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월 07, 2010

[독서광] 지하철과 코코넛



[독서광] 연재에서 창의력과 관련된 책을 여럿 소개했었다. 오늘도 역시 창의력과 관련이 있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하는데, 기존 창의력 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할테니 정신 바짝 차리고 읽기 바란다.



오늘 소개할 '지하철과 코코넛'은 우리가 늘 소망하는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 중에서 '운'을 집중적으로 강조한다. 이 책만 읽으면 부와 성공을 한 방에 거머질 수 있다는 시중에 널리고 널린 자기 계발서와 처세서와는 달리 이 책은 어떤 은총알(silver bullet)도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방의 무엇만 바라고 뒷짐지고 '수주대토(守株待兎)'하는 태도를 부추기지도 않는다. 노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를 재치있게 정리하고 있기에 책을 읽다보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B급 프로그래머는 책을 읽다 흥미로운 부분이 나오면 나중에 블로그 정리를 위해 책 귀퉁이를 접는 버릇이 있는데, 솔직히 의료, 경제, 경영과 관련해서 통제감의 착각을 다루는 9장까지는 조금 졸면서 읽었다. 하지만 10장부터 호떡집에 불난 듯 허겁지겁 책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반부는 불확실성의 두 가지 유형(지하철과 코코넛으로 대표되는), 창의력의 비밀과 고수가 되기 위한 조건, 불가피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네 가지 기법('싱킹', '블링킹', '스밍킹', '전문가 의견'), 행복해지기 위한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아웃라이어를 비롯한 몇 가지 책을 흥미롭게 읽어봤다면, 이 책 역시 또 다른 시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창의력과 고수에 대해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이 세계의 진정한 문제점을 세계가 비합리적이라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이라는 것도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세계가 거의 합리적이되, 완전히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데 있다. 삶은 불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삶은 논리학자들에게는 덫이다. 삶은 실제보다 좀 더 수학적이고 규칙적으로 보일 뿐이다. 삶의 정확성은 뚜렷하게 드러나지만, 그 부정확성은 감춰져 있고 그 황폐함은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 - 체스터턴


역설적으로 모든 정보를 극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그 결과 '소음'이 결여되어 독창적이고 참신한 문제 해결의 기회도 줄어들 것이다. ...... 극작가 버나드 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합리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고,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있다."


지망생들이 전문적인 기량을 쌓으려면 계획적 훈련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을 극대화한 계획적 훈련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결코 쉬운 일도 아니다. 그 과정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며, 여러 가지 제약 아래 최대한 효과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첫째, 계획적 훈련을 하려면 교사와 훈련 장비, 훈련 시설은 몰론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 계획적 훈련을 위한 동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선수들은 연습을 기량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결과에 기쁨이 따르는 것과는 달리 연습에는 보상이나 즐거움이 없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연습을 시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계획적 훈련은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만 장기간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든 활동이다. - 앤더스 에릭슨


계획적 훈련은 기존의 기량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적절하면서도 측정 가능한 피드백을 받아야만 비로소 그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테니스나 체스 등 체계적인 경기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런 피드백을 얻기가 훨씬 어렵다. 경영/정치/의학/경제에 이르면 좋은 피드백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위대함은 부분적으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의 정상에 도달하려는 시도는 비싼 복권을 사서 추첨에 참가하는 것과 비슷하다. 복권과 마찬가지로 성공 확률은 낮지만, 10년 간에 훈련을 고려한다면 참가 비용은 엄청나게 비싼 것이다.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 중에서 '싱킹'(대부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주도면밀한 과정을 통한 결정)이나 '블링킹'(본능적인 반응)은 이미 많이 들어봤을텐데, '스밍킹'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도 많으리라. 하지만 B급 프로그래머 애독자라면 이미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에서 로버트 L. 글래스가 사용한 만족화(지금 당장 크리에이티비티를 펼쳐 3장을 다시 한번 읽어보시라!)라는 개념을 되새김질해보자. ' 씽킹', '블링킹', '스밍킹'과 관련한 몇 가지 재미있는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반복적인 의사결정은 간단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변수를 찾아내고 단순한 결정 기준을 사용하라. 스밍킹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실수를 받아들인다. 그것은 통제의 역설을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다. 당신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신 가장 중요한 지표를 찾아내어 사용하고, 올바른 결정이 훨씬 많을 거라는 사실에 위안을 느끼면서 잘못된 결정을 감내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첫째, 체스 고수는 10년 이상 변함없이 정확한 피드백이 따른 집중적인 훈련을 거친 이후에 비로소 블링킹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둘째, 고수들은 블링킹과 싱킹을 함께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모든 블링킹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씽킹을 이용한다. 모든 수의 75%는 체계적 분석으로 일차적 직관(블링킹)이 타당함을 확인한다. 하지만 25%는 심사숙고 끝에 직감을 바로잡는다. 다시 말해, 싱킹은 고수의 성공에 필수적이며 성공적인 블링킹의 전제 조건이다.


창의력, 행복, 전문가, 피드백, 성공, 의사 결정, 위험 관리와 같은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운'의 중요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테니까.



EOB

댓글 3개:

  1. 창의력에 관심이 많았는데, 읽어 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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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애드민님, 창의력에 관심이 많은 모든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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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휴 동안 읽어야 겠기에 클릭대신 서점가서 사야겠어요 :)

    - klim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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