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제/경영 3번째 타자로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을 소개하겠다. 안철수 교수님이 추천했다고 해서 유명세를 탄 책인데, 표지에 나오는 진짜 '청년'뿐만 아니라 마음이 '청년'인 분들께도 해당하는 책인 듯이 보인다. 솔직히 처음에 책 제목만 듣고서는 '마우스드라이버'라는 물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는데, 책 표지에 나온 그림을 보고 이 책은 소프트웨어로서 마우스 드라이버가 아니라 진짜 하드웨어로서 골프 드라이브 같은 마우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드웨어를 다룬다는 사실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인데(본문에서도 신경제 하에서 사람들이 하드웨어를 몰라준다고 투덜거리는 내용이 나온다), 임베디드 쪽 - 특히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소매 판매용 제품을 개발해본 경험이 있는 - 개발자들이라면 완전 재미있을테고, 일반적인 기업 고객 대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SI 성 작업을 하신 분들이라면 조금은 분위기를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정장 차림으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 들고 멋지게 아침을 시작하고 저녁에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한다'는 안정적이고 월급 많이 받는 대기업의 낭만적 환상 만큼이나 위험한 '내가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이 때 돈을 벌어다 줄거야'라는 스타트업의 낭만적인 장미빛 환상을 품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책 저자들이 좌충우돌 하면서 몸으로 배운 교훈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책은 셀프 힐링하고 셀프 계발하는 여느 책과는 완전히 다른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주인공들은 마우스드라이버를 제작하고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얻지 못하는 여러 가지 경험을 쌓지만, 결국 엄청난 부와 성공, IPO, 유명세, ..., 흔히 요즘 사람들이 성공이라 판단하는 기준(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하긴 뭐 마우스를 팔아서 구글이 되기는 많이 곤란하지? T_T)을 달성하지 못하고 좌초해버린다. 이 책은 '완전한 원'이라는 제목의 장에서 끝나는데, 특히 마지막 장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자신들이 얻은 쓰디쓴 경험을 자신들의 자랑질이 아니라 비장미가 느껴지는, 정말 간만에 제대로 보는 사후 분석 보고서 느낌이 났도록 정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자들의 고통이나 연민을 이끌어내려는 자학적인 태도가 아니라 중간 중간 폭소가 터져나올만큼 유머 감각을 유지하며 자신들이 벌인 제품과 사업을 좋아한다는 애정을 잘 표현하기에 더욱 사람을 찡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2001년 이후 플래티넘 사의 사업이 어떻게 되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해 MouseDriver Chronicles 홈 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2003년 6월 16일이 뉴스레터 마지막 발행일이었고 더 이상 새로운 제품도 새로운 소식지도 없었다. 또한 두 사람의 최근 동향이 궁금해 creepyblues 블로그의 도움을 받아 존 러스크와 카일 해리슨의 링크드인 계정을 알아내어 확인해보니 존 러스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른 작은 회사를 떠돌다 최근에는 안경 온라인 쇼핑물을 개업했고, 카일 해리슨은 구글에서 제품 관리자를 하고 있었다.
기억 남는 문구 하나: 가장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카일 해리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업가들은 여러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두 다른 경험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의 골자다. 어느 정도의 자금을 받은, 얼마나 인맥이 좋든, 또는 얼마나 운이 좋든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은 모험이다.
사업에 본질적인 따라나오는 모험적인 속성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일반화해 당신도 일단 뛰어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옆에서 속삭이는 사슴(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바로 그 사슴!)들의 화려한 글과 말에 둘러 쌓여있다가 너무나도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뭔가 새로운 일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에게 피랴나와 악어가 가득한 척박한 환경에서 가상적인 스타트업을 머리 속으로 굴려보도록 시물레이터를 제공한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너스: Why developers should start choosing conscience over profit(주의: 영어)도 읽어보자. 요즘 세상이 황금만능주의라고 하지만 세상을 바꿀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에만 최적화된 행태를 보이는 대신 나도 필요하고 남도 필요한 뭔가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요즘과 같이 험한 세상에서 그냥 안 튀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돈을 많이 버는 방법도 나름 유효하긴 하다. T_T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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