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01, 2011

[독서광] 완벽한 가격



지난번에 여러분들께 소개했던 부유한 노예에 감동을 먹었다면 오늘 소개하는 완벽한 가격 역시 아주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하리라 확신한다. 이 책은 최저가격을 찾아 오늘도 가격 비교 사이트, 소셜 커머스, 할인 행사, 혜택 많은 신용카드를 찾아다니는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다양하면서도 저가의 물건을 손쉽게 손에 쥐게 되어 쇼핑의 기쁨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 댓가로 우리 삶의 기반이 팍팍해졌고(저가 물건을 만들기 위해 저가 노동을 원하니...), 장인 정신이 사라졌고(획일화되고 기업화된 물건을 양산하니..., 양극화가 심해졌고(명품 아니면 싸구려 뿐이므로 중간을 선택하기 어려워졌으니...), 가난이라는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먹고 사는 기업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소비는 이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네?), 생산자가 아닌 대규모 소비자를 업은 판매자의 위력이 더욱 커졌고(덕분에 생산자 입지는 더욱 좁아져 순종적인 노동자를 원하고), 근로자는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입지가 좁아져버렸다.



이 책은 이렇게 되버린 원인을 '가격'에서 찾으려 단단히 마음먹고 출발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더 싼 가격과 할인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심리학적이고 사회적인 요인을 분석하고, 실제로 이런 성향을 이용해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버는 동시에 사회를 바꿔버린 선구자(?)들을 소개한다. 할인점, 정가제, 아웃렛, 쿠폰, 리베이트, 공짜 상품에 대한 명암, 세계화와 맞물려 일어나는 전세계적인 가격 경쟁, 월마트와 이케아로 대표되는 거대 기업이 소비자를 속이는 수법을 적나라하게 파해치므로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무렵이면 '할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독자 여러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신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한번 살펴볼까?



일용품 구매에서는 '가치'보다 '가격'이 중요하다.


중산층은 고가품을 구매하기 위해 저가품을 더 싸게 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판촉에서 중요한 것은 골고루 갖춰진 상품들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백화점의 모토가 '잘 팔리는 상품은 다량 보유하고, 잘 안 팔리는 상품은 소량 보유하라'라면, 할인점의 모토는 '잘 팔리는 상품은 다량 보유하고, 나머지 상품은 모두 없애버려라'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할인점을 방문했다가 찾는 물건이 없어 크게 실망하지만, 본래 사려고 하지도 않았단 물건들을 잔뜩 사서 기분 좋게 할인점을 나서기도 한다.


하버드대학의 문화역사학자인 리자베스 코헨은 사회가 힘들여 부를 재분배하지 않아도 대량생산품 소비로 외형적인 사회 평등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에는 '저가'가 바로 (고대 로마의) '빵과 서커스'인 셈이다.


많은 소비재들의 실질가격이 10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부채가 불어나는 것 보다 구매하지 않아 기회를 잃어버릴까봐 걱정했다.


이 세상에 가격보다 더 주관적인 것은 없다.


가격 할인행사는 일종의 놀이로, 고객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동심을 일깨워 고객을 흥분시킨다.


인간의 뇌는 앞으로 잃어버릴지 모르는 기회를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특히 그런 기회들이 먼 미래의 기회라면 더욱 그렇다. 한편 인간은 일반적으로 패배를 몹시 걱정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손실이 발생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손실이 발생하리라는 인식 자체가 우리가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며 정황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불공평에 대한 반감이 선천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쇼핑이 이성적인 활동이 아니라 죄책감에서 환희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들이 내포된 과정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증거에서 미래의 필요를 추정하도록, 즐 놀랄 정도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바로 쇼핑이다. 한 달 뒤는 말할 것도 없고 내일 우리가 무엇을 원할지 혹은 필요로 할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수록 우리는 그것을 덜 가치 있게 생각할 것이도 덜 조심스럽게 다룰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한 제품은 더 빨리 닳고 부서질 가능성이 높다.


기대의 뒷면에는 두려움이 자리한다. 위험이나 죄절이 예상될 때 밀려드는 메스꺼운 느낌 말이다.


할인판매의 경우에도 할인제품을 구매하도록 우리를 부추기는 것은 할인제품 자체라기보다 싸게 잘 구매한다는 기대감일 때가 많다.


자기성찰이 뛰어난 사람들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성찰 때문에 우유부단해질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나 조지 부시 대통령 같은 결정권자들은 자기성찰 능력이 그렇게 뛰어났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결정을 크게 후회했다는 증거도 없다. 단순히 추측이기는 하지만, 결정에 따른 결과를 크게 후회한 것 같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결국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할인받길 원하고 이를 정당하게 생각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저마다 거래에서 '승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은 받지 못한 할인을 받았다는 순수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더 많이 구매하고 소비하도록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선전에 넘어가게 된다.


쇼핑객들은 보통 얼마를 썼는지는 몰랐지만 얼마를 절약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아웃렛 초창기에 제조업체들은 제품에서 라벨을 제거했는데, 이는 자사 브랜드에 할인가격을 결부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할인점들은 정반대로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브랜드 라벨을 붙여 제품을 당당히 판매한다.


슈퍼마켓은 구매액보다 할인액이 더 잘보이도록 계산영수증을 프린트해서 소비자들이 그 거래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할인 때문에 우리는 몇 푼을 아끼는 것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과대평가하고, 다양성과 품질과 시간처럼 매우 중요한 것을 과소평가한다. 저가에 일단 마음을 빼앗기고 나면, 우리는 가격 할인으로 절약하는 몫만큼 다른 누군가의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이케아에서 가격은 단순한 변수도 신호도 아니다. 그들에게 가격은 '출발점'이다.


"이케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존속하기 어려운 기업입니다."


저가 공급업체들은 아무나 근로자가 될 수 있고 근로자는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다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술을 무시한 결과, 기술은 더욱 쇠퇴하고 그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케아의 의자는 '가격 대비' 훌륭한 의자이고, 훌륭한 서랍이 아니라 '가격 대비' 훌륭한 서랍이다. 이런 제품은 무너지거나 휘어져도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했기에 우리는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지식 경제는 스마트함과 추진력, 야망, 속도를 요구한다. 반면 장인의 솜씨는 기술과 훈련, 꼼꼼함,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 두 속성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가 한쪽을 택하면 다른 한쪽을 버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가 두 속성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365일 최저가'를 자랑해왔는데, 그런 상시 저가 전략은 부피고 크고 저렴한 제품들에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월마트가 보유한 재고의 약 1/3은 평균가격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제품들로 절감되는 평균 비용은 37센트이고, 전페 품목의 1/3 가량은 2퍼센트 정도밖에 비용 절감 효과가 없다.


할인점들은 우리가 자주 구매하는 제품들, 즉 비 브랜드 휴지, 야채 통조림, 세제 등의 가격을 낮춰 평균 시장바구니 가격을 낮춘다. 할인점에서는 그런 작은 혜택들이 중요하다.


부자들은 할인점에서 쇼핑할 수 있고 실제로 쇼핑을 하기도 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차층은 마음대로 소득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필수품과 서비스 가격이 점점 더 오른다면 아예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래에서는 아무리 커다란 할인이 이뤄져도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


경제학바 에멕 바스커는 개인 가처분 소득이 1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월마트 매출이 0.5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가난은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할인 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기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할인 산업을 이롭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로비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마진율을 크게 줄어들었고, 마진이 줄어들자 생산업체들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자원도, 의지도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의심스런 관행들을 일삼믄 할인점과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비싼 고가 상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들은 소비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저가와 저임금 경쟁 속에서 근로자로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주의를 집중할수록 속을 가능성이 더 높다.


"탐욕은 몸에 이롭다."- 영화 월 스트리트



결론: 쇼핑, 비즈니스, 특히 돈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강력 추천!



뱀다리: 예전에 B급 관리자가 IKEA 경쟁력을 분석해놓은 글에서 가격 경쟁력의 원동력은 DIY 문화와 조립/배송/에 필요한 인건비 절약이라고 말했는데, 이제 완전히 수정해야겠다. 바로 '가격' 자체에 목숨을 거는 기업문화라고... T_T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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