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월 22, 2009

[독서광] 아웃라이어: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오늘은 간만에 창의력 관련 책을 하나 더 살펴보기로 하자. 블링크와 티핑 포인트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이 집필한 "아웃라이어"가 주인공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그룹 지니어스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를 이미 읽은 독자라면 "아웃라이어"를 읽는 순간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아웃라이어에서는 전문가다운 역량을 발휘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10년 법칙, 1만 시간 법칙, 등등)을 투입해야 하는 동시에 이렇게 노력과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글래드웰은 지능 테스트 결과나 일시적인 두각은 성공하는 사람의 필요조건은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다시 말해, 본문에서도 잠깐 예가 나오는 레이븐스 테스트와 같은 극악 무도한 테스트(이 테스트를 끝까지 풀려고 함부로 덤비지 마시라. 멘사용이라서 아주 머리 아프다)에서 어린 시절에 높은 점수를 딸지라도 지속적으로 지능을 계발하도록 기회를 잡지 못하면 커서는 말짱 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에 신동으로 불리던 천재들을 나중에 성년이 되어 추적해보면 대부분 주변 사람들보다 조금 머리가 더 좋을 뿐인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변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드웰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중산층 이상 부모가 사용하는 "집중 양육"이 주는 장점을 아네트 라루의 연구 결과를 빌어 강조한다. 라루에 따르면 선천적인 지능인 IQ와 대조되는 후천적인 실용 지능이 있어야 성공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본문을 잠깐 볼까?



중산층 부모는 대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이유를 찾아낸다. 단순히 명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협상하며 어른들에게 질문하기를 바란다. 또한 부유한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잘하지 못하면 선생을 찾아가 상담을 하며 아이들 문제에 깊이 개입한다.

반면 가난한 부모는 권위 앞에서 겁을 먹는다. 그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뒤편에 물러서 있다. 자식 교육은 선생님 몫이지 부모의 일이 아니었다.

라루는 중산층 부모 스타일을 '집중 양육'이라고 불렀다. 이는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재능, 의견, 기술을 길러주고 비용을 대는 행위를 말한다. 대조적으로 가난한 부모는 '자연적인 성장을 통한 성취'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를 돌봐야 하는 책임은 지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성장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계발하도록 내버려둔다.

중산층 자녀는 자신의 개인적 선호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어떤 기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또한 그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관심을 요구하는 일에 편안함을 느낀다. 4학년만 되어도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안다.


글래드웰은 벼농사를 짓는 중국, 한국, 일본 3개국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도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뭐 당연한 일이지만 가난한 농부들이 연간 3천 시간을 쏟아부으며 애지중지 벼를 기르는 나라의 후손들이자 수업일수가 180일인 미국과 비교해서 220일에서 240일에 이르는 아시아권 학생들이 성취도나 문제 풀이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하면 1만 시간 법칙 자체도 거짓말이 되지 않을까? 학기 중에는 맥을 못추던 상류층 자녀들이 방학만 지나고 오면 거의 방목에 가깝게 내팽겨쳐진 중산층과 빈곤층 학생들을 읽기와 수학 성적에서 가볍게 눌러버리는 통계 자료를 보면 공포에 가까운 전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강남 불패 신화는 허구가 아니었다!



자, 이제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우리는 환경을 얼마나 잘 이용(활용)해왔으며 얼마나 질과 양적 측면에서 시간을 자기 계발에 집중 투입했는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



뱀다리: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단골 미장원에 들렀다. 이 미장원은 B급 프로그래머 머리를 우주소년 아톰 형태에서 벗어나게 만든 놀라운 능력을 소유한 원장 선생님이 운영하고 있으며,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예약 안 하면 원장 선생님 솜씨를 구경하기 어렵다. 잠깐 대화를 옮겨보겠다.


B: 원장 선생님, 지금까지 손님 헤어스타일을 챙기면서 투입한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원장 선생님: 글쎄요, 한번도 생각 안 해봤어요. 그런데 왜 물어보시죠?
B: 만시간 법칙이라고, 어떤 분야에서 절정 고수가 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거든요. 그러면 하루에 몇 시간 일하세요?
원장 선생님: 하루 10시간씩 초보 견습생 시절을 제외하고 12년 동안 꼬박 이 일만 했지요.
B: 일요일이랑 점심 시간 빼고 주당 50시간이라고 가정하면, 1년이면 2500시간, 12년이면... 음음음...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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