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을 아주 감명깊게 읽었기에 라인하르트 K. 슈프랭어의 신작인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 나왔다길래 바로 구매버튼을 눌러서 구입한 다음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바로 읽어보았다.
우선 이 책은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만큼 강력하게 폐부를 찌르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대신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다른 책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는(아니 못하는) 신뢰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으므로 나름대로 책값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진도를 뽑기 전에 한가지 물어보자? 과연 신뢰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고 있을텐데... 이책 본문에 나오는 문구를 읽다보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신뢰와는 다른 해석에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볼까?
- 신뢰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 신뢰는 상처입을 가능성을 수용하는 행위다
- 신뢰의 반대는 불신이 아니다
- 통제없는 신뢰는 생각할 수 없다
우와! 이런 황당한(?) 정의가... 슈프랭어는 기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뢰를 설명하고 있으며, 불신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인 목표합의, 근무시간 기록 제도,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 할 일을 시시콜콜 정의한 복잡한 규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불신이 기본이 아니라 신뢰가 기본으로 동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신뢰는 보편적인 것이며, 불신이 특수한 것이다. 결코 그 반대가 아니다.
슈프랭어는 신뢰가 신뢰를 낳는 선순환을 위해 우선 남을 먼저 신뢰하고, 신뢰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을 경우 지속적으로 신뢰를 보여주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엄격한 처벌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신뢰를 쏟아부으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뢰의 붕괴가 신뢰 메커니즘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는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남을 좀더 신뢰(!)하게 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신뢰는 투자이다. 자신과 남에 대한 신뢰를 투자하지 않고서 일이 저절로 잘되기를 바라면 공짜 점심을 기대하는 바와 뭐가 다를까? 일단 솔선수범해서 남을 신뢰해보자.
주의: 개인 취향에 따라 이 책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꼭 목차와 본문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전작인 '개인주의 시대의 경영원칙'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리라고 가정하고 구매하면 안되는 책이기도 하다.
EOB
신뢰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답글삭제정말?
...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포기해 버렸는데...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석우님, '신뢰'를 우리가 알고 믿고 있었던 자연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으로 바꿔버린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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