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월 02, 2016

[독서광] 사피엔스

2016년 애독자 여러분들께 새해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와 더불어 첫 블록 쌓기를 시작하겠다. 오늘은 신년 특집으로 '사피엔스'라는 강력한 책을 하나 들고 나온다.

2015년 말에 출간되지 마자 여러 언론과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 책은 인간이 성공적으로 지구를 지배하기까지 이뤄왔던 업적 또는 악행(응?)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일단 TED 강연(유벌 노아 하라리: 무엇이 인간의 성공을 설명해줄까요?)부터 잠깐 시간 내어 시청하는 편이 이 책을 이해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되겠다.

이 책은 인간의 성공 뒤에 숨어있는 잔혹함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기존의 역사책과는 사뭇 다른 접근 방법을 택한다. 인간이 신을 넘보는, 무기물에 생명을 불어넣기 직전의 상태까지 오게된 여정을 인지 혁명, 농업 혁명, (중간에 잠깐 쉬어가기 위해 세 가지 보편적 질서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인류의 통합, 과학 혁명이라는 4단계로 설명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신에 도전하는 인간의 패기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한다. 각 혁명이 인간에 미친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정치, 역사, 경제, 문화, 과학 등 여러 분야를 오가며 씨줄과 낱줄을 엮는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소개하기 때문에 신나는(상당히 암울한 분위기를 연출하므로 내용이 유쾌하고 즐겁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T_T) 독서 경험을 독자 여러분들께 선사하리라 기대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므로, 본문 중에 좋은 글을 몇 개 가져와보겠다.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하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과학적 연구 결과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단어를 통해 가상의 실재를 창조하는 능력은 서로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을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 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 한 회사의 경제적 성공은 직원들의 행복이 아니라 오직 은행잔고의 액수로만 측정된다.
농업 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대형 포유류를 순서대로 꼽으면 사람이 첫째이고, 2, 3, 4위가 가축화된 소, 돼지, 양이다.
가축이 된 닭이나 소는 아마도 진화적 성공의 사례이겠지만,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농업혁명 덕에 미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농부들은 언제나 미래를 의식하고 그에 맞춰 일해야 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진 제국과 로마 제국에 이르는 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는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인간은 단순히 자기 DNA를 복사하고 이를 후손에 전해주는 것만으로는 사회운영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보존할 수 없다. 사피엔스의 사회질서는 가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회정치적 차별에는 논리적,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우연한 사건이 신화의 뒷받침을 받아 영속화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과 단지 사람들이 생물학적 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양자를 구분하기 좋은 경험법칙이 있는데,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이라는 우리의 관념은 생물학이 아니라 기독교 신학에서 온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나와 내 동료들은 금으로만 나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 코르테스
우리 눈앞에서 형성되고 있는 지구제국은 특정 국가나 인종 집단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옛 로마 제국과 비슷하게 이 제국은 다인종 엘리트가 통치하며, 공통의 문화와 이익에 의해 지탱된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게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만일 우리가 공자, 부처, 예수, 마호메트에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병을 치료하려면 통계학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면, 그들은 아주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역사를 통틀어 사회를 고통스럽게 했던 가난은 두 종류였다. 남들은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나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가난, 그리고 식량과 집이 없어서 개인의 삶을 위협에 빠뜨리는 생물학적 가난이었다.
과학은 자신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정할 수 없다. ...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과학자와 정복자는 둘 다 무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들은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5백년간 진보라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점점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단순한 '부'와 구별한다. 자본이란 생산에 투자되는 돈과 재화와 자원을 말한다. 반면에 부는 땅에 묻혀 있거나 비생산적 활동에 낭비된다. 비생산적인 피라미드에 자원을 쏟아붓는 파라오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근대에 이르러 귀족은 자본주의 신조를 믿는 새로운 엘리트에게 추월당했다. 이들 유력자는 중세 귀족보다 훨씬 부유하지만 사치성 소비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덜하다. 수입에서 비생산적인 활동에 쓰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도 훨씬 적다.
인류의 경제는 근현대 기간 내내 어찌해서든지 계속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왔는데, 이것은 오로지 과학자들이 몇 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발견이나 장치를 들고 나온 덕분이었다.
가족과 공동체의 품 안에서 사는 삶은 이상적이지 않았다. 가족과 공동체의 억압은 오늘날 국가와 시장의 그것보다 덜하지 않았다.
국가와 시장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말했다. "개인이 되어라. 누가 되었든 네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라. 부모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네게 맞는 직업을 택하라. 그 때문에 공동체의 연장자가 눈살을 찌푸리더라도. 어디가 되었든 네가 원하는 곳에서 살아라. 그 때문에 가족 만찬에 매주 참석할 수 없게 되더라도. 당신은 더 이상 가족이나 공동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우리, 즉 국가와 시장이 당신을 돌볼 것이다. 식량과 주거, 교육과 의료, 복지와 직업을 제공할 것이다. 연금과 보험을 제공하고 당신을 보호해줄 것이다."
수백만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었지만, 불과 2세기 만에 우리는 소외된 개인이 되었다. 문화의 무시무시한 힘을 이보다 더 잘 증언하는 사례는 없다.
국가는 상상의 존재라는 자신의 속성을 숨기려 최선을 다한다.
역사를 통틀어 대부분의 폭력은 가족과 공동체가 서로 일으키는 국지적 반목이 원인이었다.
인간이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되어 있다.
진화에서 행복과 불행이 맡는 역할은 생존과 번식을 부추기거나 그만두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만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진화의 결과 우리가 너무 불행하지도 행복해하지도 않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진화는 우리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몰려오는 쾌락적 감각을 누릴 수 있게 했지만, 그런 느낌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조만간 이 느낌은 가라앉고, 불쾌한 느낌에게 자리를 내준다.

뽐뿌질은 여기까지... 알맹이 있는 내용은 본문을 직접 확인하시라 !

결론: 2015년/2016년 겨울을 강타할 #1 책으로 보면 틀림 없겠다. 강력 추천!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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