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소개한 엑센추어 시리즈인 기업 소셜미디어 활용 전략에 이어 오늘은 '신성장 창출의 키워드'라는 부제목이 붙은 '넥스트 S커브'를 소개해보려 한다. 에이콘 엑센추어 시리즈는 이론적인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빼고 실무에 적합한 알찬 내용으로 꾸며져 있기에,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바로 한 권씩 보내달라고 출판사에 특별히 부탁한 몇 안 되는 특이한 사례라고 보면 되겠다. 이번에 나온 책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기에 기억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려 한다.
우선 책 제목에도 나오는 S커브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보자. S커브는 "열성 고객 몇 명으로 작게 사업을 시작해 대중이 신제품을 찾으며 급속도로 성장하다 결국 정점에 이르러 시장이 성숙해지며 평준화되는 흔한 패턴을 뜻하는 용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S커브 자체는 1회성이라는 문제가 있다. 5층짜리 아파트를 허물고 20층을 지었다고 치자. 다음에는? 게다가 재건축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기업 입장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과거의 성공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 위해 자원과 역량을 기존 잘나가는 사업에 집중해 최적화와 효율성 추구 모드로 들어가므로 신성장 동력 - 새로운 S커브 -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시장 점유율과 수익율 측면에서 정점을 찍은 회사가 급속도로 쇠락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광경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격해 왔던가?
이 책은 어느 정도 S커브를 오른 후 계속해서 새 S커브로 갈아탈 줄 아는 하이퍼포먼스 기업의 특징을 분석하고 하이퍼포먼스 기업을 본받아 새로운 S커브로 갈아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불타는 플랫폼(낄낄)이 되어버린 노키아를 비롯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사실상 휴대용 게임기로 변신하는 바람에 완전히 치명타를 입은 닌텐도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하이퍼포먼스 기업의 명단에 올라있기에, (산업계의) 미래 예측과 (잘 나가는 기업의) 성공 복제는 지극히 어렵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100% 운에만 맡기고 감 떨어지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 책에서는 S커브를 오르는 방법을 '시장 통찰', '확장 전의 기본 역량 확보', '뛰어난 인재가 일할 가치'라는 세 부분으로 나눠 소개하고, 새로운 S커브를 갈아나기 위한 방법으로 재무 성과와 규모에 매몰되 정작 중요한 S커브를 보지 못하는 문제점을 설명하는 '숨은 S커브 식별', 현장의 목소리로부터 혁신이 일어난다는 '가장자리 중심 전략',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벗어나 다음 커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의 선별 중요성을 강조한 '커브보다 앞서 변화하는 최고 경영진', 인재를 붙잡아두고 계속해서 공급하는 방법인 '인재의 온실'이라는 네 부분으로 나눠 소개한다.
하이퍼포먼스 기업마다 기업이 위치한 맥락이 다르며, 기업 문화와 기업 전략 역시 다르지만 S커브를 연속적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일반적인 회사가 페이스 조절이나 커브를 갈아타는 타이밍을 놓쳐 S커브에서 이탈하는 반면 하이퍼포먼스 기업은 기본 역량을 바탕으로 S커브를 계속해서 갈아타는 묘기를 보이며, 시장 통찰력을 바탕으로 예전 역량과 신규 역량을 결합해 차별화된 역량도 이끌어낸다. 일단 기본 역량에 도달하고 나면 하이퍼포먼스 기업은 운영의 묘를 살려 경쟁사가 영향력을 잠식해오기 전에 시장에 제품을 대규모로 깔아버린다. 또한 기대 수준이 높지만 역량과 책임감이 탁월한 직원을 계속해서 모으고 유지함으로써 기본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신규 역량에 투입할 인재군을 상시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하이퍼포먼스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하이퍼포먼스 기업들의 공통점과 특징을 파악한 다음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 과연 다음 S커브를 성공적으로 타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승승장구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하이퍼포먼스 기업에서 강조되는 특징 중에 무엇이 부족한지 분석해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24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대부분 실제 기업 사례를 토대로 진행한 연구/분석 결과를 정리한 내용이므로 기업 경영이나 흥망성쇠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서는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요즘 한창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웹툰인 미생에서 짤방하나 가져온다. "회계는... 경영의 언어니까." 보면 볼수록 대단한 문구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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