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에 경제학콘서트1에 대한 서평을 올리고 거의 2년 반만에 2탄 서평을 올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형만한 아우가 있을지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1편보다는 2편이 좀더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다. 1장부터 섹스와 AIDS 이야기로 시작해 3장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이유(낄낄)과 4장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연봉의 비밀을 거쳐 7장 도시에서 영리하게 살아가기에 이르기까지 평상시에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나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이 책은 논리 전개 방식에서 게임 이론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고 있지만, 폰 노이만 방식(낄낄)이 아니라 토머스 셸링을 따르고 있다. 셸링은 수학과 논리가 아니라 수학으로는 보이지 않는 '초점(focal point)'에 의해 인간의 전략적 상호 작용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게임 이론 자체가 잘못되거나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 작용 대부분이 모호함으로 가득차 있기에 초점을 이용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를 알려주는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본문 예를 한번 볼까?
노조 대표는 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10퍼센트 미만의 임금 인상률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닐지도 모른다. 10퍼센트는 수학적으로 중요한 숫자가 아니다. 폰 노이만이라도 '10퍼센트'라는 숫자가 나온 기준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셸링은 일단 10퍼센트라는 숫자가 언급되고 나면 이 숫자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나온 익숙한 소재인 워싱턴-모스크바 핫 라인(긴급 직통 전화)도 셸링이 제안했다고 한다. 냉전의 한 복판에서도 핫 라인 운영자들은 매일 인사말을 주고 받으며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빠르고 신뢰할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지구 멸망(?)을 피하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셸링이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며 한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일어났던 가장 극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다. 우리는 분노에 휩싸여 핵무기를 터뜨리는 사고 없이 지난 60년을 살았다.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만 계속해서 나왔다면 읽다가 집어 던질 가능성이 높겠지만 셸링의 이론을 활용해서 여러 곳에 응용을 하고 있기에 '강남에 이쁜 여자가 많은 이유', '나보다 못생긴 내 친구가 어여쁜 아가씨를 친구로 두는 이유', '놀고 먹는듯이 보이는 사람이 매일 밤새는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이유', '강남 집값이 지칠줄 모르고 오르는 이유', '골드 미스가 인기가 없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뭐 이 책 내용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지엽적이라도 "아하~ 그렇군!"하는 순간이 몇 번 올테니까.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