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에 이어 말콤 그래드웰이 새롭게 지은 책이 나왔다고 해서 허겁지겁 주문해 읽어보았다. 간단하게 결론을 요약해보면 형만한 아우 없다고 역시 말콤 그래드웰도 함정에 빠진 듯이 보인다. T_T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라는 흥미로운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1996년부터 뉴요커에 기고한 글 중에서 뽑아 만든 선집이라고 보면 정확하겠다. 그러다보니 블링크나 아웃라이어처럼 책 전체를 관통하는 특별한 주제는 없고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웃라이어를 읽으면서 책 귀퉁이를 많이 접어놓았는데(책을 보다 흥미로운 곳이 나오면 책 귀퉁이를 접어버리는 버릇이 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필기도구를 꺼내 밑줄을 긋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냥 관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주제나 서술 방식은 흥미로운 부분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지만 기존 전작에서 화끈한 화력을 보여준 전례와 비교해 사실상 크게 '아하!'하는 감탄사를 내뱉을만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선정은 흥미로워 보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어가는 _당연한_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인 현상을 고른 다음에 여기에 숨어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글래드웰이 지은 기존 책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처음 읽은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지식인(뉴요커를 누가 사서 읽을지 상상해보라. 모르겠다고? 힌트를 참조하자)을 겨냥해 주제를 봅다보니, 특정 시절에서 미국 상황에 특화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는게 정상이다.
그나마 6장 "실패의 두 얼굴"에서 다루는 '위축'과 '당황'의 차이가 대단히 만족스러워서 본전은 찾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이 두 가지 현상의 차이점을 이해하기란 아주 어렵지만, 글래드웰은 양자의 차이점을 쉽게 설명한다.
위축은 생각이 너무 많아 생기는 문제고 당황은 생각이 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또한 위축되면 본능을 잃고 당황하면 본능으로 되돌아간다.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든 생각: 말콤 드래드웰이 다음에 선보일 책을 살지 말지 기로에 섰다. 자신의 틀을 깨고 더욱 화끈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고만고만한 스토리텔러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
EOB
대단하시네요..
답글삭제저는 이 책 읽다가 도저히 읽기 힘들어서 덮어두었는데.. 읽으면서 저도 좀 실망했습니다.
전작인 아웃라이어를 요약본으로 워낙 많이 들어서 건너 뛰었는데, 아웃라이어를 사봐야겠군요..
답글삭제저는 책 content 페이지에 indexing post-it(다색의 비닐로 된)것을 붙여놓고 기억할 문장이 발견되면 붙여 놓습니다. 나중에 보면 좋은 책은 post-it이 너덜너덜 붙어 있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