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월 30, 2011

[일상다반사] 공인인증서 유감

1년마다 세 차례식 난리 법썩을 떨어야 하는 시기가 있다. 1번은 연말정산 기간으로 액티브 엑스 컨트롤에 파묻혀 며칠을 허우적 거려야 한다. 물론 요즘은 국세청 연말 간소화 서비스가 예상 외로 많은 부분을 처리하고 있어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긴 하지만 말이다. 2번은 종합소득 신고기간으로 국세청에서 만든 아주 신비로운 소프트웨어랑 씨름을 벌여야 한다. 물론 작년부터 집에서 가능할 수준까지 퀀텀 점프를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란 기억이 생생하다(올 5월을 기대하시라). 3번은? 오늘 이야기할 공인인증서 갱신이다.



빌어먹을 공인인증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악의 화신이지만(보안 강화 어쩌구 하는 입에 발린 말은 인터넷에 오가는 바이트가 아까우므로 언급조차 하지 말자. 그렇게 완전무결한 보안 환경을 제공한다면 역전 앞 거지도 아니고 OTP는 왜 도입했는데?) 유효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함으로써 거의 폭탄에 가까운 사용자 경험을 만끽하도록 만들어준다.



자 거래은행이 1개이며 스마트폰 이런거 사용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이 없다. 그냥 은행의 공인 인증 센터로 들어가서 갱신하면 되니까. 하지만 거래 은행이 4개고 스마트폰 앱을 사용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고난의 행진이 이어진다. 우선 첫 은행으로 들어가서 액티브 액스 크리 맞아가며 인증서를 하나 갱신한 다음에 스마트폰으로 인증서를 내린다. 계속해서 다음 은행으로 들어가서 타행 인증서 등록이라는 요상한 절차를 거치는데 은행에 따라 OTP 일련번호를 요구하는(K모 은행이라는 정도는 이미 눈치 챘을 거다) 경우가 있다. 문제는 호주머니에서 이리저리 OTP가 구불다 보니 닳고 달은 레이블에 일련번호가 보일리 만무하다. T_T 과거에 OTP 신청하며 금이야 옥이야 보관해둔 꼬깃꼬깃해진 문서를 1시간 동안 서랍을 뒤져 찾아내어 등록에 성공한 다음에 다시 스마트폰으로 내리는 쇼를 해야 한다. 은행 4개면 총 8번에 걸쳐 난리법썩을 떨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액티브액스 크리 몇 번 강타 당하고 휴대폰 인증 번호 몇 차례 따고 안 보이는 눈 비벼가며 인증 번호와 주민등록 번호를 여러 차례 넣고 나면 가까스로 한숨을 돌리게 된다. 최소한 1년 동안은 유예 기간이 생기는 셈이니까. 이게 나 혼자만의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공인인증서를 갱신하느라 보내는 시간을 정말정말 좋게 봐줘서 평균적으로 1인당 1시간으로 가정하고(오늘 초 스피드로 처리했는데도 OTP 일련번호 찾고 숨겨진 통장을 뒤지고 난리치느라 거의 2시간 걸렸다) 경제 인구가 2000만명이라면 1년에 2000만 시간이 그냥 공중에 날아가는 거다. 말이 쉬워 연2천만 시간이지 이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렇게 비경제적인 공인인증서를 왜 계속해서 고집하는지 너무너무 신기하고 이해가 안 간다. 누가 제발 논리적으로 설명을 좀 해다오.



인감 제도가 없어지면 그 다음 사라질 차례는 공인인증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최후의 승자는 영원히 살아남을 주민등록번호가 되겠지?



뱀다리: 각 금융 기관을 모두 방문해야 하는 치명적인 크리를 동반하는 OTP 갱신이 5년에 한 번이라는 사실은 엄청난 위안이다. 여권 신규 발급과 더불어 슬슬 그 날도 함께 손잡고 다가오고 있네? T_T



EOB

토요일, 1월 29, 2011

[독서광]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한다



며칠 전 신승환 님께서 책을 한 권 보내주셨기에 번개처럼 다 읽고 독후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물론 부제인 "어느 개발자의 직장 생활에 대한 보고서"가 힌트를 주긴 하지만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한다"의 책 제목만 보고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추론하기란 쉽지 않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 정리해보자면, IT 개발자(주의: 광의의 개발자다)로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일화와 생각을 수필식으로 작성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다(명쾌하지? ㅋㅋ).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하는 방법이나, IT 업계의 비리를 까발기거나,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잘하는 방법을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냥 일반적인 IT 관련 회사에서 안 튀고 고만고만(?)하게 월급장이로 살아온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동감을 많이 느끼리라는 생각이다. 목차 등을 보다 보면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이 들 가능성도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 강령(참고: 대다수 자기 계발서는 어떻게 살아갈지를 주변 맥락에 무관하게 딱 몇 가지로 정리해서 알려주는 친철함을 발휘하지만 열이면 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이 없기 때문에 자기 계발서로 분류하기는 곤란하고 차라리 개발자들의 애환을 다루는 성장 소설(?)로 생각하는 편이 좀더 정확하겠다.



아주 복잡하거나 머리를 쥐어짜는 내용도 아니며 책 분량이 많지 않으므로 종종 일상에서 벗어나 머리 식힐 필요가 있는 중급 개발자들이 설 연휴 때 짬 내어 읽어보면 잠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리할 단초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는 도중에 B급 관리자도 옛날 생각이 떠올라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는데 역시 어딜가나 개발자들의 삶에는 뭔가 기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로웠다.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과거에 밟아온 발자취와 한번 비교해보시길...



EOB

일요일, 1월 23, 2011

[독서광] 장인: 아름다운 외길



이 책은 태우님이 선물로 주셨는데,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에 다 읽고 나서 이제야 서평을 올려본다(아직도 서평 못 쓴 책도 잔뜩, 읽은 책은 더욱 많아 산더미...).



요즘처럼 기술이 1년을 못버티고 휙휙 바뀌는 핫(!)하고 쿨(!)한 시대에 한 가지만 고집하며 자신의 역량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장인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옛 것을 고집하고 외길만 걷는 '장인'의 가치와 미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체가 사치라고도 보이겠지만... 그래도 한번 뿐인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필요한 가르침을 (비록 간접적이지만) 받는다는 데서 이 책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꼰대(?) 이야기라면 질겁을 하고 내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 몸 바쳐 평생을 한 가지 일에만 전력을 다한 선배들의 말은 이모저모로 배울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 책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본의 장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책은 크게 장인들의 말, 장인들과 나눈 대화, 장인 대학에서 연설한 내용로 나눠지며, 장인들과 나는 대화와 장인 대학에서 연설한 내용은 일본 전통 문화를 다루므로 일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장인들의 말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몇 개 뽑아서 정리해보겠다.



나는 솜씨 없는 놈은 가르치지 않아. 그런 놈 가르치면 내 솜씨까지 무뎌져버려.


요즘 젊은 치들이란 또박또박 설명을 해주면 제법 일을 잘 처리합니다. 야, 제법이로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좋을 대로 해봐"하고 말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희한합니다.


도제제도의 세계에서는 물건도 만들어왔지만, 사람도 만들어왔지.


수련시절엔 인간 취급 못 받고, 간심히 한 몫 하는 사람이 되지요. 그러던 차에 자신이 제자를 거느리게 되었을 땜 묘하게도 친절히 대해주게 돼버려요. 결국 제자를 위해서는 몹쓸 짓입니다. 어중간한 장인을 만들어버리는 거지요. 연민 때문에...


인간이란 '출세했나 안 했나'가 아니다. '천박한가 천박하지 않은가' 둘 중 하나다.


사진을 박아 내거나 좋아라하고 매스컴과 인터뷰를 하는 장인은 장인이 아닙니다. 장인은 자기 자신의 일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


예술가가라는 게 모두 피곤해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건 말이지 예술가인척 하니까 피곤한 거예요.


비평가들은 대단한 것인 양 좋다 나쁘다 얘기합니다만, 그건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몇 해 전에 (야외에서 전어구이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줄타기 공연을 관람하면서 줄 위에서 뛰고 앉고 눕고(!) 하는 놀라운 모습 이외에도 줄타기 달인이 줄타기에 앞서 자신이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산신령(?)과 스승에 대해 한참 동안 예를 표하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곱씹어 보게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컴퓨터 분야에서는 왜 이리 장인(?)을 만들어내기 어려운지 정리해볼 계획이다.



EOB

일요일, 1월 16, 2011

[독서광] 사회적 원자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라는 부제에 낚여(!) 구입한 이 책은 인간과 사회를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주장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강화하기 위해 기존 경제학에 대해 집중 공격을 퍼붓지만 차별성이 떨어지므로 자기 얼굴에 금칠한 꼴이다. 주장하는 이론 자체가 아주 독창적이면서 이론적으로 탄탄하다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뭐 책을 읽다보면 기존에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바람에 자꾸 본전 생각이 나게 만들었다. 잠깐 본문 내용을 볼까?



극적이고 예기치 않게 꼬이고 실생활의 흥분과 긴장을 잘 보여주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또는 인간 세계에 대한 과학 법칙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한다.


요렇게 썼지만 자신도 여기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니 이게 문제다. 원자와 분자라는 물리학적인 기본 구성 요소를 사회 과학에 접합해 뭔가 엄청난 비밀을 캐낼 듯이 몰아붙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다른 주장을 하나 살펴볼까?



과학자들이 인간 세계의 법칙을 발견해서 완벽한 세계를 만들려고 해도 사람들은 거기에 반항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차려진 밥상도 심통 맞게 걷어차 버리는 '종잡을 수 없는 두발 동물'이다. 그저 자기가 반항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서술했으니 본문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는 안 봐도 블루레이다. 물론 인간의 예측 불허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썼다고 이해가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계속해서 나오면 질린다(책 1/2 지점까지 테이프를 반복해서 틀고 있다). T_T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왜 많은 회사들이 피고용자들에게,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꼭 줘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크 뷰캐넌이 경제학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위의 인용문으로 요약 정리할 수 있다. 다음 서평에 소개하겠지만 '머니 랩'과 같은 책에서는 1장(chapter)를 투입해 상호 호혜주의라는 주제로 급여와 관련한 멋진 실험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많은 경제/경영/심리학자들이 마크 뷰캐넌에 앞서 뭔가를 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마크 뷰캐넌은 그걸 몰랐거나 아니면 모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여튼 이 책은 "개인은 예측 불허하고 변덕스러우며 멍청하지만, 집단은 예측 가능하며 질서 있고 똑똑하다"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한 줄 결론: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는 생각.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좋은 책도 많으므로 이 책은 독자 여러분께 추천하지 않음.



EOB

토요일, 1월 15, 2011

[독서광]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간만에 경제/경영책 잠시 접어두고 정치(?) 관련 주제를 읽으려고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는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원서 제목은 "The Rhetoric of Reaction"으로 반동(!)의 수사학 정도로 번역이 가능한데, '보수'와 '지배'를 엮여 2011년 현재 한국 실정에 너무나도 잘 맞는 제목을 뽑았기에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하지만 반동 아니 보수 세력들이 주로 사용하는 세 가지 수사 기법을 역사적/정치적/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으므로 얇고 주장하는 내용이 단순하다고 해서 읽기가 쉽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정치적인 가십거리를 기대했다면 난감한 상황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영국 정치, 프랑스 혁명, 마르크스, 하이에크, 케인즈 등의 이야기가 나오므로 정치, 역사,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만 이 책을 권한다.



책에서 주장하는 보수의 3대 수사 기법은 다음과 같다.




  •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역효과 명제
  • 그래 봐야 기존의 체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무용 명제
  • 그렇게 하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위험 명제


보자마자 뭔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요즘 복지와 무상급식을 놓고 일부 정치가들이 말한 내용을 한번 보자.



민주당의 소위 보편적 복지정책은 참으로 무책임한 것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고 큰 부담을 안겨주는 정책이다.
(이회창, 역효과 명제 적용)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 "극도의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좌파적 사회주의적 정책 방향이 민주당의 차기 대권전략이라면 민주당은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옹호하고 있는 것"
(역시 이회창, 위험 명제 적용)

무상의료가 될 경우 의료의 질이 저하돼 서민건강 수준은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한나라당, 역효과 명제 적용)

복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저소득층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산층 이상에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들을 펴고 있거든요?
(오세훈, 무용론 명제 적용)

보수 진영에서 자주 사용하는 수사 기법 그대로를 라떼르도 안 떼고 차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혀를 끌끌차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이런 논리가 먹혀들어가니 그게 더욱 황당하다. 역시 대한민국에서 논리나 철학 교육을 안 시키는 이유는 다 여기 있었어. T_T



정치 이야기가 많이 나와 조금 읽기가 힘들기도 했지만, 커맨딩 하이츠에 나오는 케인즈와 하이에크 사이의 치열한 이념 전쟁에서 사용한 논리 체계가 무엇인지를 부수적으로 획득하는 성과도 있었다. 케인즈는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입주의적인 거시 경제 정책을 주장했다. 하이에크는 노예의 길에서 "복지국가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그 당시로서는 미덥지 못한 위험론을 제시함으로써 나중에 케인즈 사상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버린 경우다. 밀턴 프리드먼도 반복지국가적 주장을 펼치면서 통화/재정 정책이 불경기를 심화시키거나 실업을 증가시킨다는 무용론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역시 인기(?)를 끌게 된다. 커멘딩 하이츠를 놓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물고 뜯고 어떻게 논쟁이 벌어졌는지 안 봐도  블루레이 되겠다.



역효과 명제와 무용 명제는 반동(?) 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지만 양쪽의 근본은 완전히 다르다. 역효과 명제 지지자들은 매우 변덕스런 인간 세계의 특성 때문에 변화 하나하나가 곧바로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반작용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반면, 무용 명제 지지자들은 고도로 조직화되어 있고 내재하는 법칙에 따라 진화하는 세계의 특성 때문에 인간의 행위는 세상을 바꾸기에 너무나도 무력하다고 본다. 역효과론은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는 정치/경제/사회 관련 정책을 심각하게 여기는 반면, 무용 명제는 이 모든 정책을 어리석거나 나쁘다고 비웃는다. 물론 둘 다 변화/진보를 하지 못하도록 초를 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한 목적이 있다. 본문에 나오는 문구를 한번 볼까?



무용론은 종종 사회 시스템의 기본적인 '구조'를 무시하고, 먼저 그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은 채 이런저런 '부분적' 개선(더 민주적인 통치나 의무 초등교육, 특정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을 이룰 수 있다는 환상을 키우고 퍼뜨린다해서 진보주의자들이나 개혁가들을 꾸짖는다.


(역효과 명제를 주장하는) 반동파는 목적이 진심이건 진심이 아니건 겉으로는 찬성하면서, 그 목적을 위해 제안되거나 취해진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입증하려고 한다. 실제로 반동파는 그런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 결과를 낳기 때문에 결국 처음 주창되고 추진됐던 목적과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흔히 주장한다.


자 그렇다면 이런 논리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저자인 앨버트 허시먼에 따르면 역효과, 위혐, 무용론은 신화부터 시작해 역사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고 적용해왔기에 세 가지 방법 자체는 아주 확실(!)하게 사람들 뇌리에 박혀 있어 효과(?)를 발휘하지만 실제 세 가지 틀 속에 숨은 논리 자체는 말이 안 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앨버트 허시먼은 누군가(주로 반동세력) 반복적인 주장을 기계적으로 남용할 경우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고 보고 대칭되는 극단적인 예를 들어 숨은 의도를 분쇄하면 된다고 쐐기를 박는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보수/반동세력이 사용하는 수사 기법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므로 앞으로도 씨가 먹힐테고 언론에도 많이 오르내리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오늘의 교훈: 이런 교묘한 속임수에 당하지 않으려면 못 먹어도 배워야 한다!



EOB

일요일, 1월 09, 2011

[독서광] 페이스북 시대



요 몇 주 동안 정신 없이 지내느라 블로그도 뜸했는데, 2011년에도 독자 여러분들께 알찬 서평과 각종 뽐뿌질을 계속해드리기로 약속드리며 올해 첫 서평을 시작해보겠다. 요즘 한창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네트워크 열풍이 불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비즈니스와 마케팅 서적인 "페이스북 시대"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워낙 많이 나와있으므로 여기서 일반적인 서평을 써봐야 건초더미에 바늘을 하나 더 추가한 꼴이 되므로 조금 다른 각도로 한번 검토를 해보자.



우선 이 책은 텍스트 압박이 상당하고 페이지 분량도 445페이지에 달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다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비슷한 내용이 본문에 중복되어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테다. 본문 중 전문가 기고가 중간 중간에 나오는데 이 부분은 짧지만 핵심을 찌르므로 만족스럽다. 비즈니스와 마케팅 관점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벌이는 방법을 다루고 있으므로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전반적인 개괄이나 구체적인 개발 방법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포인트가 안 맞고 실제 온/오프라인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쇼셜 네트워크를 사용해 광고나 마케팅을 대신해주는 분야에 있는 분들에게 적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제목은 '페이스북 시대'지만 단순히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링크드인, 트위터도 다룬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이 책은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의 특성을 고려해(각 서비스마다 특성이 많이 다르다) 어떻게 티 안내고 비즈니스를 벌이는지에 설명하고 있으므로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유일하게 개발자 스스로를 제대로 마케팅(?)할 수 있는 서비스인) 링크드인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이 생겼기에 거의 버려두었던 프로파일의 내용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다.



본문 중 흥미로운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뿌리고, 기도하는" 식의 무차별적인 구매 권유와 마케팅 메시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오늘날 많은 잠재고객들은 원하지 않는 전화나 이메일은 물론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춤화된 고객지향적 권유도 거절한다.


누군가를 고용하거나, 고용되거나, 계약을 할 때,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들보다는 지인이나 친구의 친구 또는 만난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약한 유대는 많은 사람 사이에서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는데, 이 때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에게 정보 상의 이점도 제공한다.


B2B 영업은 보통 협상을 포함하는데, 이는 높은 가격 인상과 제공되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불분명한 정보 때문이다.


사고는 글로벌을 대상으로 크고 원대하게 하되, 실행은 현지 실정에 맞게 행동하자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하나의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창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한 창조성은 특정 사람들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독특한 특성이다.


반복이 완벽을 능가한다: 문을 걸어 잠그고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마라. 협업과 혁신은 본질적으로 반복적이며, 다소 혼란스러운 교환(give and take) 관계임을 깨달아야 한다.


직원들과 직원 친구들은 비슷한 면이 있다.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고... 그러니까, 그런 친구들은 벌써 우리의 1차 채용기준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이 어떻게든 진행되게 만들고 싶기 때문에 통제권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지도자가 윗선에 있으면서도 '통제권'을 어떻게 포기하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페이스북 사용자가 200만을 넘겼고, 트위터가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신형 미디어를 이용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을지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페이스북 이펙트와 더불어 한번 쯤 읽어보면 좋겠다.



EOB

일요일, 12월 26, 2010

[독서광] 신기술 도입의 함정



엘리 골드렛은 제약 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로 더 골/한계를 넘어서라는 책이 이미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으리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소개할 "신기술 도입의 함정"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ToC에 대한 소설 형식으로 풀어 쓴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자세한 ToC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고(따라서 이 책을 읽기 앞서 더 골/한계를 넘어서를 미리 읽어보는 편이 좋겠다) 소프트웨어 분야(특히 ERP)에서 벌어지는 생산성 측면을 파고든다.



책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BGSoft라는 세계적인 ERP 소프트웨어 업체와 BGSoft에서 만든 시스템을 적용해주는 협력 회사인 KPI 솔루션이 피어코라는 고객사가 직면한 위험을 극복하게 도와주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ERP 업계에서 꿋꿋하게 승자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다. 열심히 하니 성공했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아주 전형적인 성공 사례를 그린 인간 시장 스타일이라면 서평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겠지만(아니면 反서평 후보 1위에 올랐을테다), 이 책은 그런 내용과 거리가 멀다. ToC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적용해 실질적으로 고객이 ERP를 도입함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기술만 맹신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 읽고(물론 이런 사람들은 이런 책 안 읽는다) 반성할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발견한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겠다(이 부분만 기다리는 독자들도 많으리라. ㅋㅋ).



문제는 '그저 일반 상식'이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은 그 정보를 무시하고 기존의 일반적인 비상식을 계속 따르게 되는 것이 문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든 프로그램이 자신이 원했던 것과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정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 때쯤에는 이미 전체 패키지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며 어느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를 제대로 아는 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비스의 질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되돌려 놓으려면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기능은 복잡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스템의 기능이 더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시스템은 더욱더 나빠진다....


이런 사람들에게 봉급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돈은 돈 이상의 의미가 있다. 봉급은 그들의 능력에 대한 인정과 평가이며, 성공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최상의 가격이나 최상의 제안서가 승리하리라고 절대 장담하지 말라. 이길 거라고 가정하는 사람은 지게 될 것이다.


지금은 현재 상황은 좋지만 미래가 어둡다. 과거에는 현재는 괴로웠지만 미래는 밝았다.


그러니까 작업장에 여유 능력이 적을수록 스케줄은 더 불안정해진다는 뜻이겠지요.


시스템이 어떤 혼란의 범위 안에서 변동되고 있을 때, 일부 변동에 정확하게 맞추려고 자꾸 애쓸수록 시스템은 더 크게 변동한다는 겁니다.


사실 고객들은 돈을 들이더라도 끊임없이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요. 그러한 경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문을 닫든가, 아니면 고객을 성질나게 만들고 문을 닫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결론: ToC에 관심이 있으며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담고 계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EOB

토요일, 12월 18, 2010

[독서광]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



요즘 게을러졌더니 블로그 서평으로 올릴 책이 점점 쌓여가는 중이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정리해보겠다.



바쁜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꿈꾸다"는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로 도약하지 못하는(또는 않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한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이 책에는 성공 방법이 나오지는 않는다. 성공에 이르는 왕도도 없거니와 워낙 빠르게 급변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문화가 아닌 기술만으로 성공에 이르기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의 고질병을 한번 짚고 넘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치를 부여하면 틀림없겠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문제라는 생각도 들지만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듯이 무신경 무감각하게 지나치는 상황을 제 3자가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나름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다.



구글을 검색해보니 서평이 많이 나오므로 굳이 여기에 내용 요약은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다른 생각을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요구분석 - 설계 - 구현을 나눠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를 하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세 가지 활등은 칼로 두부 자르듯 싹뚝 자르기가 어렵다(역설적으로 이 책 본문에서도 요구분석과 설계/구현으로 나눠 분할 발주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도 어느 정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 ㅋㅋ).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설계와 구현인데, 설계에 사용하는 언어(이게 장황한 텍스트가 되었든 플로 차트가 되었든 UML이 되었든 M-Spec이 되었든 무관하게)의 표현력이 프로그래밍 언어의 표현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건축이나 기계 공학처럼 설계도만 보고서 완성품을 만들기가 엄청나게 어렵다. 하지만 설계 구현을 나눠야 한다는 내용이 본문 중에 계속해서 나오니 어떻게 하면 설계와 코딩(!)의 구분이 가능한지 알고 싶어 거의 미칠 지경이다. 혹시 이 비밀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저녁 정말 근사하게 대접해드리고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다(절대로 농담이 아니다. 이런 비밀을 밝히는 논문이 나온다면 CACM이나 Computer 지의 표지를 장식할 수 있다. 아니 저커버그를 밀어내고 타임지에 올해의 인물로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금 반론하고 싶어 근질근질하신 분들께서는 잠시만 참아주시기 바란다. UML과 같은 강력한 모델링 언어와 디자인 패턴을 사용하면 해결 방안이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리눅스 커널에서 사용 중인 입출력 스케줄러인 CFQ 스케줄러의 설계 도면을 한번 그려보시기 바란다(커널 전문가가 아니라서 힘들다고? 꿩 대신 닭이라고 선수용 스톱워치를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설계 도면이라도 한번 제대로 그려보시라. 그리고 그 도면을 딴 사람에게 주고 추가 설명 없이 도면 그대로 구현해보라고 부탁하자. 뺨 안 맞으면 다행이다.). 음 무지무지 어렵다고? 그렇다면 구글에서 "Linux CFQ design"으로 설계 도면을 검색해봐라. 못 찾겠다고? 당연하지. (믿거나 말거나는 자유지만...) 리눅스 커널 코드 자체가 설계 도면이니까.



EOB

수요일, 12월 08, 2010

[독서광] 대체 뭐가 문제야



요즘 풀리는 일이 없어 의기소침해 있다가, 얇고 가벼운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랄드 와인버그 형님이 쓴 "대체 뭐가 문제야"(영어 제목은 "Are your lights on?"인데 본문 중에 나오는 터널 끝에서 전조등을 켜야할지 꺼야할지를 놓고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멋진 문구이기도 하다.)를 들자마자 그냥 미친듯이 다 읽고 말았다.



이 책은 독자가 처한 상황 또는 맥락에 따라 엄청나게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마존에 들어가니 평가가 극과 극이다. 따라서 언제나 늘 그렇듯이 B급 관리자가 이 책에 대해 평가한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



책 자체가 다루는 내용은 "우리가 실제로 풀려고 하는 문제가 진짜 문제가 맞느냐?"로 간단 명료하게 요약 정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엄청난 돈/노력/시간을 투자해서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하고 잠시 뒤를 돌아보면... 이 산이 아닌가벼... 아까 그 산이 맞는가벼...와 같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많이 부딪히는데, 이 책에서는 속시원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이런 모순이 일어나는 원인과 해법(뭐 해법이 아주 황당한 경우도 있다)을 설명한다.



이 책이 20년 전에 나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책에 나오는 예제가 조금 낡았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예제가 낡았다고 해서 내용도 낡았다고 보면 곤란하다. 페이지는 얇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 곳곳에 나오므로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할 필요성도 있다. 흥미로운 내용을 한번 정리해볼까?



허상의 문제들이 진짜 문제이며, 문제란 바라는 것과 인식하는 것 간의 차이다.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만약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한다면, 문제를 제시한 사람들은 결코 당신이 진짜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문제는 문제 해결의 달콤함에 녹아버린다.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정확한 정의를 내렸다고 결코 확신하지는 말라.


각각의 해결안은 다음 문제의 근원이다.


문제를 이해할 때, 잘못될 수 있는 경우를 적어도 세 개 이상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 스스로 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있을 때에는 그들의 문제 해결에 끼어들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그들의 문제라면 그들의 문제가 되도록 해라.


잠시라도 좋으니 변화를 위해 당신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라.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당신 안에 있다.


문제 해결사들이 사는 세상에는 왕, 대통령, 혹은 학장과 같은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일을 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만드는 사람.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일을 하는' 사람과 그 '공을 가져가는' 사람.


최종 분석에 따르면 정말로 자신의 문제를 풀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


이쯤이면 왕짜증이 나거나 박장대소를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짜증이 물 밀듯 밀려오면 그냥 시중에 엄청나게 많이 나와있는 '자기(?) 계발서'를 하나 사서 읽어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고, 박장대소를 하신 분이라면 당장 사서 읽어보시라. 아, 비폭력대화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책에서 뭔가 다른 교훈을 배울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 책을 읽고 나서 B급 관리자의 기분이 많이 좋아진 이유는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당신 안에 있다."랑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여러분은 대체 뭐가 문제인가?"



EOB

토요일, 12월 04, 2010

[독서광] 페이스북 이펙트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나서 필 받아 바로 예약 구매한 페이스북 이펙트를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물론 주중에 시간이 안 나서 서평을 조금 늦게 정리해본다.



특정 소재를 놓고 영화와 책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말하기 곤란할 경우가 있다. 영화는 영상과 음악을 동원해 시청각적인 짜릿함을 제시하고 책은 영상이나 음악으로는 표현하기 곤란한 뒷 배경이나 미묘한 상황 또는 감정 변화를 설명함으로써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영화 쇼셜 네트워크를 보고 나서 뭔가 (설명이나 이야기 전개가) 부족하다고 느낀 분들이 이 책을 읽게 되면 아마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을 읽고나서 영화를 보면 더욱 현실감 있게 페이스북의 발전사를 압축해서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과 영화의 차이점은 이미 비교 탐구『페이스북 이펙트』책 VS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너무나 잘 분석해놓았기에 여기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이 보인다. 아무래도 2시간 동안 관객을 즐겁게해주려다 보니(책과는 달리 영화는 중간에 쉬는 틈을 주면 안 된다) 좀더 속도감있게 극적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인물 간의 갈등을 극대화해야 하는 관계상 인물이나 사건 전개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을테다. 책보다는 영화에서 마크 주커버그를 훨씬 더 난처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독자에 따라서는 저자가 주커버그를 너무 많이 봐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토대가 된 The Accidental Billionaires(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다애독자분 제보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
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판이 11월에 나왔다고 한다.)랑 비교해가며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책을 읽다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2년 전 하버드에 제출한 입학원서에는 수학, 천문학, 물리학, 고어 등 온갖 수상 경력들로 가득 차 있었다. 펜싱 팀 주장에 MVP로 뽑힌 경력도 있었으며, 프랑스어, 히브리어, 라틴어 읽고 쓰기에도 능숙했으며, 고대그리스어도 할 줄 알았다.

(영화에서는 컴퓨터만 할 줄 아는 인물로 그렸는데... 이거 뭥미? T_T)

페이스북 직원들은 '절대 투명성' 또는 '혁신적인 투명성'이라는 표현을 쓴다. 어쨌든 세상이 점점 더 개방적으로 변해감에 따라 사람들은 이에 점점 익숙해지고, 결국 모든 것이 공개될 것이다.

(구글은 '악을 행하지 말자', 페이스북은 '절대 투명성' 과연 페이스북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소셜 네트워크를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페이지뷰가 소셜네트워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구글이 사적인 인터넷 사이트 내부를 검색하기 어렵다는 오랜 고민에 대한 다른 표현이었다.

(구글이 실시간으로 페이스북 검색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보여줄지는 또 다른 문제인 듯. 스팟성 뉴스가 흘러가는 트위터를 검색하는 경우와 비교해 고민이 많겠다.)

구글은 이미 구매하기로 결정한 상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반면,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는 늘 구매 유도(속된 말로 '뽐뿌질')를 조심하자.)

어떤 변호사도 페이스북에서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행동을 막을 수 없다. 로비 단체인 인터랙티브 광고국의 랜달 로젠버그 대표는 "대화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화에 참여하는 일뿐입니다."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차단당할 가능성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ㅋㅋ)

페이스북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나는 누구이며, 이 정보를 이용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한 최초의 장소이자,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좋은 정보를 보유한 곳입니다. 성별, 나이, 거주지도 알 수 있고, 이는 다른 사람의 추정치가 아닌 실제 정보죠."라고 말한다.

(국내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M스터디에서 잠실 체육관을 빌어 입시 설명회 할 때 하는 말이 생각났다. "표본 집단 5%면 거의 정확한데, 우리는 회원으로 등록한 거의 대다수 수험생의 가채점 점수를 알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정보 공개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신문 광고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은 2천억 달러에 달하는 광고 시장의 기회 앞에 서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랑 한 판 안 뜰 수 없다)

페이스북 사이트의 약 3억 단어와 문구는 페이스북 직원이나 전문 번역 회사가 아닌, 사용자들 스스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번역했다.

(오히려 품질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터키와 칠레에서 페이스북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워낙 일반화돼 있어 페이스북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것으로 간주된다. 아마도 두 나라 모두 얼마 전까지 공개적으로 정부에 항의하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억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느(?) 나라가 생각났다.)

이 때 기부는 우리 생각을 세사에 알림으로써 스스로를 세상의 비평에 노출하는 행위다. 페이스북은 실명 기반이기 때문에 모든 비난은 당사자한테 직접 전달된다.

(한국에서는 이미 실명제(?)를 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ㅉㅉ)

독학형 천재 파커는 이를 '분산화된 연관성 필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디그, 레딧, 트위터 등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페이스북에 비해 익명성이 매우 강한 사이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국내 트위터 사용자는 상당수 실명을 쓴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트위터를 페이스북처럼(?) 쓰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페이스북처럼 트위터도 일찍이 다른 앱을 위한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개방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분명히 다른 서비스지만 유사점이 많아 보인다)

구글 모델은 정보가 가장 중요하며,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체계화 하려 합니다. 반면 페이스 북 모델은 급진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제 생각엔 바람직한 세계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인간이 기술의 주인이라는 점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차이점 중 하나)

페이스북 사무실에 있으면 이들이 현재 지구에서 가장 스마트한 젊은이 무리라는 느낌이 든다. 1천 4백명 직원의 평균 연령은 31세다.

(이미 구글 인력이 상당수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는 조짐도 보인다. 짤방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무실 분위기 사진을 넣어둔다.)

번역 상태를 잠시 볼까? 벤처 관련 투자나 문화 등에 대해서는 번역이 잘 되었는데,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문제점이 드러나긴 한다. 물론 IT 전문가가 번역했으면 반대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긴 하므로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이 보인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39페이지에 'Code Monkey'를 '암호명 원숭이'로 번역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면 알겠지만 '관리층 결정이나 책임에 아랑곳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_골수 프로그래머_를 의미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을 읽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



결론: 영화를 보셨거나 보지 않으셨거나에 관계 없이 벤처 기업을 세워 키워나가는 쪽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쇼셜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서도 이 책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가 싶다.



EOB

화요일, 11월 30, 2010

[끝없는 뽐뿌질] 아이패드 전자책 기능 분석




(컬러에 넓은 화면은 이런 컨텐츠는 물론이고 PDF에 아주 적합하다. 사진은 애플사에서)



약속대로 오늘은 아이패드 전자책 기능을 분석해보겠다. ㄺ군이 아침부터 3G 모델을 수령해왔기에 이런 저런 부탁을 해서 시료(?)를 준비시켰다. 시험(?) 결과를 간략하게 정리해보겠다.



가장 큰 장점(!)으로 넓은 화면과 컬러 디스플레이를 들 수 있다. 킨들에서 발톱 쑥 나왔던 PDF가 한 화면에 확대/축소 없이 잘 보인다. 게다가 확대 축소가 필요한 경우가 생길지라도 아주 자연스럽게 가능하니 이 물건이야말로 PDF 전용 뷰어로도 손색이 없다. 아이북스를 활용하려면 PDF를 넣는 과정에서 아이튠즈를 사용해야 하니 킨들에 비해 조금 잔손이 가긴 하지만 그 정도야...



킨들과 마찬가지로 PDF 검색(검색 결과를 바로 구글/위키피디아로 찾게 하는 센스는 정말 좋다!)과 책갈피 지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장 사전 사용(킨들은 가능한 기능이다), TTS(킨들도 불가능하다), 메모(킨들도 불가능하다), 서체와 크기 조정(역시 킨들도 불가능하다)는 불가능하다. 결국 PDF를 한 화면에 볼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제약이 많은 상황인 셈이다.



TXT가 문제인데... iBooks는 PDF와 전자책(놀랍게도 킨들에서 지원하지 않는 ePub! 참고로 킨들 책은 iBooks로 못 보고 킨들 앱을 설치해서 봐야 한다. 서로서로 담을 쌓은 형국.) 형식만 받아들이므로 직접 TXT를 입력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물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읽거나 변환 작업을 거쳐 ePub로 변경한 다음에 iBooks에서 읽으면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하다.



전용 전자책을 내려받아 읽어보면 넘기기와 펼치 보기가 아주 멋질 뿐더러 내장 전자 사전, 메모, 밑줄 긋기, TTS(with VoiceOver), 검색(구글과 위키피디아 연동 기능 가능), 서체와 크기 변경을 모두 지원하므로, 활용도가 PDF보다는 높다는 생각이다.



결론: PDF를 보거나 컬러로 된 그림책 등을 보려면 아이패드가 킨들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무게, 크기, 배터리 문제로 인해 휴대성이 떨어지며(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서서 손잡이를 잡고 아이패드로 책을 읽기란 고난도 곡예 기술을 요구한다), 아마존보다 컨텐츠가 부족하며(물론 차후 어느 정도는 극복이 되겠지만... 아마존은 책으로 먹고 사는 회사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부수적인 이유지만) 책을 안 보고 엉뚱한 짓(?)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자책 구매자로 하여금 나름 상당히 고민하게 만든다. 각자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 꼭 맞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 바란다. 갤럭시 탭도 전자책 기능만 떼어내(어차피 다른 기능은 글이 엄청 많다) 한번 분석해보면 좋겠지만 지하철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이 물건이 주변에는 도통 보이지를 않네? T_T



EOB

일요일, 11월 28, 2010

[끝없는 뽐뿌질] 킨들 3G 6인치 모델 득템

한빛미디어에서 책읽기가 취미인 B급 관리자를 위해 연말 선물로 킨들 3G(자그마치 3G!) 6인치 그래파이트 모델을 선물로 주셨다. 2010년에 받은 선물 중 인케이스 백팩(모델은 정확하게 동일하지만 글쓴이의 제품과는 달리 가방 색상은 검정색이다)과 함께 최고가 아닐까 싶다.



지금부터 뽐뿌질 들어가니 맘 단단히 먹으시길...



포장은 환경 친화적으로 되어 있으며 내용물도 무지 간단하다. 본체, 시작을 위한 간이 설명서, 마이크로 USB 케이블과 충전 장치가 전부다. 일단 본체를 꺼내 부팅을 하면(시간이 좀 걸린다), 상세 사용 설명서가 ebook 형태로 나타난다. 한손에 쥘 수 있으며, 무게는 정말 가벼우며(일반 책에 비해 훨씬 가볍다. 대략 250g 정도), USB 메모리 공간은 처음 전원을 켜고 컴퓨터에 연결해보니 3G가 조금 넘게 남는다. 비록 외부에서 가져왔지만 사진을 보면서 간단하게 특징을 설명할까?






(마이크로 USB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초미니 전원 어댑터가 따라온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100V용 돼지코지만 전세계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100V~240V를 지원한다(주의: 혹시 사양이 변경될지도 모르므로 어댑터의 사용 주의 문구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 바란다). 한국에서 사용하려면 100V --> 220V로 바꾸는 젠더가 필요하다. 설명서에 따르면 전원 어댑터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WiFi 전용 모델은 어떤지 모르겠다. 사진은 아마존에서)



(대단히 단순한 I/O 단자를 제공한다. (좌측부터) 볼륨 컨트롤, 3.5mm 이어폰, 마이크, USB 파워 연결 단자, 전원/잠들기 슬라이드(색상으로 충전 상태 확인 가능). 사진은 아마존에서)



(실외에서 높은 가독성을 보여준다. 당근 외부 조명이 없으면 안 된다. 좌우에 달린 버튼은 뒤로/앞으로 넘어가는 버튼이며 양쪽으로 달려있어 왼손잡이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 아래쪽에 위치한 뒤로 넘기기 버튼이 훨씬 크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90도 각도를 전환해 가로 보기 화면으로 바꿀 경우 위/아래로 넘어가는 버튼으로 동작하는데 역시 아래로 넘어가는 버튼이 크다. 사진은 아마존에서)



(아래쪽에 위치한 버튼으로 글자 입력이 가능하다. 숫자와 특수 문자는 [Sym] 버튼을 눌러 화면에 나타나는 기호를 입력해야 하므로 조금 불편하다. 우측에 5방향 커서 키가 있는데 이를 사용해 각종 메뉴를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다. 화면 위를 보면 현재 3G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아마존에서)



네트워크에 다들 관심이 많으실테니 간략하게 정리해드리겠다. 가장 먼저 주의 사항부터 전하자면, 3G나 WiFi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닳기 때문에 꺼두는 편이 좋겠다(며칠 테스트 해보니 아무래도 무선을 켜두면 배터리 수명이 열흘을 못 갈 것 같다. 꺼 둔 상태에서는 한 달을 간다고 한다). 무선 네트워크 환경 특성을 보면, 3G 모델은 WiFi와 3G를 모두 지원해서 WiFi가 잡히는 곳에서는 WiFi로 접속하며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3G로 접속한다. WiFi는 802.11g까지 지원하며 지난번 iptime N104 설치기에서 설정해놓았던 WPA2PSK/TKIP 조합으로 접속이 원활하게 되었으며(한번 접속한 곳은 자동으로 기억한다), 3G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접속이 원활했다. 전자책인데 네트워크 기능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바로 책 구매와 인터넷 접속이다. 두 작업을 하려면 우선 아마존에 로그인해서 자신의 킨들을 등록해야 하는데, 시리얼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시리얼 번호는 [HOME] --> [MENU] --> Settings에 들어가서 Device Info를 보면 된다. 3G로 웹 브라우징 기능을 사용하려면 주소를 미국으로 해놓아야 한다는 조언을 트위터에서 들었기에 미국으로 해놓았다. 혹시 한국으로 해 놓고 성공하신 분이 계시면 정보 공유를 위해 댓글 부탁드린다.



3G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되어 있기에 언제 어디서든 Whisphernet을 거쳐 아마존에서 직접 책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구입한 책을 자동으로 백업해주는 기능과 함께 1장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마음에 든다) 상당한 뽐뿌가 아닐 수 없다. 3G 요금은 아마존에서 부담하므로 책값만 걱정하면 된다. 웹의 경우 WiFi는 물론이고 3G에서도 가능한데 아직 Experimental로 분류된 기능이므로(웹 브라우저를 열려면 [HOME] --> [MENU] --> Experimental에 들어가서 Web Browser 선택) 대인배(!) 아마존에서 3G 요금을 모두 부담하고 있다. 요약 정리하자면, 킨들 3G 모델을 사면 아직까지는 한국에서도 무료로 3G 망을 거쳐 인터넷에 접속 가능하다는 말이다.





(웹 화면을 보면 그레이스케일로 표시되고 있다. 가로 폭이 좁기 때문에 표준 PC 해상도로 만든 사이트를 보려면 애로 사항이 꽃필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IT Writing.com에서)

웹 브라우징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twitter.com으로 접속을 시도했는데, 웹킷 기반 엔진을 사용하는지 자바스크립트나 Ajax가 모두 정상 동작했다(물론 화면 업데이트가 느리다). 3G는 많이 느리므로 WiFi가 가능하다면 WiFi를 사용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우며, 터치 스크린이 아닌 관계로 인해 특정 필드를 입력하려면 발톱이 좀 나올 것이다. 5방향 커서 키를 사용해 적당한 위치로 옮기면 커서 키 모양이 바뀌면서 폼 입력 가능한 곳으로 자동 선택되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기존 아이폰/아이패드/아이포드 터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떡 실신할지도... 종종 화면 표시기 이상하거나 죽기도 하므로 _Experimental_이라는 단어를 가슴 속에 깊이 새기고 사용하도록 하자.



자 이제 변죽 다 울렸으니 실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전자잉크 특성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겠는데, (물론 사진 식자기 수준을 기대해서는 곤란하지만) 해상도가 아주 높아 일반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한 출력물을 보는 느낌이다. 페이지를 전환하는 경우에 한번 반전이 일어나므로 여기에 대해 적응하기 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지는 모르겠다. 전자잉크의 경우 한번 써지고 나면 별도 리프레시 작업이 없어도 그대로 화면에 남아 있기 때문에 책과 같은 매체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반면에 동영상과 같이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매체를 표현하기에는 쥐약이다. 현재까지 킨들 모델에서는 컬러 표현은 불가능하지만 그레이스케일로 표현이 가능하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전자잉크는 반드시 외부 광원이 있어야 하므로 밤에 어두운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낮에는 엄청난 가독성을 자랑하므로 _책_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할 경우에는 킨들에 맞춤식으로 화면을 구성하므로 가독성도 높고 글자 크기도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다. 아마존 전용 전자 컨텐츠에서는 TTS(Text To Speech) 기능도 훌륭하므로 듣기에 그리 어색하지 않다. 남자 목소리를 사용하므로 여자 목소리의 높은 주파수 영역으로 인한 듣기 장애(?)도 덜 발생한다(뭐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ㅋㅋ). 하지만 PDF가 완전 뜨거운 감자로 남는다. 여기에 대해 집중 분석해보겠다.



PDF가 발톱 나오는 이유는 킨들 6인치 모델의 화면 크기와 관련이 있다. 북마크와 본문 검색이 가능하며(물론 아마존 전용 포맷과는 달리 주석을 달지는 못한다), PDF 렌더링도 생각보다 아주 훌륭해서 여러 가지 기술 서적은 물론이고 한글 워드로 변환한 파일까지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제대로 나온다. 하지만 화면에 출력되는 모양새가 두통을 일으킨다. 킨들에 최적화되도록 화면 폭을 잡은 PDF 들도 존재하지만(예: 이번에 NC-ND로 풀린 Machine of Death), 대부분 서적들은 조판용 PDF이므로 가로 폭이 A4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다. 이런 출력물을 킨들 DX에서 보면 한 화면에 꽉 차게 보이지만, 킨들 6인치에서 보면 다음 네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 화면 확대: 킨들 전용 포맷은 화면 폭은 그대로 두고 폰트 크기만 지정 가능하지만(즉 reflow가 동적으로 가능하다), PDF는 전체 화면 비율을 조정해야 하므로 화면을 확대할 경우 상하는 물론이고 좌우 스크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 가로 보기: 90도 회전시켜서 옆으로 보게 되면 어느 정도 가독성이 확보되지만 이번에는 한눈에 문서가 들어오지 않으며 상하 스크롤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원시 코드가 중간에 끊겨 있으면 완전 발톱 나온다.
  • 문서 잘라내기: 아예 PDF에서 조판용으로 남긴 영역을 잘라내어 딱 맞추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일반인이 하기에는 많이 문제가 있다. Adobe Acrobat Pro를 구매해 Page margin을 조정하는 방법을 쓰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문서에 따라 결과 품질이 달라질 듯.
  •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변환 기능 사용: 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이 기능은 시도도 안 해봤다.


TXT 파일도 바로 가져와서 읽기가 가능한데, 영어는 가독성이 높지만 한글은 PDF와는 다른 전혀 엉뚱한 이유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바로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좋을만한 싸구려 폰트! 보다 못한 국내 사용자들이 찾아낸 해킹방법이 있긴 하지만... 얼른 아마존에서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기타 기능을 몇 가지 살펴보고 뽐뿌질을 멈추겠다. MP3은 experimental로 지원하고 오디오 북과 포드캐스트는 정식으로 지원한다. 내장된 옥스포드 사전은 아주 훌륭하며(영영이므로 영한을 기대했던 분이라면 실망할지도), 아마존 전용 포맷이나 PDF에서 동적 단어 찾기 기능을 제공하므로(5방향 커서키 중 아래 위를 눌러서 원하는 단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화면 가장 하단에 단어 뜻이 나오고 엔터키를 누르면 내장 사전으로 건너뛴다) 독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모르는 단어를 찾도록 해준다. 펌웨어 업그레이드 작업은 잠들기 모드로 둘 경우 자동으로 진행되므로 책을 읽고 있는 경우에 불쑥 튀어나와 방해하지는 않는 듯이 보인다. 잠들기 모드로 동작할 경우 보여주는 화면 보호기(?)도 훌륭해서 유명한 책의 그림이나 작가를 보여주므로 제품 가치를 높인다(처음 보는 사람들이 무지 신기하게 생각함). 여러 킨들 디바이스(아이패드, PC, 아이폰)에서 전자책을 동기화하는 N 스크린기능인 Whisphersync 기능과 트위터로 기억에 남는 문구를 전송해주는 기능 등은 향후 제품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결론: 아마존에서 영어로 된 책을 구입해 읽기 위해 이 기기를 구입했다면 크기, 무게, 사용편의성 측면에서 최강(!)이다. 하지만 킨들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PDF를 읽거나 한글 TXT 파일을 읽으려면 많이 피곤하다. 책이 아니라 웹이나 기타 나머지 작업에 주안점을 두는 분들이라면 아이패드라는 훌륭한 물건을 권해드린다. 아이패드도 친구 녀석 ㄺ이 3G 모델을 1착으로 예약 신청했으므로 배송해서 받으면 번개처럼 사용해보고 킨들과 비교해 사용 소감을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다.



EOB

금요일, 11월 19, 2010

[일상다반사] 스티븐 레비의 'Hackers: Heroes of the Computer Revolution - 25th Anniversary Edition' 번역 시작



국내에서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각각 해커 1,2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이 책은 B급 관리자도 대학교 입학해서 아주아주 즐겁게 읽은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런데 25주년을 기념해 그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덧붙여 오라일리 임프린트로 Hackers: Heroes of the Computer Revolution - 25th Anniversary Edition가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제 한빛미디어 요청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이 책을 선보이기 위해 다시 한번 해님과 손잡고(그 동안 뜸했었지? ㅋㅋ) 준비 중이다. 아, 물론 이 책을 함께 읽어주실 베타리더분들도 모셨다.



25주년 기념판에서는 세월이 흘러흘러 요즘 다시 한번 빌게이츠와 라차드 스톨만과 대담한 내용은 물론이고 요즘 한창 소셜 네트워크로 뜨고 있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들어 있으므로 과거 이 책을 읽고 감동 물결에 휩쓸려 갈뻔한 분들은 물론이고 하드웨어를 직접 다루는 기술보다 추상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에 더 익숙한 요즘 친구들에게도 가슴에 불을 지르지 않을까 싶다.



한국어 판으로 나온 번역서가 절판된지 오래되어 이미 희귀 아이템이 되버린 상황에서 애독자 여러분들께 아무쪼록 더욱 좋은 선물을 드리도록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도록 최선을 다해 작업을 진행하겠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꾸벅~



EOB

토요일, 11월 13, 2010

[독서광] 대한민국사: 한흥구의 역사이야기(1, 2편)



블로그에 이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참 별의 별 걸 다 고민하게 만드는 세상이다), 그냥 책에 나온 내용만 소개하는 선에서 정리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대한민국사: 한흥구의 역사이야기"는 성공회 대학교에 한홍구 부교수가 한겨레 신문사에 연재한 역사 이야기(관심있는 독자분이라면 이 연재물부터 먼저 읽어보기 바란다)에 살을 붙여 만든 책이다. 현재 4권까지 나와있는데 1, 2권을 다 읽어보았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간단하게 목차(?)만 정리하고 넘어간다.



1권 목차




  1. 승리의 짜릿한 감격은 없었다

    • 단 한번도 왕의 목을 치지 못한...
    • 왕정은 왜 왕따를 당했나
    • 대한민국의 법통을 말한다
    • 태극기는 정말 민족의 상징인가
    •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인가
    • ' 장군의 아들', 신화는 없다

  2. 우리는 무덤 위에 서 있다

    • 만주국의 그림자
    • '친일파'에 관한 명상
    • 이근안과 박처원, 그리고 노덕술
    • 우리는 무덤 위에 서 있다
    • '박멸의 기억'을 벗어던지자

  3. 또 다른 생존방식, '편가르기'

    • '참된 보수'를 아십니까
    • 누가 '좌우대립'이라 부추기는가
    • 딱지는 달라도 수법은 의구하네
    • 수시로 되살아나는 연좌제 망령
    • 기구한 참으로 기구한...

  4. 반미감정 좀 가지면 어때?

    • 맥아더가 은인이라고?
    • 정전협정의 '저주받은 유산'
    • 주한미국, 뻔뻔할 자격 있다?
    • 반미의 원조는 친일파였다
    • 반미감정 좀 가지면 어때?

  5. 병영국가 대한민국

    • 찬란한 '병영국가'의 탄생
    • 그들은 왜 말뚝을 안 박았을까
    • 이제 모병제를 준비하자
    • 정약용도 두손 두발 다 들다
    • 상아탑은 병역비리탑?



2권 목차




  1. 평화를 사랑한 백의민족?-그 감춰진 역사

    • 호떡집에 불난 사연
    • 학살은 학살을 낳고
    • 누가 우리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는가
    •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님께

  2. 박정희,양지를 향한 끝없는 변신

    • 기회주의 청년 박정희!
    • 동네보스,왕보스에 투덜대다
    • 독재정권이 더 악랄했다.
    • 빨갱이에게도 인권이 있다

  3. 김일성이 가짜라고?

    • 미완의 '아리랑'을 위하여
    • '아리랑'의 최후를 아는가
    • ' 김일성 가짜설' 누가 퍼뜨렸나
    • "일제 순사가 돼지처럼 꿀꿀"
    • 가랑잎으로 압록강을 건너시고

  4. 군대의 역사, 병역기피의 역사

    • 거지 중의 상거지,해골들의 행진
    • '녹화사업'을 용서할 수 있는가
    • 소집해제 대상 '예비군 제도'
    • 인민군도 무작정 처벌 안했다

  5. 쇠사슬에 묶인 학원,그리고 지식인

    • 학교가 원래 니꺼였니?
    • 이젠 개천에서 용 안 난다
    • 자기 성찰,하려면 조용히 하자
    • 일제시대엔 뗴먹고 변명 안 했다.

  6. 역사를 통한 세상읽기

    • 노병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 '자객열전'에서 배운다
    • 신문고는 원래 '폼'이었다
    • 서울.40년 전부터 만원이었다



1, 2권 제목만 봐도 이미 이 책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어떻게 돌아갔고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한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뱀다리: 이 책을 선물한 꼬양군에게 감사한다. ㅋㅋ



EOB

월요일, 11월 08, 2010

[영화광] 소셜 네트워크



(국내 포스터와는 달리 미국 포스터에는 '하버드', '천재', '억만장자', '최연소'니 하는 자극적인 용어가 전혀 없다. 'without making a few enemies'라는 문구에 주목하자.)



요즘 한창 주가가 하늘을 찌르는 페이스북으로 유명한 마크 주커버그를 다루는 영화인 "더 소셜 네트워크"가 미국에서 개봉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국내에는 언제 개봉될지 좀이 쑤셔서 미칠 뻔했다. 파이트 클럽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만들었으니 이거야 말로 진짜 안 봐도 블루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11월 18일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공식 예고편만 보며 손가락을 빨고 있었는데, "유료 시사회"라는 아주 희한한 명목으로 야금야금 극장에서 개봉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지금 당장 CGV에 들어가서 '소셜 네트워크'를 찾아봐라. 표를 살 수 있다!)



영화 본 감상평은 어떻냐구? 역시 데이빗 핀처 감독은 B급 관리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시각적인 영상미에 꽉 짜인(핀처 감독은 법정 장면이 많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스토리를 선보이는데, 말도 빠르고 타이핑도 빠르고 성질도 급한 주커버그를 다루는 영화니 속도감까지 아주 잘 살리고 있다. 처음 영화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주커버그가 아주 난처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아주 조금(?) 난처해질 정도라고 보여진다. 조만간 페이스북이 국내 상륙할 모양인데 이 영화 덕을 제대로(?) 봐서 현재 전세계 50위권 정도에서 얼마나 유행을 타서 인기 몰이를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ㅋㅋ



여러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wget으로 사진을 몽땅 가져와야지"나 "MySQL을 설치할 리눅스 서버가 더 필요해!" 이런 대화가 오가는가 하면 인턴을 뽑기 위해 코딩 대회를 열여 정신 못차리도록 희한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인정사정 안 봐주고 술을 먹이는 모습을 보며 므흣함을 느꼈다. 과거 도스 창에서 dir 명령만 수십번 입력해 열심히 DOS 디렉터리 파일만 열거하던 구태의연한 시각 효과(?)에서 벗어나 이제 localhost에 ping도 때리고(서버 죽었는지 보려면 원격으로 ping을 해야지! 버럭!), 아파치 모듈이 뭐가 설치되었는지도 보고(중차대한 순간에 아파치 모듈 목록은 왜 보지? 차라리 error_log를 보는 편이 훨씬 더 좋았을 뻔했다), 펄이랑 PHP 코드도 슬쩍 보여주는 등 진일보한(물론 관객들은 우와 먼가 있어 보이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을거다) 시각 효과(?)를 보여주니 역시 컴퓨터가 이제 일반화된 기술이 되었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닫게 되었다.



원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좀더 멋있게 글을 쓰려 했는데... 오늘 보니까 에이콘 출판사 블로그에 [페이스북 이펙트] '소셜네트워크'의 성공실화를 읽는다라는 멋진 글이 올라오는 바람에 완전히 김이 빠지고 말았다(그래서 대충 쓰고 말았다는 이야기). 뭐 어찌되었거나 소셜 네트워크에 푹 빠진 B급 관리자가 이 책도 예약 판매 신청해 입수하는 대로 얼른 읽고 서평을 올려드리겠다. 참고로 유사품(?)인 페이스북 이펙트절대로 햇갈리지 마시라. T_T





EOB

일요일, 11월 07, 2010

[영화광] 바흐 이전의 침묵



"괴델, 에셔, 바흐: 영원한 황금 노끈"(GEB)에서 더글라스 호프스태더는 1장 도입부에 바로 바흐의 이야기를 들고 나와 B급 관리자의 혼을 빼버린 전력이 있다. 그 당시 받은 충격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그 유명한 상륙 작전 장면 정도는 우스울 정도 였으니 수준이 어땠는지 상상이 가시리라. 엄정한 규칙을 추구하면서 무한 반복되는 자기 복제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바흐의 음악 세계를 회화, 수학, 인지학과 연결하는 호프스태더의 탁월한 능력을 보며(이 책 쓰느라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뻔 했다고 엄살을 떠는 서문에서 그냥 OTL) 머리 속으로 이리저리 상상만 했었는데, 이번에 개봉된(이런 영화가 국내의 멀티플랙스의 스크린에 걸리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이런 난해한(?) 예술 영화를 만든 사람이 스페인 국회의원을 지내고 좌파 단체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나? 낄낄) '바흐 이전의 침묵'을 보면서 음악과 시각을 절묘하게 연결한 페르 포타벨라 감독의 능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고요한 침묵이 흐르다 피아노 조율사의 조율부터 시작해 자동 피아노 연주 기계인 피아놀라가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바흐 이전의 침묵을 그대로 시각화하기 위해 감독은 특별한 줄거리도 영웅담도 자극적인 과장도 없이 일상 생활에 자연스래 스며든 바흐의 음악을 아름답게 연주하고 보여준다.



GEB에 나온 피아노의 전신인 하프시코드를 사용한 연주, 화물 트럭 안에서 하모니카 연주,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벌인 첼로 연주, 수 많은 그랜드 피아노를 사용한 협연, 소년 합창단이 연습하는 아름다운 화성은 기존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정형적인 틀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바흐가 추구하는 엄정하고 규칙적인 세상과는 미묘한 갈등과 긴장을 불러 일으킨다. 끝 부분에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규칙적이고 질서 정연한 피아놀라 악보를 보여주는데 바흐의 곡에 담긴 수학적인 규칙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목적을 넘칠만큼 달성했다고 본다.



GEB를 읽고 감명받은 독자거나 바흐 음악을 좋아하거나 시각과 음악적인 감수성이 있는 분들이라면 막 내리기 전에 얼른 가서 보시라. 주의) 이 영화는 극적인 사건(아 한 군데 있긴 하다... 중반 이후에 _화들짝_ 놀랄만한 장면이 하나 나온다.)이나 줄거리가 없으므로 중간에 졸아도 책임 못 진다.



뱀다리: 이 영화를 보다보면 중간에 독일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애착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진짜다. 예를 들어, 성탄절이 되면 독일 라디오는 (거짓말 좀 보태어) 바흐 곡만 틀어준다. 이 영화에도 나오지만 멘델스존부터 시작해 끊임없는 노력 때문에 숨어있던 많은 곡을 발견한 결과 엄청나게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랑하는데다 곡만 붙이면 다 찬송가니까 머리를 쥐어뜯으며 선곡할 고민이 전혀 없는 셈이다. 몇 년 전 24일 밤에 독일의 한 작은 동네에서 열리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연주하는 소규모 음악회에 갔는데 역시 바흐가 대세...



보너스: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연주를 들으며 봄날 야옹이처럼 나른한(?) 하루 되시길(불면증 환자에게 특효약이라는 전설이...)



EOB

토요일, 11월 06, 2010

[독서광] 애플 vs 구글: 디지털 맞수의 패권 경쟁



요즘 인터넷 서점이나 오프라인 교육을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인데, 두 기술을 만든 회사인 애플과 구글도 더불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국내 모 사 휴대폰에는 'With Google'이라는 문구까지 선명하게 새겨져 있을 정도니 한국 사람들에게 언제부터 구글이 완소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신기할 정도다).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 스토어, 애드몹과 iAD, 구글 TV와 애플 TV등 구글과 애플은 전방위에 걸쳐 서로를 견재하면서도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며 상생(미국 독과점법을 생각해보자)하고 있으니 적이자 동지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이런 애플과 구글의 휴대폰, 클라우드 컴퓨팅, 수익 모델(광고), 제품 개발 모델, 생태계 활용, 쇼설 미디어 활용에 대해 차이점과 공통점을 다루며, 마지막에는 일본 기업이 두 회사에서 배워야할 점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으로 끝난다(국내 언론들의 막무가내식 삼성 띄워주기를 보면서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원래 B급 관리자는 일본 IT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이 의외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 아주 특별하고 충격적인 내용은 없지만, 구글과 애플이 어떤 전략을 펼치면서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빠른 시간 안에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EOB

토요일, 10월 30, 2010

[독서광] Managing the Unexpected



가을도 깊어가니 여기에 맞춰 열심히 독서를 하고는 있는데 컨디션 난조로 예상보다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몇 주 서평 안 올려서 죄송... T_T) 오늘은 원서 하나 소개해보자. 예기치 못했던 사건이 터졌을 때 조직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다루는 "Manaing the Unexptected"라는 책이다.



이 책은 예상 가능하고 기대 가능하고 매일 벌어지는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원자력 발전소, 핵 추진 항공모함, 병원 응급실, 항공 관제소와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 일순간 붕괴되어버릴 위험성에 직면한 HRO(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에서 배울 점을 제시한다. 그런데 HRO가 아닌 일반 회사나 조직이 이런 HRO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구? 다름이 아니라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예측 불허한 사고가 펑펑 터지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HRO는 넋나간(mindless라고 표현한다) 조직과는 달리 정신 바짝 차려(mindful이라고 표현한다)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 이를 정상으로 끼워맞추거나 무심코 넘어가는 대신 시간을 질질 끌지 않고 적시에 문제점을 파악해 제대로 처리하는 특성 말이다. 이렇게 행동하기 위해 HRO는 다음 다섯 가지 규칙을 충실히 따른다.




  1. 실패에 집중하므로,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오류 보고를 장려한다.
  2. 상황을 단순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단순함에 저항하고 신중하게 관찰한다.
  3. 자극에 예민하게 운영한다. 항상 깨어 있는 상태에서 상황을 파악한다.
  4. 복원력을 유지한다. 오류를 감지하더라도 이를 포용해 최대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5. (지위나 경험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활용한다.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는 조직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초기에 찾아내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문제를 이해하고 적극 대응한다. 반면 일반적인 조직은 규칙과 위기 계획에 맞춰 사건을 미리 구체화하므로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 이를 기존 틀에 끼워맞추려고 할 뿐 새롭게 배우고 분류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책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콜럼비아 호와 챌린저호 사건을 비롯해 산불 진화팀, 병원, 항공 모함 등 다양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이런 두 조직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설명했다면 이 책은 문제 제기만 하고 끝나버렸을텐데, 후반부에는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는 조직이 되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음에 HRO 조직이 되기 위한 행동 강령(?)을 요약 정리해보았다.




  • 가치 균형을 유지하자.
  • 일어나면 안 되는 실수 형태로 목표를 다시 수립하자.
  •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기란 노력이 필요함을 기억하자.
  • 어떤 상황에서도 깨어있자.
  • 겸손하도록 노력하자.
  • 나쁜 날에 감사하자! 뭔가 잘못될 때, 배울 기회도 생기기 마련이다.
  • 오류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자.
  • 대안으로 활용할 프레임 수립을 장려하자.
  • 기대하지 않는 사건을 관리하기 위해 상상력을 도구로 활용하자.
  • 말로 표현하자! 관찰이 행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대인 관계를 중시하자.
  • 뭔가를 당연한 사실로 딱지 붙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의심을 키우자.
  • 좋은 소식을 의심하자.
  • 나쁜 소식을 찾자.
  • 예상과 기대를 실험하자.
  • 불확실성을 환영하자.
  • 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정보로 취급해 널리 퍼뜨리자.
  • 복잡한 모델을 채택하자. 세부적인 내용에 집중하고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 현존하는 관례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모델을 재검토하자.
  • 현업에 있는 사람과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하자.
  • 기발한 방식으로 정신 바짝 차려 행동하는 프레임을 구성하자.


결론: 열심히 희망을 품고 밝은 생각으로 으싸으싸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구라를 치는 수 많은 타인(?) 계발서에 지친 분들이라면 발톱 팍팍 나오는 이 책을 읽으며 박장대소하리라 본다. 아쉽게도 한국어판은 없으므로(한국에서는 이런 발톱 서적은 나와봐야 흥행 참패이므로 번역 가능성을 기대하지 말자. ㅋㅋ) 원서로 읽으시라!



EOB

토요일, 10월 23, 2010

[영화광] 대부 2



지난번 대부에 이어 이번에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대부 2편이 재개봉했기에 잽싸게 보고 왔다. 형만한 아우 없고 1편만한 2편 없다고 말하지만 대부 2편은 확실히 형만한 아우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요즘이야 1, 2, 3, ..., X 편까지 줄줄이 시리즈로 영화관에서 개봉하지만 대부가 나올 1970년대만 하더라도 관객들이 햇갈린다고 시리즈로 개봉하는 경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대부 2라고 이름 붙여 개봉한 결과 엄청한 흥행 성공은 물론이고 전편에 이어 아카데미 상을 싹쓸이(이것도 진기록이라고 한다)해버리는 기염을 토한 영화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이야 시퀄이니 프리퀄이니 이런 이름을 붙여 성공한 영화의 앞 이야기와 뒷 이야기를 별도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너무 흔해서 오히려 식상할 지경이지만, 대부 2는 전편의 교차 편집을 영화 전체로 확장하는 방법을 사용해 비토 콜레오네가 처음으로 뉴욕에 정착하는 과정과 비토 콜레오네를 이어받은 마이클 콜레오네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번갈아가며 풀어낸다. 마이클 콜레오네 역을 맡은 (조직이 커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기는...) 알 파치노의 눈빛 연기와 젊은 시절 비토 콜레오네 역을 맡은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인...) 로버트 드 니로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연기가 오버랩되니 이건 극장 안에 있는 남자들이 오징어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대부 1편의 끝 부분에서 이놈저놈 가리지 않고 싹슬이를 하듯이 대부 2의 끝 부분에서도 역시 관객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게 가족, 부하, 이미 퇴물이 되버린 철천지 원수를 가리지 않고 피도 눈물도 없이 도륙해 버린다. 그리고 나서 고심에 가득찬 마이클 콜레오네의 모습을 끝으로 장엄한 막을 내리니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대부 1편 보신 분들께서는 2편 막 내리기 전에 얼른 보러 가시라!




뱀다리: 대부 1, 2편을 통틀어 다음 대사는 영원이 기억할 것 같다.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EOB

목요일, 10월 21, 2010

[일상다반사] 제 10회 K.E.L.P 공개 세미나 소식



제 10회 K.E.L.P 공개 세미나가 오는 11월 6일(토)에 학여울역 SE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B급 관리자도 세션 하나 맡아서 진행하려고 한다. 무료 공개 세미나지만 자료집, 기념품, 점심 식사까지 나오므로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미리 사전 등록하시기 바란다. B급 관리자도 여러분께 드릴 별도 선물을 준비할 계획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ㅋㅋ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