 비즈니스, 와인, 연락처, 책, 영화, 음악 앨범, 노트, 조리법, 체크 리스트, 패킹 리스트(짐 싸기), 태스크, 쇼핑 리스트, 알람, 이벤트 등이 있는데,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다수 작업을 지원한다. 물론 여기에 없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럴 때는 일반 메모를 사용하면 되므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기존 메모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일단 아무렇게나 메모를 하고 나면 조직화 할 필요가 있다. 노트북 단위로 메모를 이리 저리 중복하거나 이동할 수 있으므로 선 메모 후 조직화가 가능하다. 핸드핼드 장비에서 사진, 바코드, 텍스트를 비롯해 번개처럼 메모하고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웹 버전으로 조직화를 하면 자료 정리가 끝난다. 노트북마다 보드를 하나씩 지원하는 데, 보드는 여러 가지 메모를 공간에 배열함으로써 상호 연관성이나 중요성을 한 눈에 파악하도록 만들어준다. 다음 그림을 보자.





처음에는 스프링패드 홈 페이지(로그인 하기 전)에 나오는 Save - Organize - Act라는 사이클이 이해가 잘 안 갔는데, 일단 대충 메모하고(Save), 보드에 배열하고, 링크를 달고, 태그를 붙이고(Organize), 이를 토대로 작업을 진행(Act)해보니, 스프링패드는 단순 메모를 넘어 기억과 실행을 돕는 멋진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한번 이리저리 써 보고 다음 그림을 보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셜 기능으로 follower, following이 가능하며(허걱 트위터 아류작?), 페이스북 연동이 되며,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구글 캘린더 연동도 가능하다(이벤트를 만들면 구글 캘린더에 자동으로 등록되는데 동기화 버그가 있다). 또한 자원별 공개 기본 설정 변경 기능과, 개별 메모에 대한 외부 공개 제어 기능이 있으므로 이를 사용해 필요한 메모는 자유롭게 외부에 공개하고 email로도 전송할 수 있기에 메모 공유 측면에서 여타 메모 프로그램보다 훨씬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미국에 산다면 레스토랑, 영화, 쇼핑과 관련한 정보 검색과 쿠폰 발급, 가격 비교와 같은 여러 가지 서비스가 가능한데 유감스럽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활용이 어렵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스프링패드의 선전을 기원한다.



EOB

일요일, 5월 22, 2011

[일상다반사] 종합소득세 신고

또 다시 종합소득세 신고의 계절이 돌아왔다. 번역/집필/강연으로 지난해 돈을 버신 분이라면 안내서가 날아왔을 것이다(물론 B급 관리자에게는 안내서 따윈 날아오지도 않는다. 매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알아서 할거라고 믿고 우편물에 들어가는 나무를 절약하는 센스. T_T).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종합소득세 신고 독려가 그리 까다롭지 않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 납부 독려와 더불어 근로장려금 신청을 위한 선행 자료 수집 목적이 강해보인다. 어찌되었거나 세금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소한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거나(가산세, 신고 항목 누락 등) 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만 피해보자.



가장 궁금한 1번 질문은 내가 종합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부동산이나 이자소득이 어마어마한 분께서 B급 관리자 블로그를 방문할 이유는 없어 보이므로 오늘은 종합 소득세 신고가 필요한 사업과 기타 소득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이 두 가지만 구분할 수 있다면 이미 90%가 해결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기타 소득은 근로 소득이 있는 사람이 부업으로 어쩌다 한번(이게 중요하다) 벌어들이는 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연히 기회가 맞아 강연이나 컨설팅을 한번 하거나 경품에 당첨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타 소득은 총 수입 15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신고를 안 해도 되므로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택하면 된다. 특별한 명세서나 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은 상황에서 기타 소득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보수를 받을 때 4.4%를 땐 나머지 금액이 입금되면 돈을 주는 쪽에서 기타 소득으로 처리한 것이다. 4.4%가 나온 이유는 총 수입에서 필요 경비를 80%까지 인정해주고, 남은 20%의 돈에 대해 22%(소득세 20%에 소득세의 10%인 2% 주민세)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이다. 총 수입이 1500만원 미만의 사람일 경우에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유리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연말 정산 과세 표준 금액이 46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신고를 하면 환급을 받는다.



사업 소득은 기타 소득에 비해 조금 복잡하다. 사업 소득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보수를 받을 때 3.3%를 땐 나머지 금액이 입금되면 돈을 주는 쪽에서 사업 소득(인적 용역)으로 처리한 것이다. 기타 소득에 비해 무려 1.1%나 세금이 적다고 아주 좋아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업 소득이므로 종합 소득세 신고를 무조건 해야한다. 사업 소득인 경우 48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복식 부기를 해야하지만 그 이하인 경우 단순 경비율과 기준 경비율만 적용해 간단하게 신고가 가능하다. 여기서 단순 경비율은 소득 금액을 계산하기 위해 업종별로 미리 정의된 비율이며 매년 국세청이 업종에 따라 발표하므로 고정된 값은 아니다. 기준 경비율은 매입 비용, 임차료, 인건비 이외에 기타 비용을 인정하기 위한 금액을 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리 정의된 비율이다. 대부분 단순 경비율만 적용하면 끝나는데 기타 소득의 80%와는 달리 60% 대로 낮춰져 있다.



자, 그러면 국세청에서 파악한 소득을 어떻게 신고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세청 홈텍스로 전자 신고하면 된다. 홈텍스를 사용할 경우 전자신고에 대한 세액 공제를 2만원 해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몇 천원이라도 환급을 받을지도 모른다(물론 소득 금액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단 공인인증서를 등록한 다음에 홈텍스로 로그인해서 개인 탭의 세금신고/신고분납부를 선택하고 종합소득세 납부를 누르면 신고전 확인 내용과 신고서 작성/전송에 대한 요약 설명이 나온다. [신고전 확인 내용] 버튼을 누르면 신고안내 유형과 기장의무 안내 설명이 나오는데, 대부분 '간편장부의무자'(기장 필요 없음)에 "E 유형"(간편장부 또는 단순경비율이나 기준경비율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해 미기장 신고)으로 나올 것이다. 기장/신고 유형을 확인했다면 그 다음으로 눈여겨 봐야할 항목은 201x년 사업소득 사업장별 수입금액 내역이다. 이 부분은 작년에는 자동 입력이 되었는데 제작년과 올해는 자동 입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하는 기초 자료를 담고 있다.



국세청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초 정보를 확인했다면 실제로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고서 프로그램은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개인 PC에서 작업하거나 아니면 작업 후 자료를 삭제해야 한다. 만일 나중에 신고 내용에 잘못이 있어 수정 후 다시 재출할 경우에 원래 작업한 PC에서 작업하지 않으면 작업을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그리고 한번 작업한 내용은 자료 삭제 전에는 남아 있으므로 중복 입력을 조심해야 한다(잘 모르겠으면 자료를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나에게 맞는 신고서 선택하기]를 누르면 다시 한번 신고전 확인하기 항목과 함께 신고서 작성/전송 안내가 나온다. [확인] 버튼을 눌러 종합 소득세 신고 화면으로 넘어가서 차례로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미 연말 정산을 했으면 연말 정산 관련 사항이 그대로 넘어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소득 금액에서 근로 소득 항목은 연말 정산에서 불러오면 끝나지만 다음 그림에서 나오는 사업장 정보가 문제다.



사업장 정보는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하는데, 일반 개인인 경우에는 사업자 등록번호가 없으므로 그냥 없다라고 입력하고 앞서 사업소득 사업장별 수입금액 내역에 나온 업종 코드를 [코드 조회] 버튼을 눌러 주업종 코드에 입력한다. 그리고 신고 유형 코드를 32. 단순경비율로 선택한다. 그리고 [입력내용 저장] 버튼을 누르면 저장된다. 사업장별 수입 금액이 여러 개 있으면 [새로입력] 버튼을 눌러 입력을 반복해야 한다. 입력이 끝나면 [완료] 버튼을 누르고 2단계인 필요경비/소득금액 계산으로 넘어간다. 필요 경비/소득 금액과 원천징수/납세조합 징수 세액을 모두 입력해야 한다. 필요 경비/소득 금액을 입력하려면 앞서 사업소득 사업장별 수입금액 내역에 나온 업종별 소득 금액을 개별로 입력해야 한다. 총 수입 금액을 입력하고 나서 [필요 경비 계산] 버튼을 누르면 단순 경비율에 입각해 자동으로 필요 경비를 뺀 소득 금액을 산출해준다. [완료] 버튼을 누르고 나서 이번에는 원천징수/납세조합 징수 세액을 입력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은 [사업소득 원천징수내역 불러오기] 버튼 한방으로 해결된다. 물론 원천 징수 영수증을 확인해서 수동으로 입력해도 되겠지만, 자동으로 불러온 자료를 확인하는 편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한 다음에 입력 완료 버튼을 누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을 통과했다.



그 다음 화면부터는 해당 사항이 있으면 무조건 연말 정산에서 불러오기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불러들인 다음에 혹시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최종 화면인 세액 계산에서 금액을 확인한 다음에 세금이 예상외로 많이 나왔다고 생각이 들면 차분하게 다시 한번 처음부터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면 된다. 자 그러면, 어느 정도 돈을 더 내야 하는지 A씨라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시나리오로 시물레이션을 한번 댕겨보자. 계산을 아아주 쉽게 하기 위해 근로소득금액(총 급여에서 비과세 부분을 뺀 금액)을 5천만원, 소득 공제를 3백만원 받은 상태에서 번역/강연으로 1천만원을 벌어들였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계산이 아주 쉽게 단순 경비율을 65%라고 보자.



번역/강연으로 벌어들인 돈이 1천만원이지만 3.3%를 세금으로 내었으니 33만원을 미리 세금으로 납부했다. 자 그러면 1천만원에서 65%가 경비율이므로 650만원을 제외한 350만원을 근로소득금액에 합쳐 5350만원이 종합소득금액이 되며 소득 공제 금액인 3백만원을 제하면 과세표준(과표)이 5050만원이 된다. 2010년에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보면 4600만원 초과는 24% 세금을 내야 하므로 번역/강연으로 벌어들인 돈 중에 경비를 제외하고 추가된 350만원에 대해 0.24를 곱한 84만원이라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 30만원을 원천징수 형태로 미리 세금으로 납부했고(지방소득세는 계산에서 제외) 전자 신고 환급금 2만원을 받으므로 84만원에서 32만원을 빼서 나온 52만원에 지방소득세 5만 2천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으악!



결국 A씨는 과표 구간에 제대로 걸린 셈이다. 만일 A씨가 소득 공제를 1천만원 받았다면(가족도 있고, 의료비도 많이 쓰고, 연금 보험도 들고 말이다...), 과표 구간이 4350만원이므로 15%로 낮아지기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번 볼까? 350만원에 0.15를 곱한 52만 5천원에서 32만원을 빼면 20만 5천원에 지방소득세 2만 5천원만 내면 끝난다. 과표 구간 때문에 거의 3배 되는 돈을 물어야 하는 일이 생기므로 혹시 근로 소득이 많은 데다 사업 소득까지 많은 분들께서는 5월에 혼쭐 안 나려면 지금부터 연말 정산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NO WARRANTY(보증 책임 없음): 이 글은 법적인 효력이 전혀 없으며, 종합소득 신고와 관련해 모든 사항은 본인이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세법이 가장 복잡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혹시 설명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댓글이나 전자 편지로 바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EOB

토요일, 5월 21, 2011

[독서광] 디퍼런트



오늘 소개할 디퍼런트(부제: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는 특이한 책이다. 한국인이 영어로 쓴 내용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사실도 재미있지만, 경쟁사를 뛰어넘기 위해 최대한 벤치마크를 수행해 기업의 단점을 없애야 성공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전략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제를 딱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남과 비슷하면 지는거다"로 보면 되겠다. 책 자체는 창의력과 관련해 흥미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므로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들 뿐이 아니라 창의력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B급 관리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가 있다. 바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 노력하지 말고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라"라는 말이다. 단점을 극복하기에는 다들 나이도 너무 많이 먹었고(초등학생이라면 또 모르겠다. ㅋㅋ 서른 넘어 단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우울증 걸린다.) 들어가는 노력 대비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장점을 더욱 강화해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는 생각인데, 이 책도 똑같은 주장을 펼친다. 물론 개인과는 달리 기업은 단점을 보완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만 단점을 보완하다보면 모든 기업이 경쟁 기업의 특성을 그대로 닮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 제품을 구분할 방법이 사라지며 결국 고객은 카테고리를 통채로 바라보며 가격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동일함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기업의 마케팅 차별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적대 브랜드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각각을 한번 살펴보자.



역 브랜드는 한 마디로 기존 브랜드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삭제하기로 결정 내린 용기 있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기존 포털 사이트의 초기 화면과는 달리 구글의 초기화면은 썰렁하기 이루말할 수 없다. 하지만 구글은 핵심에서 벗어난 모든 부가적인 가치를 털어내고, 검색이라는 기술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조합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일탈 브랜드는 한 마디로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호감을 품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하기스 팬티 기저귀는 팬티형 기저귀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등에 없고 두 살이 넘은 아이들에게는 기저귀를 채우지 않던 부모들이 네 살이 넘은 아기들까지 기저귀를 입히도록 만든 초대박 작품이다.



적대 브랜드는 한 마디로 소비자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브랜드로, 고객을 문전박대하는 특성이 있다. 처음부터 작은 사이즈를 노골적으로 광고한 미니 쿠퍼는 자동차 크기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달래기는 커녕 단점을 강조하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소비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기는 커녕 소비자들의 외면을 무시했다.



물론 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적대 브랜드를 모두 활용하는 악마(!)의 기업도 있다. 애플은 플로피 드라이브를 자사 제품군에서 처음으로 빼버렸고, 요즘은 CD-ROM 드라이브도 빼버리는 추세로 간다. 또한 아이폰이라는 기가막힌 물건을 만든 다음에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에 편입시킴으로써 MP3, 전화기, PDA, PMP, 전자사전 업계를 모두 초토화시켰다. 애플은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발매 직전까지 절대로 외부에 흘리지 않으며 높은 가격에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요즘 애플의 매출액과 더 중요하게 영업 이익을 확인해보면 애플의 "Think Different"라는 광고 슬로건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동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자 그러면 독자 여러분들이 기다리던 본문 내 흥미로운 내용을 같이 살펴보자.



압축에는 항상 손실이 따르기 마련이다. 파티에 와 있는 사람들이 모두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이야기한다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파티에 와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할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분명하게 보이는 차이점은 초보자들에게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특정 필터를 통해 수 많은 제품들을 신속하게 분류해 낼 수 있는 반면, 초보자들에겐 아예 필터가 없다.


만일 날마다 추석이라면, 우리 모두는 아마도 잔치 음식의 전문가가 될 것이다.


전문가가 계속해서 전문가로 남아 있으려면, 지극히 미묘한 차이까지도 인식하기 위한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누군가 갑자기 기존의 법칙들을 무시할 때, 사람들 대부분은 거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보다,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잡지에 실린 영화평을 읽다 보면, 영화평론가들은 한결같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만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카타르시르를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평가 시스템이 더욱 구체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을수록, 개척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기 마련이다. 즉, 무언가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결국 그 속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비슷비슷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차별화는 곧 포기를 의미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를 포기해야 한다.


자신의 경쟁력을 도표로 확인할 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만다.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은 오직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주력한다.


차별화란 불균형의 상황을 더욱 불균형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기업들은 더욱더 비슷한 제품들을 내놓는다.


기업자는 결코 성직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업들은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곳으로부터 차별성을 창조해야 한다.


소비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공적인 차원으로 변화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활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마케팅의 역할은 '사람들의 소비 취향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라고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


밀러, 쿠어스, 버드와이저는 그냥 맥주일 뿐이다.


카테고리가 '이종적 동종'의 특성을 띠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크게 확대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품들 간에 유효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


'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덜'을 요구하고 있다.


차별화를 추구하려면, 우선 기존 카테고리가 확고하게 존재해야 하며,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내놓아야 한다.


적대 브랜드는 소비자를 차별하기 때문에 적대 브랜드를 소비하면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다.


너무 익숙하면 지는거다.


세상에는 별로 의미가 없는 차별화와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차별화가 존재한다.


비슷하면 지는거다.


기업들은 차별화를 추구하면서 차별화를 잃어가고 있다.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아이디어들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차별화는 전술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틀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면 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라!



뱀다리)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B에게 감사를.



EOB

일요일, 5월 15, 2011

[독서광]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그들에게 있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Fast Company는 국내에서도 아주 잘 알려진 경제/경영 관련 잡지다. 과거에 [독서광] 경영의 창조자들: 관리를 넘어 창조로, 새로운 경영이 온다라는 이름으로 이미 Fast Company 잡지에서 뽑은 히트 작품을 담은 책을 한번 소개한 적이 있었기에 이 잡지를 창간한 앨런 웨버가 집필한 "Rules of Thumb"(원제와 비교할 때 한국어판 제목인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그들에게 있었다"는 여엉 아니라고 볼 수 있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서 주저없이 바로 구매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주에 다 읽었네? 어떤 내용인지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이 책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웨버가 날마다 3x5 인치 카드를 들고 다니며 통찰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킨 주제를 기록한 다음에 best of best 52개를 뽑은 내용을 담고 있다. 뭐 표지에는 유우며엉한 사람들과 만나 나눈 대화가 어떻구 저떻구 하는데 명사들을 만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기 보다는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나가는 과정에 도움이 될만한(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좋은 내용이 많다) 경험담을 정리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 물론 크게 비전과 성장, 트렌드와 아이디어, 비즈니스 성공법, 경영과 리더십, 일 잘하는 방법으로 나눠진 52개의 법칙 중에는 명사들과 이야기하다가 얻은 교훈도 있지만 자기 자신이 회사를 차리고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담과 생각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교훈이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자서전적인 성격이 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주요 독자는 용감하게 자기 사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거나 지금 한창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려 바둥거리는 창업자라고 보이지만 사업에 뜻이 없더라도 경제/경영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어볼만하다. 목차를 한번 읽어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충분히 감이 올 것이다(목차부터 상당히 명쾌하다). 자 그러면 독자 여러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신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살펴볼까?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소. 그저 성공할 만한 가치가 있을 뿐이오." 존 애덤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직업만 갖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진정으로 열중해서 일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떤 이들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런 차이는 세상의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 적어도 하루에 8시간, 1주일에 5일이라는 시간을 바치는 직장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라. 즉 최소한 1주일에 40시간, 1년에 47주에 관해 생각해보라. 1년이면 1,880시간이다. 햇수로는 몇 년인가? 계산해보라.


이 세상은 넓지만 줄곧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세상이 평평하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대의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는 대신 정말로 변화를 이루면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바꿔줄 기술과 전술 몇 가지를 배우면 된다.
1. 단기간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장기전을 치룬다.
2. 상대편의 언어를 배운다.
3. 잘못된 뭔가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더 나은 뭔가를 만들어 대안을 지지해야 한다.
4. 같은 편을 찾자.


성공은 되는 일과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성공은 이론이 아닌, 경험주의적인 증거에서 나온다. 성공은 당신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답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작게 시작하라. 효과가 있다면 계속 하라. 효과가 없다면 효과가 있는 뭔가를 찾을 때까지 계속 바꿔보라. 손에 잡히는 것,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부터 작게 시작하라.


"올라가는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당신을 끌어준 은인이 나중에는 당신을 끌어내리는 원수가 된다.


"적절한 단어와 거의 적절한 단어의 차이점은 번개와 반딧불이의 차이다." 마크 트웨인


"내게는 매일 세 종류의 정보가 주어집니다. 사실, 틀린 사실, 그리고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이죠. 내 일은 날마다 듣는 정보가 셋 중에 어디에 해당되는 건지를 알아내는 겁니다." 시티뱅크의 월터 리스턴


콘텍스트는 우리가 가치를 더하는 방식이며, 자신이 세상을 대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발전시키는 사람들에게 있다.


말하기는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모든 유력인사들에 관해 떠벌린다. 자신이 참석했던 모든 회의, 발표자로 나섰던 모든 행사, 뭔가를 도모하기로 약속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보통은 말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최고 중의 최고라는 평가로 만족하면 안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배운 것은 우리의 첫 임무가 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임무가 돈을 구하는 일이다. 어쨌거나 온 세상을 얻어도 자기 정신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뭔가 새로운 것을 실체화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 대상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알게 될 때까지 계속 전진하라.


체스의 비숍처럼 당신도 대각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인적자원보다 재무를, 사람보다 숫자를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냐하면 숫자는 쉽고 사람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숫자는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람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결국 직원을 제대로 대우해주는 리더가 직원을 위협하고 이용하면서 독한 조직을 만드는 리더를 이긴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는 없다. 그저 빠른 뉴스와 느린 뉴스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당신이 리더라면 직원들은 세 가지를 필요로 한다. 의도는 명확하고, 가치관은 솔직하며, 측정 기준에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


리더의 소임은 물어야할 질문을 묻는 것이다.


태도를 보고 고용하고 기술을 위해 훈련하라.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현실은 지금의 모습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현재의 여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내일을 바꾸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포용하며 환영해주지 않는다.


두려워서 일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들로부터는 그 어떤 탁월함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충성이라는 것은 양방향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기업 관리자들은 직원으로부터는 충성을 기대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데는 머뭇거립니다.


대다수 기업은 학교와 비슷하다. 계속해서 1등 자리를 지키려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질문할 할 때 잘난 척을 하면서 놀리고 비웃는 것이다.


말은 적게 하면서 상대방의 말은 많이 들어야 한다.
주장은 적게 하고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결과보다 피드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광고는 적게 하고 자료는 더 많이 수집해야 한다.


의심이 들 때는 생략하라. 적을수록 좋고 많으면 지나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라.


대중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첨단기술은 문제점도 해결책도 아니다. 기술은 절대로 기술 그 자체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수단이다.


B급 관리자도 앞으로 3x5인치 카드 대신 휴대용 기기(뭔지 다들 알지? ㅋㅋ)를 잘 활용해 번뜩이는 지혜를 기록해보려 한다. 여러분들도 동참하시라!



EOB

토요일, 5월 07, 2011

[독서광] 빅 스위치



예전에 니콜라스 카라는 경영 컨설턴트가 발표한 "IT doesn't matter"라는 발칙한 제목의 기고문이 IT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었다. IT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이 얼마나 화끈했는지는 카가 쓴 동명의 블로그 글을 보면 감이 올 것이다. 그런데 카가 빅 스위치라는 훌륭한 책을 썼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 우연히 책을 추천받아 잽싸게 읽었는데 클라우드 기술이 일상화되기 시작한 요즘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에디슨의 전구와 발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창기 발전기는 대규모 지역을 목표로 만든 중앙 집중식 유틸리티가 아니라 소규모 공장이나 좁은 지역을 목표로 만든 개별 기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력을 생산하는 기계 대신 전력을 팔기 위한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시장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전압, 소켓 등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거치면서 결국에는 전기는 품질이 규격화된 일용품으로 변해버린다. 카에 따르면 수십 년이 지나 컴퓨터 업계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등장한 메인 프레임을 시작으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PC 시절을 거쳐 클라이언트/서버 모델로 갔다가 드디어 ASP, SaaS가 시장에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요즘에는 클라우딩 컴퓨터가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결국 컴퓨터도 전기와 마찬가지로 유틸리티화되는 형국이다.



갑자기 10년 전 회사 내부에서 email 서버와 웹 서버를 설치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 당시 email 서비스를 받거나 웹 호스팅을 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었으며, 무엇보다 서비스 자체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개별 PC에 대한 ADSL을 포기하고(그 당시 네트워크 관리자가 없었던 소규모 회사는 세상에나 ADSL로 분리된(!) 사내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T_T) 전용선을 끌어오는 김에 리눅스를 좀 안다는 B급 관리자가 설치 업무를 맡게 된 셈이었다. 서버 구매하랴, 방화벽 구매하랴, DNS 설정 하랴, sendmail 설정하랴, 오픈 소스 웹 메일을 가져와 수정하랴, 웹 서버 설정하랴 며칠 동안 거의 떡 실신할 뻔 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며칠 전 소규모 단체를 위한 email과 calendar 서버를 설정할 일이 있었는데, 도메인 하나 뚝딱 신청한 다음에 구글이 제공하는 훌륭한 앱 서비스(ASP)에 가입해 무료로 email 시스템을 구축했다. 솔직히 여기 걸린 시간은 딱 2시간(그나마 실제 설정 시간은 30분이고, DNS MX 레코드 전파/인식이 오래 걸렸다)이며, 여느 상용/자체 제작 프로그램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단순히 힘만 전달하는 전기와는 달리 IT 분야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구성 요소를 조합해 유틸리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위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앞서 구글 앱 서비스를 예로 들었지만, 구글 앱 서비스는 email 이외에도 일정표, 대화, 주소록, 그룹 관리, 문서 공유까지 다양한 효용성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일상적인 작업에 맞춰 미리 정해져 놓은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이외에 도메인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를 도입할 경우에는 회계나 물류와 같이 회사의 비즈니스 로직까지도 다룰 수 있게 되며,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도입할 경우에는 가상 컴퓨터와 분산 파일/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활용해 자기 사업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토대까지 쉽게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기술이 없어 시작못하겠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며, 오로지 상상력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의 S3, EC2나 구글의 GAE(Google App Engine) 등은 스타트업 회사에 있어서는 구세주와 같다. 게다가 구글이나 야후! 등이 제공하는 공개 API를 사용해 기존 서비스와 결합하는 매시업 기법까지 활용할 경우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규모가 더 커지면 직접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훌륭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까지 늘어나고 있으므로 체급에 따라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영화 페이스북에서 주인공이 "MySQL이 설치된 리눅스 서버가 더 필요해!"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이라면 주인공이 자체 DB를 만들다 영화가 끝났겠군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동전에 앞뒤가 있든 밝은 측면 뒤에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지난 4월 하순에 미국 동부 지역에서 EC2가 다운되며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많은 회사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아마존 자체의 신뢰도도 떨어졌다. 물론 아마존 웹 서비스 팀은 시의 적절하게 Summary of the Amazon EC2 and Amazon RDS Service Disruption in the US East Region이라는 보고서를 올렸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며,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하다 문제가 생기고 이를 해결한 회사들도 자신들의 경험담과 가용성 높은 아키텍처에 대해 수준 높은 토론을 벌여 클라우드 컴퓨터 후발 주자들에게 조언을 주기도 했다. 정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유틸리티 모두 걷어내고 집집마다 발전기를 둘 수 없듯이, IT 분야에서도 이제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틀림 없겠다.



니콜라스 카는 천부적인 이야기꾼 답게 앞서 설명한 기술적인 내용을 문화/경제/사회 관점에서 신나게 풀어낸다. B급 관리자도 SaaS나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기에 정신차리고 신기술을 제대로 파악하려 한다. 애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두 눈 _똑바로 크게 뜨고_ 지켜보면 좋겠다.



뱀다리: 오늘은 어쩌다 보니 서평이 아니라 기술 설명 형태가 되어버렸다. 일종의 매시업(!) 서평인가? ㅋㅋ



EOB

일요일, 5월 01, 2011

[독서광] 완벽한 가격



지난번에 여러분들께 소개했던 부유한 노예에 감동을 먹었다면 오늘 소개하는 완벽한 가격 역시 아주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하리라 확신한다. 이 책은 최저가격을 찾아 오늘도 가격 비교 사이트, 소셜 커머스, 할인 행사, 혜택 많은 신용카드를 찾아다니는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다양하면서도 저가의 물건을 손쉽게 손에 쥐게 되어 쇼핑의 기쁨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 댓가로 우리 삶의 기반이 팍팍해졌고(저가 물건을 만들기 위해 저가 노동을 원하니...), 장인 정신이 사라졌고(획일화되고 기업화된 물건을 양산하니..., 양극화가 심해졌고(명품 아니면 싸구려 뿐이므로 중간을 선택하기 어려워졌으니...), 가난이라는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먹고 사는 기업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소비는 이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네?), 생산자가 아닌 대규모 소비자를 업은 판매자의 위력이 더욱 커졌고(덕분에 생산자 입지는 더욱 좁아져 순종적인 노동자를 원하고), 근로자는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입지가 좁아져버렸다.



이 책은 이렇게 되버린 원인을 '가격'에서 찾으려 단단히 마음먹고 출발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더 싼 가격과 할인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심리학적이고 사회적인 요인을 분석하고, 실제로 이런 성향을 이용해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버는 동시에 사회를 바꿔버린 선구자(?)들을 소개한다. 할인점, 정가제, 아웃렛, 쿠폰, 리베이트, 공짜 상품에 대한 명암, 세계화와 맞물려 일어나는 전세계적인 가격 경쟁, 월마트와 이케아로 대표되는 거대 기업이 소비자를 속이는 수법을 적나라하게 파해치므로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무렵이면 '할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독자 여러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신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한번 살펴볼까?



일용품 구매에서는 '가치'보다 '가격'이 중요하다.


중산층은 고가품을 구매하기 위해 저가품을 더 싸게 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판촉에서 중요한 것은 골고루 갖춰진 상품들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백화점의 모토가 '잘 팔리는 상품은 다량 보유하고, 잘 안 팔리는 상품은 소량 보유하라'라면, 할인점의 모토는 '잘 팔리는 상품은 다량 보유하고, 나머지 상품은 모두 없애버려라'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할인점을 방문했다가 찾는 물건이 없어 크게 실망하지만, 본래 사려고 하지도 않았단 물건들을 잔뜩 사서 기분 좋게 할인점을 나서기도 한다.


하버드대학의 문화역사학자인 리자베스 코헨은 사회가 힘들여 부를 재분배하지 않아도 대량생산품 소비로 외형적인 사회 평등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에는 '저가'가 바로 (고대 로마의) '빵과 서커스'인 셈이다.


많은 소비재들의 실질가격이 10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부채가 불어나는 것 보다 구매하지 않아 기회를 잃어버릴까봐 걱정했다.


이 세상에 가격보다 더 주관적인 것은 없다.


가격 할인행사는 일종의 놀이로, 고객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동심을 일깨워 고객을 흥분시킨다.


인간의 뇌는 앞으로 잃어버릴지 모르는 기회를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특히 그런 기회들이 먼 미래의 기회라면 더욱 그렇다. 한편 인간은 일반적으로 패배를 몹시 걱정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손실이 발생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손실이 발생하리라는 인식 자체가 우리가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며 정황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불공평에 대한 반감이 선천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쇼핑이 이성적인 활동이 아니라 죄책감에서 환희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들이 내포된 과정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증거에서 미래의 필요를 추정하도록, 즐 놀랄 정도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바로 쇼핑이다. 한 달 뒤는 말할 것도 없고 내일 우리가 무엇을 원할지 혹은 필요로 할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수록 우리는 그것을 덜 가치 있게 생각할 것이도 덜 조심스럽게 다룰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한 제품은 더 빨리 닳고 부서질 가능성이 높다.


기대의 뒷면에는 두려움이 자리한다. 위험이나 죄절이 예상될 때 밀려드는 메스꺼운 느낌 말이다.


할인판매의 경우에도 할인제품을 구매하도록 우리를 부추기는 것은 할인제품 자체라기보다 싸게 잘 구매한다는 기대감일 때가 많다.


자기성찰이 뛰어난 사람들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성찰 때문에 우유부단해질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나 조지 부시 대통령 같은 결정권자들은 자기성찰 능력이 그렇게 뛰어났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결정을 크게 후회했다는 증거도 없다. 단순히 추측이기는 하지만, 결정에 따른 결과를 크게 후회한 것 같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결국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할인받길 원하고 이를 정당하게 생각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저마다 거래에서 '승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은 받지 못한 할인을 받았다는 순수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더 많이 구매하고 소비하도록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선전에 넘어가게 된다.


쇼핑객들은 보통 얼마를 썼는지는 몰랐지만 얼마를 절약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아웃렛 초창기에 제조업체들은 제품에서 라벨을 제거했는데, 이는 자사 브랜드에 할인가격을 결부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할인점들은 정반대로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브랜드 라벨을 붙여 제품을 당당히 판매한다.


슈퍼마켓은 구매액보다 할인액이 더 잘보이도록 계산영수증을 프린트해서 소비자들이 그 거래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할인 때문에 우리는 몇 푼을 아끼는 것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과대평가하고, 다양성과 품질과 시간처럼 매우 중요한 것을 과소평가한다. 저가에 일단 마음을 빼앗기고 나면, 우리는 가격 할인으로 절약하는 몫만큼 다른 누군가의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이케아에서 가격은 단순한 변수도 신호도 아니다. 그들에게 가격은 '출발점'이다.


"이케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존속하기 어려운 기업입니다."


저가 공급업체들은 아무나 근로자가 될 수 있고 근로자는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다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술을 무시한 결과, 기술은 더욱 쇠퇴하고 그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케아의 의자는 '가격 대비' 훌륭한 의자이고, 훌륭한 서랍이 아니라 '가격 대비' 훌륭한 서랍이다. 이런 제품은 무너지거나 휘어져도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했기에 우리는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지식 경제는 스마트함과 추진력, 야망, 속도를 요구한다. 반면 장인의 솜씨는 기술과 훈련, 꼼꼼함,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 두 속성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가 한쪽을 택하면 다른 한쪽을 버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가 두 속성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365일 최저가'를 자랑해왔는데, 그런 상시 저가 전략은 부피고 크고 저렴한 제품들에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월마트가 보유한 재고의 약 1/3은 평균가격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제품들로 절감되는 평균 비용은 37센트이고, 전페 품목의 1/3 가량은 2퍼센트 정도밖에 비용 절감 효과가 없다.


할인점들은 우리가 자주 구매하는 제품들, 즉 비 브랜드 휴지, 야채 통조림, 세제 등의 가격을 낮춰 평균 시장바구니 가격을 낮춘다. 할인점에서는 그런 작은 혜택들이 중요하다.


부자들은 할인점에서 쇼핑할 수 있고 실제로 쇼핑을 하기도 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차층은 마음대로 소득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필수품과 서비스 가격이 점점 더 오른다면 아예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래에서는 아무리 커다란 할인이 이뤄져도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


경제학바 에멕 바스커는 개인 가처분 소득이 1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월마트 매출이 0.5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가난은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할인 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기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할인 산업을 이롭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로비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마진율을 크게 줄어들었고, 마진이 줄어들자 생산업체들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자원도, 의지도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의심스런 관행들을 일삼믄 할인점과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비싼 고가 상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들은 소비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저가와 저임금 경쟁 속에서 근로자로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주의를 집중할수록 속을 가능성이 더 높다.


"탐욕은 몸에 이롭다."- 영화 월 스트리트



결론: 쇼핑, 비즈니스, 특히 돈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강력 추천!



뱀다리: 예전에 B급 관리자가 IKEA 경쟁력을 분석해놓은 글에서 가격 경쟁력의 원동력은 DIY 문화와 조립/배송/에 필요한 인건비 절약이라고 말했는데, 이제 완전히 수정해야겠다. 바로 '가격' 자체에 목숨을 거는 기업문화라고... T_T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