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8월 27, 2016

[독서광]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도 지나고 이제 가을로 접어들고 있으니 슬슬 블로그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여유가 생긴다. 오늘은 간만에 서평을 하나 올려드리겠다. 팜 파일럿으로 유명한 제프 호킨스가 인공 지능과 관련해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몇 년 전에 [일상다반사] 호프스태터와 인공지능이라는 글을 하나 올려드렸는데,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 그대로를 컴퓨터에게 가르치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호프스태터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프 호킨스는 그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래피티라는 손쉬운 필기 입력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PDA 세상을 싹슬이 해버린 팜 파일럿의 엄청난 성공을 뒤로 하고 뉴멘타라는 회사를 설립해 진정한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책을 읽기 전에 다음 동영상을 한번 감상해보시기 바란다(그러면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가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다).

(한국어 자막이 담긴 영상은 테드의 '제프 호킨스 - 어떻게 뇌과학이 컴퓨터를 바꿀까' 참조)

이 책은 지능(원서 제목이 'On Intelligence'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다)과 관련해 이 책을 지을 시점까지 연구된 최신 결과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요즘 딥러닝으로 엄청나게 뜨고 있는 신경망을 시작으로 사람의 뇌와 관련해 여러 가지 지식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서 가장 중요한 기억의 비밀을 파헤친 다음에 지능의 새로운 기본 틀인 예측으로 넘어간다. 그거고 나서 피질의 동작 원리와 의식/창조성에 대해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지적 기계의 가능성과 장점에 대해 소개하면서 막을 내린다.

일반적인 인공지능 서적과는 달리 이 책은 철저하게 사람의 두뇌에 집중한다. 청각/촉각/시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예측을 하며 각 예측들이 대단히 완벽하게 통합된다는 사실(예: 걸으면서 발을 내딛일 때마다, 뇌는 발의 움직임이 언제 멈출지 발에 닿은 물질이 얼마나 많은 반응을 줄지를 예측하며,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는 순간 예측에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깨닫는다. 익숙한 멜로디를 들을 때, 다음 음이 들리기 전에 이미 머리 속에서 다음 음을 듣는다), 뉴런은 밀리초 단위로 동작하므로 나노초 단위로 동작하는 CPU에 비해 엄청 느리다는 사실, 기억에는 순서가 중요하므로 알파벳을 역순으로 발음하거나 노래를 거꾸로 부르기 어렵다는 사실, 여러 감각에서 나온 패턴들이 사실상 두뇌 내부에서는 동일하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깜짝 놀란 내용이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창조성에 대한 이야기는 기존 고정 관념에 정확하게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창조성은 고도의 지능과 타고난 재능을 필요로 하는 비범한 특성이 아니던가? 그렇지 않다. 창조성은 그저 유추를 통해 예측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피질의 어디에서든 나타나고, 깨어 있을 때 당신이 계속 하는 일이기도 하다. 창조성은 낮은 수준의 것부터 높은 수준의 것까지 하나의 연속체를 이루고 있다.

창조성에 버금가는 인간의 중요한 특성인 상상 역시 예측을 입력으로 돌리는 신경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6층의 세포들은 계층 구조의 하위 영역으로 발을 뻗고 있지만, 거꾸로 4층의 입력 세포들로도 발을 뻗고 있다. 따라서 한 영역의 출력이 다시 자신의 입력이 될 수도 있다. 눈을 감고 하마를 상상해보면, 피질의 시각 영역은 실제로 하마를 보고 있을 때와 똑같이 활성을 띌 것이다. 당신은 상상하는 것을 본다.

인문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께서 이 책을 읽으면 위와 같은 기계론적인 설명에 씩씩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최근 딥러닝을 필두로 사람보다 더 나은 실리콘(?) 사람들이 출현함에 따라 사람도 아주 특이하고 이상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결론: 인공지능과 기계지능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강력 추천!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