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6월 29, 2011

[독서광] 안드로이드의 모든 것 분석과 포팅



어쩌다 이번에 한빛미디어에서 새로 나온 '안드로이드의 모든 것 분석과 포팅'이라는 신간을 책이 나오기 전에 미리 읽어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서평을 대신해 조금 형식을 바꿔 책에 나온 추천사를 한번 옮겨보았다(주의: 출판사에 발송한 추천사 원문 그대로를 실었으므로 실제 인쇄된 책에 나온 추천사 문구와는 조금씩 차이가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내용은 변함이 없다).




“안드로이드와 부대끼는 개발자를 위한 지도와 나침반”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일반적인 리눅스 개발 플랫폼과는 달리 휴대폰에 특화되어 있으므로 어느 정도 리눅스에 익숙한 개발자라도 새로 익혀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런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C로 만들어진 커널 디바이스 드라이버, 중간을 맡고 있는 C++ 프레임워크, 앱 개발을 위한 자바 프레임워크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있다. 프로그램 언어도 제 각각이며 추상화 수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모든 구성 요소는 오밀조밀하게 맞물려 돌아가므로 분리해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장애물을 하나씩 차례로 각개 격파하며 안드로이드라는 신기술이 제공하는 흥미로운 비밀을 밝혀내면 가장 좋겠지만 늘 그렇듯 우리에게는 한정된 시간이 문제다. 게다가 지도와 나침반도 없는 상황에서 원시 코드만 뒤지며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잃어버리기 딱 쉽다. 일례로 안드로이드 코드를 전부 받아오려면 버전과 네트워크 상태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대략 2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려 10기가바이트짜리 하드 디스크를 가득 채우며, 요즘에 나온 최신 컴퓨터를 사용하더라도 빌드에만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절대로 만만하게 보고 접근할 상대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길잡이가 등장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일반적인 앱 개발서나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 소개서를 넘어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지탱하는 리눅스 관련 기술(init, udev, uevent)은 물론이고, 입력 디바이스, 센서 하위 시스템, GPS 하위 시스템, 오디오 하위 시스템, IPC 바인더, 카메라 시스템, GDI(그래픽 디바이스 인터페이스)를 원시 코드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단순 코드 나열에 그치지 않고 실제 개발과 이식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현장감 있게 펼쳐지므로 어떤 부분에 주의하고 집중해야 하는지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물론 개발자마다 관심 분야도 다르고 실제 맡은 업무도 다르기 때문에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이 책 한 권으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출발점을 결승선으로 조금이라도 당겨 놓는다는 관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여러 플랫폼에서 드라이버부터 HAL, 프레임워크 개발까지 다루는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자라면 긴 여정에 앞서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앱 개발자라면 추상화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책을 펼쳐보면 수면 아래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안드로이드 내부 구조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면 조금이라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순수 앱 개발자라면 반드시 목차를 먼저 읽어보시고 구입하시길...



EOB

토요일, 6월 25, 2011

[독서광] 넷 마피아



예전에는 해킹이라는 단어가 무척 낭만적이었다.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행위를 일컫는 이 단어가 오염되어 요즘에는 금전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식으로 타인의 컴퓨터에 침입하는 의미로 변절되어 버렸다. 물론 크래킹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원래 해킹과 구분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 둘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을테다. 그렇다면 일부 언론에서 수박 겉핧기 식으로 다루고 있는 사이버 범죄 현실은 어떨까?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넷 마피아는 봇, 악성 코드를 동원한 분산 서비스 거부(DoS, Denial of Service) 공격을 비롯해 신원 도용, 사이버 테러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사이버 범죄를 (사실을 기반으로) 다루고 있다. 따분한 이론이 아니라 미국, 영국, 러시아를 종횡무진하며 범죄 집단과 벌이는 한 판 승부를 통 크게 서술하며, 실제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잡다단한 그들(?)만의 세계를 박진감 있게 그리고 있다. 결말이 상당히 암울한(중국, 러시아 등은 아예 대놓고 사이버 범죄 사업(?) 벌이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이를 규제하려는 노력도 지지부진하므로 소위 인터넷 강국인 한국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박진감 넘치는 테크노 추리 소설로 보면 틀림없겠다. 이미 사이버 범죄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기에 한국도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할 수 있는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 농협 사태, 현대 캐피탈 사태를 비롯해 제 1금융권 해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현실화되고 있으므로 (이미 무차별적인 스팸 편지/SMS 살포야 이미 일상다반사고) 사실상 전 국민이 정확한 표적지가 되어(성별, 재력, 성향, 의료 기록에 따라 맞춤식으로) 불법 대출, 도박성 게임, 비아그라를 홍보하는 SMS를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T_T



이 책을 읽다보니 사이버 범죄자들이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사용하는 수법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정교하고 파괴적이므로, 컴퓨터에 접속하기가 두려워질 정도로 최첨단 범죄 기법이 발전했음을 깨달았다(책을 읽다보면 얼마만큼 대단한 수법(일례로 개인이 ATM에서 돈 빼는 상황까지 다 파악한다고 하니...)이 등장하는지 깜짝 놀랄 것이다). 순진하게 안티 바이러스나 안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을 설치해놓고 나 몰라라 안심하고 있다가는 다 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T_T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를 버리고 완전히 오프라인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 될 수 있으면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겠다. 틈나는 데로 인터넷에서 개인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실용적인 지침을 여러분들께 소개하겠다.



EOB

토요일, 6월 18, 2011

[독서광] 디지털 휴머니즘



간만에 조금 머리 아픈 책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부제가 '디지털 시대의 인간 회복 선언'이라고 붙은 디지털 휴머니즘은 세컨드라이프와 Xbox 키넥트를 공동으로 설계한 제론 레이니어가 집필했으며, 원제는 'You are not a Gadget'이다(당신은 전자제품이 아니다?). 레이니어가 가상 현실 부문의 전문가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소속이며 작곡가라는 사실을 모르고 이 책을 읽으면, 어디서 듣보잡이 감히 소셜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이 지배하는 세상에 딴지를 걸까하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딴지를 거는 목적이 무조건적인 기술 반대가 아니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이 있다고 서문에서 밝히긴 하지만, 1/3 정도까지는 읽는 사람을 무척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절반을 넘기면서부터 컴퓨터를 위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컴퓨터 기술이 중요하다는 자신의 목적을 확실히 들어내므로, 전반부의 불편함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이 책은 넘사벽인 GEB 만큼의 파괴력은 없지만, 나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다. 음악을 강조하고(본문에서는 MIDI가 현대 음악에 미친 폐해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수학적인 문제 풀이를 예로 들고, 패턴을 찾고, 문화적인 내용을 컴퓨터 기술과 연결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떠오른다. 위키피디아가 종의 다양성을 없앰으로써 지식 전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 유투브와 같은 서비스들이 단편화된 컨텐츠를 퍼트리는 과정에서 문화를 퇴보시키는 이유, 롱테일이 부익부 빈익빈을 강화하는 이유, 파생 상품 등이 판을 치게 된 이유와 이에 대한 방어 방법 등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주변에 벌어지는 현실과 관련해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치 않기 때문에 조금 삐딱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애독자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본문 중 재미있는 내용을 살펴볼까?



정보기술만이 지닌 불안정한 특성은, 어떤 디자인이 우연히 틈새를 채워 일단 시행되고 나면 그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이를 바꾸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그 디자인은 그 때부터 영구적인 고착물이 되어, 설령 그보다 더 나은 디자인이 나와도 그를 대체하지 못한다.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아니라면 익명으로 글을 올리지 마라.


항공 공학자는 검증되지 않고 아직 추정일 뿐인 이론에 기반해 만든 항공기에 승객을 태우는 일이 절대 없다. 하지만 컴퓨터 과학자들은 그와 비슷한 죄악을 늘상 저지른다.


컴퓨터는 우리로 하여금 모든 단계에서 이진법적인 선택을 제시하는 불행한 경향이 있다. 익명으로 남거나 완전히 노출하기는 쉽지만, 꼭 충분한 만큼만 드러내기는 어렵다.


지배적이고 공식적인 디지털 철학의 가장 짜증스런 주장은 어떤 분야에서는 무보수로 일하는 군중이 보수를 받는 케케묵은 구식 전문가들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언론을 상대하는 대신 부시 행정부는 시끌벅적하게 반대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무효화하는 온라인 군중을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고 그를 이용하려 했다.


롱테일 효과는 창작자들의 매출은 별로 늘려주지 못하지만, 무지막지한 경쟁과 끝없는 가격 인하의 압력을 몰고 온다.


과거에는 투자자가 적어도 그 투자로 무엇을 얻게 될지 이해할 수 있어야만 했다. 새로운 유형의 엘리트 투자가와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층의 추상적 관념이 끼어들어서, 투자가는 자신의 투자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개념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돈의 희소성은, 우리가 지금 아는 대로, 인위적인 것이다. 하지만 정보에 관한 모든 것도 인위적인 것이다. 일정 수준의 강요된 희소성이 없다면 돈은 무가치하다.


차를 훔치거나 집을 터는 일은 쉽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극소수다. 자물쇠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회적 합의를 상기시켜주는 불편한 부적일 뿐이다. 기술은 사람들의 선택을 부추길 수 있지만 선택 그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


경제학은 '변경 가능한 규칙들을 변경 불가능한 규칙들에 어떻게 가장 이상적으로 배합하는가'하는 문제를 다루는 학문이다.


엔지니어들은 때때로, 고의로 불완전한 기술을 그보다 약간 덜 불완전하게 만드는, 본질적으로 터무니없는 업무를 떠맡는다.


온라인의 소셜 네트워크 실험이 더욱 급진적이라고 주장하면 할수록, 그 결과가 실제로 보여주는 양상은 도리어 더 보수적이고 복고적이며 친숙하다.


1980년대 초 미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음에 대한 어떤 단일하고 정확한 개념도 음악을 만드는 과정의 필수적인 일부가 되지 못했다.


위키피디아는 이미 영구적인 틈새 사이트로 승격됐다. 미디나 구글의 광고 교환 시스템처럼 일종의 고착물로 자리잡은 셈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식해야 한다. 수학적 증명과 같이 이미 알려진 객관적 진실의 경우에도 위키피디아는 그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대화 속에 끌어오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잠재성을 저해한다.


아마도 말을 잘한다는 것은 여전히, 부분적으로는, 성적 과시의 한 형태일 터이다. 말을 잘함으로써, 나는 내가 지적이며 정보가 많은 사람일 뿐 아니라 성공적인 파트너이자 유익한 짝이라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다.


이들 회사에는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의 MIT 박사 출신 엔지니어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추구하는 비지니스는, 암 치료제나 저개발 국가들을 위항 안전한 식수원이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으의 성인 회원들끼리 테디 베어와 용 등의 작은 디지털 그림들을 주고받게 해주는 모델이다. 기술적 정교함을 추구하는 길의 종착지에, 인류를 유치원 수준으로 퇴화시키는 놀이터가 놓인 꼴이다.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 진절머리가 나는 분이라면 현재 상황 파악과 정리를 위해 머리가 조금 아플 각오를 하시고 주말에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며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겠다. 오늘 뽐뿌질은 여기까지. ;)



EOB

일요일, 6월 05, 2011

[독서광]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 기술



요즘 한창 인구에 회자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금요일 플랫폼데이 2011에 다녀왔다. 학생(?)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하는 기본 자세로 예습을 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이야기야 요즘 사방팔방에 나오므로 여기서 다시 한번 재탕할 생각은 없지만 노파심에서 잠시 위키피디아와 NIST 정의를 가져와봤다.



Cloud computing is a model for enabling convenient, on-demand network access to a shared pool of configurable computing resources (e.g., networks, servers, storage, applications, and services) that can be rapidly provisioned and released with minimal management effort or service provider interaction.


요약하지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지역 컴퓨터가 아니라 네트워크 환경에서 구성 가능한 컴퓨팅 지원(자료와 소프트웨어 모두 포함)을 필요/요구에 따라 준비해서 사용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아주 신기하고 새로운 만병 통치약으로 보기는 곤란하고 과거에는 여러 가지 제약 사항으로 구현이 어려운 부분이 기술 발전으로 극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일반에 퍼져나가는 문화적 현상(?)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대충 감을 잡았으므로 책을 한번 살펴보자. 이 책은 제목에 '구현 기술'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데, 소위 말하는 약파는 내용이 아니라(약파는 책들은 실체를 가리기 위해 듣도보도 못한 난해한 유행어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애플리케이션 서버, 분산 코디네이터, 분산 파일 시스템, 대용량 자료 분석 프레임워크, 데이터베이스, 로그 시스템, 캐시 시스템으로 나눠서 실제로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쓰리프트, 에이브로, 주키퍼, 하둡, 맵리듀스, HBase, 카산드라, 클라우데이터, 몽고디비, MySQL, 척와, memcached 등을 설치하고 응용하는 방법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이 책은 실제 현장에 뛰어들 기술자에게 적합하다.



본문에서 블로그라는 예를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어떻게 구축하는지 예를 보여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된 예제가 아니기 때문에(기술을 설명하다 중간중간 블로그에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하므로 오라일리 책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또한 책을 읽다보니 기존 기술과 성능 비교, 장단점 파악, 배치와 구성 과정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팁 등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사항은 각자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일테니 일반화된 정답은 없기에 책에 담기에는 그리 용이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클라우드 컴퓨팅에 입문한 개발자가 실제 설치부터 구성, 배치, 간단한 예제 작성과 테스트 방법을 익히기는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늘 그렇지만 실제 기술 적용 과정에서 풀어야할 숙제는 본인 몫이다.



책과 세미나 덕분에 예습에 이어 복습까지 마쳤으므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기본 개념은 익혔다. 어떻게 한번 써먹어볼지만 남았네?



EOB

일요일, 5월 29, 2011

[B급 프로그래머] 스프링패드

지금까지 메모장을 대신할 프로그램을 여러 개 사용했지만 다들 뭔가 하나씩 불만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윈도우 메모장이나 아웃룩 메모를 사용할 경우 로그인부터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가 없이 그냥 바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은 편리하지만 장비를 이리저리 옮겨다닐 경우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에버노트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기능이 투박하며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하려면 별도로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므로 번거로워서 포기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발견한 스프링패드는 며칠 써 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스프링패드는 웹과 아이폰/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는 메모장인데,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크롬 확장을 설치하면 오프라인으로 메모를 작성한 다음 온라인이 될 때 동기화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스프링패드는 자원(resouce) 개념을 사용해 여러 가지 다양한 부류의 정보를 범주로 구분할 수 있고 태그 등을 붙여 검색할 수도 있고 새로운 노트북을 만들어 메모를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옮길 수도 있다. 다음 그림에 나오는 지원하는 자원 유형을 보면 식당, 비즈니스, 와인, 연락처, 책, 영화, 음악 앨범, 노트, 조리법, 체크 리스트, 패킹 리스트(짐 싸기), 태스크, 쇼핑 리스트, 알람, 이벤트 등이 있는데,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다수 작업을 지원한다. 물론 여기에 없는 일도 생기겠지만 그럴 때는 일반 메모를 사용하면 되므로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기존 메모 시스템을 생각해보자!)





일단 아무렇게나 메모를 하고 나면 조직화 할 필요가 있다. 노트북 단위로 메모를 이리 저리 중복하거나 이동할 수 있으므로 선 메모 후 조직화가 가능하다. 핸드핼드 장비에서 사진, 바코드, 텍스트를 비롯해 번개처럼 메모하고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웹 버전으로 조직화를 하면 자료 정리가 끝난다. 노트북마다 보드를 하나씩 지원하는 데, 보드는 여러 가지 메모를 공간에 배열함으로써 상호 연관성이나 중요성을 한 눈에 파악하도록 만들어준다. 다음 그림을 보자.





처음에는 스프링패드 홈 페이지(로그인 하기 전)에 나오는 Save - Organize - Act라는 사이클이 이해가 잘 안 갔는데, 일단 대충 메모하고(Save), 보드에 배열하고, 링크를 달고, 태그를 붙이고(Organize), 이를 토대로 작업을 진행(Act)해보니, 스프링패드는 단순 메모를 넘어 기억과 실행을 돕는 멋진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한번 이리저리 써 보고 다음 그림을 보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셜 기능으로 follower, following이 가능하며(허걱 트위터 아류작?), 페이스북 연동이 되며,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구글 캘린더 연동도 가능하다(이벤트를 만들면 구글 캘린더에 자동으로 등록되는데 동기화 버그가 있다). 또한 자원별 공개 기본 설정 변경 기능과, 개별 메모에 대한 외부 공개 제어 기능이 있으므로 이를 사용해 필요한 메모는 자유롭게 외부에 공개하고 email로도 전송할 수 있기에 메모 공유 측면에서 여타 메모 프로그램보다 훨씬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미국에 산다면 레스토랑, 영화, 쇼핑과 관련한 정보 검색과 쿠폰 발급, 가격 비교와 같은 여러 가지 서비스가 가능한데 유감스럽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활용이 어렵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스프링패드의 선전을 기원한다.



EOB

일요일, 5월 22, 2011

[일상다반사] 종합소득세 신고

또 다시 종합소득세 신고의 계절이 돌아왔다. 번역/집필/강연으로 지난해 돈을 버신 분이라면 안내서가 날아왔을 것이다(물론 B급 관리자에게는 안내서 따윈 날아오지도 않는다. 매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알아서 할거라고 믿고 우편물에 들어가는 나무를 절약하는 센스. T_T).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종합소득세 신고 독려가 그리 까다롭지 않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 납부 독려와 더불어 근로장려금 신청을 위한 선행 자료 수집 목적이 강해보인다. 어찌되었거나 세금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소한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거나(가산세, 신고 항목 누락 등) 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만 피해보자.



가장 궁금한 1번 질문은 내가 종합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부동산이나 이자소득이 어마어마한 분께서 B급 관리자 블로그를 방문할 이유는 없어 보이므로 오늘은 종합 소득세 신고가 필요한 사업과 기타 소득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자. 이 두 가지만 구분할 수 있다면 이미 90%가 해결되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기타 소득은 근로 소득이 있는 사람이 부업으로 어쩌다 한번(이게 중요하다) 벌어들이는 돈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연히 기회가 맞아 강연이나 컨설팅을 한번 하거나 경품에 당첨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타 소득은 총 수입 15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신고를 안 해도 되므로 상황에 맞춰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택하면 된다. 특별한 명세서나 영수증을 발급받지 않은 상황에서 기타 소득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보수를 받을 때 4.4%를 땐 나머지 금액이 입금되면 돈을 주는 쪽에서 기타 소득으로 처리한 것이다. 4.4%가 나온 이유는 총 수입에서 필요 경비를 80%까지 인정해주고, 남은 20%의 돈에 대해 22%(소득세 20%에 소득세의 10%인 2% 주민세)의 세금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이다. 총 수입이 1500만원 미만의 사람일 경우에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유리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연말 정산 과세 표준 금액이 46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신고를 하면 환급을 받는다.



사업 소득은 기타 소득에 비해 조금 복잡하다. 사업 소득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보수를 받을 때 3.3%를 땐 나머지 금액이 입금되면 돈을 주는 쪽에서 사업 소득(인적 용역)으로 처리한 것이다. 기타 소득에 비해 무려 1.1%나 세금이 적다고 아주 좋아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업 소득이므로 종합 소득세 신고를 무조건 해야한다. 사업 소득인 경우 48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복식 부기를 해야하지만 그 이하인 경우 단순 경비율과 기준 경비율만 적용해 간단하게 신고가 가능하다. 여기서 단순 경비율은 소득 금액을 계산하기 위해 업종별로 미리 정의된 비율이며 매년 국세청이 업종에 따라 발표하므로 고정된 값은 아니다. 기준 경비율은 매입 비용, 임차료, 인건비 이외에 기타 비용을 인정하기 위한 금액을 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리 정의된 비율이다. 대부분 단순 경비율만 적용하면 끝나는데 기타 소득의 80%와는 달리 60% 대로 낮춰져 있다.



자, 그러면 국세청에서 파악한 소득을 어떻게 신고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세청 홈텍스로 전자 신고하면 된다. 홈텍스를 사용할 경우 전자신고에 대한 세액 공제를 2만원 해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몇 천원이라도 환급을 받을지도 모른다(물론 소득 금액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단 공인인증서를 등록한 다음에 홈텍스로 로그인해서 개인 탭의 세금신고/신고분납부를 선택하고 종합소득세 납부를 누르면 신고전 확인 내용과 신고서 작성/전송에 대한 요약 설명이 나온다. [신고전 확인 내용] 버튼을 누르면 신고안내 유형과 기장의무 안내 설명이 나오는데, 대부분 '간편장부의무자'(기장 필요 없음)에 "E 유형"(간편장부 또는 단순경비율이나 기준경비율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해 미기장 신고)으로 나올 것이다. 기장/신고 유형을 확인했다면 그 다음으로 눈여겨 봐야할 항목은 201x년 사업소득 사업장별 수입금액 내역이다. 이 부분은 작년에는 자동 입력이 되었는데 제작년과 올해는 자동 입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하는 기초 자료를 담고 있다.



국세청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초 정보를 확인했다면 실제로 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고서 프로그램은 로컬 데이터베이스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개인 PC에서 작업하거나 아니면 작업 후 자료를 삭제해야 한다. 만일 나중에 신고 내용에 잘못이 있어 수정 후 다시 재출할 경우에 원래 작업한 PC에서 작업하지 않으면 작업을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그리고 한번 작업한 내용은 자료 삭제 전에는 남아 있으므로 중복 입력을 조심해야 한다(잘 모르겠으면 자료를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나에게 맞는 신고서 선택하기]를 누르면 다시 한번 신고전 확인하기 항목과 함께 신고서 작성/전송 안내가 나온다. [확인] 버튼을 눌러 종합 소득세 신고 화면으로 넘어가서 차례로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미 연말 정산을 했으면 연말 정산 관련 사항이 그대로 넘어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소득 금액에서 근로 소득 항목은 연말 정산에서 불러오면 끝나지만 다음 그림에서 나오는 사업장 정보가 문제다.



사업장 정보는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하는데, 일반 개인인 경우에는 사업자 등록번호가 없으므로 그냥 없다라고 입력하고 앞서 사업소득 사업장별 수입금액 내역에 나온 업종 코드를 [코드 조회] 버튼을 눌러 주업종 코드에 입력한다. 그리고 신고 유형 코드를 32. 단순경비율로 선택한다. 그리고 [입력내용 저장] 버튼을 누르면 저장된다. 사업장별 수입 금액이 여러 개 있으면 [새로입력] 버튼을 눌러 입력을 반복해야 한다. 입력이 끝나면 [완료] 버튼을 누르고 2단계인 필요경비/소득금액 계산으로 넘어간다. 필요 경비/소득 금액과 원천징수/납세조합 징수 세액을 모두 입력해야 한다. 필요 경비/소득 금액을 입력하려면 앞서 사업소득 사업장별 수입금액 내역에 나온 업종별 소득 금액을 개별로 입력해야 한다. 총 수입 금액을 입력하고 나서 [필요 경비 계산] 버튼을 누르면 단순 경비율에 입각해 자동으로 필요 경비를 뺀 소득 금액을 산출해준다. [완료] 버튼을 누르고 나서 이번에는 원천징수/납세조합 징수 세액을 입력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부분은 [사업소득 원천징수내역 불러오기] 버튼 한방으로 해결된다. 물론 원천 징수 영수증을 확인해서 수동으로 입력해도 되겠지만, 자동으로 불러온 자료를 확인하는 편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한 다음에 입력 완료 버튼을 누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을 통과했다.



그 다음 화면부터는 해당 사항이 있으면 무조건 연말 정산에서 불러오기 버튼을 눌러 자동으로 불러들인 다음에 혹시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만 하면 된다. 최종 화면인 세액 계산에서 금액을 확인한 다음에 세금이 예상외로 많이 나왔다고 생각이 들면 차분하게 다시 한번 처음부터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면 된다. 자 그러면, 어느 정도 돈을 더 내야 하는지 A씨라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시나리오로 시물레이션을 한번 댕겨보자. 계산을 아아주 쉽게 하기 위해 근로소득금액(총 급여에서 비과세 부분을 뺀 금액)을 5천만원, 소득 공제를 3백만원 받은 상태에서 번역/강연으로 1천만원을 벌어들였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계산이 아주 쉽게 단순 경비율을 65%라고 보자.



번역/강연으로 벌어들인 돈이 1천만원이지만 3.3%를 세금으로 내었으니 33만원을 미리 세금으로 납부했다. 자 그러면 1천만원에서 65%가 경비율이므로 650만원을 제외한 350만원을 근로소득금액에 합쳐 5350만원이 종합소득금액이 되며 소득 공제 금액인 3백만원을 제하면 과세표준(과표)이 5050만원이 된다. 2010년에 적용되는 과표 구간을 보면 4600만원 초과는 24% 세금을 내야 하므로 번역/강연으로 벌어들인 돈 중에 경비를 제외하고 추가된 350만원에 대해 0.24를 곱한 84만원이라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 30만원을 원천징수 형태로 미리 세금으로 납부했고(지방소득세는 계산에서 제외) 전자 신고 환급금 2만원을 받으므로 84만원에서 32만원을 빼서 나온 52만원에 지방소득세 5만 2천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으악!



결국 A씨는 과표 구간에 제대로 걸린 셈이다. 만일 A씨가 소득 공제를 1천만원 받았다면(가족도 있고, 의료비도 많이 쓰고, 연금 보험도 들고 말이다...), 과표 구간이 4350만원이므로 15%로 낮아지기에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번 볼까? 350만원에 0.15를 곱한 52만 5천원에서 32만원을 빼면 20만 5천원에 지방소득세 2만 5천원만 내면 끝난다. 과표 구간 때문에 거의 3배 되는 돈을 물어야 하는 일이 생기므로 혹시 근로 소득이 많은 데다 사업 소득까지 많은 분들께서는 5월에 혼쭐 안 나려면 지금부터 연말 정산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



NO WARRANTY(보증 책임 없음): 이 글은 법적인 효력이 전혀 없으며, 종합소득 신고와 관련해 모든 사항은 본인이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세법이 가장 복잡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혹시 설명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댓글이나 전자 편지로 바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EOB

토요일, 5월 21, 2011

[독서광] 디퍼런트



오늘 소개할 디퍼런트(부제: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으로")는 특이한 책이다. 한국인이 영어로 쓴 내용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사실도 재미있지만, 경쟁사를 뛰어넘기 위해 최대한 벤치마크를 수행해 기업의 단점을 없애야 성공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전략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제를 딱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남과 비슷하면 지는거다"로 보면 되겠다. 책 자체는 창의력과 관련해 흥미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므로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분들 뿐이 아니라 창의력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B급 관리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가 있다. 바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 노력하지 말고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라"라는 말이다. 단점을 극복하기에는 다들 나이도 너무 많이 먹었고(초등학생이라면 또 모르겠다. ㅋㅋ 서른 넘어 단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우울증 걸린다.) 들어가는 노력 대비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장점을 더욱 강화해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는 생각인데, 이 책도 똑같은 주장을 펼친다. 물론 개인과는 달리 기업은 단점을 보완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지만 단점을 보완하다보면 모든 기업이 경쟁 기업의 특성을 그대로 닮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 제품을 구분할 방법이 사라지며 결국 고객은 카테고리를 통채로 바라보며 가격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동일함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기업의 마케팅 차별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적대 브랜드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각각을 한번 살펴보자.



역 브랜드는 한 마디로 기존 브랜드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삭제하기로 결정 내린 용기 있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기존 포털 사이트의 초기 화면과는 달리 구글의 초기화면은 썰렁하기 이루말할 수 없다. 하지만 구글은 핵심에서 벗어난 모든 부가적인 가치를 털어내고, 검색이라는 기술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조합으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일탈 브랜드는 한 마디로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호감을 품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하기스 팬티 기저귀는 팬티형 기저귀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등에 없고 두 살이 넘은 아이들에게는 기저귀를 채우지 않던 부모들이 네 살이 넘은 아기들까지 기저귀를 입히도록 만든 초대박 작품이다.



적대 브랜드는 한 마디로 소비자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브랜드로, 고객을 문전박대하는 특성이 있다. 처음부터 작은 사이즈를 노골적으로 광고한 미니 쿠퍼는 자동차 크기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달래기는 커녕 단점을 강조하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소비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기는 커녕 소비자들의 외면을 무시했다.



물론 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적대 브랜드를 모두 활용하는 악마(!)의 기업도 있다. 애플은 플로피 드라이브를 자사 제품군에서 처음으로 빼버렸고, 요즘은 CD-ROM 드라이브도 빼버리는 추세로 간다. 또한 아이폰이라는 기가막힌 물건을 만든 다음에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에 편입시킴으로써 MP3, 전화기, PDA, PMP, 전자사전 업계를 모두 초토화시켰다. 애플은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발매 직전까지 절대로 외부에 흘리지 않으며 높은 가격에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요즘 애플의 매출액과 더 중요하게 영업 이익을 확인해보면 애플의 "Think Different"라는 광고 슬로건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동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자 그러면 독자 여러분들이 기다리던 본문 내 흥미로운 내용을 같이 살펴보자.



압축에는 항상 손실이 따르기 마련이다. 파티에 와 있는 사람들이 모두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이야기한다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파티에 와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할 것이다.


전문가들에게 분명하게 보이는 차이점은 초보자들에게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특정 필터를 통해 수 많은 제품들을 신속하게 분류해 낼 수 있는 반면, 초보자들에겐 아예 필터가 없다.


만일 날마다 추석이라면, 우리 모두는 아마도 잔치 음식의 전문가가 될 것이다.


전문가가 계속해서 전문가로 남아 있으려면, 지극히 미묘한 차이까지도 인식하기 위한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누군가 갑자기 기존의 법칙들을 무시할 때, 사람들 대부분은 거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보다, 예외적인 경우로 취급하려는 경향이 있다.


잡지에 실린 영화평을 읽다 보면, 영화평론가들은 한결같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만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카타르시르를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평가 시스템이 더욱 구체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을수록, 개척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기 마련이다. 즉, 무언가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결국 그 속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비슷비슷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차별화는 곧 포기를 의미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를 포기해야 한다.


자신의 경쟁력을 도표로 확인할 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만다.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은 오직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작업에 주력한다.


차별화란 불균형의 상황을 더욱 불균형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일수록, 기업들은 더욱더 비슷한 제품들을 내놓는다.


기업자는 결코 성직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업들은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곳으로부터 차별성을 창조해야 한다.


소비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공적인 차원으로 변화하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활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마케팅의 역할은 '사람들의 소비 취향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이라고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


밀러, 쿠어스, 버드와이저는 그냥 맥주일 뿐이다.


카테고리가 '이종적 동종'의 특성을 띠게 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크게 확대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품들 간에 유효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


'더'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덜'을 요구하고 있다.


차별화를 추구하려면, 우선 기존 카테고리가 확고하게 존재해야 하며,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내놓아야 한다.


적대 브랜드는 소비자를 차별하기 때문에 적대 브랜드를 소비하면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다.


너무 익숙하면 지는거다.


세상에는 별로 의미가 없는 차별화와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차별화가 존재한다.


비슷하면 지는거다.


기업들은 차별화를 추구하면서 차별화를 잃어가고 있다.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은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아이디어들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차별화는 전술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틀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면 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라!



뱀다리)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B에게 감사를.



EOB

일요일, 5월 15, 2011

[독서광]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그들에게 있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Fast Company는 국내에서도 아주 잘 알려진 경제/경영 관련 잡지다. 과거에 [독서광] 경영의 창조자들: 관리를 넘어 창조로, 새로운 경영이 온다라는 이름으로 이미 Fast Company 잡지에서 뽑은 히트 작품을 담은 책을 한번 소개한 적이 있었기에 이 잡지를 창간한 앨런 웨버가 집필한 "Rules of Thumb"(원제와 비교할 때 한국어판 제목인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그들에게 있었다"는 여엉 아니라고 볼 수 있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서 주저없이 바로 구매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주에 다 읽었네? 어떤 내용인지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이 책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웨버가 날마다 3x5 인치 카드를 들고 다니며 통찰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킨 주제를 기록한 다음에 best of best 52개를 뽑은 내용을 담고 있다. 뭐 표지에는 유우며엉한 사람들과 만나 나눈 대화가 어떻구 저떻구 하는데 명사들을 만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기 보다는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나가는 과정에 도움이 될만한(특히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좋은 내용이 많다) 경험담을 정리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 물론 크게 비전과 성장, 트렌드와 아이디어, 비즈니스 성공법, 경영과 리더십, 일 잘하는 방법으로 나눠진 52개의 법칙 중에는 명사들과 이야기하다가 얻은 교훈도 있지만 자기 자신이 회사를 차리고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담과 생각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교훈이 오히려 더 많기 때문에 자서전적인 성격이 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주요 독자는 용감하게 자기 사업을 시작하려고 마음먹거나 지금 한창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려 바둥거리는 창업자라고 보이지만 사업에 뜻이 없더라도 경제/경영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어볼만하다. 목차를 한번 읽어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충분히 감이 올 것이다(목차부터 상당히 명쾌하다). 자 그러면 독자 여러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신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살펴볼까?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소. 그저 성공할 만한 가치가 있을 뿐이오." 존 애덤스


어떤 사람들은 그냥 직업만 갖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진정으로 열중해서 일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떤 이들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런 차이는 세상의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 적어도 하루에 8시간, 1주일에 5일이라는 시간을 바치는 직장생활에 대해 생각해보라. 즉 최소한 1주일에 40시간, 1년에 47주에 관해 생각해보라. 1년이면 1,880시간이다. 햇수로는 몇 년인가? 계산해보라.


이 세상은 넓지만 줄곧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세상이 평평하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대의를 위해 죽을 각오를 하는 대신 정말로 변화를 이루면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바꿔줄 기술과 전술 몇 가지를 배우면 된다.
1. 단기간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장기전을 치룬다.
2. 상대편의 언어를 배운다.
3. 잘못된 뭔가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더 나은 뭔가를 만들어 대안을 지지해야 한다.
4. 같은 편을 찾자.


성공은 되는 일과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성공은 이론이 아닌, 경험주의적인 증거에서 나온다. 성공은 당신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답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작게 시작하라. 효과가 있다면 계속 하라. 효과가 없다면 효과가 있는 뭔가를 찾을 때까지 계속 바꿔보라. 손에 잡히는 것,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부터 작게 시작하라.


"올라가는 것은 반드시 내려온다". 당신을 끌어준 은인이 나중에는 당신을 끌어내리는 원수가 된다.


"적절한 단어와 거의 적절한 단어의 차이점은 번개와 반딧불이의 차이다." 마크 트웨인


"내게는 매일 세 종류의 정보가 주어집니다. 사실, 틀린 사실, 그리고 얼토당토 않은 거짓말이죠. 내 일은 날마다 듣는 정보가 셋 중에 어디에 해당되는 건지를 알아내는 겁니다." 시티뱅크의 월터 리스턴


콘텍스트는 우리가 가치를 더하는 방식이며, 자신이 세상을 대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발전시키는 사람들에게 있다.


말하기는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모든 유력인사들에 관해 떠벌린다. 자신이 참석했던 모든 회의, 발표자로 나섰던 모든 행사, 뭔가를 도모하기로 약속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보통은 말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최고 중의 최고라는 평가로 만족하면 안 된다. 당신이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배운 것은 우리의 첫 임무가 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두 번째 임무가 돈을 구하는 일이다. 어쨌거나 온 세상을 얻어도 자기 정신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뭔가 새로운 것을 실체화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 대상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알게 될 때까지 계속 전진하라.


체스의 비숍처럼 당신도 대각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우리가 인적자원보다 재무를, 사람보다 숫자를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냐하면 숫자는 쉽고 사람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숫자는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람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우리는 결국 직원을 제대로 대우해주는 리더가 직원을 위협하고 이용하면서 독한 조직을 만드는 리더를 이긴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는 없다. 그저 빠른 뉴스와 느린 뉴스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당신이 리더라면 직원들은 세 가지를 필요로 한다. 의도는 명확하고, 가치관은 솔직하며, 측정 기준에는 중심이 있어야 한다.


리더의 소임은 물어야할 질문을 묻는 것이다.


태도를 보고 고용하고 기술을 위해 훈련하라.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현실은 지금의 모습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현재의 여건에 만족하지 못하고 반드시 내일을 바꾸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포용하며 환영해주지 않는다.


두려워서 일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들로부터는 그 어떤 탁월함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충성이라는 것은 양방향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기업 관리자들은 직원으로부터는 충성을 기대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데는 머뭇거립니다.


대다수 기업은 학교와 비슷하다. 계속해서 1등 자리를 지키려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질문할 할 때 잘난 척을 하면서 놀리고 비웃는 것이다.


말은 적게 하면서 상대방의 말은 많이 들어야 한다.
주장은 적게 하고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결과보다 피드백에 중점을 둬야 한다.
광고는 적게 하고 자료는 더 많이 수집해야 한다.


의심이 들 때는 생략하라. 적을수록 좋고 많으면 지나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라.


대중적인 믿음과는 반대로, 첨단기술은 문제점도 해결책도 아니다. 기술은 절대로 기술 그 자체의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수단이다.


B급 관리자도 앞으로 3x5인치 카드 대신 휴대용 기기(뭔지 다들 알지? ㅋㅋ)를 잘 활용해 번뜩이는 지혜를 기록해보려 한다. 여러분들도 동참하시라!



EOB

토요일, 5월 07, 2011

[독서광] 빅 스위치



예전에 니콜라스 카라는 경영 컨설턴트가 발표한 "IT doesn't matter"라는 발칙한 제목의 기고문이 IT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었다. IT 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이 얼마나 화끈했는지는 카가 쓴 동명의 블로그 글을 보면 감이 올 것이다. 그런데 카가 빅 스위치라는 훌륭한 책을 썼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 우연히 책을 추천받아 잽싸게 읽었는데 클라우드 기술이 일상화되기 시작한 요즘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에디슨의 전구와 발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창기 발전기는 대규모 지역을 목표로 만든 중앙 집중식 유틸리티가 아니라 소규모 공장이나 좁은 지역을 목표로 만든 개별 기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력을 생산하는 기계 대신 전력을 팔기 위한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시장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전압, 소켓 등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거치면서 결국에는 전기는 품질이 규격화된 일용품으로 변해버린다. 카에 따르면 수십 년이 지나 컴퓨터 업계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등장한 메인 프레임을 시작으로,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PC 시절을 거쳐 클라이언트/서버 모델로 갔다가 드디어 ASP, SaaS가 시장에 급속도로 전파되었고, 요즘에는 클라우딩 컴퓨터가 엄청난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다. 결국 컴퓨터도 전기와 마찬가지로 유틸리티화되는 형국이다.



갑자기 10년 전 회사 내부에서 email 서버와 웹 서버를 설치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새롭다. 그 당시 email 서비스를 받거나 웹 호스팅을 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었으며, 무엇보다 서비스 자체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개별 PC에 대한 ADSL을 포기하고(그 당시 네트워크 관리자가 없었던 소규모 회사는 세상에나 ADSL로 분리된(!) 사내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T_T) 전용선을 끌어오는 김에 리눅스를 좀 안다는 B급 관리자가 설치 업무를 맡게 된 셈이었다. 서버 구매하랴, 방화벽 구매하랴, DNS 설정 하랴, sendmail 설정하랴, 오픈 소스 웹 메일을 가져와 수정하랴, 웹 서버 설정하랴 며칠 동안 거의 떡 실신할 뻔 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며칠 전 소규모 단체를 위한 email과 calendar 서버를 설정할 일이 있었는데, 도메인 하나 뚝딱 신청한 다음에 구글이 제공하는 훌륭한 앱 서비스(ASP)에 가입해 무료로 email 시스템을 구축했다. 솔직히 여기 걸린 시간은 딱 2시간(그나마 실제 설정 시간은 30분이고, DNS MX 레코드 전파/인식이 오래 걸렸다)이며, 여느 상용/자체 제작 프로그램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단순히 힘만 전달하는 전기와는 달리 IT 분야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구성 요소를 조합해 유틸리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위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앞서 구글 앱 서비스를 예로 들었지만, 구글 앱 서비스는 email 이외에도 일정표, 대화, 주소록, 그룹 관리, 문서 공유까지 다양한 효용성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일상적인 작업에 맞춰 미리 정해져 놓은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이외에 도메인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를 도입할 경우에는 회계나 물류와 같이 회사의 비즈니스 로직까지도 다룰 수 있게 되며,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도입할 경우에는 가상 컴퓨터와 분산 파일/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활용해 자기 사업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토대까지 쉽게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기술이 없어 시작못하겠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며, 오로지 상상력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의 S3, EC2나 구글의 GAE(Google App Engine) 등은 스타트업 회사에 있어서는 구세주와 같다. 게다가 구글이나 야후! 등이 제공하는 공개 API를 사용해 기존 서비스와 결합하는 매시업 기법까지 활용할 경우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규모가 더 커지면 직접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훌륭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까지 늘어나고 있으므로 체급에 따라 유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영화 페이스북에서 주인공이 "MySQL이 설치된 리눅스 서버가 더 필요해!"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이라면 주인공이 자체 DB를 만들다 영화가 끝났겠군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물론 동전에 앞뒤가 있든 밝은 측면 뒤에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지난 4월 하순에 미국 동부 지역에서 EC2가 다운되며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많은 회사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아마존 자체의 신뢰도도 떨어졌다. 물론 아마존 웹 서비스 팀은 시의 적절하게 Summary of the Amazon EC2 and Amazon RDS Service Disruption in the US East Region이라는 보고서를 올렸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며,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하다 문제가 생기고 이를 해결한 회사들도 자신들의 경험담과 가용성 높은 아키텍처에 대해 수준 높은 토론을 벌여 클라우드 컴퓨터 후발 주자들에게 조언을 주기도 했다. 정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유틸리티 모두 걷어내고 집집마다 발전기를 둘 수 없듯이, IT 분야에서도 이제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틀림 없겠다.



니콜라스 카는 천부적인 이야기꾼 답게 앞서 설명한 기술적인 내용을 문화/경제/사회 관점에서 신나게 풀어낸다. B급 관리자도 SaaS나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기에 정신차리고 신기술을 제대로 파악하려 한다. 애독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두 눈 _똑바로 크게 뜨고_ 지켜보면 좋겠다.



뱀다리: 오늘은 어쩌다 보니 서평이 아니라 기술 설명 형태가 되어버렸다. 일종의 매시업(!) 서평인가? ㅋㅋ



EOB

일요일, 5월 01, 2011

[독서광] 완벽한 가격



지난번에 여러분들께 소개했던 부유한 노예에 감동을 먹었다면 오늘 소개하는 완벽한 가격 역시 아주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하리라 확신한다. 이 책은 최저가격을 찾아 오늘도 가격 비교 사이트, 소셜 커머스, 할인 행사, 혜택 많은 신용카드를 찾아다니는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다양하면서도 저가의 물건을 손쉽게 손에 쥐게 되어 쇼핑의 기쁨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 댓가로 우리 삶의 기반이 팍팍해졌고(저가 물건을 만들기 위해 저가 노동을 원하니...), 장인 정신이 사라졌고(획일화되고 기업화된 물건을 양산하니..., 양극화가 심해졌고(명품 아니면 싸구려 뿐이므로 중간을 선택하기 어려워졌으니...), 가난이라는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먹고 사는 기업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소비는 이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네?), 생산자가 아닌 대규모 소비자를 업은 판매자의 위력이 더욱 커졌고(덕분에 생산자 입지는 더욱 좁아져 순종적인 노동자를 원하고), 근로자는 물론이고 중산층까지 입지가 좁아져버렸다.



이 책은 이렇게 되버린 원인을 '가격'에서 찾으려 단단히 마음먹고 출발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더 싼 가격과 할인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심리학적이고 사회적인 요인을 분석하고, 실제로 이런 성향을 이용해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버는 동시에 사회를 바꿔버린 선구자(?)들을 소개한다. 할인점, 정가제, 아웃렛, 쿠폰, 리베이트, 공짜 상품에 대한 명암, 세계화와 맞물려 일어나는 전세계적인 가격 경쟁, 월마트와 이케아로 대표되는 거대 기업이 소비자를 속이는 수법을 적나라하게 파해치므로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무렵이면 '할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독자 여러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신 본문 중 하이라이트를 한번 살펴볼까?



일용품 구매에서는 '가치'보다 '가격'이 중요하다.


중산층은 고가품을 구매하기 위해 저가품을 더 싸게 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판촉에서 중요한 것은 골고루 갖춰진 상품들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백화점의 모토가 '잘 팔리는 상품은 다량 보유하고, 잘 안 팔리는 상품은 소량 보유하라'라면, 할인점의 모토는 '잘 팔리는 상품은 다량 보유하고, 나머지 상품은 모두 없애버려라'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할인점을 방문했다가 찾는 물건이 없어 크게 실망하지만, 본래 사려고 하지도 않았단 물건들을 잔뜩 사서 기분 좋게 할인점을 나서기도 한다.


하버드대학의 문화역사학자인 리자베스 코헨은 사회가 힘들여 부를 재분배하지 않아도 대량생산품 소비로 외형적인 사회 평등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에는 '저가'가 바로 (고대 로마의) '빵과 서커스'인 셈이다.


많은 소비재들의 실질가격이 10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부채가 불어나는 것 보다 구매하지 않아 기회를 잃어버릴까봐 걱정했다.


이 세상에 가격보다 더 주관적인 것은 없다.


가격 할인행사는 일종의 놀이로, 고객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동심을 일깨워 고객을 흥분시킨다.


인간의 뇌는 앞으로 잃어버릴지 모르는 기회를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특히 그런 기회들이 먼 미래의 기회라면 더욱 그렇다. 한편 인간은 일반적으로 패배를 몹시 걱정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손실이 발생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손실이 발생하리라는 인식 자체가 우리가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경험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하며 정황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불공평에 대한 반감이 선천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쇼핑이 이성적인 활동이 아니라 죄책감에서 환희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들이 내포된 과정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증거에서 미래의 필요를 추정하도록, 즐 놀랄 정도로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바로 쇼핑이다. 한 달 뒤는 말할 것도 없고 내일 우리가 무엇을 원할지 혹은 필요로 할지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수록 우리는 그것을 덜 가치 있게 생각할 것이도 덜 조심스럽게 다룰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잘 만든 제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한 제품은 더 빨리 닳고 부서질 가능성이 높다.


기대의 뒷면에는 두려움이 자리한다. 위험이나 죄절이 예상될 때 밀려드는 메스꺼운 느낌 말이다.


할인판매의 경우에도 할인제품을 구매하도록 우리를 부추기는 것은 할인제품 자체라기보다 싸게 잘 구매한다는 기대감일 때가 많다.


자기성찰이 뛰어난 사람들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성찰 때문에 우유부단해질 경우는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나 조지 부시 대통령 같은 결정권자들은 자기성찰 능력이 그렇게 뛰어났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결정을 크게 후회했다는 증거도 없다. 단순히 추측이기는 하지만, 결정에 따른 결과를 크게 후회한 것 같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면 결국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할인받길 원하고 이를 정당하게 생각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저마다 거래에서 '승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욕구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은 받지 못한 할인을 받았다는 순수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더 많이 구매하고 소비하도록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선전에 넘어가게 된다.


쇼핑객들은 보통 얼마를 썼는지는 몰랐지만 얼마를 절약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아웃렛 초창기에 제조업체들은 제품에서 라벨을 제거했는데, 이는 자사 브랜드에 할인가격을 결부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할인점들은 정반대로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브랜드 라벨을 붙여 제품을 당당히 판매한다.


슈퍼마켓은 구매액보다 할인액이 더 잘보이도록 계산영수증을 프린트해서 소비자들이 그 거래를 통해 돈을 '벌었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할인 때문에 우리는 몇 푼을 아끼는 것처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과대평가하고, 다양성과 품질과 시간처럼 매우 중요한 것을 과소평가한다. 저가에 일단 마음을 빼앗기고 나면, 우리는 가격 할인으로 절약하는 몫만큼 다른 누군가의 몫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린다.


이케아에서 가격은 단순한 변수도 신호도 아니다. 그들에게 가격은 '출발점'이다.


"이케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존속하기 어려운 기업입니다."


저가 공급업체들은 아무나 근로자가 될 수 있고 근로자는 아무 일이나 할 수 있다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술을 무시한 결과, 기술은 더욱 쇠퇴하고 그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케아의 의자는 '가격 대비' 훌륭한 의자이고, 훌륭한 서랍이 아니라 '가격 대비' 훌륭한 서랍이다. 이런 제품은 무너지거나 휘어져도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했기에 우리는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지식 경제는 스마트함과 추진력, 야망, 속도를 요구한다. 반면 장인의 솜씨는 기술과 훈련, 꼼꼼함,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 두 속성이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가 한쪽을 택하면 다른 한쪽을 버릴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가 두 속성 모두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월마트는 '365일 최저가'를 자랑해왔는데, 그런 상시 저가 전략은 부피고 크고 저렴한 제품들에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월마트가 보유한 재고의 약 1/3은 평균가격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제품들로 절감되는 평균 비용은 37센트이고, 전페 품목의 1/3 가량은 2퍼센트 정도밖에 비용 절감 효과가 없다.


할인점들은 우리가 자주 구매하는 제품들, 즉 비 브랜드 휴지, 야채 통조림, 세제 등의 가격을 낮춰 평균 시장바구니 가격을 낮춘다. 할인점에서는 그런 작은 혜택들이 중요하다.


부자들은 할인점에서 쇼핑할 수 있고 실제로 쇼핑을 하기도 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차층은 마음대로 소득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일부 필수품과 서비스 가격이 점점 더 오른다면 아예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인플레이션 아래에서는 아무리 커다란 할인이 이뤄져도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


경제학바 에멕 바스커는 개인 가처분 소득이 1퍼센트 감소할 때마다 월마트 매출이 0.5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에서 가난은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할인 산업이 가난한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기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할인 산업을 이롭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로비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마진율을 크게 줄어들었고, 마진이 줄어들자 생산업체들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자원도, 의지도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은 의심스런 관행들을 일삼믄 할인점과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값이 비싼 고가 상점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그들은 소비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저가와 저임금 경쟁 속에서 근로자로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에는 대가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주의를 집중할수록 속을 가능성이 더 높다.


"탐욕은 몸에 이롭다."- 영화 월 스트리트



결론: 쇼핑, 비즈니스, 특히 돈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강력 추천!



뱀다리: 예전에 B급 관리자가 IKEA 경쟁력을 분석해놓은 글에서 가격 경쟁력의 원동력은 DIY 문화와 조립/배송/에 필요한 인건비 절약이라고 말했는데, 이제 완전히 수정해야겠다. 바로 '가격' 자체에 목숨을 거는 기업문화라고... T_T



EOB

일요일, 4월 24, 2011

[독서광] 광고대행사 AE가 알아야할 50계명



자신의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전문성을 강화하지만... 종종 다른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의외로 좋은 힌트를 얻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읽은 "광고대행사 AE가 알아야할 50계명"도 이런 부류에 속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광고 쪽 하시는 분들과 저녁 같이 먹을 기회가 있는데 화제거리로도 아주 유용할 뿐더러 까탈스런(대다수 광고주는 까칠하기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고객에 대한 접근 방식에 통찰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실명만 안 나온다 뿐이지 사실상 현실을 아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는 50개로 나뉘어져 있으며, 가장 처음에 광고주와 AE(Account Executive)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잘 된 경우와 잘 못된 경우가 골고로 나온다)를 제시하고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이 따라오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별의별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다 나오는데 딱히 광고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닌 듯 싶다. T_T



AE 업무 중에 프리젠테이션(본문에는 P/T라고 표현한다)가 많기 때문에 발표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므로 프리젠테이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광고계와 무관하더라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고객을 대하는 자세, 태도를 비롯해 화려한 듯이 보이긴 하지만 사실상 업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나오므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분들도 나름 유익한 교훈을 얻을 것이다.



본문 중 몇 가지 재미있는 구절을 정리해보았다.



진정한 천재는 비범한 일을 수행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수행하는 능력이다. - 미국 국회의원 루이스 윌턴


나는 퍽(puck)이 앞으로 갈 곳을 따라간다. 지금 퍽이 있는 곳이나 이전에 있었던 곳이 아니라. - 캐나다의 전설적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크레츠키


관리란 비둘기를 손으로 꼭 잡고 있는 것만큼이나 아슬아슬하다. 지나치게 꽉 잡으면 죽을 것이고 너무 살살 잡으면 날아갈 것이다. - 토미 리소다 감독


여러분은 적 앞에 펼쳐진 길이 세 갈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적은 그 중에서 네번째 길을 택하게 될 것이다. - 프로이센 참모총장 폰 몰트케


S대행사 ㅈ 기획본부장은 광고주를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입구에 자리한 말단 여직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이유가 없어도 항상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는 누구에게라도 과소평가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권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고, 그가 그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는 것은 죄악이다. - 생 떽쥐베리


똑똑한 사람은 아는 게 많은 사람이고 능력 있는 사람은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다.


간단한 일을 잘 하는 것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또 평범한 일을 잘하는 것 역시 절대 평범하지 않다. - 하이얼 CEO 장루이민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돈이나 승진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표는 인정받는 데 있다.


어떤 사람에게 자갈밭의 소유권을 부여해보라.
그는 곧 그곳을 정원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같은 사람에게 그 정원을 9년간 임대해보라.
그는 그곳을 사막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소유권이라는 마력은 모래를 황금으로 변화시킨다.
- 아서 영의 <여행기> 중


화제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다. - 소설가 피천득


EOB

일요일, 4월 17, 2011

[독서광] 레드오션 전략



한 때 블루오션 전략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도 않지만(B급 관리자는 책을 읽자마자 뻥튀기로 규정) 너도나도 엘도라도가 있다고 기뻐했지만 블루오션을 찾는 순간 레드오션이 되어버리니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결국은 레드오션에서 돈을 버는 방법이 살길로 보이는데 막상 여기에 대한 책을 찾으려면 쉽지가 않았다. 이번에 읽은 "레드오션 전략: 잃어버린 '흑자의 섬'을 찾아서"는 MIT 최고의 강의, 하버드 최고의 필자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기에 조금 걱정을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름 값을 한다는 생각이다. 원제가 'Islands of Profit in a sea of Red Ink'이므로 원제보다는 부제가 좀더 정확하다는 생각이지만, 손실, 손해를 상징하는 붉은 잉크를 물고 뜯고 싸우는 피터지는 전쟁터인 레드오션이라 불러도 크게 무리는 없어보인다.



이 책은 우리가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의 40%가 적자인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블루오션을 떠억 제시한 다음 여기서 돈 벌면 된다고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힘든 여정을 일반에게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대신 기존 비즈니스에서 추가 수익을 얻기가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투자 비용이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단기간에 효과도 얻을 수 있는 데다 고객과 윈-윈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새로운 금광을 찾아 나서야 하는가? 이게 바로 이 책의 주제다.



이 책의 대상 독자는 기업의 중간 관리자 이상을 노리지만, 일반 소매업이나 자영업자들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게다가 강의를 요약/정리한 형태이므로 템포와 전개가 아주 빠르고 이해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복잡한 회계나 재무 내용이 들어있지도 않고 뻔하고 기분 좋은 자기 계발 관련 내용도 없다. 하지만 읽고 나면 뜨끔하리라.



이 책은 전투 하나하나 마다 승리하는 대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인 접근 방법을 강조하므로 때로는 후퇴(즉, 매출액 감소를 감수한 고객과 관계 청산)까지도 주장한다. 따라서 임원진과 중간 관리층부터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이해하고 하향식으로 전파하지 않으면 실천이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책 끝부분에 중간 관리자의 역할과 리더십 강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역시 어딜 가도 사람이 제일 중요한 모양이다.



본문에 나오는 좋은 이야기를 몇 가지 정리해보겠다.



예산에 충실하고 경쟁자보다 좀 더 잘하는 것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람들은 각자 목표에 신경 쓰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만약 모든 매출이 '좋다'고 평가되면 모든 비용은 당연히 '나쁜것'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비용 절감 정책은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결국 잘라내려 한 부분 대신, 정말 필요한 부분을 잘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업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그들이 '원하는 것'과 다르다.


대다수의 기업에서 관리자들은 한 직급 아래의 업무를 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승진하고 나서도 예전에 자기가 했던 일을 하는 부하직원을 세세하게 간섭하고 관리한다. 코칭하고 업무 능력이 향상되도록 돕는 쪽보다는 '다그치고 감시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


작은 변화에도 성공하지 못한 기업이 큰 변신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예상하듯 절대 그렇지 않다.


전략 핵심의 3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전략은 전적으로 '고객 가치'에 대한 것이다. 2) 전략이란 '무엇에 대해 NO라고 말할 것인가'에 의해 정의된다. 3) 무엇이 됐든 그 영역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


관리해야 할 것은 '재고'가 아니라 '수익성'이다.


소매업체는 바로 '돈을 벌어주는 고객'을 알아내고, 추적하고, 끌어들이고, 더 사게 만들어야 한다.


내게 오늘날 영업의 현실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영업 우두머리 대다수가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보다 돈을 써서 파는 것을 더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탄식할 일이다.


영업자가 필생의 목표로 삼아야 할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가장 수익성 있는 판매 확보, 2) 더 많은 수익성 있는 판매 확보, 3) 현상유지 판매가 수익을 내도록 지원, 4) 수익을 못내는 판매 축소


영업자의 판매가 예술의 경지가 되는 시점은 일단 기본 관계 설정에서 '과학'이 명확히 행해진 다음이다. 친분을 쌓거나 이해를 구하는 것은 그 다음 수순이다.


수익성 관리 프로그램의 핵심은 "직원들에게는 '숫자'를 보여주고, 거래처에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는 더 위험하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최선은 커녕, 최악의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대로 해결하면 애초에 문제가 없었을 때보다 고객의 신뢰를 더욱 확보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완벽함을 추구하면서 계속 지연하는 것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나서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편이 낫다. 분석 마비증을 주의하라.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기업은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변화를 추진할 가장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편협하지 않은 기업 문화 속에서 사고와 실천을 통해 빠르게 배워나가고자 하는 경영진이다.


뛰어난 비즈니스는 멋진 정원과도 같아서 최소한 현상유지를 위해서라도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관리자가 자기가 해야할 것 보다 한 단계 낮은 업무를 하는 함정에 빠지기가 얼마나 쉬운지 놀라울 정도다.


임원은 기업의 현재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새롭고 더 좋은 기업을 만드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


관리자가 자기 직급보다 한 단계 낮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면 그 효과는 넓게 퍼져나간다. 해당 관리자의 효율성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관리자와 협조하고 조율해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다른 모든 관계자들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러면 그 조직은 순식간에 정체 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한 단계 아래 업무 영역을 관리하는 관리자는 부하들을 지나치게 통제한다. 그 결과, 부하 직원들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스트레스, 정체감, 피해의식,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뛰어난 중간 관리자를 양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3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자신이 관리해야 할 단계를 올바로 관리, 2)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력과 공조 활용, 3) 가르치면서 관리


전통적인 기업 교육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문제점은 기술만 가르칠 뿐,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근육 기억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리더십의 정의는 이렇다. "리더란 자신이 열정을 품고 있는 분야에 자신만의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다."


'일을 위한 일'이 아니라 '정말 기업에 중요한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일'을 하자. 의무감에 뛰는 경기가 아니라 정말 열정적으로 뛰면서 종국에는 승리를 거머쥐는 '진짜 게임' 말이다.


인용문을 읽다보니 정신이 번쩍 드는가? 그렇다면 얼른 인터넷 서점에 로그인 하시길...



EOB

토요일, 4월 09, 2011

[독서광]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



한 때 창의력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글과 말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역시 공짜 점심은 없었다. 창의력에 대한 말은 무지 많았지만 실천은 어려웠고 즉각적인 효과가 없다면 사람들은 바로 잊어버린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물론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드와 구글 검색 엔진이 있긴 하다) 작업이기 때문에 창의력을 엄청나게 요구하지만 막상 여기에 대해 우리에게 빛을 밝혀주는 등대는 찾기 어려웠다. 신 기술과 이를 채택한 첨단(?) 제품 소개, 기술 유행어, 블루오션으로 포장한 레드오션에 오라는 초청장(?), ... , 뭐 이런 복잡한 상황을 돌파하려면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위키북스에서 선물로 받아놓고 깜빡 잊고 읽지 않다가 지난 주에 무심코 손에 든 실용주의 사고와 학습은 이런 막막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를 제공한다. 막연히 기분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타인 계발서(?)와는 달리 이 책은 자기 주도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물론 다른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저자의 경험담을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앤디 헌트가 직접 쓴 책이므로(아, 중간 중간 김창준님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를 읽고서 감동 받은 독자라면 이 책이 실용주의에 사용할 기술이 아니라 실용주의를 바라보는 자세를 배울 좋은 기회가 되겠다.



B급 관리자가 지난번 블로그([일상다반사] 1만시간 법칙 추가 설명)에서 언급했듯이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대포 정신으로 만시간을 투입해서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의식적으로 목표를 잡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며 끊임없이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책 목차를 보면 B급 관리자가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를 눈치챌 것이다.



이 책은 초보자부터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드라이퍼스 모델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L(선형)과 R(벡터?) 모드를 탑재한 우리 두뇌에 대해 설명하고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 R 모드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버그로 가득찬 우리 마음을 디버깅 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사고와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의도적으로 학습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초점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전작인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처럼 기술적인 내용을 기대했다면 코드 한 줄 없는(!) 내용 전개에 기절초풍할지도 모르겠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기술을 제대로 낚을 수 있는 방법이 더욱 중요하기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일독하기를 권한다. 프로그램 세상으로 처음 들어온 새내기 개발자, 어느 정도 경험과 경력이 쌓였지만 정체 현상과 피로감을 느낀 중금 개발자, 산전수전 공중전에 잠수함전까지 다 겪은 고급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스스로를 한 단계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는 모든 분들이 대상 독자다. 그러면 지금 바로 서점으로 가시길...



뱀다리: 이 책에 나온 내용 중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모델을 단 하나라도 골라내어 현실에 적용(!!!!!!!)하지 않으면 이 책 역시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또 하나의 타인 계발서가 되어버리므로 책만 대충 읽으면 초인적인 개발자로 변신하는 은총알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절대로 권장하지 않는다. 결론: 독서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실천은 더욱 중요하다.



EOB

목요일, 3월 31, 2011

[독서광] 인간, 조직, 권력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辯)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출간 기념으로 선물로 보내준 인간, 조직, 권력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辯)을 지난 주에 출퇴근하며 틈틈히 읽어보았다. 읽고난 소감을 정리하자면... 이거 참... 난감하다. B급 관리자도 14년 전 처음으로 입사한 회사가 SI성 작업을 주로하던 회사였기에 갑/을/병/정에서 주로 '정'을 도맡아 해보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바뀐 건 정말 하나도 없나보다.



이 책은 SI 업계에서 일하며 나름 깨달음을 얻은 어떤 SW 엔지니어의 자기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진흙탕에 가까운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대 비급을 기대했다면(프레드 브룩스에 따르면 은총알은 없다. ㅋㅋ) 번지수가 조금 틀리긴 하겠지만, 최소한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가 어떤 상황인지 감을 잡기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솔직히 말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도 상당히 순화되었기에 실제 상황은 이 보다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바닥이라고? 미안하지만 바닥 아래 지하실 있고 지하실 아래에 지하 주차장이 줄을 죽 서서 기다린다고 보면 되겠다. T_T



이 책의 대상 독자가 아주 난감하다. 이미 10년 이상 이 바닥에서 굴러버린 독자라면 막장에서 볼 거 다 봤으니 이 책에서 얻을 내용은 제한되어 보이고, 처음 입문한 신참 개발자라면 이 책에서 그리는 현실의 비참함에 강력히 저항(자기가 택한 길이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을리 만무하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한 번 정도 거울에 비춰보고 싶은 분이 읽어보면 되겠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알고 보면 단순하다(책에서는 복잡하게 써놓았지만 다음처럼 요약 가능하다). "강력한 생존 능력과 백데이터(이 단어 정말 간만에 써본다. ㅋㅋ 재사용 가능한 코드, 문서, 템플릿, 도메인 지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를 갖추고, 믿을만한 팀을 구축해서 함께 일하고, 착한 사람이 되길 포기하며 힘들고 티 안나는 일은 재주껏 피하고, 적당한 정치력을 갖춰 갑이 되었든 을이 되었든 자기 상사가 되었든 자신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잘 포섭하고, 늘 정신을 바짝 차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살아남자."로 보면 되겠다.



오늘따라 암울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은 듯이 보여 가슴이 아픈데...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분야에 몸 담고 계신 애독자 여러분이 모두모두 성공하시길 항상 기원한다. 그래야 나중에 눈치 안 보고 맥주라도 얻어마시지...



EOB

토요일, 3월 26, 2011

[독서광] 100 Best Business Books - 당신이 찾는 비즈니스의 모든 것



매년 나오는 경제/경영 관련 서적 종류가 어마어마한데다(참고로 미국에서는 1년에 만 권이 넘는 경제/경영 서적이 나온다고 한다) 기존에 나왔던 고전으로 추앙받는 서적까지 합치면 거의 책더미에 깔려버리는 상황이다. B급 관리자 블로그에서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몸소 읽어보고 여러 가지 좋은 경제/경영 서적을 추천하고 다양한 정보를 물어다 주긴 하지만(모 메타 블로그에는 '경제/경영' 블로그로 분류되기도 했었다. 낄낄...), 여전히 책에 굶주린 독자분들이 많으리라. 마침 "100 Best Business Books - 당신이 찾는 비즈니스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 있기에 읽어보았다. 자 이 책의 특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이 책은 800-CEO-READ (미국은 전화번호를 회사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라는 경제경영 전문도서를 판매하는 회사의 설립자/CEO인 잭 커버트/타트 새터스턴이 지난 50년간 주목받은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00권을 엄선해 정리한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 선별한 책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저자들조차 그런 기적을 바라지도 않는다), 놓치고 지나간 책들에 대해 다시 한번 존재가치를 깨닫게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저자들은 설득력, 참신성,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적용 가능성이라는 4가지 질문을 거쳐 100권이라는 책을 압축해서 선별했다. 또한 독자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책에 우선 순위를 둠으로써 내용은 좋지만 졸리는 책도 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책은 선별한 책에 대해 아주 간략한 정보(책 주제, 책이 중요한 이유, 책이 도움을 주는 방식, 기타 참고 도서)만을 제공하므로 엄청난 기대를 품고 읽어서는 곤란하다. 즉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으로 수 많은 책을 정리하려는 자세로 접근했다가는 바로 침몰한다. T_T



국내 독자를 위해 100권과 참고 도서 중에 국내에 번역된 책의 경우 서지 정보에서 역서명과 국내 출판 관련 정보(가장 최근에 출판된 연도)를 제시하므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그냥 외국 제목만 덩그러니 올려놓았다면 발톱 팍 내어 뜯어버렸을 거다). 따라서 본문을 읽다가 뭔가 느낌(!)이 오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바로 주문하면 된다(뽐뿌질 요주의). 책 구성을 보면 자기 경영, 성공, 아이디어, 새로운 미래, 리더십, 혁신 전략, 기업가 정신, 위대한 기업, 마케팅, 재무 회계, 인적 관리라는 대분류에 맞춰 관련된 주요 서적을 소개하므로, 흥미가 있는 부분만 추려서 볼 수도 있고 처음부터 다른 분야에 어떤 책이 존재하는지를 차근차근 볼 수도 있다.



책의 목차만 보고서도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강력한 혜안을 소유한 독자라면 굳이 이 책을 구입할 필요는 없어보이지만, 시간은 황금이기에 남이 정리해놓은 내용을 보고 자기에게 맞는 책을 선별하는 방법이 요즘같이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심심풀이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중에 B급 관리자가 읽었던 책을 정리해보았다(15/100). 독자 여러분들도 한번 정리해보시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유쾌한 이노베이션, 인간과 공학 이야기,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게릴라 마케팅, 당신의 기업을 시작하라, 머니볼, 천재들의 실패, 설득의 심리학, 보랏빛 소가 온다, 티핑 포인트, 프로페셔널의 조건, 더 골,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 미래의 투자



EOB

일요일, 3월 20, 2011

[독서광]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



컴퓨터 공학이나 전산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앨런 튜링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테다. 그를 기리는 아주 권위 있는 튜링 상부터 시작해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기 위한 튜링 테스트, 알고리즘 시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가상의 튜링 기계, 그리고 메모리를 탑재한 현대적인 컴퓨터 아키텍처, 컴퓨터가 아니라 수학에 가까운 오토마타 이론에 이르기까지 튜링은 컴퓨터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사실상 튜링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내용은 그리 많지 않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독일군의 암호를 푸느라 상당 수가 기밀로 분류되어 있었고 설상 가상으로 그 당시 금기시 되던 동성애자라는 딱지까지 붙는 바람에 진짜 업적을 재평가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재평가 자체도 대부분 컴퓨터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튜링을 뒤쫓아간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튜링의 개인적인 성격이 어떻게 위대한 업적을 남겼는지 아름다운 문장으로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감동적이다(물론 기술적인 측면을 다루기도 하지만 소위 말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조차도 튜링의 논문을 읽기란 절대로 쉽지 않기에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용상 아쉬운 점이 있긴 하다). 역사에서 '만일'을 논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튜링이 조금만 자신을 더 내세우고(선거 때만 등장하는 폴리페서들의 능력(?)을 튜링이 1/100만 갖췄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동성애 등에 관대하고(튜링의 논문을 읽다보면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몰지각함에 대항해 감춰진 발톱이 팍팍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정부나 회사의 지원을 받을만한 운이 있었다면 아마도 차원 높은 컴퓨터가 좀더 일찍 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금 튜링이 (한국은 당연히 제외하고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마도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을지도 모르겠다. 튜링은 어떤 의미에서 세상을 해킹하는 천재였고, 위대한 해커의 운명이 늘 그렇듯 세상은 튜링을 박해하고 말았다.



튜링은 논문을 쓰면서 남이 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자신이 실제로 궁금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데서 만족을 구할 뿐이었다. 그래서 젋었을 때부터 이미 남이 끝낸 작업을 처음부터(!) 그대로 다시 진행해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심지어 (아직까지도) 가장 영향력이 큰 논문인 '계산 가능수와 결정문제에 대한 응용'조차도 프린스턴의 수학자 알론조 처치가 발표한 '기초수론의 해결불능문제'에 영광을 빼앗기게 된다). 게다가 자기가 한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한 태도로 논문을 쓰는데다 회의나 강연 등에서 장점이 아니라 단점을 말함으로써 안 그래도 좁은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만다. 하지만 이런 반사회적인 특성은 튜링이 쓴 논문의 서술 방식에 영향을 미쳐, 미적이고 철학적이면서도 독특한(그리고 함부로 반박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수학, 논리학, 철학, 컴퓨터, 그리고 백설공주를 사랑한 튜링이라는 인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OB

목요일, 3월 17, 2011

문제는 상상력과 BIEGE다: TMI에서 배운 교훈

연일 뉴스에서 일본 원전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몇몇은 사실상 소설에 가까운 경우도 있어 황당할 지경...)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미 짐작하신 분은 짐작했겠지만 (누가 뭐라 말하든) 체르노빌에는 못미치지만 TMI(드리마일) 원전 사고는 가뿐하게 압도하는 초대형 사고로 보인다. 한 시라도 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지만 세상이 어디 우리 맘대로 되지는 않는 듯이 보이므로 답답할 따름이다. 오늘은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TMI에서 얻은 교훈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TMI 사고야 일반에게 워낙 많이 알려져서 굳이 여기서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신문 기사를 보니 이건 한번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면 여럿 바보가 될 듯이 보였다. 진행하다보면 이미 알고 있는 식상한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튀어 나올지도 모르기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아주 간단하게 TMI 사건 개요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유지보수 작업중에 일어난 이상 동작이 응축 밸브를 닫히게 만들었다.
  2.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가 올라가고 압력이 높아졌다. 가압기의 PORV(Pilot Operated Relief Valve)가 자동으로 열렸다.
  3. 자동 명령에 반응해 (원래 닫혀야 하는) PORV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4. 가압기를 통해 냉각수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5. 운영자가 원자로 냉각수 수위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 비상 냉각 시스템을 중단하고 더 많은 냉각수를 배수했다.
  6. 노심 절반이 녹아내린 다음에야 문제를 발견했다.


요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진짜 별거 아닌 단순 사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당일 원전 제어실은 아비규환이었다. 4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부터 운영 요원들이 악전분투를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고 6시 경에는 50명여에 이르는 엔지니어, 감독관, 교대 요원이 제어실을 가득 채우고 계기반에서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쓰고 있었다. 마스터 알람은 계속 울려대고(시끄럽다고 마스터 알람을 끄면 주요 계기반도 함께 동작을 멈춰버리니 신경을 긁는 클락숀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어야 한다), 110개에 달하는 경고등이 동시에 껌뻑거리는 데다 유일한 외부 통로로 몇 회선 안 되는 귀중한 전화로는 ("도대체 이렇게 된 원인이 뭐야?"와 같은 ... 그걸 알면 벌써 해결했지!) 현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고위 관계자의 참견이 쏟아지고, 워낙 얽히고 섥힌 문제가 많다보니 몇 시간 전 로그 기록이 아직도 출력되는 상황에서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서 멜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멜러는 원래 문제가 된 TMI Unit 2 소속이 아니었지만 5시 무렵 참다 못한 엔지니어 한 명이 귀중한 전화선을 빌려 백업으로 와달라고 부탁했고, 사람들이 기진맥진할 무렵인 6시 경에 도착해서 난장판이 된 원전 제어실로 들어간다. 잠시 브리핑을 들은 멜러는 아주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바로 상상력을 사용한 '사고 실험'이다. 멜러가 주목한 내용은 가압기의 수위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수압이 떨어지고 있다는 모순이다. 매뉴얼에도 해당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으므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난장판 속에서 15분 정도 곰곰히 생각하던 멜러는 두 가지 가설을 세운다. 한 가지는 가압기 탱크의 전자 히터를 망가뜨린 고장난 회로 차단기였다. 멜러는 사람을 보내 차단기 패널을 살펴보게 했다. 그 사이에 멜러는 잽싸게 다른 가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일 원전 냉각 시스템에 자그마한 구멍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노심을 둘러싼 격납 빌딩에 들어가서 문을 열고 증기가 분출되는 장면을 볼 수는 없다(그랬다간 죽을테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미 두 시간 동안 2000여개에 달하는 계기반을 점검하느라 파김치가 되었지만 단서는 없었다.



절반쯤 찾다 포기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끈질긴 멜러는 격납 빌딩의 공기 압력이 올라가고 온도도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돔형 빌딩에 증기 균열이 있다는 신호였다. 멜러가 컴퓨터 터미널로 가서 온도 그래프를 본 결과 온도는 PORV에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미 관리자들도 PORV를 의심하고 점검을 했지만 너무 많은 정보가 동시에 쏟아졌고 설상가상으로 계기반에서 이미 PORV가 닫혀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주는 바람에 이를 무시하고 넘어간 상황이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멜러는 허락을 받아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PORV를 닫자마자 급격하게 압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넋놓고 있던 제어실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일단 PORV가 닫히면서부터는 냉각수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져 노심 온도를 떨어뜨렸고 다음 날 수소 거품이 발생해 폭발의 위험이 감지되긴 했지만 용케 무사히 잘 넘겼다.



그나마 TMI는 나름 행복한(정말 다행스럽게 직접 피폭되어 죽은 사람은 없지만 완전히 정리하는 데 10년 넘게 10억불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결론으로 끝나니 기분이 좋아졌는가? 나중에 조사해보니 내부 노심이 상당히 많이 녹아 격납 용기 아래 쪽에 고여있었다. 만일 조금만 더 대응이 늦었으면 완전히 노심이 다 녹아 엄청난 재앙이 발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TMI에서 배운 교훈은 바로 상상력이다. 다들 계기반을 뚫어지게 보느라 사고 실험을 할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15분을 투자함으로써 멜러는 정확하게 문제가 어디 있는지 머리 속으로 원자로를 훓고 다닐 수 있었다. 또한 매뉴얼이나 절차나 완벽함에 의존하지 않고 만족스런 해법을 찾아나서는 BIEGE(Better is the Enemy of Good Enough,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3장 1절 참고) 역시 중요하다. 멜러는 완벽한 정보를 얻기를 포기하고 최소한의 가용 정보로 적용 가능하고 빠르게 행동 가능한 해법을 만들어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상부에 보고한 다음 명령을 기다리거나 곧이 곧대로 수습하기 위해 완벽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뜸을 들일 여유가 없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완벽에 근접한 해법을 찾으면 바로 적용해야 한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을 들으면 현장에서 상상력과 BIEGE를 발휘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관료주의와 매뉴얼/절차에 너무 목을 매달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 <日대지진> "탐욕과 IAEA의 유착이 재앙불러"에서 안드레프 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서는 "창조적 해법, 심지어 판타지나 즉흥성까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좋다. 옆나라 일본은 그렇다 치고 한국은? 그게 더욱 궁금하다.

토요일, 3월 12, 2011

[독서광] 명연사, 명연설, 명강의



이번에 해님께서 번역한 명연사, 명연설, 명강의: 청중을 사로잡는 명연설의 비결이 출간되었다. 해님 번역 실력이야 워낙 뛰어나니 이번에도 절대로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보증한다(솔직히 출간하기 훨씬 전에 초벌 번역한 내용을 빠짐없이 다 읽어보았다).



이 책은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 마음을 움직이는 프로젝트 관리이노베이션 신화의 진실과 오해를 쓴 스콧 버쿤이 자신이 여러 곳에 강연을 하면서 망가진(?) 일화를 중심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효과적인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대다수 사람들이야 강의나 강연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런 부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몰라도, 회사 내부에서 특정 주제를 놓고 보고서를 쓴 다음에 사내 발표를 하거나 고객사에 제안을 하기 위해 사외 발표를 하거나 운이 좋다면 세미나나 워크샵에 연사로 초청받을 가능성은 어느 누구 앞에나 펼쳐져 있으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번에 독자 여러분들께 이미 소개 올린 slide:ology: 위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예술과 과학이나 프리젠테이션 젠은 청중들을 사로잡기 위한 발표 자료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실제 강연/강의/발표를 어떻게 잘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함께 읽어보면 위력이 배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멋진 발표 자료를 준비해가더라도 청중 앞에서 "어버버버" 한 방이면 그냥 침몰하기 때문에(청중들이 하품하고 졸고 중간에 나가면 진짜 당황스럽다)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연습하고 충분히 대비해야 하지만, 막상 이를 조언해주는 스승을 만나기는 어렵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여러분이 강의나 발표 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을 선배된 입장에서 유머러스한 필체로 잘 정리하고 있다. B급 관리자도 여러 차례 발표와 강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많은 내용을 배웠고 또 남들도 역시 청중을 꼬시기 위해 유사한 방법(예: 청중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선물 등으로 유혹)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래 본문 중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독자 여러분들을 즐겁게 해드렸는데, 이번에는 해님께서 직접 본문 중 재미있는 인용구를 뽑아주셨다. 한번 읽어보시고 뽐뿌질 받으시실... :)



EOB

토요일, 3월 05, 2011

[독서광]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기에 신문 기사 중에서도 다들 경제 기사에 관심이 많으리라 본다. 그런데 이 경제 기사가 정말로 우리를 위한 진실된 내용만을 담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 있는 분이라면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을 읽다보면 많은 궁금중이 해소되리라 본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폰은 '까고' 갤럭시S는 '띄우고'전세값 뛰니 집값도? 언론의 바람잡이 '위험천만'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로 신문사, 기자, 기업 사이의 비열한 뒷거래를 지목한다. 독자를 위한 기사가 기업을 위한 기사로 변절되어버리는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이 세상 믿을 놈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들어준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무조건 일간지의 경제 섹션이나 경제지를 멀리하라는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기사 하나에 부화뇌동해 탐욕스럽게 한 건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꾸준하게 여러 신문과 원래 보도 자료 또는 외신 자료를 검토하며 비평적으로 기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공력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본문에서는 주로 (경제에 얽힌)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정책 기사, 금융 기사, 부동산 기사, 산업 기사를 까칠하게 읽기 위해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야하고 어떤 점에 주의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런 비평적인 시각을 토대로 경제 기사를 읽다보면 급변하는 환경에 좀더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이 기자인 관계상 여러 가지 언론에 얽히고 섥힌 뒷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정리하고 있기에 언론의 말을 무조건적인 진실(!?)로 받아들였던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테다.



이미 경제지, 경제 잡지를 읽는 방법을 통달해(힌트: 거꾸로 읽으면 된다. ㅋㅋㅋ) 자유자재로 재테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갓 사회에 진출한 새내기(송골매가 병아리를 노리듯 신문은 주로 이런 사람들을 노린다)나 경제지에 속아 몇 번 눈물을 흘리면서도 여전히 미련을 떨치지 못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가짐을 새롭게 다지면 어떨까?



뱀다리: 이 책을 선물해주신 jhanglim 님께 감사 말씀드린다. ;)



EOB

일요일, 2월 27, 2011

[끝없는 뽐뿌질] 보드 게임 1856과 TTD



지난 금요일 밤에 J.B님 때문에 말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철도 경영 보드 게임 시리즈인 18xx 모임(그 날은 동부 캐나다를 기초로 만든 1856을 다 같이 연구(?)했다)에 참석해 구경만 하려다 졸지에 바통 이어받아 맛을 보고 말았다. 18xx 시리즈는 현실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기에(최대주주 먹튀, 적대적 M&A, 높은 가격에 개인 회사 주식 인수, ...) 경제/경영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눈에 하트짜가 안 그려질 수 없게 만드는 게임이다.



한 판을 끝내기 위해 거의 4~5시간이 필요하므로, 맛만 보다 중간에 눈물을 머금고 탈출(?)했는데 다음 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옛날에 뭔가 강력하게 홀렸던 철도 경영 게임이 하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구글을 찾아봤다(경고: 여기서부터 의지력이 약한 사람들은 보지 말기 바란다). 시드 마이어가 만든 레일로드 타이쿤은 분명히(!) 아니었고 기차, 버스, 항공까지 다 망라하며 컴퓨터 A.I와 싸우느라 정말 열이 끝까지 받았는 게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마구 괴로워하다 구글의 도움을 받아 결국 찾아냈다. 과거 6개월 동안 말렸던 악마의 게임은 바로 Transport Tycoon이었다! 이 게임은 시간 말아먹는 악마(?)의 퍼블리셔로 불렸던 마이크로프로즈가 1990년대 중반에 출시했으며, 육로, 철로, 항공로를 이용해 최대의 수익을 올리면서 경쟁사를 완전히 말아먹어야 하는 경영 시물레이션의 수작이다. 심시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또 다른 각도로 이 게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약자로 TT와 TTD(Transport Tycoon Deluxe)로 더욱 유명한 Transport Tycoon을 다운로드(!)하려고 살펴보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TTD 애호가들이 기존 프로그램의 운영체제 호환성과 버그를 참지 못하고 TTD Patch 프로젝트를 시작해 원본 게임 파일을 그대로 두고 필요한 부분만 패치하는 방법으로 게임의 수명을 늘이고 있었다(아쉽게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2007년도에 중단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로 아예 원본 TTD를 역공학 기법으로 완전히 뒤집어 도스/윈도우 플랫폼 뿐만 아니라 신형 윈도우(XP/비스타/7 계열)는 물론이고 리눅스, 맥OS X(최근에 지원이 조금 약해지긴 했다)에서도 돌아가는 OpenTTD 프로젝트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OpenTTD 버전 1.0에 와서는 그래픽, 사운드, 음악까지 모두 오픈소스 결과물을 활용하므로 게임을 합법적으로 즐기기 위해 TTD 라이선스가 필요하지 않다.



호기심(야옹야옹~~~)을 못 이기고 OpenTTD를 내려받아 설치해보니 너어무우나 훌륭한 짜임새에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 번역 담당도 있어서 거의 모든 메시지(번역 프로젝트 상황판을 보면 한국어 번역률이 98.7%라고 나온다)가 친절한(!) 한국어로 나온다(이 분께 갑자기 커피를 사주고 싶어졌으니, 혹시 우연히 이 글을 보시게 되면 댓글을 부탁드린다). 이 게임을 처음하는 분들이라면 복잡한 규칙에 머리가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진짜 큰일날지도 모른다고 미리 경고한다. (Open)TTD는 1950년부터 시작해 2050년에 끝나게 되는데, 현실 시간으로 사상하면 대략 24시간 정도라고 한다(무슨 이야기인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ㅋㅋㅋ).



간만에 화끈한(?) 맛을 봤으니 얼른 OpenTTD를 지워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지금 지우러 가야 하므로 블록 쌓기는 여기까지...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